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 현대지성 클래식 8
작자 미상 지음, 르네 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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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3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디즈니 실사판 영화 <알라딘>이 개봉했다.

물론 나는 나오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가서 늦은 시간이지만 <알라딘>을 감상했고 주변 사람들과 "프린스 알리"를 부르며 자스민, 지니, 알라딘의 짱팬이 되었다.

영화 <알라딘>은 곧 한국에서 천 만 관객을 찍었고 지금까지 인기에 힘입어 상영 중이다.

거의 십 년만에 나온 '토이스토리4'도 1위를 강탈하지 못했고, 디즈니 인기를 이어갈 실사판 '라이온 킹'도 비욘세의 막강한 존재감을 뿜어냈지만 결국 1위는 알라딘!

나는 개봉하는 영화는 거의 다 봤는데 알라딘과 토이스토리가 제일 재밌었다!

영화 <알라딘>은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결말과 이야기들의 매력이 있다.

좀도둑 알라딘을 품어주며 'Speechless'를 외치는 강인한 여자 술탄, 자스민!

재밌는 유머 코드들이 심어져있어서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제 영화 <알라딘>을 재밌게 봤다면, 당연한 수순으로 원작의 책을 통해 깊은 맛을 느껴봐야 한다.

아주 어렸을 때 만화로? 또는 가벼운 내용의 텍스트로 '천일야화'를 읽어본 듯하다.

하지만 기억은 가물가물했는데 이번 기회에 영화와 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서 재미와 감동까지 꼭꼭 담아가야겠다.

현대지성 클래식 8번째 시리즈로 <아라비안 나이트> 개정판이 나왔다.

알라딘, 지니, 신밧드, 알리바바의 오리지널 이야기가 '르네 불'의 삽화를 통해 신비롭고 기묘한 천일밤의 환상 속으로 이끈다.

영화 <알라딘>을 재밌게 봤다면, 디즈니의 팬이라면, 옛날 옛적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민담과 설화에 끌린다면 <아라비안 나이트>도 꼭 읽어봐야 한다.

가볍게 영화 포스터와 OST를 들으며 시작해본다.

 

 

 

 

 

-1장 아라비안 나이트의 시작

고대 페르시아의 사산 왕조 연대기를 보면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기로 이름이 난 한 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왕위 계승자인 큰아들 샤리야르는 왕처럼 아주 덕망이 높았고, 작은 아들 샤스난 역시 그에 못지않은 덕성을 지니고 있었다.

-왕비가 적과 내통하며 자신을 배신할 음모를 꾸미고 있지 않은가. 그는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황비는 타타르 왕이 형제와 함께 사냥을 나가고 없는 줄 알고 수행원들과 함께 그의 창문 가까이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는 황비가 동행한 사람들과 반역의 음모를 꾸미며 밀담을 나누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형수님께서 언제 형님을 배신할지 모르니 그에 대해 형님에게 경고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동생에게서 끔찍한 소식을 전해들은 황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즉시 황비와 공모자들을 처형하라고 명했다. 이러한 가혹한 조치를 취한 후 어떤 여자도 믿지 못하게 된 황제는 앞으로 결혼하게 될 여자들이 그와 같은 배신을 하지 못하도록 결혼을 하고 하룻밤을 지내면 다음날 아침에 목을 졸라 죽이기로 결심하였다. 스스로 이러한 잔인한 법을 지킬 의무를 부여한 황제는 타타르 왕이 떠나는 즉시 이 법을 시행하기로 맹세하였다.

-"언니," 하고 디나르자드가 말했다. "금방 헤어져야 하는데 헤어지기 전에 언니가 읽은 이야기 중에서 재미있는 거 하나만 얘기해줘. 아! 그런 즐거움을 갖는 건 이게 마지막이 될 거야."

... 셰에라자드는 동생에게 잘 들으라고 말하고는 나중에는 황제를 향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작자 미상의 <아라비안 나이트>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지금까지 남이있는 시간의 힘이 있다.

어느 두 형제 왕은 각자 왕비에게 배신을 당한다.

특히 동생은 형도 배신당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위안을 얻으며 기운을 차리는데, 황제 형이 하도 캐묻자 이 사실을 알려주고 결국 형 샤리아르 왕은 부인을 즉시 처형하고 그 후 만나는 여자들도 단 하룻밤만 함께할뿐 모두 죽이겠다는 엄명을 내린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정책이지만,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감안하고 이 사단을 어떻게 이겨낼지 두고보게 된다.

재상의 똑똑하고 꾀 많고 아름다운 딸 '셰에라자드'는 자진해서 왕을 만나겠다고 하고, 이 유명한 1,001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3장 상인과 지니 요정

-엄청나게 큰 지니 요정이 커다란 칼을 휘두르며 몹시 격분하여 다가왔다. 그리고는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상인에게 말했다.

"네가 내 아들을 죽인 것처럼 이 칼로 널 죽여주겠다!"지니 요정이 무섭게 고함을 쳤다.

-"그 뒷이야기는 더욱더 흥미진진하단다. 황제께서 오늘 날 죽이지 않고 내일 아침까지 그 뒷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다면 해줄 수 있을 텐데."

-황제는 평상시대로 업무를 보며 하루를 보낸 후 밤이 되자 셰에라자드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날이 밝기 전, 셰에라자드가 황제의 허락을 구하기도 전에 지니 요정과 상인의 이야기를 계속하라고 명했다. 이에 셰에라자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니 요정님, 부디 노여움을 잠시 푸시고 제가 겪어온 제 인생 얘기와 여기 보이는 암사슴에 관한 얘기 좀 들어주십시오. 만일 제 얘기가 상인이 겪은 일보다 더 놀랍고 흥미롭다면 상인이 저지른 죄를 반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 제안에 지니 요정은 한참 생각을 하더니 마침내 대답했다. "그렇다면, 좋다. 그렇게 하지."

와! 이 유명한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에서 요정 지니가 이렇게 큰 일을 할 줄이야!

굉장히 앞단에서 이야기를 풀며 흥미를 만든 중요한 소스였다.

<아라비안 나이트> 책 속에서 황제와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 속에 '상인과 지니 요정'을 들려준다.

그런데 그 이야기 속 '지니'는 상인을 벌하려고 하자, 상인이 '첫 번째 노인과 암사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위기를 넘어가려고 한다.

이렇게 촘촘한 이야기와 구성이 숨어있다니.

나는 결국 못참고 1,001일이 아니라 2일만에 26편의 천일야화 이야기를 다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의 묘미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상상하는 힘이다.

삽화가 르네 불이 재해석한 지니는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시커멓고 덩치 큰 야수같은 이미지였구나!

우리가 만나는 지지는 머리도 말총머리로 깜찍하게 올리고 펑! 터져서 나오는 파란 몬스터 같은 느낌인데 말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삽화를 눈여겨 보면서 계속 계속 머릿 속으로 상상해나가면 이야기와 밤은 더 깊어진다.

 

 

 

 

 

 

-알라딘과 요술램프

-옛날 중국의 한 부유한 도시에 무스타파라고 하는 재봉사가 살았다. 재봉사는 너무 가난해서 가족이라고는 아내와 아들 하나뿐이었는데도 근근이 끼니를 이어갈 수 있을 뿐이었다. 알라딘이라고 하는 하나뿐인 아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으며 재봉사에게는 짐덩어리에 불과했다. 알라딘은 이른 아침부터 밖에 나가 하루 종일 거리를 쏘다니며 하릴없이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았다.

-어느 날, 그가 부랑자 친구들과 거리에서 어울려 놀고 있는데 지나가던 나그네가 서서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나그네는 아프리카 마술사로 알려준 마법사였는데 그 도시에 온 지는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알라딘은 마법사가 그의 손가락에 끼워 준 반지를 비볐다. 그 순간 머리가 천장까지 닿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지니 요정이 땅 속에서 솟아나와 말했다. "뭘 원하십니까? 당신의 노예로서, 그리고 당신이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가진 사람들의 노예로서 명령만 하시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와 그 반지의 다른 노예들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나왔다, 알라딘과 요술램프가!

좀도둑 알라딘은 역시 원작에서도 천덕꾸러기였구나.

그러나 운 하나는 끝장나게 좋아서 이렇게 좋은 친구이자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 지니를 만난다니 말이다.

드디어 반지를 비벼서 램프 속 지니를 만나게 되었다.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대지성의 공식 포스트를 읽어보면 영화 알라딘 속 장면들과 함께 진짜 <아라비안 나이트>를 들려준다.

영화 <알라딘> 원작에 숨겨진 비밀 3가지

1. 알라딘은 사실 중국인이었다

2. 지니는 한 명이 아니었다

3. 알라딘은 사실 고아가 아니다

> 더 자세한 이야기는 현대지성 포스트를 참고.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2449158&memberNo=41049965&vType=VERTICAL

 

 

 

 

 

 

"지니 요정이 크고 끔찍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니요, 공주." 하고 알라딘이 흥분하며 대답했다. "파티마를 죽인 것이 아니라 내가 막지 않았더라면 나를 죽였을 악한을 죽인 것이오. 이 사악하고 비열한 놈은, 바로 아프리카 마법사의 동생이오." 하고 알라딘이 얼굴을 가린 후드를 벗기며 말했다.

이렇게 하여 알라딘은 두 형제 마법사의 손아귀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황제가 장수를 누리다가 죽었다. 그에게는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공주와 알라딘은 함께 나라를 통치하며 수많은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영화에서 알라딘에게 쟈스민이 있다면, 원작에서는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가 있다.

게다가 이 시대에 이런 진보적인 내용이 있을 줄이야?

정말 영화처럼 원작 <아라비안 나이트>에서도 알 부도르 공주가 왕위를 이어받고 알라딘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영화 각본, 각색에서도 이 원작을 읽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자파가 그렇게 쫓아다니며 괴롭힌다면, 원작에서는 아프리카 마법사 형제가 빌런으로 나온다.

우리 알라딘과 알 부도르 공주가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며 개척하는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지니가 여러명이라는 사실은 위에서 알 수 있었는데, 정말 일러스트도 각양각색이다.

알라딘이 중국사람이었다는 설정, 그리고 삽화가가 동양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이번 '지니'는 꽤 오리엔탈적이고 어떻게 보면 왜색이 짙어보인다.

같은 동양으로 분류되지만 아랍과 동아시아는 큰 차이가 있는데 그림으로만 봐도 느껴진다.

이번 지니도 '끔찍하게' 등장하였으나 파랗고 귀여운 우리 친구 지니가 떠오르는 것은 나뿐일까.

지니가 알라딘과 공주를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페르시아의 한 마을에 카심과 알리바바라는 두 형제가 살았다. 두 형제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카심은 부유한 아내를 만나 부자로 살면서 유명한 상인이 되었다. 그러나 자신처럼 가난한 여자를 만나 결혼한 알리바바는 나무를 베어 세 마리 나귀에 싣고 마을로 가서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어느 날, 알리바바가 숲속에서 나무를 베는데 멀리서 커다란 먼지 구름이 이는 것이 보였다.

... 곧 훌륭한 말을 탄 40명의 남자들이 다가오더니 말에서 내려 말을 묶어 놓은 다음 먹이를 먹였다.

... 두목은 알리바바가 숨어 있는 나무 근처의 바위로 다가왔다. 바위에 이르자 두목이 큰 소리로 외쳤다.

"열려라, 참깨!"

그러자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우의 문이 열렸다.

-나중에 알리바바는 아들을 동굴로 데려가 비밀을 가르쳐 주었다. 그 비밀은 자손 대대로 이어졌으며, 그들은 그러한 행운을 누리면서도 절제된 생활을 함으로써 명예롭고 훌륭한 삶을 살았다.

이번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도 정말 유명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열려라, 참깨!"는 언제 들어도 참 기대되는 신비의 주문이다.

그렇게 보물창고를 열고 가난했던 알리바바는 '모르지아나'라는 현명한 여자의 덕택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행복하게 산다.

가는 게 있어야 오는게 있고, 쉽게 온 것은 쉽게 간다.

이 불변의 진리에 어찌보면 맞지 않고 어찌보면 맞는 엄청난 행운과 길잡이를 만나는 천일야화 속 주인공들이 있다.

이들에게 어쩌면 이 시대 사람들의 바람이 투영된 것을 아닐까싶기도 한데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 일확천금, 인생반전을 노리는 혜안이 숨어있다.

 

 

 

 

 

 

-아부 하산 또는 자면서 깨어 있는 자에 관한 이야기

-하룬 알 라시드 왕이 통치하던 시기에 바그다드에 아주 부유한 상인이 살았다. 그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을 아부 하산이라 짓고 매우 엄격하게 교육을 하였다.

-마지막 이야기

-페르시아 제국의 황제 샤리아르는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셰에라자드가 이처럼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동안 1,001일 밤이 지나갔다.

-"당신의 재치가 내 마음을 누그러뜨렸소. 날마다 여자를 죽이겠다고 한 끔찍한 맹세를 당신을 위해 포기하겠소. 그러니 당신은 나의 분노으 ㅣ희생자가 되었을 무수한 처녀들의 구원자로 길이 기억될 것이오. 나의 그러한 처사가 얼마나 부당한 것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소."

-황제는 사랑하는 셰에라자드와 행복하게 살았으며 그들은 페르시아 제국 전체에 걸쳐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후반부의 이 이야기도 왕에게 속아 가짜 왕이 된 '아부 하산'이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왕과 왕비를 역으로 재미있게 놀려주면서 한 방 먹이는 게 재밌어서 '자면서 깨어 있는 자에 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이 일러스트는 <아라비안 나이트> 책의 표지일만큼 강렬하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3년이 좀 부족한 1,001일 동안 현명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꾼 셰에라자드 덕분에 드디어 왕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분노와 폭정을 거둔다.

역시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사람을 변하게 하는 힘.

해피엔딩으로 끝나거나 또 다른 플롯을 끌어가는 <아라비안 나이트> 이야기 속 교훈과 우화가 좋았다.

그리고 외국 옛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작은 참 익숙한데 그래서 결론이 뭐였더라... 가물가물한 적이 꽤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아라비안 나이트>를 일독하며 확실히 기억 속에 남기고 싶다.

그럼 지니가 내 소원도 들어줄 날을 꿈꾸며, 아디오스!

*이 글은 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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