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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케어
구사카베 요 지음, 현정수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A 케어 - 구사카베 요
사람은 모두 늙는다. 병에 걸릴 확률은 관리하면 낮출 수 있지만 늙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령화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노인비율이 증가하면서
웰빙과 마찬가지로 웰다잉(Well dying)이라는 용어까지 생길 만큼 노후 생활은 우리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피할 수 없는 '늙는다는 것'에 대해 누구든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닥치기 전까진 깊이 생각하지 않는게
사람인데 <A 케어>를 읽으면서 고령화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또 나 자신이 늙었을 때의 시대 모습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A 케어>의 원제는 폐용신(廢用身)이다. 폐용신이란 마비등으로 손상을 입어 불구가
된 신체를 나타내는 단어로 보통 노인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다. <A 케어>에
등장하는 데이케어(몸이 쇠약해진 노인들을 낮동안 돌봐주는 센터) 센터의 원장
우루시하라는 폐용신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에게 불필요한 신체를 절단하여 새로운 삶을
살라고 권유한다. 욕창이 더 빨리 나을 수 있고, 폐용신에 의한 무게로 힘들어지는 몸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폐용신을 절단하는 수술의 이름이 바로
A 케어(Amputation care)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난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젊고 건강한 내 몸의 한 부분이 마비되어 쓸모 없어지고 날 힘들게
한다해도 난 그것을 절단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늙어서 날 간호해줄 사람이 없기에
절단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해도 정말 그것을 견뎌낼 수 있을까?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정말 충격이었다. 우리는 늙어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하며 살아가지만 <A 케어>에서 만난 노인들의 모습은 현실이고 미래인
것이다. 무서운 연쇄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무서운게 아니라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여태껏 읽은 장르 소설보다 더 무섭게 와닿았다.
재미있는 책이라도 보통 5일이상 읽는데 3일만에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흡입력있고
충격적이었다. 작가는 충격적인 미래의 우리 모습을 써넣었다. A 케어가 비인간적이고
끔찍하고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단순히 무시해버릴 수 있을까? 노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간호할 수 있는 인력은 유한하다. 어쩌면 정말로 <A 케어>가 필요할 때가
올 수도 있다. 젊었을 땐 가족을 위해 몸을 받쳤지만 그로 인해 망가진 몸으로
가족에게 피해를 준다. 부담스럽고 미안해서 나의 폐용신을 절단하기로 마음먹는다.
이것이 소설속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미래의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현실이
이 소설의 무서운 점이다. A 케어를 지휘하는 의사 우루시하라에 대한 캐릭터성이
이 소설의 또 하나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그 부분은 책을 읽고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가볍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