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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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가"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덴마크 베스트셀러 저자의 통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스벤 브링크만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서 생각해보니까 전작 <스탠드펌>을 쓴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책의 분야를 크게 가리지 않아서 자기계발서도 읽어보는 편인데 다른 책들을 읽어보면 내가 좋아하는 소설 작가나 인문학자 중에서 자기계발서를 경멸하는 사람도 꽤 많다.

자기계발서는 한번씩 마음가짐을 다잡거나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읽다보면 어떤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데 뻔하디 뻔한 말, 또는 다른 자기계발서나 통계, 실험의 부분을 그대로 옮겨온 책들도 많다는 게 흠이다.

<스탠드펌>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 이라는 책과 함께 유명한 '안티-자기계발서' 책인데 일부러 자기계발서를 풍자해 7가지 꼭지로 목차를 짠 것이 정말 기발했다.

이렇게 넘치고 넘치는 자기계발의 홍수 속에서 스벤 브링크만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삶'이라는 부제로 <스탠드펌>을 내서 되게 통쾌했다.

스벤 브링크만의 신작, <철학이 필요한 순간>도 본인만의 줏대와 잣대가 느껴져서 생각할 거리를 마구 던져주는 책이다.

영제 'Standpoints'라는 말처럼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굳건하고 단단히 서 있을 관점들을 제시해주는데 책이 던지는 10가지 의미를 천천히 따라가보면 정말 재밌다.

목차와 함께 시작하는 글에 있는 작가의 생각들을 조합해보았다.

목차 X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줄 10가지 생각'

1강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 우리에게 있는가_아리스토텔레스의 선

-'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것이 선이다'

2강 쓸모없기 때문에 쓸모가 있는 목적의 왕국_칸트의 존엄성

-'존엄성은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고 대체될 수도 없다'

3강 지키지 못한 것들에 왜 죄책감을 느끼는가_니체의 약속

-'인간은 약속하는 동물이다'

4강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_키르케고르의 자기

-'자기란 관계 그 자체와 관계하는 관계다'

5강 불확실한 세상에서 신뢰를 쌓는 방법_아렌트의 진실

-'진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진실할 수 있다'

6강 타인에 대한 나의 영향력을 점검하라_로이스트루프 책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그의 삶 무언가를 손에 쥐는 일이다'

7강 내가 아닌 존재에 어떻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가_머독의 사랑

-'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

8강 불가능하기에 가능한 것_데리다의 용서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이다'

9강 어떤 순간에도 희생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가_카뮈의 자유

-'자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

10강 내 삶의 노예가 되지 않는 방법_몽테뉴의 죽음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

 

 

 

 

-어쩌면 의미는 삶의 외부, 이를테면 물리학자의 관점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닐까요? 우리가 시를 감상할 때 시집의 무게를 재거나 잉크의 성분을 분석하지는 않으니까요. 이처럼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바깥에서 삶을 관찰하기보다는 오히려 삶 속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삶의 의미가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얻기 위핸 도구적인 일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일과 그 자체를 위해 몰두하는 활동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지, 우디 앨런처럼 천문학적으로 먼 거리에서 삶을 관찰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삶에서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제가 이 강의를 통해 다루려는 '태도 또는 관점 standpoints' 입니다. 이것은 끊임없이 유동하는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굳게 서 있을 만한 단단한 토대를 제공하지요.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기본적인 전제 가운데 하나는 역설입니다. 그러니까 인문학을 포함해서 많은 학문은 바로 그 쓸모없음 덕택에 쓸모가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우리가 삶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서는 쓸모만 따져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더 깊은 의미에서, 더 실존적인 의미에서 쓸모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예술과 놀이, 사랑, 윤리 같은 가치는 쓸모없을 때, 그러니까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쓰이지 않고 그 자체로 목적일 때 가장 쓸모가 있습니다.

이 책의 43쪽까지는 책을 시작하는 서문으로 할당되어 있는데 다른 책에 비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만큼 중요하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다 들어있달까!

주로 나오는 말은 목적, 수단, 도구, 쓸모... 우리가 흔히 따지는 가성비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관점들에 경종을 울리며 우리는 쓸모없음 덕택에 쓸모가 생기는 다소 역설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내용을 말해주고 있다.

요즘 핫한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라는 배스트셀러에서도 바로 그 점들을 언급해주고 있다.

우리가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역사'가 우리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무엇보다 쓸모있는 것들이 되어주고, 삶이라는 문제에 있어 완벽한 해설서가 되어준다는 통찰이다.

알기 쉬운 예로, 일연의 <삼국유사>는 김부석의 <삼국사기>의 이야기 중 민간 설화나 쓸모없다고 빠져버린 바로 그 이야기들을 묶어서 이렇게 오래토록 전해오는 유의미한 자료로 남아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요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퇴근 후 가게 되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게 되었는데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그거 왜 해?", "그거 한다고 바로 업무에 써먹을 수도 없어"이다. (사실 이것보단 더 장황하게 들었지만 요지는 그랬다.)

참 어이가 없어서 말문을 잃었으나 나름 유하게 답을 하고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때 "왜 당신은 철학을 왜 공부하나요? 인문은 왜 공부하죠?" 라고 역질문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다!

나만 해도 거창하지 않은 이 공부를 가지고 주변에서 난리인데 이런 '쓸모없음'에 온 생애를 걸고 사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라고 웃어넘기기엔 하기엔 내가 아직 편협한가보다.

그래서 저자가 계속 팩트폭력하는 것도 바로 이 사실이다.

그 어떤 학문이나 관점도 철학보다 쓸모없지 않고, 그래서 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라는 것.

우리는 너무 쉽게 지나쳐버리거나 남용했던 '철학'이라는 말을 다시 깊숙이 깊숙이 들어가보고 쪼개보고 들여다봐야한다.

 

 

 

 

 

"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것이 선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도구화에 저항하는 최전선에서 우리를 지키고 이끌어줍니다. 쓸모없는 것이란 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것들이지요.

우리는 그런 쓸모없는 활동에 시간을 쓰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요즘처럼 도구화된 시대에서는 그런 쓸모없는 활동이야말로 삶의 진짜 의미를 되찾아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 쓸모없는 일을 하세요. 쓸모없음이야말로 최고의 선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연습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건 별 뜻 없이 중얼대는 말이 아닙니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주관이나 취향도 아니고, 도구화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도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말이니까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세상에는 그 자체로 목적이면서 선한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의 읨를 되새길 수 있고, 선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우리 삶을 이끄는 관점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빙고! 내가 그동안 생각하고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이거였다.

왜 사람들은 당장 눈 앞에 이익만 따지면서 근시안적으로 살까, 남을 헤칠까. 그렇게 살아서 그러면 더 행복해지고 넉넉해졌을까?

하지만 지혜와 덕이 부족해서 이렇게 멋들어진 말을 하지 못했는데 내가 살면서 느낀 것들이 녹아있었다.

만약 이렇게 철학하면서 살 수 있다면 나는 쓸모를 따지는 사람보다 불행하더라도 더 행복할 것 같다.

 

 

 

 

 

"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

-아이리스 머독

 

 

-사르트르가 삶의 관점을 선택하거나 창조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머독은 관점이 선택될 때보다 주어질 때가 많다고 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렇게 주어진 것을 인식하고 발견하는 일이지요. 머독은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우리 주변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충분히 관심을 가진다면, 별다른 문제없이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여러 관점을 통해 무슨 일이 옳은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머독은 우리가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실존주의가 말하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따지고 선택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 따르는 사람들의 행동에, 그리고 주된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관점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라는 문장 뒤에는 이런 구절이 이어집니다. "예술과 도덕도 사랑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발견이다."

-머독은 사랑을 말할 때 느낌이 아닌 깨달음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사랑은 특정하 감정이나 느낌만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그렇게만 설명한다면,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너무나도 가볍고 가변적인 것이 됩니다. 사랑을 그렇게 정의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사랑을 자기애를 넘어 지속적인 관심을 다른 이에게 꾸준히 쏟는 것으로 여겨야만 합니다. 그래야 사랑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머독의 말에서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발견을 배울 수 있었다.

나 살기 바쁜 이 세상에서 우리는 타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 자체가 사랑이라고 정의했고, 순간 순간의 발견들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쏟는 관심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쏟는 관심이자 사랑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곱씹을수록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 말들의 무게를 그 자체로 목적이되는 사랑, 용서, 관용, 선, 자유, 죽음... 과 같은 수많은 철학들을 연관해서 살고 싶다.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

-미셸 드 몽테뉴

-"철학은 본질적으로 죽음을 위한 준비다." 플라톤의 대화편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말합니다."철학에 정통한 사람들의 공부라는 게 죽음에 대한 탐구일 뿐이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는 것 같네." 또한 그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올바르게 철학하는 사람들은 죽어가는 일을 위해 수련 중이고, 따라서 죽음을 누구보다 덜 두려워한다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역설과 관계를 맺는 일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이 죽음을 위한 수련이며, 철학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죽음을 덜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라 말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한 사업가가 <뉴옥타임스>에 쓴 <더 행복해지려면 죽음을 더 많이 생각하라>라는 글에서 더 분명한 사례를 마주했습니다. 저라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네요. "아니예요. 우리가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니라고요.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삶의 의미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죽음을 생각해서 행복해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은 그런 생각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이번에 계속되는 의미와 쓸모와 도구에 관한 이야기.

사람은 왜 태어나고, 왜 죽는걸까. 죽으면 어디로 가는걸까. 이런 형이상학적인 질문들을 던지다보면 결국 삶이란 죽음을 위한 수련이며, 죽음을 위한 연습이고, 더 잘 죽기 위한 거라는 믿음이 확실해진다.

가끔 '메멘토모리', 즉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라고 우리나라에서 보통 번역되는 이 말을 쓸모의 관점에서 끼워맞추는 사람들에게 또 한번 뼈 때리는 말을 날린다.

그래요. 아니예요. 죽음은 그것이 삶의 의미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에요.

 

 

"불안과 허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도구화란 목적보다 수단을 중시함으로써 수단이 목적으로 변질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그런 현상에 맞서 제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 활동을 삶의 지침이자 토대가 될 관점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활동은 실용성의 관점에서 보면 쓸모없는 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것은 무척 쓸모 있는 형태의 쓸모없음입니다. 저는 이 강의를 통해 철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생각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바로 철학을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삶의 도구화에 맞서는 길이라는 생각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여기서 제가 철학을 도구화화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오해입니다. 저는 가치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철학적 삶은 의미를 향한 수단인 동시에 그 자체로 목적이지요.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최고선으로 여긴 행복을 묘사할 때 했던 말과 같습니다.

결국 <철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철학을 통해 그 자체로 의미있는 삶을 살라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같다.

어떠한 순간에도 포기하거나 바꿀 수 없는 가치들을 요즘 팽배하는 수단이나 목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에 관해 쓸모없음의 역설을 가르쳐준다.

누굴 만나고 어떤 것을 배우고 이걸 하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따지기 전에 내 안의 질문들이 숙성되어 자신만의 관점으로 살아갈 힘을 준다.

누구나 철학은 필요하다.

근데 그 철학이 왜 필요하고 의미가 있는지 이 책에서 계속 계속 던져주는 철학적 물음들을 따라가면서 쓸모와 무쓸모에 관해 생각해봐도 좋겠다.

말하듯이 흘러가면서 중요한 의미들을 얘기해주는 강연식의 책이 참 좋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 <담론>, 그리고 박웅현 CD의 <여덟 단어>, <책은 도끼다> 처럼 이 책도 내가 좋아하는 리스트에 꼭 넣어야겠다.

*이 글은 다산초당으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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