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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전건우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8월
평점 :
어릴 적
친구란 존재는 잘 숨겨둔 낡은 보석 장난감같이 빛바랜 추억이다. 이미 삶에 찌들어 하루하루를 보내며 오늘도
잘 지나갔다며 안심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은, 그 친구들과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교 후 어울려 놀던 활기차고 생기 넘치던 에너지만은 기억한다. 그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은 지금 뭐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소용돌이』에도
소중한 추억을 함께 보낸 독수리 오 형제가 등장한다. 이들은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사회 속에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수리 오 형제 중 한 명이었던
유민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그로 인해 유민이 빠진 독수리 오
형제는 소중한 추억을 쌓아준 것과 동시에 지독한 공포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광선리로 다시 모이게 된다.
어린 시절은
다양한 감각의 자극이 덮쳐오는 시기이다. 작은 것 하나에도 재밌어서 크게 웃다가, 급격한 생각의 전환과 동시에 공포감에 휩쌓이기도 한다. 그
시절에 다가오는 많은 것들은 어른이 되어 느끼는 것보다 강렬하게 느껴져서 기억에 더 잘 남는다. 너무
심하면 기억을 소멸시키기도 한다.
매일 의붓아버지에게 맞고 나타나는 유민을 구하기 위해
독수리 오 형제는 물귀신을 불러낸다. 물귀신은 짧은 시간에 광선리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이 짧고 강렬한 기억은 그들을
따라다니며 25년간 괴롭혔고, 결국 다시 광선리에 모이게 한다. 어릴 적 꿈꿔왔던 삶과는 다른 방향의 인생을 살던 그들은 다시 독수리 오 형제 시절처럼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뭉쳐 위기에
빠진 광선리의 한가운데 서게 된다.
한없이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의 이 소설은 독수리 오 형제의 어린
시절과 현재를 교차하며 진행한다. 고된 일상과 싸우는 어른들이 25년 전엔 어떤 순수함과 꿈을 갖고 있었는지 교차하며
읽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호러 미스터리 속에서 진한 우정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일본의 호러
미스터리 거장 미쓰다 신조와 비교를 한다면, 전체적인 스토리의 꼼꼼함과 특유의 유머감각은 『소용돌이』가 한 수 위이고, 결말을 알 수 없는 컴컴한 이야기들로 공포감을 고조 시키는 것은 미쓰다 신조의 책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소용돌이』가
한국 스타일의 호러 미스터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 작가의 다음 이야기 좀 더 무섭게
써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