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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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끔 자신의 기억력에 한계를 느낄 때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기억 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볼 것이다. 소설 속의 데커는 우리가 떠올리고 또 금방 잊어버린 이 상상을 갖고 있는 과잉기억증후군의 남자이다. 전작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 이어 등장한 데커는 억울하게 20년간 옥살이를 한 멜빈 마스의 사건을 맡게 된다. FBI의 미제사건 해결팀에 들어가게 되어 새 직장으로 가는 차 안, 우연히 흘러나오는 멜빈 마스의 사형 집행 취소 뉴스가 데커를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앞에 가도록 이끈 것이다.

 

 

 데커는 평범한 내가 상상하기엔 참 어려운 인물이다. 서번트 증후군처럼 사회성은 극도로 낮지만 한 분야에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례는 종종 접하지만, 과잉기억증후군은 생소하기도 하면서 신기하다. 하지만 데커는 잊고 싶은 기억마저 죽을때까지 생생하게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이 재능을 저주받았다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도, 부풀릴 수도 없지만 이 병을 갖기 전의 그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가 견딜 수 있는 이유는 행복한 기억 역시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하나에 꽂히면 다른 곳에 집중하지 못하게 뇌의 조종을 받는다. 이번에 꽂힌 것이 멜빈 마스이다. 마스는 20년전 성공 가도가 펼쳐져 있었던 미식 축구 선수였다. 이곳 저곳에서 그를 데려가려 했고 그의 통장 잔고는 돈을 가득 담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의 부모가 살해되고 그는 살인범으로 체포되어 20년간 감옥에서 지냈다. 그리고 사형 직전에 한 남자의 옥중 고백으로 사형이 연기되었다. 데커는 그 소식을 뉴스로 들은 것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 말고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갖는 데커가 마스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의 동료와 마스의 온기에 데워지는 과정은 사건 해결 만큼이나 멋졌다. 일반 사람같이 느낄 순 없지만 그만의 방법으로 변화되는 모습이 재밌기도 했다. 그의 모난 성격에도 그를 지지해주는 동료들이 있기에 하나의 원 안에서 그의 능력을 펼칠 수가 있었다.

 

 

 우리 민족에겐 일제 강점기, 전쟁 등의 아픈 역사가 있다. 미국 역시 인종차별에 의한 뼈아픈 과거가 존재하며, 아직까지 진행 중이라 할 수도 있다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데커는 사형 제도에 대해서도 말했다. 실수로 사형대에 오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너무 많다는 그의 말은, 사형 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대사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지만 우린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막힘없는 이야기 전개로 답답함 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시원한 책이다. 사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읽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전작의 사건 흐름이 어땟는지 추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 점은 고려해야 한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과잉기억증후군의 생각을 대신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도 꽤나 즐거웠다. 제목이 『괴물이라 불린 남자』라서 멜빈 마스가 괴물 같은 사이코 패스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다행이다. 데커와 마스 두 거구의 투샷을 다시 볼 수 없겠지?

 

 

 

485p.

 

“나는 사랑을 알고, 그게 사람들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알아요, 멜빈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말이에요. 내 뇌가 얼마나 많이 변했든 그것만은 항상 기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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