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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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눈먼 쥐, 세 마리의 눈먼 쥐

쥐들이 뛰는 것 좀 봐, 쥐들이 뛰는 것 좀 봐!"

 

 

 

 

-프롤로그

5월 14일

조슈아.

나는 열에 들떠 일어났다. 내 위로 밤하늘 빛이 비에 젖어 흔들렸다. 시트 위를 손가락으로 더듬어보지만, 혼자라는 걸 안다. 눈을 감고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가, 순간 깊은 고통에 사로잡혀 깨어났다. 그가 떠난 뒤로 매일 아침 일어날 때 구역질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게 아니었다. 확실히 달랐다.

이 세상에 완벽한 엄마가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완벽한 모성애란, 완벽한 육아란, 완벽한 사람이란 있을까?

모든 걸 다 해줘도 부족하고 사랑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자리가 있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

<퍼펙트 마더>는 각자의 의미에서 삶과 육아에 최선을 다하는 '5월맘'들의 이야기이다.

우선 책 표지 하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앞면은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어머니 셋이 당당히 고개를 들고 세상에 외치는 듯한 모습과 함께 유모차 3개가 심볼 마냥 그려져있다.

뒤로 돌려보면?

그 어머니 셋은 어딘가 공허하게? 또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겸허한 마음까지 느껴지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고, 이번에는 아기가 네명 태어났다!

처음엔 단지 책의 표지와 색감이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면 이 심오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메인 인물들이 있다. 당연히 이 이야기를 힘있게 끌고 가는 것은 어머니 넷!

프랜시 - 윌

콜레트 - 포피

넬 - 베아트리스

위니 - 마이더스

이렇게 어머니와 사랑스러운 아기의 좌충우돌 육아기가 그려질텐데 이 책은 소설이다. 그것도 스릴러 장편소설.

<걸 온 더 트레인>과 <나를 찾아줘>에 이으 도시 여성 스릴러 3부작이라고 불릴 만큼 찬사를 받았고, 나오자 마자 영화 판권이 계약되면서 주연 배우도 확장되었다.

그만큼 우리를 쫄깃하게 긴장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는 뜻일거다.

일단 각자 나오는 남편들은 차치하고 저 어머니와 아기를 어느정도 인지시키면서 읽어나갔더니 더 재밌었다.

그리고 각자의 목소리로 새로운 장과 새로운 단락이 시작되는데 그게 누구의 내면 소리인지를 잘 찾아가야한다.

 

 

 

 

 

-5월맘. 내가 속한 엄마 모임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맘이라는 용어를 좋아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그건 너무 정치적이고 안 좋은 단어다. 우리는 맘이 아니었다. 우리는 엄마였다. 그저 사람일 뿐인데, 어쩌다 보니 같은 시기에 배란하고 같은 달에 아이를 낳게 된 여자들이었다. 이렇듯 낯선 사이였지만, 아기를 위해, 우리 정신 건강을 위해 친구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맘동네'라는 육아 사이트를 통해 5월맘 모임에 들어왔다. 맘동네는 '브루클린에서 가장 유용한 육아 정보 모임'을 자처하는 곳이다. 우리는 출산하기 한참 전부터, 그러니까 몇 달 동안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미국도 똑같은가보다. 우리나라도 육아정보나 아기엄마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각 지역 'OO맘' 카페나 커뮤니티를 가야하는데, 브루클린에서도 '5월맘'이라는 모임이 이 만남의 계기가 된다.

여기서는 어머니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사람도 있고, 예상치 못했으나 축복으로 다가온 사람도 있고, 끝까지 혼란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는 더이상 혼자만의 자아가 아니다.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평생 살아가야 하는 꼬리표가 붙여지는 경의롭지만 희생스러운 그 순간들.

이렇게 네명이 모이고 주변 인물들도 차례차례 소개가 된다.

프랜시, 콜레트, 넬. 그리고 아기를 잃어버리는 예쁘고 가냘픈 미모의 위니까지. (이건 스포는 아니고, 책 소개나 초반부에 바로 나온다!)

이 책 부분을 읽으면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내가 물려받은 다른 유전자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와 아주 똑같이 생긴 엄마가 물려준 유전자가 아니라, 심하게 극단적이었던 아버지에게서 받은 유전자는 입에 오르지 않는다.

물론 조슈아의 유전자도 나을 것이 없다. 나는 그 점을 종종 그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가 애써 극복해야 할 DNA 때문에 걱정이 된 적은 없느냐고. 그의 아버지는 정신과 의사였지만 미친 사람이었다. 환자를 맞이하는 진료실에서나 강당의 연단에서는 더없이 훌륭하고 따스하고 매력적인 인물이었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는 알코올중독자였다.

-뭐,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7월 4일 밤에 일어난 일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 앉아서 진실을 떠올리지 않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전부 그들 잘못이다.

마이더스가 실종되고, 그래서 내가 모든 걸 잃어버린 건 그들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기 감방에 홀로 앉아 배 위에 생긴 딱딱하고 삐뚤배뚤한 상처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다르게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그 모임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다른 날짜를 택했더라면, 하다못해 다른 술집에 갔더라면, 아니면 그날 밤 알마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아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더라면, 휴대폰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날 넬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떠라면. 하늘로 고개를 젖히고 얼굴에 찬란히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면서, 마치 예언과도 같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더운 날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경찰 내부 정보는 현재 아주 엄격하게 제한된 상태로, 지금 시점에서 밝힐 수 있는 사실은 이 사건을 유괴로 다루고 있다는 것뿐이며, 모든 단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아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아홉 시간 전에 사라졌습니다. 지금까지 브루클린에서 자라 세코어였습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처럼 날이 너무 좋거나, 너무 안 좋은 날에 느끼는 촉은 무시할 수 없다.

아주 딱 맞아 떨어지니까.

7월 4일에 바로 그 일이 벌어졌다.

오랜만에 잠시 아기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엄마들만의 즐거운 하룻밤 파티를 보내려고 했을 뿐인데.

게다가 위니는 술도 마시지 않고 아이스티를 먹으며 핸드폰 앱으로 아기를 모니터링할만큼 완전히 놓지도 못했는데.

마이더스가 실종됐다.

들어간 흔적도 나간 흔적도 없이 갓난쟁이 아기만 사라졌다.

도대체 누가, 언제, 무슨 연유로 남의 아기를 납치한단 말인가.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각자 가지고 있는 비밀스러운 일들도 하나씩 들춰진다.

자, 이제 사라진 아기와 함께 수상한 점들을 하나씩 살펴봐야겠다.

 

 

 

"아이 키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거든요. 내 말 믿어요."

 

-위니가 TV에 나왔다. 하지만 자신이 알던 위니가 아니었다. 화면 속 위니는 훨씬 어린 10대였다. 무대에 서서 어깨끈 없는 금빛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뒤로 느슨하게 묶어 올린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주 똑같이 생겼지만 좀 더 나이 든 여자의 팔을 잡고 있었는데, 그 여자는 위니의 어머니가 분명했다. 또 다른 화면이 나왔다. 위니는 파스텔색 레오타드 상의에다 긴 튤 스커트를 입고 무릎까지 끈을 묶은 발레슈즈 차림이었다.

-프랜시는 구석 테이블에 위니와 마주 앉아 물었다.

"어떻게 하신 거예요? 나 혼자만 아기 키우는 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러자 위니가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 말아요. 여기 5월 맘들을 보면요, 다들 겉으로는 여유 있는 척하려고 무척 애쓰고 있어요. 그 모습 보고 기죽을 필요 없어요."

위니가 눈 속에 수줍은 기색을 떠올리며 말했다. 프랜시와 평생 친구였기라도 한 듯이.

"아기 키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거든요. 내 말 믿어요."

아기 마이더스를 잃어버린 엄마이자 주인공 중 한명인 '위니'는 수상하고 걱정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도 제한적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도 적어서 더 궁금해진다.

도대체 아기는 어디로 갔으며, 아기 아빠는 누구고, TV에 나온 저 사연들은 또 뭔지 말이다.

-"어쨌든, 시장님은 금방 오실 겁니다. 당신이 어제 보내준 원고에 대해 논의하려고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죠.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거죠?"

-콜레트는 일어서서 대니시 페이스트리를 하나 집으려고 진열대에 갔다가 자리로 돌아오는 와중에 서류 더미를 슬쩍 보고, 멈춰 서서 지금 본 게 진짜인지 눈을 의심했다. 서류 더미 맨 위에 있는 폴더에는 검은색 손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로스, 마이더스

-그 사진은 선명한 색채로 어떤 남자의 모습을 담았다. 남자는 중동 출신으로, 파에 검은 머리 아기를 안은 채 검은색 선글라스를 머리에 올려 쓰고, 희죽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기의 얼굴은 담요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콜레트와 주변 인물인 테브 시장도 아주 수상하다.

우선 콜레트는 대필 작가이며, 시장의 두번째 회고록을 출판하기 위한 시크릿 작가이다.

그런 그가 책상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마이더스 실종 사건과 관련된 자료와 사진과 USB들.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보디 모가로'라는 수상한 남자의 정체는 뭘까.

-알마. 넬은 알마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장담했지만, 프랜시는 이제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위니의 집에 누군가가 들어가서 마이더스를 요람에서 꺼내는데 알마가 아무 소리도 못 듣는다는 게 가능할까? 프랜시는 어제 어떤 글을 읽었다. 투손에 사는 알마의 오빠가 몇 년 전에 차를 훔치다가 체포된 적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온두라스에 있는 알마의 삼촌은 살인자라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신경 쓰이는 인물은 바로 위니의 스토커였다. 그의 이름은 아치 앤더슨이다. 프랜시는 그 남자 이름에 동그라미를 몇겹 쳤다. 아치 앤더슨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고, 온라인에서 사진 한 장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사건에 책임이 있는 또 하나의 사람이 있다. 바로 베이비시터, 알마.

사건 당일 알마는 잠들어서 아무 것도 보지 못했고 아기는 순간 사라져있었다.

근데 알마는 알고 보니 불법체류자여서 아주 골치 아픈 일들이 벌어진다.

게다가 굉장히 위험한 인물인 스토커 아치 앤더슨까지. 분명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이 사람도.

-"우리는 오늘 오후에 시신이 헥터 큄비 씨의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헥터 큄비 씨는 로스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입니다."

테브는 앞에 있던 메모를 보았다.

"지난 30년간 큄비 씨는 로스 가의 관리인으로 일했으며 브루클린에 있는 위니 로스 씨의 저택도 함께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7월 4일에 마이더스가 유괴된 집 말입니다."

-누가 보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안에는 편지도, 서명도 없었다. 얇은 종이 한 장만이 있을 뿐이었다.

범인 식별용 사진이었다.

사진 속 남자는 10대였다. 수염도 회색이 아니고 눈가에 주름도 없었다. 반항적인 표정으로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슴께에 들고 있는 명판에는 생년월일과 체포된 장소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죄목은 보이지 않았다. 이름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그건 토큰, 바로 그였다.

세상에. 또 다른 살인 사건이다.

위니의 집에서 일하는 관리인이 살해를 당해서 잔해가 불에 타 잔인하게 방치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5월맘'의 멤버 중 한 명인 '토큰'도 수상한 인물 중 한명으로 오르게 된다.

토큰은 맘들 중 유일한 남자 멤버인데 뭔가 비밀스러운 점이 많은 사람이다.

이 책은 진짜 엄마가 쓴 진짜 엄마의 삶 이야기이다.

모성애는 타고나는거라고, 어떻게 아기를 두고 엄마가 놀러나가거나 모유수유를 하지 않거나, 카페인을 마시거나, 술을 마실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사람은 이 책의 엄마들처럼 단 하루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일거다.

아기는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세상 사람들과 얽혀서 관계를 맺고 혼자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 발생한다.

이렇게 간단하게만 살펴봐도 궁금하거나 수상한 점이 아주아주 많은 <퍼펙트 마더>.

아기가 실종되었는데 엄마인 위니는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도 단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궁금증은 풀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든다.

책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지만, 끝의 시작은 이 이야기로 비롯된다.

*이 글은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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