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두 번 봐도 재미있는 스펙터클 영화사 만화로 보는 교양 시리즈
에드워드 로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다른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영화 덕후를 위한,

영화감독도 잘 모르는 영화 같은 영화 이야기"

 

 

1. 눈: 이전엔 절대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

2. 신체: 여성은 관찰되고 남성은 시험된다

3. 세트와 건축: 비유이자 살아 숨 쉬는 존재

4. 시간: 환상을 조작하는 능력

5. 목소리와 언어: 그의 말은 신의 말과 같다

6. 힘과 이데올로기: 대중이 보는 것과 보지 않아야 하는 것

7. 테크놀로지와 테크노포비아: 희망과 악몽 사이

 

 

 

 

 

개인적으로 '다른' 출판사의 책을 참 좋아한다.

'다른' 이라는 멋진 이름만큼 세상에 다른 책들을 많이 출간해주고 있는데 글쓰기나 작가관련 책 뿐 아니라 교양이나 인문, 참여적 책들도 많아서 항상 생각할 거리들을 준다.

이번 책은 바로! 영화 덕후의, 영화 덕후에 의한, 영화 덕후를 위한 책이 나왔다.

<만화로 보는 두 번 봐도 재밌는 스펙터클 영화사>인데 100년의 영화사를 통해 무려 300편의 영화를 압축한 진짜배기 영화책이다.

책 표지만 봐도 우리가 알법한 유명한 작품들이 그려져 있고, 이 책 속에는 진짜 매니아만 알듯한 영화 대사와 표현기법, 그리고 장면들이 숨어 있다.

나는 책, 영화, 미드,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이 책에 더 관심이 갔다.

많이 볼 때는 영화를 1 년에 200편 이상 봤었고(그럼 한달에 평균 16편이다!), 바쁠 때도 한달에 4편 이상은 꼭 보는 편이라 1년에 50편 정도는 보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겸손한 마음이 절로 나온다.

아직 내가 모르는 영화, 모르는 감독, 유명하지만 몰랐던 사실들이 참 많구나.

역사적인 옛날 고전 영화들도 많이 알려줘서 이번 기회에 더 열심히, 그리고 숨은 의미를 찾아가며 재밌게 보고 싶다.

그리고 이 <만화로 보는 두 번 봐도 재미있는 스펙터클 영화사> 책에는 기억하고 싶은 밑줄 긋는 문장, 명언들이 많이 나온다.

거장의 클래스가 느껴지는 농도 짙은 고수의 향연들 속에 오늘도 메모, 또 메모하면서 기억해본다.

 

 

 

 

 

"눈: 이전엔 절대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 "

 

 

-100여 년 전, 최초로 빛이 스크린에 닿은 순간부터 영화는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영화학자, 프란체스코 카세티는 이렇게 말했지요. "영화는 우리의 시각이 지닌 잠재력을 일깨워 회복시켜줌으로써 자유롭게 한다."

-이는 초기 영화감독들 사이에서 보편적인 정서였습니다. 그들은 카메라가 현실을 조명하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카메라 렌즈는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으며 도덕과 편견이 없는 눈이다." -장 엡스탱 감독(카세티의 책에서 인용)

-이는 순진한 주장입니다. 분명히 카메라는 세계를 새롭게 밝혀줄 수 있지요. 그러나 강력한 기만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 이러한 기법들은 "관객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마법처럼 술술 풀리는 밀폐된 세계"를 만들고 내러티브를 중심에 두어 관객이 영화에 몰두하도록 합니다. (멀비)

-황금기 절정에 제작된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창>(1954)은 관음증과 폭력에 관한 이야기에 관객을 몰입시키기 위해 이러한 고전적 기법을 두루 사용했습니다.

-내러티브 영화는 대체로 영화 속 세상을 비추는 자연스럽고 객관적인 창이 되지 못합니다. 보통은 관객으로 하여금 남성 주인공에게 이입해서 "그의 불편한 시선을 공유하도록" 하지요. (멀비)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대부분의 영화가 추구하는 몰입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관객이 다시 관여해야 하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냥 경험하는 것이 아닌 연구가 필요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맥도널드)

-주관적 관점은 공포 영화의 주요 요소입니다. 피터 허칭스도 "눈은 공포 영화를 위한 주요 기관"이라고 말했지요.

-오늘날에는 점프 컷, 줌, 분활 화면 등 여러 시각 효과가 사용되어도 관객은 눈도 깜짝하지 않습니다. CGI와 3D 같은 기술은 내러티브 영화를 "본다기보다 그 속에서 사는 것"으로 재정의했습니다. (부캣먼)

-영화의 힘은 계속해서 인간의 시각이 잠재력을 펼치도록 도와주고 "우리가 이젠엔 절대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줍니다. (카세티)

영화가 재밌는 건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는 내가 본다고 믿었던 것, 그리고 안다고 믿었던 것을 재정의할 수 있고 내 감정의 끝의 끝의 끝까지 가서 진짜 깊이있게 느껴보고, 또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잠시나마 살아보게 만든다.

이건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 그리고 책을 읽고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이다.

예술 그림의 발달도 카메라가 나오기 전과 후가 다를 만큼 초기에는 우리 눈으로보는 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지가 관건인데 영화도 역시 마찬가지인가보다.

그리고 그 영화의 눈은 감독이 구도한 앵글 안에서 어느정도 제한적인 한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펼쳐준다.

아직 비메이저, 또는 백인 남성의 주류인 사회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불편한 점은 많으나 세상은 점차 변하고 있다고 믿는다.

바로 뒤 챕터 "2. 인체: 여성은 관찰되고 남성은 시험된다"에도 나오지만 스펙타클 영화사에서 바로 이 점을 짚어주어서 참 고마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영화는 결국 우리에게 볼 수 있는 힘, 관찰하는 힘을 준다.

이게 바로 더 많은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인풋을 넣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시간: 환상을 조작하는 능력"

 

 

-19세기 말, 움직이는 이미지를 포착하고 보여주는 방법을 발견한 건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예술과 문학 역사상 처음으로 시간의 자취를 사로잡을 수 있는 수단"을 찾았지요. (타르콥스키)

-영화감독들에게 시간은 매혹적인 주제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의 사색적인 계절의 변화부터 <롤라 런>(1998)의 시계가 째깍거리는 긴장과 <파이트 클럽>의 복잡한 플래시백 구조까지, 영화는 우리 자신의 시간에서 벗어나 시간을 조사하고 탐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타임 리프는 아마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등장하는 오프닝 시퀀스일 것입니다. 인류의 여명을 보여주는 이 장면에서 유인원은 도구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공중으로 날아간 이 뼈다귀를 찍은 숏은 수백만 년 뒤 지구를 도는 우주선이 나오는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박찬욱의 <올드보이>(2003)는 긴 복도에서 펼쳐지는 싸움 전체를 하나의 롱 테이크로 보여주어 미묘하게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라는 매체 특유의 방식 덕분에 우리는 시간을 실험하고 앞뒤로 건너뛰며 일생생활을 지배하는 연대기적 시간에서 벗어나 '시간 밖에서' 우리의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타르콥스키가 가장 잘 표현했듯이 우리는 "잃어버렸거나 지금 보내고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시간 때문에" 극장에 갑니다.

"영화는 다른 예술과 달리 한 사람의 경험을 확장하고 강화하며 응축한다.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길게, 아주 더 길게 만든다."

영화와 시간이라는 주제로 이 챕터를 읽었는데 단순히 타임리프나 백 투더 퓨처, 과거로 넘어가는 이야기, 또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야기 뿐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를 편집하고 늘리고 점프할 수 있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영화를 알려주었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영화 속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주인공이 힘들면 나도 힘들고, 주인공이 슬프면 나도 슬프고, 주인공이 기쁘면 나도 기쁘다. 그리고 주인공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면 우리는 그 공백을 상상할 뿐 함께 러닝타임도 빠르게 흐른다.

이 영화 속 시간의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아서 더 재밌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말이 참 멋있다.

"영화는 다른 예술과 달리 한 사람의 경험을 확장하고 강화하며 응축한다.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길게, 아주 더 길게 만든다."

한 사람의 경험을 시간과 속도, 깊이와 넓이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

이 <만화로 보는 두 번 봐도 재미있는 스펙터클 영화사> 를 읽다보면 정말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를 경험한 사람이 쓴 책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래픽 노블이라 꽤 잔인한 장면들도 에드워드 로스만의 특유의 그림체로 넘어가며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영화를 역사와 주제와 장면마다 쪼개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진짜 영화광이 되기 위해 나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껴야겠다.

*이 글은 다른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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