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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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던 맛은 진짜가 아니다!"

 

 

들어가며

-인간의 기억은 편집된다. 국가나 민족 단위에서 일어나는 집단의 기억도 편집된다. 그 편집된 기억을, 개인의 것은 추억이라 하고 집단의 것은 역사라 한다. 추억과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사실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이 현재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과거의 사실을 호출하여 그럴듯한 이야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추억과 역사를 말한다는 것은 곧 개인과 집단의 음식애 대한 현재적 욕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욕망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판타지이다. 이 책은 한국인이 한국음식에 붙여둔 판타지를 읽어내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그 작업의 도구로 인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였다.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주제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끝없이 해대는 일이다. 그 "왜?"라는 질문과 그로 인해 얻어내는 대답이라는 것도 결국은 질문자의 욕망이 투사된 판타지일 뿐이다.

 

 

 

 

 

음식과 신화라는 이름을 붙인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책이 나왔다.

대한민국 맛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황교익 저자가 쓴 신간인데,

"맛 칼럼니스트로서 내 역할 중 하나는 대중의 관성화된 미각을 흔드는 것이다."라고 말한 소개처럼 그동안 별다른 의문이나 부정없이 먹고 즐겼던 음식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마구 던져볼 수 있었다.

이젠 하나의 트랜드가 된 먹방이라는 컨텐츠는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아마 나왔다하면 눈을 뗄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 참 많을 것이다.

이젠 1인 미디어까지 열기를 더해 인플루언서들의 먹방도 한몫했고.

나는 유명한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버들은 찾아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나 사실 많이 보진 않아서 누가 얼마나 유명하고 어떤 프로그램이 핫한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황교익이라는 맛 칼럼니스트는 분명 기억이 나는데 그런 그가 대한민국 음식과 기억, 추억, 역사를 어떻게 연결해서 신화로 풀어내는지 읽어봤다.

 

 

 

치느님 치느님 맛없는 치느님

-많이 주어진 음식이 왜 맛있을까

-한국인이 치킨을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국인 개개인이 저마다의 독립된 기호를 바탕으로 치킨 맛을 판단하는 결과이고, 그 낱낱의 기호가 결합을 이루어 '한국인은 치킨을 좋아한다'는 집단의 기호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참으로 순박한 일이다. 집단이 처해 있는 먹을거리 확보 사정이 개개인의 기호를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인간 집단이 어떤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할 것인지 판단하는 데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 하나가 '집단의 구성원에게 넉넉하게 주어질 수 있는 음식인가' 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 소속 집단에게 많이 주어진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하게 되어 있다. 이는 인간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

-'많이 주어진'이라는 조건은 그 집단이 처한 자연과 사회, 경제적 여건 등에 의해 결정된다.

-세계에서 가장 맛없는 닭으로 튀겨지는 치킨

-"떡볶이 맛없어요."

"치킨 맛없어요."

이 말을 한 5년 넘게 하였다. 내가 처음 한 대중 강연의 제목이 "당신의 미각을 믿지 마세요"였다. 맛 칼럼니스트로서의 내 역할 중 하나는 대중의 관성화된 미각을 흔드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도 내 일이지만 그런 일은 다른 분들도 많이 하고 있으니 나는 '관성화된 미각 흔들기'에 집중하였다.

한국의 소울 푸드하면 떠오르는 두 강자, 떡볶이와 치킨.

떡볶이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 분식음식이고 치킨은 치느님, 치느님하면서 배달음식의 1순위 인기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어느새 프랜차이즈 떡볶이는 16,000원이 기본가이고, 치킨은 2만원 시대에 도입했다.

그런 대한민국의 음식 시장 앞에서 자신 있게 떡볶이와 치킨을 싫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난 떡볶이는 좋아하고 치킨은, 글쎄, 피자를 좋아하는 파이다.

근데 왜 사람들이 치킨에 열광하는지 그저 고기니까, 튀김이 맛있으니까, 원래 먹던 음식이니까 정도로 생각했으나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에서는 좀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았다.

'많이 주어졌다'는 조건 하에 인간 집단에서 다같이 먹는 음식이라는 점, 그리고 집단이 처해있는 먹을거리 사정이 역으로 개개인의 기호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국의 치킨이 실제로 더 맛이 없어도 치킨! 치킨!을 외친다는 거다.

치킨을 안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이 사회에서 이런 문화가 숨겨져 있었다니.

이젠 좀 더 자연스럽게, 그리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신기한 눈초리를 보내며 "나는 치킨 별로인데"를 외치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언제 어디서든 똑같은 비빔밥을 먹게 된 까닭

-스스로 맥도날드화된 비빔밥

-비빔밥을 궁중음식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존재하며, 이들 탓에 비빔밥이 고착 현상을 보여 결국은 단 한 종류의 비빔밥으로 전국 통일을 이루어가고 있어 그 안타까움에 이러는 것이다.

-여러 재료를 밥 위에 동그랗게 둘러서 내는 고착인데, 이걸 두고 오방색에 맞추니 어쩌니 한다. 이 구성을 따르니 비빔밥의 계절성은 버려졌고 식당마다의 개성도 잃었다.

-한국의 슬로푸드라고 내세우는 비빔밥이 프랜차이즈 사업과는 무관하게 스스로 맥도날드화한 것이다. 조선의 궁중음식이고 전통이니 이걸 지켜야 한다고 너무 깊게 고집한 탓이다.

전주에 가서 직접 먹어본 비빔밥.

조금 비싼 감은 없지 않아 있지만 (시중에서 식당에서 파는 비빔밥과 비교하여)

비빔밥에 들어간 다양한 식재료들, 그리고 끊임없이 나오는 밑반찬들의 향연에 수긍하며 맛있게 먹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비빔밥은 구글에 치면 나오는 바로 그 사진이 맞다.

하지만 역시 비빔밥도 지역마다, 계절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게 먹는 음식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갔다.

한식의 세계화가 결국 비빔밥의 맥도날드화를 만들었다는 발상이 새로웠다.

무엇이 진짜인지는 독자의 몫이지만 진짜 세계화, 진짜 한국화, 진짜 K-pop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에는 치킨, 떡볶이, 떡국, 비빔밥, 냉면, 소고기, 칼국수, 그리고 천일염까지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나 유래도 있고, 요즘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함께 주었다.

역시 읽으면 읽을수록 "그 음식이 왜?", "원래는 어떻게 먹었다고?" 등등 질문들이 쏟아지는데 그래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사실인지 허구인지, 무엇을 믿을지는 역시 다시한번 말하지만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그만큼 음식과 문화, 그리고 더 넓게는 신화가 되는 커버리지에 또 한번 놀라며, 음식에 대한 순수한 관심으로 돌아가본다.

*이 글은 지식너머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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