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다는 건 - 장애인공동체 마을로 간 청년 노엘과 엉뚱한 이웃들 장애공감2080
미카엘 로쓰 지음, 김신회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넘어진다는 건> 책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픽 노블이다보니 단숨에 읽을 수 있는데 중간 중간 울컥해서 호흡을 잠시 멈추고 천천히 보게 되었다.

독일의 장애인공동체 '노이에어케로데'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주인공 노엘과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장애인공동체 마을은 실제로 있는 곳인데 저자 미카엘 로쓰가 2년 가까이 매주 3~4일 이상을 이 마을에서 지내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처음으로 혼자가 된 노엘, 그리고 혼자가 아닌 노엘을 만들어주는 멋진 사람들.

열린태도,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독일에서 온 이 재밌는 그래픽 노블 <넘어진다는 건>을 펼쳐본다.

 

 

 

 

 

주인공 노엘이 엄마와 헤어져 장애인마을로 떠나게 되는 계기이자 시작이다.

영원히,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노엘의 엄마 '오마'는 어느날 쓰러져서 화장실에서 발견되고 노엘이 가까스로 응급실에 신고하지만 의식불명이 되어 노엘은 혼자 남겨진다.

아마 장애인(장애인이라고 부르면 괜찮을지 조심스럽다, 혹시라도 이 글에서 정정이 필요할 경우 가감없이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린다)을

자녀로 둔 부모님의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질 자식일 것이다.

담요를 뒤집어 쓰고 아무것도 모른 채 병원을 터덜터널 나가지만, 아마 노엘은 모든 것을 느끼고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젠 혼자라는 걸.

세상은 이제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그래도 다행히 노엘은 갈 곳이 있고 함께할 사람들이 생겼다.

바로 독일의 장애인공동체 마을인 '노이에어케로데'가 새로운 삶의 장소이다.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노엘만큼 엉뚱한 이웃들을 만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는, 숫자와 정확성을 아주 중요시하는 '발렌틴'이 식사 시간이 되어 떠나버리자 노엘 혼자 한 할머니 곁을 지키며 숲에서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착한 심성을 보여주는데 할머니께서 발렌틴을 두고 버릇없는 녀석이라고 하자,

"나쁜 애 아냐. 그냥 정확한 걸 좋아하는 거야." 라고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장면이다.

노엘에게는 너무 당연한 생각으로 한 말이겠지만 내가 발렌틴이라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든 것을 떠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으로 들여다보면 때로는 날선 기분의 하루가 있고 도무지 이해못할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만약 발렌틴처럼 어디론가 급히 떠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렇다면 난 이해가 가겠다.

하지만 과연 그 맥락까지 깊게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도 물론 쉽지 않고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 특히 아무 연고없이 지나치는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길 거리 사람들에게 당하는 피해는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별거 아닌 하루를 별거 아닌 일들로 망쳐버리기 전에, 나도 노엘과 같이 마음의 문을 열어보고 싶다.

 

 

 

 

 

이 에피는 어디론가 버스를 타고 슝슝가버리는 노엘.

버스를 타려면 장애인등록증이 필요한데 노엘은 그냥 타기만 할거라고 막무가내로 타려고 한다.

그때 불쑥 나타난 앨리스가 노엘을 자신의 보호자라고 말해주며 함께 자신의 집으로 떠난다.

얘기를 하던 중 간질증세가 있는 앨리스는 갑자기 쓰러지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알고보면 마음이 여린 앨리스는 과연 노엘과 저엉기~ (전기ㅎㅎ)가 통할 수 있게 될 것인가!

이게 또 이야기의 묘미가 된다.

앨리스의 마음도 모르고 페넬로피만 외쳐대는 노엘의 차도남 같은 이 무심함.

앨리스 혼자 방에서 토토로 인형을 끌어안고 흑흑흑흑 우는데 내가 가서 위로해주고 싶었다.

 

 

 

 

이 장애인공동체 마을의 배경은 독일인데 이르마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도 역사의 산 증인으로 기억에 남는다.

나치 시절,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오빠와 떨어져살면서 가끔 예배시간에만 만날 수 있었는데

"이르마, 버스에 타라고 하면 절대로 타면 안 돼. 약속해!"라는 말을 남기고 다신 만날 수 없었다.

이르마 할머니는 뒷산에 숨어서 겨우 목숨을 부지했지만 오빠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도 어린 시절이 있었겠지 라고 생각하면 너무 당연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상이 잘 안 간다.

그 시절은 어땠을지, 그리고 젊을 적 어르신 분들의 삶은 어땠을지 지금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나이가 들겠지하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다.

나치 정권의 역사가 안타깝고 그런 세월을 지난 사람들이 너무 안타깝다.

하나의 지나가는 에피로 들려주는 이르마 할머니 얘기이지만 그 시대 사람들에게, 만약 이유나 목적도 모르고 추종하던 사람들까지 어떤 잣대로 봐야할지 혼란스럽다.

부정의한 역사와 잘못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넘어진다는 건>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마지막 "넘어지기를 배우다" 에피.

앨리스는 노엘에게 장난을 치지만 노엘은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둘은 유도반으로 같이 운동을 하기도 하는데 앨리스가 박력있게 노엘을 넘어뜨려 버린다.

그리고 하는 말은 "축하해."

생일에는 많은 뜻이 담겨있다.

나이가 들면서 어릴 적 생일의 설렘과 기대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특별한 날임은 확실하다.

일상이 바빠서 중요한 포인트들을 놓치고 지나가지만, 그래서 정작 본인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앨리스는 아니다.

노엘이 먼저 알려준 적도 없고, 저렇게 먼저 생일을 말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도 전혀 입도 뻥긋 안하는데

앨리스는 생일 축하한다고 멋지고 감동적이게 말해준다.

노엘에게 이어서 하는 말은 "많이 나아졌네, 넘어지는 거 말이야."

그리고 노엘은 답한다.

"나도 알아, 배우면 된다는 거."

바로 이 장면이 볼 때마다 울컥 감동적인 부분이다.

이 둘은 아마 살면서 많이 넘어지겠지만 그만큼 일어서는 법을 누구보다 잘 배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넘어져도 배우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 드문데 이미 이것을 알고 있다는 시작점부터가 남다른 것이다.

 

 

 

 

 

이 이야기는 그래픽노블이지만 놀랍도록 실제다.

그리고 독일의 장애인공동체 마을이 탄생 150주년을 맞이했다니 더욱 뜻깊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없이,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차별없이, 남과 다름이 틀림이 아닌 세상을 만들기에 이런 책들은 더욱 소중하다.

노엘과 장애인공동체 사람들을 응원하며, 그리고 제 2의, 제 2의 공동체 마을을 응원하며.

*이 글은 한울림스페셜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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