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야말로 마지막 메시지가 될겁니다."

 

워낙 <기묘한 러브레터>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어서 굉장히 궁금했다.

"당신은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라고 물어보는 게 이미 엄청난 결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니까.

스포를 싫어하는 나로써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스포이지만 <기묘한 러브레터>만큼은 그것과 상관없이 충격적으로 읽었다.

그랬다. 역시 나도 충격적이었다.

충격이 있다는 사실이 충격을 완화해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충격은 충격이다.

예상치 못한 것도 맞다.

도대체 이 러브레터 하나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근데 저자 '야도노 카호루'는 딱 4글자, 복면작가 라는 말 뿐인데 도대체 어떤 사람인거지.

분명 페이스북이라는 소스로 사람과 사람이 (사이버)로 만나는 이야기를 푸는 거 보니 젊은 사람일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이 이런 발상을 하게 된 건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나와 있는 정보는 없는 얼굴 없는 작가니까 나머지는 상상으로.

이젠 페이스북으로 러브레터를 쓸 수 있구나 새로운 발상에 또 한 번 놀랐다.

아직도 마지막 장을 열면 가슴이 쿵쿵거린다. (정확히 마지막 장을 말하는 거다.)

그리고 " . . . "으로 써있는 그 부분도 볼 때마다 쿵쿵거리게 만들고.

책은 220여 쪽으로 얇고 가볍다. 사이즈도 한 손에 쏙 들어가고.

누군가 스포하기 전에 <기묘한 러브레터> 일독하기를.

그리고 다음에 올 사람을 위해서 <기묘한 러브레터>의 이야기 속 플롯과 느낀 감정만 중심으로 남기고 스포가 될 만한 것들은 배제해서 써야겠다.

 

 

 

 

유키 미호코 님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놀라셨을 줄 압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일이 끝나고 평소처럼 별생각 없이 페이스북의 가부키 페이지를 보고 있는데, 미호코라는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 그건 그렇고, 미호코라는 이름은 흔히 을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흔하지 않은 이름입니다. 동시에 제게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지요. 금방 당신을 연상했지만, 성이 달라서 처음에는 당신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결혼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때 들은 성과는 달랐으니까요.

-사진 속 창유리에 비치는 수수께끼의 여성, 그 정체를 파헤치고 싶다, 그런 어린애 같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확대한 사진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앗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거기에는 28년 전에 죽은 당신의 얼굴이 있었으니까요.

-답신은 물론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으로부터 답신이 올 리 없으니까요.

제가 사는 동네에는 이제 곧 벚꽃이 핍니다.

당신네 동네는 어떤가요?

미즈타니 가즈마

이야기의 시작은 평범한 러브레터로 시작한다. 그 매체는 페이스북일 뿐이다.

주인공 '미즈타니 가즈마'는 오래 전 잃어버린 여자친구를 찾아 페이스북 러브레터를 날린다.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금방 나온다.

실제로 죽은 건 아니고 갑자기 사라진 여자를 죽은 줄 알고 29년 전 그 날 죽었다고 표현한 것 뿐.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괴로움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여자는 왜 결혼식을 앞두고 남자를 떠나야만 했을까.

절절한 러브레터 속 답신이 오기를 남자는 간절히 바란다.

 

-저도 이제 쉰세 살입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는 않지요. 암 선고를 받은 날, 그때까지의 인생을 돌이켜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눈물이 멈추지 않더군요.

어리석은 인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면, 당신과 올리려고 했던 결혼식 날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날, 당신은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예식장 직원들이 초조해하는 가운데, 저는 당신의 아파트로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이 허무하게 울릴 뿐이었습니다. 당신의 친구들도 짚이는 데가 있으면 모조리 연락을 취해주었는데, 누구 하나 연락이 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10년 정도는 내내 결혼식장의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10년쯤 전부터 그런 꿈도 꾸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 안에서 이제야 오래전 이야기가 된 것이겠지요.

다만 당신이 실종된 이유만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마지막 메시지가 될 겁니다.

<기묘한 러브레터>는 소설이다. 미스테리한 소설.

이야기가 이어나가기 위해서 여자의 답신이 필수적이다.

그렇다, 여자는 답장을 했다.

잘 지내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남자는 잘 지내지 못했다. 잘 지냈다고도 할 수 있지만 현재 암에 걸려서 세상을 다시 돌아보고 있었다.

결혼을 하기로 한 당일 신부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 후로 꽤 오랫동안 실종된 여자를 찾아다니고 그리워했던 당혹감과 슬픔이 느껴졌다.

 

 

 

 

-옛날에는 '이유를 알고 싶다!'고 강렬하게 원했던 적도 있지만, 30년이라는 세월은 그 마음도 흘려보내고 말았습니다. 아마 당신에게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와 사정이 있었겠지요. 그리고 그게 제가 알아서 좋을 일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알아도 의미는 없지요.

-제가 알고 싶은 건 그 후 당신의 인생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신이 떠나고 나서 10년 정도는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제 안에서는, 당신은 죽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괴로워서 살아갈 수가 없었어요.

-저는 벌써 오랫동안 옛 친구나 지인과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은둔 생활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건 인생에 절망한 제게 더 어울리는 삶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그렇고 인터넷이라는 건 굉장하군요. 책상 앞에서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니, 이렇게 컴퓨터를 만지고 있는데도 아직 믿을 수 없는 기분입니다. 제 은둔 생활도 인터넷이 있었다면 굉장히 달라졌을 겁니다.

여자를 미워하는 마음도, 원망하는 마음도, 그리워하는 마음도 있지만 이제와서 긴 시간이 흐른 지금 그저 각자 잘 살기를 바라는 세월의 힘이 느껴졌다.

시시콜콜하게 대학을 다닐 때나 연애할 때 이야기도 섞여 있는데 둘이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될까 상상도 해보았다.

그래서 둘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왜 그냥 '러브레터'가 아니고 '기묘한 러브레터'일까?

충격은 충격인데 충격적인 일이 연달아 터져서 밝혀지니까 책을 꽉 붙들고 읽어보시길.

<기묘한 러브레터>를 읽다가 느낀건데 편지는 참 사진 같다.

일상에서 가장 예쁘고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찰칵 담는 사진처럼

편지도 자신의 추한 모습이나 힘들었던 과거는 어느정도 미화되고 즐겁고 그럭저럭 잘 지내고 앞으로 좋은 일 가득하길 바란다는 덕담이 이어지니까 말이다.

구구절절한 편지가 아닌 이상 편지는 좋은 이야기, 멋진 모습, 잘 사는 일상을 담게 된다.

문득 페이스북이라는 SNS의 특성도 담고있는 것 같았다.

제목을 참 잘 뽑았는데 그래서 왜 <기묘한 러브레터>인지는 꼭, 반드시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이 글은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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