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이이치로의 도망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의 매력이라 한다면 전적으로 주인공에게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단 이름부터가 괴상하지 않은가. ‘아이이인지 아아이인지, 수시로 헷갈리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간단히 로 줄여 부르는 것이 편하다. 저자 아와사카 쓰마오도 글자 순서를 뒤섞은 애너그램으로 필명을 만들 정도니 주인공 이름만이 아니라 이 시리즈 내내 곳곳에서 비슷한 발음에서 착안한 언어유희로 유머를 시도하는 것은 일본소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자 이 시리즈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방식이기도 하다이제 시리즈도 마지막 종착역에 도달했다. ‘낭패, ’사고에 이은 도망은 전작들의 재기발랄한 유머와 위트, 발상과 트릭, 캐릭터까지 똘똘 뭉친 이색추리세트의 방점을 찍는다. 독자들을 속인다는 트릭은 일견 기상천외하면서도 인간심리가 추종하는 편견이라는 맹점을 교묘히 비틀고 있기도 하다. 그것을 추리하는 과정은 엉뚱하지만 견고한 논리를 내세워 어설프다 욕할 수 없을 정도의 즐겁고 유쾌한 체험이다. 

 

 

 

이번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 중 인상적인 몇 가지를 들어보자. 아카시마 섬에는 서 일본 나체주의자 클럽이 운영하고 있는 나체촌이 있다. 일체의 문명이기와 격리된 채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모태로 모인 사람들은 알몸으로 지낸다. ‘가 이 섬에서 물고기 사진을 찍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 때문에 사람들의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괴한이 나타나 이들을 위협하며 한 여자를 납치하려는 소동이 일어난다. 사실 대단한 사건은 아니다. 괴한이 납치하려하는 여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의 예리한 관찰력은 사람들이 자칫 놓치기 쉬운 작은 단서에서 진실을 유추해내는 것이다 

 

 

 

거대한 스케일의 환상트릭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식의 입장은 <구형의 낙원>에서도 즉시 적용되니까. 종말에서 혼자 살겠다고 만든 거대한 구형의 방공호에서 숨진 대부호가 있다.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것으로 믿었던 안전의 결정체에서 외부의 침입도 없는 상태로 죽은 대부호는 자살이었던가? 그렇게 사건을 위장은폐 하려한 범인의 수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안에 가둬두고 신체에 충격을 가하는 방식은 고정관념을 노린 참신함(?)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여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의 진정한 의의라면 항상 사건현장에서 얼쩡거리는 얼굴이 세모꼴이고 정장을 한 노부인의 정체가 마침내 밝혀진다는 점이다. 추리가 어떻고 트릭도 어쩌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노부인의 정체가 너무나 신경이 쓰여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기에 앞서 우선 의 정체를 아는 것이 급선무다. 알다시피 그는 각종 잡학 방면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가이자 꽃미남에 세련된 패션까지 갖춰 가는 곳 마다 여자들의 폭풍 같은 인기를 한 몸에 누리고 있는 남자다. 한데 비주얼의 환상은 얼빠진 말과 행동으로 산산이 깨어지고 실소를 금치 못하도록 만들지만 가설로 펼치는 추리능력만큼은 누구도 부인 못할 탑 급의 수완을 발휘해 왔다

 

 

 

그런 그를 보며 여자들이 외모에 반해 공통적으로 떠올렸던 특정신분이 사실 실제였다는 걸로 드러나고 노부인의 정체도 의 신분과 연관 있는 것임이 추가로 알게 되면 자연히 아, 그런 거였나? 라는 반응이 따라 나오게 된다. 노부인이 의 주변에서 항상 맴돌았던 이유는 지극히 타당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에피소드는 올스타전이다. 화려하고 정겨운 피날레로 마침표를 찍게 되니 모든 상황은 얼렁뚱땅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설정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시켜준다. '만일 탐정 명단이 만들어진다면 일본어, 알파벳 어떤 순서로 정렬하더라도 맨 앞에 올 수 있도록 '아 아이이치로'라고 이름 지은 것'이라는 작가의 의도대로 유머 감각과 논리의 조화만큼은 시대를 초월한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이고 유쾌하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 요절복통이여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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