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황금지구의
가이도 다케루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울트라 황금 지구의><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같은 의학 미스터리 계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는 가이도 다케루의 범죄코믹물입니다. 가이도의 이전 작품들은 접해본 적이 없기에 작가에 대한 평가나 기존작과의 비교는 아는 바가 없어 솔직히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작가는 의학 미스터리라는 기존 노선대신 잠시 머리 식히는 기분으로 즐겁게 이 소설을 써내려갔다고 합니다.

 

80년대 후반 거품경제로 호황기를 누리던 일본 정부는 돈을 주체할 수가 없게 되자 각 지자체별로 고향창생 기금 1억엔이라는 명분과 함께 거금을 배정합니다. 갑자기 뜻하지 않은 목돈이 생긴 가상도시 사쿠라노미야에서는 이 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다 황금 지구의를 만들어 수족관에 전시해버립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현재에 와선 그저 수족관 한 구석에서 무용지물로 전락해버리고 마는데, 시청에서는 이 애물단지의 경비보안을 동네 철공소 영업부장인 헤이스케에게 의뢰합니다. 말도 안 되는 계약조건을 내세워 강제적으로 황금지구의의 경비보안을 떠맡게 된 헤이스케에게 대학시절 친구였던 글라스 조가 찾아오면서 이 둘은 즉시 의기투합, 황금지구의를 강탈하기로 합니다.

 

이 소설은 황금지구의 강탈 작전수행 중 몇 차례의 반전을 통해 봉착한 위기상황을 기상천외한 기지발휘로 돌파하는 재미와 함께 하나같이 개성강한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익살과 해학, 포복절도할 만한 기행 등이 독자들을 끊임없이 킥킥 거리게 하면서 읽는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단지 웃고 말자는 태도에서도 벗어나 공직사회의 병폐라고 할 수 있는 관료주의와 보신주의, 복지부동이라는 불합리에 조소와 함께 따끔한 일침을 놓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항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잔재미라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각종 해양, 기계공학 등 과학적인 측면의 용어들일 것입니다. 사쿠라노미야 시의 심해에서 세계최초로 발견된 멍텅구리멍게, 얼간이멍게”, 황금지구의 강탈 작전명인 딸기 맛 찰떡 아이스 대작전”, 바퀴벌레가 닿기만 하면 으깨버리는 기계인 바퀴벌레 퍽퍽과 그 자매품 파리 탁탁”, 초강력 순간접착제 두 번 다시 그대를 놓지 않아", 사쿠라 TV의 인기프로그램인 싹둑 베어버릴테다등 나열하자면 무수히 많은 언어적 유희 또한 대단한 유머를 발하고 있기도 하구요

 

제일 인상적인 용어는 지하드 다이하드(성전에 살고 성전에 죽는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학 시절 헤이스케와 글라스 조가 세상의 부조리에 일벌백계하고자 하는 열망을 담았던 이 말은 결국 소설의 대단원에서 황금지구의를 훔쳐 돈을 벌려고 했었던 의도의 이면에 지하드 다이하드를 달성하기 위한 위장막이 있었다는 걸 아는 순간 작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합니다.

 

이 소설은 미션 임파서블 같은 거창한 스케일의 강탈 작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우스꽝스러운 작전을 두고 기득권 층에 대한 평범한 소시민의 작지만 통쾌한 반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소소한 재미를 느끼라고 읽는 코믹물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듯 합니다.

 

상상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적당한 수준의 재미를 보장하는 이 소설, 시간되시면 읽어보시길... 단 시간이 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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