책의 책 -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
키스 휴스턴 지음, 이은진 옮김 / 김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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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

-이것은 책에 관한 책이다.

-다 접어두고, 이제,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뽑아라. 가능하면 가장 크고 묵직한 양장본을 찾아라. 찾았으면, 손에 쥐어보라. 책을 펼치고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접착제가 딱딱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라. 냄새를 맡아보라! 책장을 휙휙 넘기며 얼굴을 스치는 산들바람을 느껴보라. 당신이 들고 있는 그 책에 비하면, 컴퓨터 화면이나 태블릿 액정 뒤에 갇힌 전자책은 활성이 전혀 없다.

-이 책은 묵직하고 복잡하고 매혹적인 공예품, 인류가 1,500년 넘게 쓰고 인쇄하고 제본한 책의 역사, 책 제작, 책다움에 관한 책이다. 당신이 보면 아는, 바로 그 책에 관한 이야기다.

와, 제목만큼 강렬하다.

<책의 책>!

책에 관심이 있다면, 책을 사랑한다면, 책 덕후라면 이젠 소설, 인문학, 철학, 경제경영, 사회과학, 역사, 지리 등을 넘어 책에 관한 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나만 그런걸까?)

한마디로 책 자체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독서법으로 시작했다.

책과 나. 단 둘만의 시간을 묵묵히 읽어내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있을까? 좋아하는 책을 뭘까? 감명깊게 읽은 책은? 책 읽기에도 정도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책의 내용을 더 머릿 속 기억에 남길 수 있을까? 진짜 고전 오브 고전 작가들은 어떻게 책을 읽을까? 등 등 궁금한 것이 많아졌다.

왠만한 고전 작가들의 독서법 책은 물론 신영복, 박웅현, 김영하, 이동진 등 등... 책 좀 아는 분들의 책을 스승 삼아 읽었다.

아마 책 좋아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책에 관한 책이 얼마나 재밌는지!

그러다가 이젠 독서를 넘어 물리적 '책'에 관한 책으로 관심을 돌렸다.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시중에 나와있는, 그리고 번역된 독서법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독서찬양의 자기계발서까지 합쳐봐도, 인터넷 서점에 키워드 '독서법'을 쳐보고 카테고리 검색을 해봐도 이젠 거의 다 읽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알게 된 알베르토 망구엘.

너무 유명한 얘기지만 고등학생 시절 서점에서 일하다가 시력을 잃어가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나게 되었고, 망베르토 망구엘은 그에게 책 읽어주는 사람이 된다. 이건 일이 아니다. 어떤 성스러운 행동이다!

나도 만약 할수만 있다면 보르헤스에게 백 권, 천 권을 읽어주고 싶다.

그에게 보르헤스는 세계이자 책이 되었다.

역시 책을 사랑하는 알베르토 망구엘은 <밤의 도서관>, <독서의 역사> 등 책에 관한 책들을 써나갔다.

세상에 책 내용 뿐 아니라 책 자체에 대해서도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니.

<책의 책>에서도 진성 책 덕후라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나누고싶은 역사와 정보, 이야기들이 많다.

 

 

 

 

천재적 솜씨

-필경사는 이집트 문화에서 유명한 존재였고, 석공과 조각가, 화가들에게 인기 있는 주제였다. 손에 붓을 들고, 또 여분의 붓 한 두개를 귀에 꽂고 일하는 필경사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 무수히 많다. 다른 필경사가 글씨를 베껴 쓰는 동안 한 손에 파피루스 시트를 들고 있는 필경사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도 있고, 무릎에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펼친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필경사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도 있다.

-퀘드 호테프의 원로요 민의 아버지이며

왕의 지인이자 메히트의 성상 제작자이며

왕실 필경사들의 감독관이며

상이집트의 10대 위인이

헤시레.

'왕실 필경사들의 감독관'이었다고 하니, 헤시레는 엄밀한 의미의 필경사가 아니라 관리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그 시대 필경사의 장비를 어깨에 걸치고 있다. 필경사가 쓰던 필기구 통은 매우 상징적이어서 모양을 본뜬 신성문자가 있었을 정도다.

-필경사들은 화가들처럼 붓으로 글을 썼다. 파피루스와 직각이 되도록 붓을 손에 쥐되, 붓 끄트머리에서 3~5센티미처 떨어진 곳을 잡고 차분하고 꼼꼼하게 한 휙 한 휙 그어나갔다.

필경사.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필경사란 '글씨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뜻한다.

즉, 인쇄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손으로 베껴 써서 필사본을 제작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이젠 없어진 직업, 필경사.

마치 타이피스트, 타자수처럼 저 멀리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업인 것이다.

그런 필경사들은 예전에 꽤 유명하고 핫한 직업이었나보다. 그림에서, 벽화에서, 파피루스 속에서 필경사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니 말이다.

예전에 필경사들은 붓으로 글을 썼다니 마치 서예가 같은 느낌도 든다.

한 자, 한 자, 한 획, 한 획 정성스럽게 썼을 것을 생각하니 경건함도 든다.

(아마 그래야했을 것이다. 틀리면...!?)

뒤에 읽다보니 알게 됐는데 필경사들 중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도 많았다고 한다.

글을 모르지만 마치 그림 그리듯 필사를 할 수 있었다니. 아마 글을 아는 사람보다는 더뎠겠지만 꽤 많은 필경사들이 글을 몰랐다는 걸 보면 필사도 어떤 기술의 한 분야가 될 수 있나보다.

 

 

 

 

 

 

 

 

활자를 벗어나

-모노타이프의 모듈형 구성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다. 1분에 140자까지 주조하는 모노타이프 주조기는 타자수 한 명이 종이테이프에 구멍을 뚫는 속도보다 작업 속도가 훨씬 빨랐다. 그래서 모노타이프 고객들은 보통 주조기 한 대당 여러 명의 타자수를 고용해서 주조기를 최고 속도로 돌렸다. 사실, 주조기 속도가 너무 빨라서 모노타이프 사용 설명서에는 의기양양하게 "바닥에 떨어진 활자를 주우려고 애쓰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들어 있을 정도였다. 바닥에 떨어진 활자를 줍느니 전체 페이지를 다시 주조하는 게 더 빠르다는 말이었다.

-여러 면에서 모노타이프의 종이테이프는 자기 테이프와 플로피 디스크의 전조였다. 컴퓨터가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읽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주조기 조작자는 급한 활자를 먼저 주조하거나 나중에 쓸 수 있게 구멍을 뚫는 종이 두루마리를 보관해둘 수 있었다.

-결국, 책 인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모노타이프와 라이노타이프가 힘을 겨루던 이 드라마의 단역 배우였다. 1880년대 후반 머건탈러와 랜스턴이 각자의 기계를 붙들고 열심히 일할 때 허먼 홀러리스의 사업을 승승장구했다. 인구조사국에서 홀러리스의 기계식 도표 작성 장치를 빌린 덕분에 1890년 인구조사는 그 전보다 2년이나 일찍 끝났고, 비용은 500만 달러나 절감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몇 년 안에 홀러리스는 '컴퓨터 사용'과 동의어가 될 거대한 기업 왕국을 세웠다. 국제사무기기회사, 바로 IBM이다.

자, 벌써 <책의 책>의 길의 많은 길의 길을 걸어왔다.

파피루스, 양피지를 지나 종이의 역사와 함께 모노타이프를 거쳐 퍼스널 컴퓨터의 시대까지 왔으니 말이다.

이 카피, 정말 대박 카피다.

"바닥에 떨어진 활자를 주우려고 애쓰지 마세요"

지금은 활자를 줍지도 않고 만들어서 그때그때마다 갈아끼워 쓰지도 않으니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예전에는 주조기를 사용해 활자를 쳤다. 정말 신기하다. 과거에는 글과 책도 이렇게 남겼다니! 참 요즘은 편리한 세상이다. 뚝딱뚝딱. 그리고 앞으로는 또 얼마나 발전할지 벌써부터 상상이 안간다.

이젠 모노타이프 시대를 지나 지금의 IBM의 전선이 된 기업가 허먼 홀러리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구조사국에서 홀러리스의 기계식 도표 작성 장치를 사용해 일의 효율을 높였고 홀러리스는 IMB이 되었다.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최첨단 기술과 만나 지금의 막강한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다.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면 내가 기억하기로 IBM이 홀로코스터 때 유대인들을 식별하는 장치도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다른 책에서 읽었는데 어느 정도 나치에 가담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 기업의 흥망성쇠에도 참 많은 사연들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책과 함께 <책의 책>과 함께 다양한 사회, 문화, 역사, 그리고 책의 길을 걸어갔다.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체와 정신, 그리고 영혼의 눈으로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책> 부제처럼 단언컨대, 책은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가 맞다.

*이 글은 김영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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