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여자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 지음, 윤병언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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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동료들끼리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중에 결혼해서 딸을 낳았는데 이쁘면 됐어. 넌 공부할 필요 없어. 그냥 이쁘게 자라기만 하면 돼.” 반대로 못생겼으면 연애 따위는 꿈도 꾸지 말고 그냥 공부만 해.”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간 배경이 무엇인지는 워낙 오래 전 일이라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외모가 한 여성의 진로랄까, 경쟁력의 지표인양 설명되던 성격의 주제였던 것이다. 누구나 외모 콤플렉스가 있게 마련이고 그것이 평범한 외모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정말 못생겼다는 극단적인 설정이라면 그때부터는 당사자는 심각해질 수밖에.

 

 

여기 이 소녀 레베카는 스스로 못생겼다고 인정하고 들어간다. 단순히 못 생긴 게 아닌, 진짜로 못생겼다고 말이다. 얼마나 못생겼으면 자신의 외모는 인간이란 종에 대한 하나의 모욕이고 무엇보다도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까지 말할까, “사내아이기만 했어도!”, “어쩌면 저렇게 못생겼을 수가, 내 딸이 아니고 네 딸이기에 망정이지.” 레베카의 외모를 둘러싼 주변의 박대는 줄을 잇는다.

 

 

심지어 유전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보는 레베카. 분명 아버지는 미남인데... 딸은 아버지를 닮게 마련이지. 그러고 보니 <화과자의 안>의 여주 안짱도 아버진 문제없었지 않나. 자신의 몸에서 태어난 딸이 이렇다보니 엄마조차도 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공허하다 못해 불행한 출산으로 받아들이니 참 뭐라 말할 수조차 어려울 정도로 소녀가 행여 상처받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하게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서두에 언급했던 일화처럼 외모라는 핸디캡에서 자유롭지 못한 레베카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려 했던지 고모가 피아노를 쳐야할 이쁜 손이라며 그때부터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한다. 고모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레베카에게 살 길은 오직 피아노뿐이니 죽자 사자 파고들라고 했을 때 못생긴 딸 때문에 우울증에 걸려 고생하다 죽은 엄마는 자신의 딸이 이런 천부적 재능을 지니고 있었음을 진즉 인정해주었더라면 서로 마음의 짐을 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은 때때로 공평하기도 한 동시에 잔인하기까지 한 것처럼 보인다.

 

 

못생긴 여자아이도 물론 꿈꿀 수 있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나는 일은 매번 밑도 끝도 없는 추락이다. 그래서 그녀는 꿈꾸는 법도 머지않아 잊게 될 것이다.”라는 책 속의 말처럼 레베카는 노후에도 꿋꿋하게 잘 버텨내며 또 다른 행복을 성취했을지는 정말 모른다. 아마 현실에선 코미디 프로에서 여전히 못생기고 뚱뚱한 외모가 웃음의 소재가 되는가 하면 나 자신조차 신입 여직원을 채용할 때 외모에 더 배점을 주었던 기억도 추가로 난다.

 

 

결국 이 이야기는 그런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교훈이나 비판을 주려하는 의도 대신 어떻게든 자신만의 재능으로, 자신만의 소신으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나간다는 행군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불평한들 세상은 완전히 바뀌지 않으니 다른 살 길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였던가 보다. 그런 취지의 책들이 요즘 들어 부쩍 보이는 까닭도 판타지보단 현실이 더 가깝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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