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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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에게 대한민국이란 무엇입니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 등 국내 내로라하는 '작가정신의 승리' 조정래 작가님의 신간이.

당신에게,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이냐는 화두를 던지면서 현 시대를 바라보는 치열함과 냉철함을 담은

<천년의 질문>을 너무 늦지 않게 읽었다.

<천년의 질문 1>에는 '장우진'과 '고석민'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비메이저 '시사포인트' 신문사 직원이자, 독립운동가이 마음가짐으로 정의와 맞서는 심층추적팀 '장우진' 기자와

글 잘 쓰고 엘리트이나 인맥과 운빨이 부족해서 대학교 보따리 시간 강사로 일하는 '고석민'.

이들과 얽힌 대기업 '성화'그룹의 비자금 사건과 맞물려 정의와 부정, 진실과 거짓, 정치와 권력 등 쫓고 쫓기는 인간사가 등장한다.

 

 

 

 

작가의 말

응답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있은 이후 수천 년에 걸쳐서 되풀이되어온 질문.

그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하는 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_2019년 6월 조정래

 

 

 

 

"도시는 밤에 깃들기 쉽지 않았다. 해가 지면서 안갯빛 어스름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시는 그 어둠살을 밀어내는 몸짓을 짓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

또 어떤 유명한 사람의 말이 루소 말의 대구처럼 떠올랐다.

'정치인에게 국민이란 정권을 잡기 위한 방편이고 구호일 뿐이다.'

... 그러나 장우진은 그 두 가지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자기의 또 다른 생각을 곁들였다.

'그런 기망과 배신 행위가 오로지 정치인들만의 잘못일까. 유권자들의 책임은 없을까. 유권자들은 투표를 끝낸 다음에 얼마나 정치에 관심을 두었을까. 얼마나 정치인들을 주시하며 감시, 감독을 했을까. 투표를 한 다음에는 할 일 다한 것처럼 정치에 아무 관심도 두지 않고, 대통령을 왕과 동일시하는 그 순진함과 단순함과 우매함과 무지함을 저질러대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마음 놓고 국민들을 수없이 기망하고 배신해 왔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의 응답처럼 또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

플라톤의 말이었다."

"장우진의 혀 차는 소리가 길었다.

"아이고, 이 한심한 나라. 이걸 어째야 되는 거지요?"

"이 지경이 된 책임이 누구한테 있을까? 백만 공무원들한테? 천만에! 바로 국민한테 전적인 책임이 있어."

"국민이요?"

사회학자가 놀라서 눈이 커졌다.

"제길, 사회학자가 이리 놀라시니 개돼지인 국민들이야 깨닫지 못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지. 아까 말한 것 있잖아. 국민 대중의 집단 망각증, 그리고 집단 무관심. 국민들이 이 두 가지 중병에서 완전히 벗어나 두 눈 부릅뜨고 각 분야 공무원들과 여러 권력 집단들을 감시, 감독하지 않고서는 백 년, 천 년이 지나도 안 고쳐져."

"이유영은 여동생을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언니, 형부는 바보 아냐? 나이 헛먹은 돈키호테 아니냐구. 형부가 그렇게 혼자 날뛴다고 이 세상이 끄덕이나 할 줄 알아? 형부 뜻대로 변할 줄 아느냐구. 천만에, 다 웃기는 짓이라구.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걸 왜 몰라. 아니, 계란으로 치면 제 몸은 안 상하지. 형부가 잘난 척하며 하는 짓은 맨땅에 박치기 하는 바보 천치 멍칭이 짓이라구. 제 머리만 깨져. 피 철철 흘리는 멍텅구리 짓거리. 형부가 그렇게 산다고 누가 알아줄 줄 알아? 아무도 안 알아주고 사는 꼴만 이렇게 찌질하게 궁상이잖아. 언니도 물러터지게 굴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정신 확 나게 잡아채라구."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장우진' 기자의 이 발언들은 <천년의 질문> 기지 속에 끊임없이 흐르는 질문들이다.

누가 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적폐청산 독재정권과, 28만원 밖에 없다는 뻔뻔한 대통령, 모 대기업 출신의 이름 남기기에 혈안이 된 대통령, 또는 최초의 여성대통령일까?

그렇다고 하고 싶고,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치겠으나

그렇게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사람은 오히려 담담하게 '장우진'과 '고석민'의 입을 빌려 국민들의 힘을 논한다.

저것과 비슷한 발언이 책에 진짜 많이 나온다.

잘 세어보면 한 4~5번 나오는 것 같다.

종교와 같은 맹목적인 정당지지나 무관심한 시민의식, 투표 후 깡그리 없어지는 마법의 뇌를 가지고는 백 년, 천 년이 지나도 이 세상이 안고쳐진단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또 많이 나오는 구절은 바로 저거다.

그렇게 고고하게, 정의롭게 살면 뭐하냐고. 세상 변하냐고. 그냥 한 몫 챙겨서 편하게 살지 까불지 말라고.

돈 키호테를 운운하며 현실감 없는 사람 만들면서 윽박지른다.

근데 그도 그럴 것이 돈 백 만원, 천 만원이 아니라 무려 억 단이다. 그것도 최소 대략 20억 원.

한 사람이 1년에 천 만원씩 저금한다고 해도 1억을 모으려면 10년이다, 10년.

'장우진'이 성화그룹 비자금 캐기를 그만두는 대가로 한 평생 편하게 살 수 있는 골든 티켓이 눈 앞에 있는데.

게다가 나 빼고 다른 기자들은 이미 불이나케 손 땐 사건인데?

만약 불도저처럼 계속 밀어붙인다면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어디론가 끌려가 협박에 비명횡사할 수도 있는데?

이건 그렇게 쉬이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독립투사의 의지로, 독립운동의 열정으로 사회 정의구현을 위해 일한다는 마음가짐이라는 게 과장이 아니다.

과연 이 질문에 몇 명이나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까.

부끄럽지 않은 역사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손으로 쓰고, 기록으로 남는다.

 

 

 

 

 

"처음에는 누구나 하찮고 가소롭게 여겼다. 그런데 참여연대라는 이상스러운 단체는 어느새 지렁이에서 용으로 변해 있었다. 낙천 낙선 운동으로 국회가 업어치기 당하고 나서 국회의원들은 화들짝 놀라 참여연대를 큰 눈 뜨고 살피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젊은 변호사들과 여러 분야의 젊은 교수들 수십 명이 포진해 있었다. 그리고 작가며 화가 같은 예술인과 서로 다른 종교인들까지 합세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가 '진보' 색채를 띤 인물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전문 지식을 무보수로 바치는 이른바 '재능 기부'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앞에 선 조직이라면 뒤에 또 다른 조직이 있었다. 그들이 내세운 '시민단체'라는 간판에 걸맞게 수천 명의 시민들이 또 다달이 후원금을 내면서 뒤를 바치고 있었다. 그 두 가지 힘이 모아져 '활동가'라 부르는 행동대들이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자발적 조직의 집결체가 국가 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었다.

...

"똑똑히 보게. 저게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증표야. 점점 정치하기 어려운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라구. 자네가 앞으로 정치를 하려거든 저 참여연대에 찍히지 않게만 하면 잘하는 거야. 명심해."

박 의원님의 진지한 충고였다."

초반부에 수동적인 개돼지 국민들을 묘사했다면 후반부부터는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국민들 앞에 행동가가 있고, 행동가 앞에 시민단체가 있고, 시민단체 앞에 참여연대가 서로 유기적인 공동체로 상생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봄을 찾아 행진한다.

결코 소설 속에만 나오는 유토피아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참여하고 까다롭고 괴롭히고 질문할수록 정치는 진보한다는 진보의 미래도 만날 수 있었다.

 

 

 

 

 

"예, 그래서 아까 해결책이 있지만 난감한 문제라고 했잖아요. 그러나 노력하면 그 길이 열릴 수 있어요. 단결해서 저항하는 국민이 되는 것, 권리를 주장하는 국민이 되는 것, 국가 권력을 직접 통제하는 국민이 되는 것, 이것이 뚜렷한 해결책이고, 우리 사회에 주어진 미래의 숙제겠지요."

"그런 게 성취할 날이 오리라 믿으세요?"

"믿고 싶고, 어느 만큼 믿고 있어요."

"믿음의 근거가 있으세요?"

"예, 그 믿음의 구체적 근거가 바로 내 앞에 앉아 있잖아요."

"어머, 저요?"

최 변호사가 화들짝 놀랐다.

"예, 민변의 역사 30년이 바로 우리 사회의 변화, 국민 의식의 발전과 입증하는 살아 있는 증거물이에요. 50여 명으로 시작해 회원이 1,100명이 넘도록 폭증했다니, 이런 엄청난 기적은 없어요. ... 우리 사회는 지난 30년 동안의 변화보다 앞으로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할 거예요. 난 그 바탕을 믿어요."

"여전히 장우진을 응시한 채 판사의 침묵이 길어지더니 이윽고, "왜 그렇게 힘들게 삽니까?" 그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 같으면서 눈동자도 미세한 흔들림이 이는 것 같았다.

"예, 한 사람만이라도, 저 한 사람만이라도 똑바로 보고, 똑바로 쓰고, 똑바로 전하고 싶습니다. 그 마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장우진'기자의 입을 통해서 민중의 나아갈 길을 똑바로, 똑똑히 보여준다.

이건 정말 철학적이고 교훈적인 장편소설이다.

<천년의 질문 1> 에는 성화 비자금 사건에 당사자인 사위 '김태범'과 이를 밝히려는 기자 '장우진'이 교차로 나온다.

과연 대의를 위해서인지 속고 속이는 이 판 속에서

국회의원과 대필 작가 '고석민'의 고민도 숨어 있고, '장우진'의 아내이자 초등학교 교사 '이유영'의 말하지 못하는 혼자만의 슬픔도 있다.

현재와 미래를 더 잘 살기 위해 과거를 기억하는 것처럼 우리는 대한민국을 끊임 없이 붙잡고 흔들고 귀찮게 해야만 한다.

과연 진실을 밝혀지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지 이야기는 계속 된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해냄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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