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위태로운 10대 소녀 두 명이 빙엄의 여름 축제가 끝난 뒤 실종됐다. 이 실종사건으로 떠들썩했던 빙엄도 3년이 흘러 그들이 잊힐 때쯤, 한 부부가 불에 탄 채로 발견된다. 심리학자이면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조 올로클린은 부부 살인사건의 경찰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부부 살인사건 후, 근처 호수에서 발견된 한 여성의 시신이 3년 전 실종된 소녀들 중 하나라는 것이 밝혀진다.

소설은 조 올로클린 박사가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과 실종된 소녀 중 한 명인 '파이퍼 해들리'의 글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상상력이 풍부한 파이퍼의 글은 단순히 화자로서 파이퍼가 등장하는 것보다 훨씬 감정이입이 잘 되게 해주었다.
10대 시절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면서도 참 위태로운 시기이다. 10대들은 자유롭고 싶어 하고, 어른들은 그 자유를 좋게 보지 않는다. 나의 10대 시절 역시 위태롭긴 마찬가지였다. 항상 부모님과 부딪혀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그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친구들과 끝없는 뒷담화(?!)를 하기도 했다. 파이퍼의 글은 이런 내 10대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들은, 단순히 감금된 피해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네 10대 아이들의 미성숙하면서 어지러운 머릿속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30대의 성인이 된 지금, 소녀 시절의 생각들이 종종 떠오를 때면 지금과는 확실히 달랐던 것을 느낀다. '그땐 왜 그리 철이 없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인 것 같다.


10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과는 별개로 범행은 참으로 잔인했다. 일부러 잔인하고 선정적인 이야기가 쓰이진 않았지만, 소녀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 자체가 매우 잔인한 거다. 나의 소녀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었던 파이퍼의 글은, 그녀가 범죄의 피해자라는 것을 일깨워주며 더 잔인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범인만이 실종 소녀들을 힘들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실종된 소녀들을 바라보던 어그러진 어른들의 시선도 매우 잔인했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어른들의 시선과 판단들은 10대의 아이들보다 더욱더 삐뚤어져있었다.


요즘은 반전이 참 많아서 한번 꼰 걸로는 재미가 별로 없기에 이리 꼬고 저리 꼬는 소설들이 많다. 그래서 어떤 책을 읽기 전에, 반전에 대한 생각은 많이 안 하게 된다. 반전은 놀라울 뿐, 반전 자체가 소설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고서 떠올리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10대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몸만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어른의 뇌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이 된 나를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을 다 읽고 나서 누가 '미안하다'라고 말해야하고, 누가 '말해' 라고 말해야하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았다.


마이클 로보텀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그의 화려한(?) 경력이 더 흥미로웠다. 조 올로클린이 파키슨병에 걸렸다는것도 매우 재미있는 설정이다. 조 올로클린의 첫 이야기부터 찾아 읽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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