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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와 대나무 ㅣ 토토의 그림책
마리 티비 지음, 제레미 파예 그림, 이세진 옮김 / 토토북 / 2023년 11월
평점 :
어릴적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아야만 하던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기대와는 다르게 세상 여러 문제들의 정답을 알지 못하고 확신하지 못한다. 이번에 만나보게 된 "고사리와 대나무"는 수려한 그림과 함께, 동화책 답지 않게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형과 아우에게 각각 남긴 고사리와 대나무의 씨앗을 남긴다. 형의 고사리는 금방 쑥쑥 자라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이지만 동생의 대나무 씨앗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싹이 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금방 실망하고, 포기하겠지만, 동생은, 꾸준히 물을 길어다 주면서 대나무 씨앗을 살핀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싹이 피어난 대나무는, 비가 오자, 고사리의 성장속도와는 비견할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자라 커다란 하나의 나무가 된다. 사실 동화의 이야기의 문법이,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단순하게 말하기 마련이지만, 도서에서는, 대나무는 오랜시간 걸렸지만 튼튼하여 집의 벽으로 삼기 좋고, 얇은 대나무는 가볍고, 비가 새지 않아서 지붕으로 쓰기 좋아 각각의 용도가 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한다.
살면서 좀처럼 갖기 힘든 것이 확신이다. 왜인지 태생부터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 나이기에 남들의 열정을 그저 비웃기만 한적이 많다. 하지만 결국 조그만 성공이라도 이루는 이들은 열정을 가지고 시도하는 이들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가는 길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이라는 이야기가 담은 교훈은, 획일적이고 단순한 성공의 공식을 적용하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에서,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도 흔들리는 한 사람으로서 동화책 안의 이야기를 음미하게 한다.
개성있는 그림체에 묵직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이라, 아이들이 마냥 좋아하기만은 힘들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나무와 고사리 이야기처럼 세상 취향이라는 것이 여러가지이지 않나.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동화책 '고사리와 대나무' 였습니다.
컬처블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