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이채훈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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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는 진심 단련된다"

 

 

광고하는 사람들은 아마 알 것이다.

광고가 광고가 아닌 크리에이티브의 싸움 속 세계 3대 광고제 수상 경력,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경력, 그리고 이 거친 바닥에서 20년이나 일한 사람이 얼마나 탄탄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지를!

분명 이런 광고 기획자는 날 떄부터 타고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저자는 단연컨대 첫 카피부터 아니라고, 단련된다고 말한다.

단련이라.

단련, 단련, 단련,

나는 광고인이 쓴 책은 왠만하면 읽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박웅현, 김민철, 김하나, 유병욱, 이채훈...

막상 기억나는 국내 저자들을 써보니까 별로 많지 않네. 일단 유명한 번역서는 빼고 말이다.

이채훈 CD는 자신의 습관이나 리츄얼을 녹여서 어떻게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단련시켰고, 어떤 결과물을 내고 있고, 그래서 우리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누구나 인사이트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정말 그럴까?

박웅현 CD의 책에서 봤는데 입사 후 광고제를 휩쓸고 일 잘하던 사람은 지금 이 판에 없다고 했다.

반면에 지금은 CD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박웅현을 생각할만큼 유명한 이 사람은 계속 남아있다.

처음엔 결코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가 포인트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터인데 그 비법을 알고 싶어서 매일 생각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인문학을 하면 밥이 나오냐는 질문에, 인문학을 하면 밥이 맛있어집니다- 라고 했던 것처럼

크리에에이티브를 공부하면 일이 재밌고, 영화가 재밌고, 산책이 재밌고, 일상이 재밌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크리에이티브하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내다보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설득력 있는 달변으로, 빵빵터지는 입담으로, 핵심을 짚는 키메시지로, 가독성 있게 깔끔하고 비쥬얼적인 디자인으로 일 잘하는 사람이 있다.

솔직히 남을 부러워하면 안되는데 그럴 때마다 나의 한계를 느끼고 정말 부럽다.

여기는 솔직한 공간이니까 말한다.

진짜 부럽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고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배우고 싶다.

그럴 때마다 나는 좌절하지 않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경험은 힘이 쎄니까 하다보면, 꾸준히 가다보면, 뜨거운 불에 단련하다보면 결국 무엇인가 만들어지겠지.

그러기 위해선 단련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촉각을 예민하게 일상 생활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잡고, 노래를 들어도 왜 좋은지 생각해고, 베스트셀러 책이 나오면 제목이나 표지까지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보다 앞선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가기 위해 책을 많이 많이 읽는다. 계속 읽는다.

이렇게 서평도 써보고 생각을 정리해서 에빙의 망각 곡선을 더디게 머리속에 담아 본다.

이름만 들어도 벅차오르는 칸 광고제 (이제는 크리에이티브 수상제)를 매년 챙겨보고 어느 브랜드가 어느 부분에 수상했는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시작해서 솔루션을 만들었는지, 어떤 하나의 메시지를 끌고 갔는지, 그래서 어떤 results로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었는지 고심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만든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전시회를 가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여행을 가고 산책을 하고 드로잉을 하고 공부를 하고 산다.

그래서 오늘도 단련, 단련, 단련이다!

 

 

 

 

-나를 두근거리는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은 소소한 습관이었다.

-소소한 행동들을 연결해서 꿰다 보니 그 자체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는 나만의 '단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새벽마다 본 영화는 상상력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주었고, 매일 아침 스크랩한 종이 신문은 아날로그적 정서를 잃지 않으면서도 변화에 대응하는 감각을 길러주었다. 카페에서 들었던 가슴을 후벼파는 음악들은 시제 광고의 배경음악이 되었고, 산책 중에 담아낸 풍경들은 광고의 신 scene 으로 다시 태어났다. 인스타그램은 트렌드 이면에 감춰진 결핍을 채우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서점은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내주었다.

-누구나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다.

-대상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순수한 마음, 남들보다 더 집요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세심한 눈, 그 생각과 관찰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부지런한 손, 기록한 내용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보는 머리,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멈추지 않고 반복할 수 있는 몸만 있다면 누구나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머리부터 마음까지 하나가 되어 꾸준히 실행해나갈 때 비로소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힘 있게 나가는 프롤로그.

이 작은 분량 속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오롯이 다 담겨있다.

누구는 머리말과 목차를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읽는다.

누구는 책 읽기 전에 목차만 2~3시간 읽어보라고 하는데 그렇게는 못하겠다. 빨리 책을 읽고 싶어서.ㅎㅎ

그래, 우리는 누구나 크리에이티브하고 그렇게 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솔직한 것은 그게 결코 쉽게 된다는 건 아니다.

방법이 심플할 뿐이지 꾸준히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 수많은 방법 중 이채훈 CD만의 방법이 여기 들어 있었다.

 

 

 

 

 

-쇼핑유발자의 쇼핑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은 깨어 있는 시간의 20퍼센트를 자기 분야의 콘텐츠로 소비하는 데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알바를 하던 시절, 가게에 있는 비디어는 죄다 본 영화 마니아였다고 한다. 유명한 유튜버들도 이름을 알리기 이전에는 다른 유튜버들의 채널에 푹 빠져 있던 '유튜브 덕후'였다.

뛰어난 화가가 되려면 그림을 많이 그려보기도 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그림도 많이 보고 사보기까지 해야 한다. 광고인도 똑같다. 남의 공고에 넘어가봐야 더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결코 통찰력이 생기지 않는다. 일정한 지식과 경험이 누적되어야 생각이 힘을 낸다. 그래서 경험을 누적하기 위해 오늘도 모바일 쇼핑 창을 이리저리 건너며 신박한 카피에 걸려들어본다. 내일도 같은 값일지 모를 '오늘만 특가'에도 넘어가본다. 쇼핑에 유발당한 만큼, 더 잘 유발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덕후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사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을 대충 지나치지 않고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메모하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 하나의 소재를 두고 다각적으로 접근해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두는 것이 좋다.

관찰은 생각의 확장을 불러온다. 어떤 대상을 관찰함으로써 생각이 일어나기 시작해 그 대상에 연결된 수많은 단어와 이미지로 퍼져나간다. 어쩌면 브레인스토밍의 시작이자 끝이 관찰 아닐까? 또 자세히 관찰하고 분석하다 보면 그 대상의 이면에 숨은 본질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표면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세잔이 사과에서 얻은 '유레카'처럼 말이다.

-과연 무언가에 열렬히 빠져본 적 있는 사람이 다른 일에서도 열정을 불태울 확률이 높다.

-산책을 하다가 독약을 발견했다

-크리에이티브의 힘을 키우는 기본 중의 기본은 관찰이다. 산책만 잘해도 새삼스럽고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생각은 산책 중에 많이 태어난다.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무작정 밖으로 산책을 떠나보자.

-가만있는 천재는 없다

-... 두 레전드 선수의 일화는 타고난 크리에이터는 없다는 생각으로 연결됐다.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도록 생각 근육을 꾸준히 스트레칭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에 얼마나 중요한지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후 나 역시 잠시도 내 머리를 가만두지 않게 되었다. 책을 읽든지, 영화를 보든지, 전시회를 다녀오든지, 뭔가를 끄적거리든지, 어떤 식으로든 생각의 근력을 키우기 위한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그렇게 묵묵히 행한 스트레칭은 의미 있는 인풋으로 뇌리에 박혔고, 중요한 순간 크리에이티브한 발상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천재라 불리는 선수들조차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는가? 뭐라도 하자. 어디로든 몸을 움직여보자.

음, 역시 재밌다!

광고인이 쓴 책은 카피를 많이 써서 그런지 쉬우면서도 명확하고 재밌다. 그리고 생각할 거리들을 마구마구 준다.

결국 포인트는 이거다.

관찰하기, 무언가를 깊이 좋아해보기, 산책하기, 꾸준히 하기.

무언가를 깊이 깊이 좋아한 사람은 확실히 애정이 느껴진다. 이건 누가 시켜서도 못한다.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잘만큼 좋아해본 사람만이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어떤 요소가 두근거리게 하는지 분명히 안다.

보는 것은 중요하다.

눈으로 보고 귀로도 듣고 입으로도 말하고 쪼개도 보고 나눠도 보고 기존과 연결해보고 본다는 것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

보고도 못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누구나 생각하는거 아니야?라고 하지만 누구나는 1사람 또는 1개의 팀이다.

누구나가 누구나가 아닌 거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거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공감의 요소다.

왜냐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라는 말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산책도 좋다.

머리속이 복잡하고 너무 일이 많을 땐 오히려 한 템포 쉬어가는 망중한 휴식이 필요한 법.

게다가 여기엔 안나왔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명상도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눈을 떠도 된다), 앉아서 (서서 해도 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하면 끝.

자기만의 강력한 습관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느끼는 요즘, 꾸준히 꾸준히 해본다.

좋은 아웃풋의 비결은 좋은 인풋.

좋은 것을 많이 많이 넣는다.

이해하든 안하든 많이 넣는다. 그리고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재밌게 즐기면서 한다. 끝.

이것도 심플하네.

내 생각에 가성비 가장 좋은 인풋 중 하나는 단연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손에 들기만 하면 된다.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한지 2년에서 3년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책이 얼마나 중요하고 좋은지는 안다.

예전에 아무리 아무리 읽으려고 노력해도 일년에 몇 권 못 읽었는데 이제는 새벽에 자야하는 시간에도 놓치를 못하고 수면시간을 뺏겨가면서 산다.

아마 이러다가 잠시 멈추고 숙성시키거나 권태기가 오거나 더 재밌는 것이 생기거나 아니면 평생 읽거나 다양한 변수들이 생기겠지만

지금 이 순간들 만큼은 책이 좋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저자처럼 기복 없는 아웃풋의 비결은 좋은 인풋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써봐야 생각을 써먹을 수 있다

-생각을 하는 것과 생각을 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어설픈 연필 자국이 뚜렷한 기억을 이긴다. 생각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손을 움직여 기억을 잡아채는 손맛이다. 손맛이 생각의 상차림을 바꿔놓는다. 나는 머리보다 손을 더 믿는다. 머리만 굴리지 말고 펜을 굴려보자.

생각을 글로 써놓으면 언젠가 써먹을 확률이 높아진다. 불현듯 떠오른 좋은 생각이 있다면 머릿속에 가두어두지 말고 꾹꾹 눌러 써내자. '그때 적어둘 걸'처럼 바보 같은 후회는 없다. 세상을 바꿀지도 모를 생각 덩어리를 당장 글로 남겨두자. 흩어지기 전에. 휘발되기 전에.

-좋은 음악일수록 손으로 잡아야 제맛

-재미있게도 샤잠 앱은 내가 '샤잠'한 노래를 남들은 몇 번이나 샤잠했는지 그 횟수를 보여준다. 최근 샤잠한 수프얀 스티븐스의 <Visions Of Gideon>은 샤잠 횟수가 25만 회나 된다. 샤잠 횟수가 높을수록 '그래 이렇게 좋으니까 전 세계 사람들이 이 노래 뭐지? 하면서 갖다 댔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날의 포획이 더 뿌듯해진다.

-책 쓰기는 진심 단련된다

-책을 쓰는 동안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책이 나올 시점에는 한 번 더 바뀐다. 8개월은 내게 인내와 단련의 시간이었다. 매일 새벽녘 식탁에서, 퇴근 후에는 동네 카페에서, 주말에는 나의 아지트 카페를 돌며 틈틈이 생각과 글을 모았다. 그러면서 말 그대로 무언가가 '단련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40대 중반이 되도록 이렇게까지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을 했던 일이 있었나. 내가 평생의 업으로 여기며 해왔던 광고 일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

Sufjan Stevens - Visions of Gideon (Call Me By Your Name OST)

https://www.youtube.com/watch?v=IDgR3FNlsUM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책 진짜 재밌다.

아재감성을 가진 40대 CD님이 쓴 이 책은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잡는 법, 그리고 자신이 아이디어를 만드는 법, 그리고 살아가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와 생각하는 방법들에 대한 책이다.

책 목차만 봐도 무슨 내용일까? 궁금증을 만들어내고 일단 라임들이 딱딱 맞는다.

이 크리에이티브의 상징, 노란색 표지의 깔끔한 책을 곁에 두고 종종 읽어야겠다.

마지막으로 노래 찾아주는 어플, 샤잠! 을 통해 실제로 자신이 샤잠한 노래라든지 평소 눈여겨 봤던 곡을 실제 광고 CF음악으로 활용한 얘기도 해주는데 기억에 남는다.

나도 재밌게 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Call Me By Your Name>의 OST였구나!

이것도 좋아서 한동안 1곡 반복으로 많이 들었다.

감성적인 이 곡을 들으면서 오늘도 단련, 단련, 단련이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더퀘스트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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