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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태어나서부터
결혼해서 사는 지금까지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 지금보다 더 어릴 적엔 아무런 간섭 없이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상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부모님 하늘 아래가 얼마나 좋은지 진작부터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독립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무서움 때문이었다. 공포 영화나 소설 등을 즐기지만 내가 직접 겪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겁이 많고 쫄보 기질이
있어서, 집안에서 혼자 밤잠을 잔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무섭다. 만약
내가 혼자 사는 중에 『괴담의 테이프』를 읽었다면 며칠간은 부모님 댁이나 친구 집을 전전했을 것이다. 이
책은 나의 쫄보 기질을 발동시키는 책이었다.
『괴담의 테이프』는
사실인지 허구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구성을 하고 있다. 단순히 6개의
단편 괴담을 늘여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서장, 막간, 종장을
이야기들 사이에 집어넣어, 작가와 편집자가
이 단편들로 인해 겪었던 이상한 경험들을 써 놓았다.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읽고 있는 것 같은
이런 요소들이, 실제 내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공포심을 유발한다. 이야기들이 엄청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괴담들을
받치고 있는 이런 장치들 덕에 꽤나 으스스하다.
일본 괴담 특유의
찜찜함과 미쓰다 신조의 구성력이 돋보이는
책이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이들에게 더 무서움을 주는 책이다.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한 공포에다, 인간의 상상력을 더하면 더 알 수 없는 것들로 변할 수 있다. 타인에겐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에겐 잠도 못 자게 하는 공포의 존재로 재가공되어, 내
안의 공포감을 자극하는 것이 제일 무섭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느껴지는 것과 눈에 보이지만
무엇인지 모르는 것, 어떤 것이 더 무서울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공포 또한
다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것’들이
어떻게 다가올지는 읽어봐야 알지만 내게는 충분히 공포스러웠다.
아직도 궁금한
건, 작가의 경험담이 실화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