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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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법은 우리와 많이 닮아서 그들의 사회적 문제가 우리나라에도 비슷하거나 같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최근 x순의 출소를 앞두고 사회 전반적으로 관련 법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의 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범죄’는 큰 이슈가 되고 있다나 역시 이와 관련된 법 조항을 제대로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만애초에 이런 법이 생긴 이유는 분명히 있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하지만 내가 어느 입장에 서 있냐에 따라 내 판단도 달라질 거라는 것도 알 것이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고급 맨션 13층에서 건물의 광고판을 걸어두는 갈고리에 얼굴이 걸린 채 매달려 있는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그리고 며칠 뒤 폐차장에서 차와 함께 으깨진 노인의 시체가 발견된다두 사람 모두 이렇게 잔인하게 죽을 이유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일본 사회는 순식간에 공포로 뒤 덮였고경찰에 대한 시민의 불신은 분노로 바뀌었다경찰은 제대로 된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저질렀을 거라곤 생각할 수 없는 시신들의 모습에 경악하며 조사를 진행했지만피해자들 간의 연관성도 없었고 증거도 없었다그러면서 또 한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고시민들의 분노는 커진다그들의 분노는 경찰과 정신병력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향하며 일본 사회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갇히게 된다.

 

 소설 속 시민들은 언제 자신과 가족들이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경찰에게 용의자 리스트를 내놓으라고 한다하지만 경찰 역시 인권침해 문제로 심신 상실자들의 리스트를 의사에게서 받을 수 없었다.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입장에서는심신 상실자들은 이미 범죄자로 보인다하지만 죄 없는 심신 상실자들의 입장에선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것은 말도 안 된다오히려 이용당해서 죄를 뒤집어쓰거나 조종당해서 자신도 모르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또 다른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171p

 몇 달 전이었나사가 현경의 경찰 몇 명이 지적 장애자의 행동을 수상히 여겨 추적했고집단 폭행 끝에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세상은 그 경솔함과 횡포에 한껏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그런데 상황이 바뀌어 자신에게 위험이 미치려고 하는 순간 정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일본 형법 39조는 심신 상실자와 심신 미약자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거나 형을 경감해준 다는 내용이다이 단순한 조항 하나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사회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이 형법에 대해 당당히 도전장을 던진 소설이라 할 수도 있지만이를 판단하는 우리들에게도 정신 차리라는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라 생각한다많은 사람들은 39조에 해당하는 이들에게도 그대로 죄를 물어야 하고더 강력한 법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일 것이다나 역시 술에 취해 저지른 일에 대해선 죄를 제대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그 외에는 이 소설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잔인한 범죄 소설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는 게 많이 있다형법 39조에 대해 여러 입장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하지만극단적인 예를 통해 범죄로 인한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평범한 사람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보여준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지만나는 생각했던 반전이 달라서 놀랐고혼자 생각했던 결말로 작가를 욕했던 내가 부끄러웠다책을 읽고 나서 남은 것은 잔인한 사건보다 더 잔인한 사람들이었다책을 읽은 사람들과 토론도 해보고 싶다절대 잔인한 살인 소설일 뿐이라 판단하지 말고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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