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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보기왕이 온다』는 동양의
오컬트를 이해할 수 있는 호러 소설이다.
히데키는
어릴 적 할아버지 집에 찾아온 알 수 없는 손님이 또다시 찾아온
것을 깨닫는다. 할아버지를 찾았던 그 손님이, 어른이
되어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살고 있는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그 존재는 보기왕이라고 했다. 히데키는 보기왕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보기왕은 여전히 초인종을 누르며 자신과 가족의 이름을 부른다. 같이
산으로 가자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감기에 걸리고 싶지 않으면 몸을 따뜻하게 하세요’ 하세요’라는 식의 말이에요. 왜 감기에 걸리는지, 감기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건 몰라요.”
- 94p
총 3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제1장은 히데키가 보기왕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내용이다. 보기왕이 무엇인지, 어디서 온 것인지,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에 대해 그는 필사적으로 알아내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는 그도, 독자도 전혀 모른다.
1장까지만
보면 무섭고, 이상한 이야기이다. 그야
말로 호러 소설 그 자체로 끝이 난다. 엄청 두근거리고, 무슨
진실이 숨겨있는지 너무나 궁금한 상태로 2장이 이어진다. 2장은
히데키의 아내인 가나의 이야기이다. 히데키가 지키려
했던 행복한 가족을 가나 입장에서 볼 수 있고, 히데키가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근본’에 대해
조금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3장은 히데키의 가족을 바라보는 제 3제3자의 시선이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인물이 바라본 이 사건과 진실에 대해 알아가고 일들이 해결되는 과정이다.
클라이맥스로 다가갈수록 무서움은 줄어들지만 부기왕을 찾는 과정은 일본의 오컬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일본이
갖고 있는 문화에서만 나올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서양이나 우리나라와는 다른 오컬트적 요소가 빛을 낸다. 그리고 단순히 보기왕에 대한 공포를 원초적인 공포에 치중하지 않고,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이유에도 비중을 두었다. 무작정 벌어지는 이상한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만들었기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초자연 현상이면서,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로 읽힌다..
전체적으로
감상평을 하자면 무섭지 않은 호러 소설이지만, 오컬트 호러에 대해 조금의 지식이 있고, 그 느낌을 안다면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어쩌면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보기왕이 내게
찾아와서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던 내 진짜 이름으로 나를 부른다고 상상해보자. 절대 유치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으스스 함으로 이 소설을 즐기기에 꽤나 괜찮은 호러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