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모든 애인들에게 -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203가지 사랑 이야기
올린카 비슈티차.드라젠 그루비시치 지음, 박다솜 옮김 / 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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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 <내가 사랑했던 모든 애인들에게>를 보면 흡사 요즘 핫한 넷플릭스 영화가 떠오른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라는 입소문 하이틴 영화.

이 책은 그런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아니고 (그런 이야기도 물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203가지 사랑이야기' 라는 책의 부제처럼

크로아티아에 위치한 '이별의 박물관' 전시품에 얽힌 사랑 이야기다.

아무래도 이별이다보니 일반적인 사랑이야기에 좀 더 특별함이 가미되어 있다.

절절하게 사랑하다 헤어진 사람도 있고, 바람과 불륜으로 헤어진 사람들, 그리고 사이다스럽게 상대방을 혼쭐내준 사람도 있고,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이별의 박물관에 전시품을 보낸 사람도 있다.

역시 전 세계 사람들이 보낸 것처럼 다양한 사연과 다양한 물건들.

세계 각국의 이별한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은 박물관이라니.

근데 신기하게 이별이라는 말에서 오히려 위안과 응원을 받는다.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의 공간.

다들 어떻게 살고 있나요?

 

 

 

 

 

"나는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났지.

그녀는 내 머릿속으로 기어들어 와

가구를 재배치하고

자기 책과 고양이를 데리고 오더니

자기 자리를 잡더군.

그녀는 아직도 내 마음에.

내 음악과 책 속에 머물러 있어.

나는 몇 권이나 되는 공책을 채웠지.

형편없는 시와 러브레터로.

끝내지 못한 소설로 페이지를 까맣게 칠했어...

그녀가 내게 써준 단어들은 이것뿐이야."

유일하게 남은 단어들

 

 

 

362일을 사랑한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한 남자.

그녀가 남긴 쪽지 "I love you more than anyone."

이 꾸깃꾸깃한 쪽지의 한 문장에서 많은 사연이 느껴진다.

아직 할말이 많고 해준 말도 많은 남자와 무엇보다 특별한 한 문장을 해준 여자가 만났을 것 같다.

머릿속으로 수 많은 만남과 사랑과 이별이 스쳐가면서 역시 물건은 힘이 세다.

 

 

 

 

 

"1919년에 우리 증조할머니는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당시 그녀의 삶은 마치 성대한 파트 같아서, 그녀는 매달 새로운 젊은 남자를 만났다. 하지만 그녀에게 중요한 사람은 둘뿐이었다. 그녀의 아버지와 독일인 연인.

그녀는 하이델베르크에서 마음을 빼았겼다. 그들은 한 달을 함께 보냈다. 하루는 성에서 지는 해를 보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따라 미국에 가지 못했다. 돈이 없었고, 그녀의 부모님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따. 하지만 그는 가을마다 그녀에게 엽서를 보냈다.

이것은 독일인 연인에게서 온 마지막 엽서다. 우리는 그가 제2차세계대전 중에 사망했다고 믿는다."

가을에 온 엽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저 할머니, 할아버지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들도 분명 젊은 시절이 있으셨을텐데, 하는 마음에 이 엽서와 사연이 인상깊다.

1919년에 아름다운 아가씨였던 증조할머니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서 증조할머니는 그저 '증조할머니'가 아니라 이제부터 '그녀'다.

그녀는 독일인 연인을 만나지만 사회가, 현실이, 세상이, 전쟁이 그들을 갈라놓았다.

어쩔 수 없는 일들이지만 엽서는 계속 되었고 그녀가 간직한 마지막 엽서가 바로 여기있다.

과연 이후로 그 독일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지만 엽서로나마 그리운 마음을 보내던 둘의 애틋함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

물건 한 가지로 이렇게나 많은 사연들이 전 세계에서 오다니.

'사랑'이라는 주제로 쏟아져나오는 수 많은 노래와 책들처럼 사랑에는 끝도 없고 시작도 없나보다.

재밌는 사연들, 아름다운 사연들, 속 터지는 이야기들도 많은데 이건 책을 읽어봐야한다.

한 페이지는 이별의 물건과 사랑했던 세월의 시간, 그리고 지역이 나와있는데 물건을 보고 사연을 먼저 상상해보는 것도 참 재밌었다.

물건이 가진 스토리.

<내가 사랑했던 모든 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했었던 말들을 크로아티아의 '이별의 박물관'으로 보내면서 더 큰 의미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글은 놀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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