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언어영역에서 단편적으로 읽었던 소설인 무진기행을, 문제를 풀기위해 도식적으로 풀기만 했던 그 때를 넘어서 이제는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와 직장내 지위를 가지게 되어서야 이야기속 인물의 다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심정을 이해하게 되고도 한다. 탄탄한 장인과 아내, 그리고 직장이 있는 서울에서, 승진전 잠깐 쉬어가기 위해 무진으로, 또 한때는 전쟁 징집을 피해 숨어있던 무진은 음울하면서도, 어릴적 추억이 함께 남겨진 공간이기도 하다.
하 선생이 그저 서울에 가고 싶다고, 또는 사회에 맞추어 쉽게 맞추고 쉽게 틈을 내주고, 유행가를 부르는 쉬운 여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에 맞추어 모든걸 내줄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도 쉽게 서울에 어떻게 해서라도 자리하나 마련해주겠다고 하기도 하지만, 전보 하나에 남기질 못할 편지를 찢어버리고 그는 다시 서울로 향하게 된다. 낭만을 찾기보다는 현실에 타협하고, 부끄러움은 잊고 낮짝이 두꺼워지는 것이 노화의 증거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옳고 바름, 심지 궃음 처럼 우리는 소년물 주인공처럼 멋진 모습을 상상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타협하여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소금기를 품은 바람이 품은 포근한 수면제같은 바람처럼, 꿈결만 같은 무진에서의 짧은 휴가는 우리에게, 낭만을 품고 있던 우리 삶의 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이에 대비하여 우리가 살아갈수 밖에 없는 현실을 더 도드라지게 하여 씁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