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카니발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 다니엘 홀베 지음, 이지혜 옮김 / 예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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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만부가 팔린 독일 미스터리 스릴러의 최고봉으로 넬레 노이하우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는 화려한 문구와 함께 저자인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유작이라는 쓸쓸함, 그리고 다니엘 홀베가 중단된 집필을 이어서 완성하였다는 사연까지... 여러모로 관심을 끌만한 요소는 충분합니다. 더군다나 독일 스릴러는 2012년 상반기 중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후 오랜만에 읽어 보는지라 그녀 이전에 활약했던 독일 미스터리 스릴러계의 인기작은 어떠할지도 궁금했습니다.

 

세 명의 여대생과 세 명의 남학생이 술과 마약에 취해 한여름 밤 광란의 파티를 엽니다. 파티가 끝난 후 캐나다 여학생 제니퍼 메이슨이 강간 살해당한 채 시체로 발견되는데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은 그날 있었던 참극을 기억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한 편 1년 만에 수사현장으로 복귀한 율리아 뒤랑 형사가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사참여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동료 형사들의 수사 결과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이 범인으로 검거되고 시간은 2년이 지나갑니다.

 

상사인 베르거의 직무대행으로 임명된 율리아가 사무실 근무에 염증을 느끼고 현장복귀를 갈망하던 차에 남자 대학생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됩니다. 그런데 현장에 출동한 프랑크와 자비네 형사는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구원을 받은 듯 한 평온한 자세로 죽음을 맞이한 시체를 보며 과거 제니퍼 메이슨 살인사건과 유사한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과거 사건과의 연관성을 눈치 챈 수사팀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죽은 줄 알았던 제니퍼 메이슨이 나타나자 일순 혼란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용의자의 시체가 발견되자 더욱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듭니다.

 

<신데렐라 카니발>은 율리아 뒤랑 시리즈의 12번째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탓에 주인공인 율리아가 과거 사이코 패스에게 납치당해 감금 강간까지 당하는 끔찍한 기억들로 인해 정신공황에 공포장애까지 아직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태로 파악됩니다. 그녀의 진정한 고통은 그랬구나 하는 정도로만 짐작할 뿐 진심 공감되기에는 설명이 불충분한 점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현장수사에 처음 배제되는 점은 이야기 전개 상 당연할 것이고 직무대행은 그녀가 점차 수사조직에서 인정받아 크나큰 역할을 맡기 위한 권력의 발판 정도로도 인식될 수 있을 것 같아 주인공이면서도 지지부진했던 것에 활동에 대해서는 넓은 아량과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결국에는 직접 사건해결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육탄전을 보였으니 차기 시리즈에서는 제대로 된 그녀의 활약을 본격적으로 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수사팀의 일원이자 오랜 파트너인 프랭크 헬머와의 서열문제로 인한 트러블과 화해, 자비네와 슈렉 팀장의 비밀연애, 페터와 도리스 부부 형사의 연애사와 득녀 이야기까지, 한 가족 같은 구성원들이 들려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빡빡한 수사 일지에서 빛을 발하고 깨소금 같은 고소함이 살아 있기에 읽는 재미가 더욱 풍성해서 좋았습니다.

 

물론 범인이 초반에 밝혀지고 어렵지 않게 범인을 알아내는 수사 과정들, 그리고 또 다른 범인의 등장 등 사건의 정체와 해결과정이 치밀하지 못하고 다소 싱겁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듭니다. 반전이라고 할 만한 포인트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안드레아스 프란츠가 생전에 끝장을 내었더라면 전개방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를, 이것이 최선인지 묻고 싶을 정도로 평이하고 안이한 선택을 다나엘 홀베는 분명히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집필을 이어나간 핸디캡을 감안하면 이 정도만 해도 재미는 웬만큼 보장됩니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끌고가는 힘이라면 분명 장점입니다.

 

그리고 생각거리를 여럿 남깁니다. 우선 객기를 주체 못하고 도덕적 불감증에 노출되어 쾌락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져버린 청춘들이 있습니다. 최고로 빛나야 할 시간들을 자유와 맞바꿔버린 채 피 눈물 나는 대가를 치러버린 비참한 말로는 많은 것을 반성하고 되돌아보게 합니다. 죄의식이니 죄책감이니 하는 것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요? 다신 오지 않을 청춘이여!!

 

또 다른 한편으로는 변태적 성적 욕망에 눈이 멀어 섹스산업의 번창에 기꺼이 지갑을 열어 일조하고 있는 사디스트들로 가학과 피학의 빈자리는 항상 누군가로 채워져 있다는 씁쓸함은 자본이 지배하는 현대사회가 낳은 시대의 산물이요, 경종이기도 합니다. 범죄는 이러한 수요가 있는 한 지금도 이를 노린 배금주의에 희생자들을 만들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의 스릴러적 긴장에 가독성까지 모두 이러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독자들을 지루할 틈도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몰아넣는데 성공한 편입니다. 실망스럽다는 분들도 제법 계시지만 축제가 전 이만하면 괜찮더군요.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자니 이 소설은 이런 아픔들만 노출시키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마지막 결말을 보십시오.‘최고로 빛나는 시간에 대한 정의에서 누군가에게는 헛되어 소비 되어 버린 찌꺼기에 불과하지만 율리아 뒤랑과 프랭크 헬머는 12년에서 15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소중한 그 시절에 경의를 표합니다.

 

최악의 고비에 털썩 주저앉으며 이번이 마지막인가라는 좌절을 극복해가며 이 모든 걸 함께 버텨 준 파트너에게 이해를 얻은 점에 감사합니다. 그렇게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고 범인은 잔에 물을 채우듯이 빈자리를 대신하겠지요. 고난의 행군을 함께 한 두 사람의 파트너쉽의 결속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며 몽상 대신 범죄해결에 남은 미래를 걸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은 희망으로 훈훈했습니다. 다니엘 홀베가 이어나갈 새로운 시리즈가 기대되고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과거 유작도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제게는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이후 만난 독일 스릴러의 즐거움이었으며,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보다도 훨 만족스러웠던 작품입니다. 안드레아스 프란츠에게는 명복을, 다니엘 홀베에게는 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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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머니 1 밀리언셀러 클럽 130
옌스 라피두스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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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라피두스의 범죄소설 <이지 머니>는웨덴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범죄의 재구성이자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 세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칠레 출신의 마약상 "호르헤"는 자신과 거래하던 조직의 수장 "라도반"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마약밀거래 혐의로 감옥에 수감되지만 증오와 분노로 인해 교도소를 탈옥하고 나와서는 자신에게 뒤집어씌운 조직에 대한 복수를 꿈꿉니다. 스웨덴 토박이 대학생인 "JW"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대한 불만과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과 갈망으로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기 위하여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그러면서 실종된 친누나의 행방을 좇고 있습니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갱 조직원인 "므라도"는 이혼한 부인과 사이에 둔 딸의 양육권 분쟁과 함께 예전에 친구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수장 "므라도"에 대한 반감으로 독립하고 싶어하는 인물입니다. 이렇게 세 명의 범죄자가 스웨덴에서 마약으로 벌어들이는 "눈먼 돈"를 쟁탈하기 위한 약육강식의 현장을 생생하면서도 거칠고 잔인하며, 스피디한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미 영화로도 제작되어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봉된 바 있습니다.

 

 

바야흐로 범죄도 계급화, 세계화, 기업화되는 경향이 가속화중인 것 같습니다. 복지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에서도 부의 양극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한 극빈층의 신분상승의 꿈은 "JW"를 통해서도 가늠 가능하듯 범죄 조직에 대한 꾸준한 공급원으로 양성되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스웨덴에는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들이 몰려들면서 범죄조직의 국적도 글로벌화되고 있습니다. 스웨덴, 유고슬라비아, 칠레, 아랍계까지 여러 국적의 범죄조직은 해가 지고 난 어두운 밤 거리의 이권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데 흡사 기업운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교묘히 합법화를 가장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추세인 듯 합니다. 마약, 매춘을 비롯하여 다양한 업종방식과 더불어 스웨덴 경찰에서 공세를 진행 중인 대 범죄조직 소탕작전 "노바 프로젝트"에 대항하여 살아남기 위해 조직간의 합종연횡 전략같은, 범죄의 끊임없는 자생력에 혀를 내두르게도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결코 죽지 않아요.

 

 

저자 옌스 라피두스는 기존의 범죄소설들이 경찰 또는 탐정 위주의 캐릭터였다면 범죄자 그 자체를 그려보고 싶었으며. 범죄에 대한 해결보다는 플롯을 통해 범죄의 재구성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형사 전문 변호사 로 활동 중인 옌스 라피두스는 과거에 참여했던 아파트 무장강도 사건 재판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범죄자들의 머리 속에 들어가서 "왜? 이들은 이러한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결국 "그 길 밖에 없었다."는 해답을 이 소설을 통해 알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교화 대신 범죄의 길이 걸어갈 수 밖에 없는 필연이라는 종착역까지의 여정이 어떻게 끝맺게 될 지 잘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범죄의 세계에 매혹되고 있습니다. 그들과 그것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면서도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을 대중들에게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어떠한 감정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하류인생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지요. 그런 세상은 또 없으니까요. 그것이 호기심이든, 동경이든, 혐오든 상관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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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머니 2 밀리언셀러 클럽 131
옌스 라피두스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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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라피두스의 범죄소설 <이지 머니>는웨덴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범죄의 재구성이자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 세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칠레 출신의 마약상 "호르헤"는 자신과 거래하던 조직의 수장 "라도반"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마약밀거래 혐의로 감옥에 수감되지만 증오와 분노로 인해 교도소를 탈옥하고 나와서는 자신에게 뒤집어씌운 조직에 대한 복수를 꿈꿉니다. 스웨덴 토박이 대학생인 "JW"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대한 불만과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과 갈망으로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기 위하여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그러면서 실종된 친누나의 행방을 좇고 있습니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갱 조직원인 "므라도"는 이혼한 부인과 사이에 둔 딸의 양육권 분쟁과 함께 예전에 친구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수장 "므라도"에 대한 반감으로 독립하고 싶어하는 인물입니다. 이렇게 세 명의 범죄자가 스웨덴에서 마약으로 벌어들이는 "눈먼 돈"를 쟁탈하기 위한 약육강식의 현장을 생생하면서도 거칠고 잔인하며, 스피디한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미 영화로도 제작되어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봉되었습니다.

 

바야흐로 범죄도 계급화, 세계화, 기업화되는 경향이 가속화중인 것 같습니다. 복지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에서도 부의 양극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한 극빈층의 신분상승의 꿈은 "JW"를 통해서도 가늠 가능하듯 범죄 조직에 대한 꾸준한 공급원으로 양성되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스웨덴에는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들이 몰려들면서 범죄조직의 국적도 글로벌화되고 있습니다. 스웨덴, 유고슬라비아, 칠레, 아랍계까지 여러 국적의 범죄조직은 해가 지고 난 어두운 밤 거리의 이권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데 흡사 기업운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교묘히 합법화를 가장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추세인 듯 합니다. 마약, 매춘을 비롯하여 다양한 업종방식과 더불어 스웨덴 경찰에서 공세를 진행 중인 대 범죄조직 소탕작전 "노바 프로젝트"에 대항하여 살아남기 위해 조직간의 합종연횡 전략같은, 범죄의 끊임없는 자생력에 혀를 내두르게도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결코 죽지 않아요.

 

 

저자 옌스 라피두스는 기존의 범죄소설들이 경찰 또는 탐정 위주의 캐릭터였다면 범죄자 그 자체를 그려보고 싶었으며. 범죄에 대한 해결보다는 플롯을 통해 범죄의 재구성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형사 전문 변호사 로 활동 중인 옌스 라피두스는 과거에 참여했던 아파트 무장강도 사건 재판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범죄자들의 머리 속에 들어가서 "왜? 이들은 이러한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결국 "그 길 밖에 없었다."는 해답을 이 소설을 통해 알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교화 대신 범죄의 길이 걸어갈 수 밖에 없는 필연이라는 종착역까지의 여정이 어떻게 끝맺게 될 지 잘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범죄의 세계에 매혹되고 있습니다. 그들과 그것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면서도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을 대중들에게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어떠한 감정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하류인생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지요. 그런 세상은 또 없으니까요. 그것이 호기심이든, 동경이든, 혐오든 상관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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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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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고즈넉이 저물려고 하는 자주 빛의 하늘에는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이 어디로인가 날아가는 중입니다, 고개 들어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한 여자가 나와 있는 표지를 들여다보노라면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가 왠지 담겨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작가가 누마타 마호카루라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이미 출간된 전작들로 극심한 호불호가 엇갈렸던 그녀의 소설들은 광명의 빛줄기 보다는 칠흑 같은 어둠의 심연에 빠져 허우적거리도록 독자들을 방임하는 것이 작풍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예상했던 대로 두 남녀의 기묘한 동거는 달콤함이 아니라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혐오와 경멸로 점철되어 불쾌한 마음에 책을 덮어 버리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지독한 악취가 글로 읽혀져 세상이 거부하고 싶게끔 하지요. 8년 전 자신을 철저하게 이용한 후 가차 없이 버린 쿠로사키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그에 대한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 여자 토와코는 열다섯 연상의 진지라는 중년남자와 동거 중입니다. 진지는 볼품없고 지저분한 외모에다 어눌한 말투와 매사에 서투르고 미숙한 남자입니다. 여자들이라면 결코 쳐다보지도 않을 형편없는 남자라 토와코는 끔찍이 그를 싫어하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기생하다시피 얹혀삽니다.

 

그렇지만 토와코의 경우도 그리 긍정적이지 못합니다. 자신을 배신한 남자의 망상에 갇혀 살던 그녀는 백화점 직원 미즈시마와 불륜에 빠져있어 도적적 해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 점은 친 언니로부터 질타와 비난을 받고도 별다른 반박을 못하는 토와코의 반응을 통해 독자들의 심정을 속 시원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이죠. 정신적 공황에 놓여있던 그녀에게 어느 날 형사가 찾아와 옛 사랑 쿠로사키가 5년 전 부터 실종상태라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그녀는 혹시 진지가 그를 죽인 것은 아닐까라는 의혹을 품게되는데요. 현재 그녀가 만나는 미즈시마의 주변에도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자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자신의 사랑을 음해하려는 진지의 음모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날이 커져 갑니다. 여기서부터 미스터리가 시작됩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환희에 젖어 그 사람이 없으면 죽을듯한 사랑은 길어봐야 2년 반을 못 넘는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그녀는 왜 아직도 쿠로사키를 못 잊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었지만 후반에 들어서 그 비밀이 드러나면 비로소 그녀가 가진 망상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됩니다. 미즈시마는 그녀에게 타클라마칸 사막 이야기를 가끔씩 들려주는데 그 사막 이름에 담긴 드리운 죽음, 무한, 출구가 없는 것이란 의미들은 자생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그녀의 심리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네요.

 

자신이 딛고 있는 이 세상이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흘러가게 되는지 모른 채 모래구덩이에 발이 빠져 휘청거리며 허망하고 기이한 허무감이 몸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그녀에게 사랑이야말로 새들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은 욕망을 실현시켜줄 구원의 손길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사랑에 배신당한 그녀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일련의 행동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진지는 어렸을 적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와 불우한 성장환경으로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어서인지 토와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집착 수준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그녀로부터 수시로 구박받고도 공세를 멈추지 않지요. 같은 남자가 봐도 숨 막힐 정도의 집착이지만 한편으로는 천성이 악한 남자가 아니기에 연민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또한 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인 튀김우동, 소 이야기 등을 통해 자신이 못 누렸던 애정과 행복을 토와코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은 눈물겨운 순정이 담겨있기에 이런 순애보가 또 있을까 싶어 무작정 미워할 수 없게 하지요.

 

그렇게 왜곡된 사랑으로 힘겨운 전개를 보여주던 이야기가 사랑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주는 것이라며 진지는 토와코에게 진정한 해방구를 제공하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남녀의 본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진리를 도외시한 채 자신의 기준대로 반응하기를 기대하기에, 남녀 간의 사랑은 오해와 사고와 문제로 가득한 것이겠죠.

 

토와코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러한 것들을 깨닫게 되면서 느끼는 회한을 보며 우리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여성은 이상으로 사랑을 하고, 남성은 속셈으로 사랑을 한다는 명언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토와코를 만난 쿠로사키와 미즈시마가 그랬다면 목숨 걸고 사랑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진지는 속설을 거부한 남자기에 특별합니다.

 

사랑에 빠지기는 쉽다. 사랑에 빠져 있기도 쉽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므로. 하지만 한 사람 곁에 머물면서 그로부터 한결같은 사랑을 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사랑을 주면서도 그 누구보다 외롭고 공허했던 두 사람 토와코와 진지. 처음부터 중반 이후까지 두 사람을 저주하던 제가 압도적인 결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사랑을 준 사람도 후횐 따위 없었노라고 자신 있어 할 때 받은 사람도 억만금을 주어도 얻지 못할 진정한 행복을 누렸었음을 뒤늦게 알아 차렸기에 가슴이 찢어집니다. 사랑이 뭐길래 밉지 않나요? 이 순간에도 이 세상의 많은 남녀들이 사랑에 웃고 사랑에 울고 있습니다. 지금 사랑이 탐탁치가 않다구요? 한 남자의 절대적 순애보를 한번 만난다면 마음 속 깊이 파고드는 감동과 슬픔에 몸을 떨게 될지도 모릅니다.

2012년을 빛낸 최고의 일미가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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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사랑으로 받은 상처, 사랑으로 치유하라!
매튜 퀵 지음, 정윤희.유향란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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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제 인생 자체가 앞으로 계속 만들어가야 할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게다가 니키만 돌아오기만 하면, 곧바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될테고요. 이렇게 상담치료도 받고 명상도 하고. 매일 운동도 하면서 스스로 나아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거든 요."

 

사랑으로 다친 마음은 사랑으로 치유하라!

 

말은 참 쉽죠. 여기 사랑에 서투른 두 남녀에게는 그리 만만치 않은 현실이라는 벽이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들은 그 벽을 단단히 더 단단히 넘보지 못할 지경에까지 높이 쌓아 올려놓았지요. 팻과 티파니의 관계처럼 말입니다.

 

이 남자. 팻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꼭지가 돌아 사고를 치고 말았는데 순간의 분노로 감정을 폭발시켰더니 기억상실에 빠졌습니다. 정신병원에서 4년을 보내고 다시 부모님과 친구들이 있는 바깥세상으로 돌아왔지만 아내도 잃고 가정도, 직장도 모두 잃은 상태에서 감정조절을 위한 심리치료를 계속 받아야할 지경입니다. 여전히 4년전에 대한 기억은 못하면서도 전처인 니키와의 재회를 꿈꾸면서 매일을 운동으로 단련하며 사회 부적응과 우울증 같은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요.

 

그런데 같은 동네에 사는 절친의 와이프 언니인 티파니가 아무 말도 없이 팻을 스토커처럼 따라다닙니다. 팻의 조깅시간을 어찌 알았는지 불쑥 나타나 같이 동네 한 바퀴 도는가 하면 자기랑 섹스하고 싶냐는 말도 뜬금없이 내뱉을 정도로 이상한 여자랍니다. 팻은 티파니가 이쁘다고 생각하면서 이상한 이미지 때문에 달가워 하지 않는데다 티파니는 남편과의 사별 이후 섹스 중독자가 되었다는 괴상한 소문마저 듣게되니 더욱 께름칙하죠. 그래도 상처받은 사람은 동족을 알아본다고 했던지 차츰 그녀의 괴팍한 성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어느 날 엽기녀 티파니는 팻에게 묘한 제안을 내놓습니다. 사실 팻의 마음 속에는 티파니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지만 아내인 니키와의 재회는 꿈에도 그리는 절대소원으로 가득차 있고 이것을 잘 알고 있는 티파니는 아내와의 재회를 도와주는 메신저 역할을 자임하는 대신 우울증 탈출 댄스 대회에 함께 출전해서 우승을 하자고 요구합니다. 티파니의 꿍꿍이을 알 수없어 미심쩍어 하면서도 팻은 오로지 니키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댄스 대회 참가준비에 올인하구요.

 

제목인 '실버라이닝'은 속뜻을 모르고 대충 넘겨짚으면 단순 연애지침서 같은 의미가 아닐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실버라이닝'만 따로 해석하자면 구름의 흰 가장자리, 밝은 희망이라는 뜻이랍니다. 넓게보면 아무리 안 좋은 상황에서도 한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라는 뜻으로 희망을 주는 말로 주로 쓰인다고 하네요. ‘플레이북을 사전적 의미대신 이 책에서 중요한 에피소드거리가 되는 미식축구로 풀어본다면 '팀의 공격과 수비에 대한 작전을 기록한 책이나 플랜'같은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결국 "실버라이닝 플레이북"밝은 희망을 위해 펼치는 전격 작전으로 나름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팻과 티파니가 만났으니 당근 달달한 로맨스를 구경할지도 라는 마음을 외면이나 하 듯, 둘 사이는 내내 별다른 진전이 없기 때문에 이거 로코를 선택한 것은 맞는지 읽는 이를 당황하게 할 만큼 냉랭한 분위기만 감지될 뿐입니다. 서로 말 없이 조깅하고, 말 없이 시리얼이나 한 그릇 때리고 작별인사도 없이 돌아서는 두 사람의 반복적인 만남보다는 미국 아니랄까봐 미식축구팀인 이글스 경기관람과 응원에 관한 에피소드가 비중도 높고 색다른 재미를 줄 정도니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지요. 그런데 잊지 말아야할 것은 팻과 티파니는 각자의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온전한 남녀사이로 관계가 진전되긴 어렵다는 겁니다. 더구나 팻이 전처 니키에 대한 집착을 놓기 전까지는요.

 

결국 돌고 돌아 길이 멀었지만 '실버라이닝'을 꿈꾸는 것은 팻이나 티파니나 다를 바 없습니다. 착한 사람이 되겠다는 긍정의 마인드 속에서 한줄기 햇살 같은 희망의 실오라기를 쥐고 놓지 않겠다는 팻과 그를 통해 역시 상처 많은 티파니도 진실된 사랑을 찾음으로서 밝은 희망을 꿈꾸기에 사랑으로 다친 마음은 사랑으로 치유하게 될 것은 순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관계의 변화를 인상적으로 암시하는 수단들은 문학작품의 인용에 있다 하겠습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도입부를 맘에 들어하던 팻은 개츠비가 데이지의 사랑을 얻을 수 없게되는 대목에서 좌절한 나머지 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 하는데, 특히 개츠비가 총에 맞아죽고 인간말종인 톰과 함께 하기로 한 데이지의 결정에서 이 소설을 행복한 결말에 대한 믿음의 상실 정도로 간주해버립니다. 어둠 끝에 빛이 있다고 믿지만 아직 그 빛을 찾아내지 못해서 울음을 참지 못하니 상처에 생채기만 덧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팻과 티파니의 관계변화와 정신적 성숙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소설은 <호밀밭의 파수꾼>입니다. 그 소설의 결말부분에서 홀든이 동생을 놀이공원으로 데려가 회전목마를 태워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동생이 목마에서 황금고리를 잡으려 애쓰는 그 장면은 과거의 아픔을 놓아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부여잡겠다는 두 사람의 결연한 각오를 나타내는 멋진 비유여서 순간 울컥했지요. 우리가 두 번째 유년기를 살고 있다는 것은 목마에서 떨어져도 간섭만 있던 첫번째 유년기를 거쳐 현재는 거짓희망을 포기한 채 기억의 진흙 속을 빠져나와 서로가 필요하다는 말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용기를 얻었다는 말로도 대신할 수 있을 테지요.

 

누구나 살면서 고개를 넘는 일이 힘들어 숨을 깔딱이다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 겝니다. 삶이라는 고개의 고비 고비를 희망으로 극복해낸 팻과 티파니를 보면서 대단하진 않지만 단단한 의욕이 구름 속을 뚫고 한줄기 서광을 비추는 걸 느끼는 순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진정한 힐링이 됩니다. 진정 삶이 힘들고 지친 분들에게 꼬옥 권해드리고 싶은 참말로 훈훈한 소설이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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