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코지 미스터리의 대모 '도로시 길먼'의 폴리팩스 시리즈 중 하나인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을 읽었다.

87년작이라 대놓고 올드하지만 코지 미스터리답게 부담 없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원예 클럽 멤버로서의 활동이나, 가라데를 배우는 등의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폴리팩스 부인은 가끔씩 CIA의 스파이로 활동한다. 이번 임무는 공산국가 불가리아로 가서 지하조직에게 여덟 개의 위조 여권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스파이라는 호칭에 걸맞지 않은 간단한 임무이다 보니 여행을 다녀오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그 당시의 불가리아가 어떤 나라인지는 잘 모르지만, 책을 통해 느낀 건 책으로만 공부했던 소련의 모습 그대로였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그곳에서 태연하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할머니가 최고다.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친화력으로 넓은 오지랖을 마구 티 내고 다니는 폴리팩스 부인은, 종종 시한폭탄 같으면서도 함께하고 싶은 특별한 캐릭터였다. 사실 엄청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소재임에도 그녀 한 명의 긍정 에너지는, 이야기를 내내 밝은 노랑 빛으로 보이게 했다.


 코지 미스터리의 매력은 머리 굴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활자에 눈을 맡기면, 이야기가 편하게 흘러가는 미스터리물이라 생각한다. (매우 개인적인 생각-_-;) 보통은 그랬는데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의 다른 점은, 어드벤처가 추가된다는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조앤 플루크의 코지 미스터리와는 다른 방향성이다. 조앤 플루크의 소설이 정적인 느낌의 코지 미스터리였다면,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는 폴리팩스 부인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표지만 봐도 폴리팩스부인의 모험가 기질이 전해진다.


 미국에선 코지 미스터리가 나이 먹은 여자들의 전유물이라 비꼬는 시선도 있다고 하지만, 폴리팩스 부인을 만난다면 누구든 그녀의 긍정 파워 유쾌한 에너지를 받고 싶어 할 것이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좌절하지 않고, 침착하게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그녀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 힘든 일이 있을 땐 폴리팩스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폴리팩스 시리즈를 찾아야겠다. 



 마지막으로..... 폴리팩스 부인다운 말이자, 원예 클럽 멤버 다운 멋진 말.

306 쪽 中

 부인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왜냐하면, 요즈음 사람들은 뭔가에 쫓기는 듯 달려간다는 기분이 들어요. 꼭 세상이 종말을 향해 움직이는 것만 같잖아요. 수많은 사람이 있는 만큼, 수많은 것들이 파괴되는 세상인걸요. 그러다 밤에 피는 선인장이 1년에 단 한 번, 그것도 한밤중에만 꽃을 피운단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지 뭐에요. 그게 나에게는 무슨 지성의 상징처럼 느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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