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그릇 2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9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병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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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다는 지금도 여전하지요?”  

 

솔직히 처음에는 의아했었다. 왜 문동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이 포함된 것일까? 라고 말이다. 같은 문동의 블랙펜 클럽시리즈로 미미 여사의 솔로몬의 위증이 때마침 내 수중에 같이 들어오다 보니 그러한 의문점은 뭉게뭉게 피어올랐던 거다. 세계문학전집에 일본 추리소설이라니.... 아마도 그 이유로 인하여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호기심이 커졌으리라.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새벽, 전차 조차장에서 한 남자가 얼굴이 뭉개진 시체로 발견된다. 전차가 이를 모르고 출발했었더라면 시체의 훼손이 어떠했으리라 불을 보 듯 뻔했다. 시체의 훼손 상태를 두고 보더라도 잔혹하기 그지없으며 피의자의 원한이 상당했으리라 짐작될 뿐이다. 경찰은 전날 밤 인근 술집에서 죽은 남자와 또 다른 남자 일행을 보았다는 목격담으로 수사를 시작하지만 실마리의 가닥은 잡히지 않는다. 겨우 알아낸 단서라고는 불확실하지만 도호쿠 지역 사투리를 쓴 것 같았으며 대화중 가메다라는 단어가 있었던 것 같았다는 증언뿐. 사건은 그렇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제로 남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마니시 형사만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수사를 계속해 나간다. 하지만 관련된 인물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최초의 단서인 가메다도호쿠 사투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공간적 변수를 드러내며 도달한 진실에는 "그것"이 숨어 있었다.

 

이 소설 모래그릇은 드라마와 영화로 수차례 방영되었다니 일본에서의 대중적 관심과 인기는 상당했었던가 보다. 지금의 시점에서 본다면 속도감도 과학수사와도 거리가 먼 그 당시의 수사방식은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지 특산품으로 주판을 선물 받는 장면에서는 시대의 초침을 거꾸로 돌려버린 것 같은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분명 이마니시 형사의 집념과 끈기만은 인정해 줄 한데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먼 길을 돌아 돌아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심정으로 결승점까지 당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맥이 빠지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 것 상황에서 찰나적 단서포착으로 다시 시동을 거는 그의 방식은 좋게 말하면 창의적 수사일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우연의 남발, 작위적이라고도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런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떠한 사실에 담긴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단순히 지식의 나열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각도에서 수사에 필요한 지식을 추출하고 응용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공부 머리가 아닌 일 머리라고 봐야겠지. 그래서 내가 소설에서 설명하는 백과사전식 지식에 멍해 있을 때 그만은 어느 순간 출구를 빠져나온다결국 그가 밝혀낸 범인의 정체도 놀랍지만(개인적으로 범인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의심하도록 만든다.) 그 동기가 중요했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답게 동기에 승부수를 걸었다. 그것이 살인의 동기였단 말인가? 그런 이유로 그토록 잔혹하게 살해하였더란 말이냐? 정말 인간이란 존재의 살의에는 몇 가지로만 단정지울 수 없는 다양한 동기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우치다 야스오의 헤이케 전설 살인사건을 읽고 난 뒤의 우울한 기분이랄까, 소감이 똑같이 느껴진다 

 

더없이 일본 전후 시대의 사회적, 구조적 차별과 편견이 낳은 모순에 통렬한 비판과 저항이 담겨 있다. 그러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도록 만든 시대정신에 대한 가차 없는 메스를 들이대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야말로 세이초가 의도했던 방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죽어도 될 존재는 뻔뻔하게 살아남고 죽어서는 안 될 존재는 보호받지 못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기에 슬프다. 살생부는 누구의 허락 하에 기록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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