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개를 버리러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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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개를 버리러는> 주전자 물 끓는 소리에 불안함을 느낀 소년이 아빠가 깨우는 바람에 같이 택시를 타고 밤새 노란 개를 버릴 곳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처음을 연다.  

 

출발지점부터 이 소설이 소년과 개가 나오는 따뜻한 동화가 아님을 알려준다.

 

여기서 노란 개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노란 개를 버리는 것에 강박적으로 집착을 하는 아빠와 소년의 대화에서 노란 개는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고, 버려야 하는 사연은 무엇인지도 밝혀지지 않는다. 낮과 밤이 교차하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른채 트렁크 속의 노란 개를 버리는 것에도 결국 실패하기까지 한다.

 

노란 개는 흡사 마법주문처럼 끊임없이 입에서 되새겨지지만 등장인물들 사이에 현재와 과거 사이의 부조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자아 분열되면서 언어를 통해서만 상황이 파악되려고 한다.

 

"누구나 악몽을 꾸지만, 만약 악몽의 모든 세세한 부분을 기억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악몽은 우리의 악몽과는 다를 것이다. 악몽을 꾸고도 견딜 수 있는 건 그 악몽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인데 후각과 촉각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악몽이라면, 악몽의 세계에서조차 현실과 같은 단위로 시간이 흐른다면, 도무지 끝날 기미가 없다면…… “비명과 함께 썩은 어금니에서 악취가 끓어오르는” 이 꿈은 당신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

 

사람들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버려진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채,  현재의 행복과 안위를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지만 종말

에는 기억의 망각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결국 노란 개를 버리러 간다는 것은 영원이 아닌, 탄생하고 실패를 겪고 마침내 공수레 공수거라는 허무한 사이클에 도달하는 숙명을 피할 수 없음을 얘기한다.

 

김숨 작가의 신작은 그런 의미에서 해답은 속시원히 제시하지 않고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한번 읽고 이해하기 보단 반복해서 읽으면 또다른 상징적인 은유가 곳곳에 지뢰처럼 숨어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래서 급하게 읽어내려가기 보다는 꼭꼭 씹어먹어야 진국을 느낄 수 있다.

 

저자 김숨은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가,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중세의 시간」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 『투견』 『침대』『간과 쓸개』, 장편소설로 『백치들』『철』『나의 아름다운 죄인들』『물』이 있으며, 2006년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작업’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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