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증언 1
존 카첸바크 지음, 김진석 옮김 / 뿔(웅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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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1 <하트의 전쟁><애널리스트>에 열광했던 나에게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이라 불리는 이 책의 출간소식은 그야말로 쌍수 들고 반길만한 빅 뉴스였다. 그것도 내 생애 최초의 스릴러 분권 구입예정으로 염두에 두었다면 말이다. 근데 다 읽고 나면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는 문구가 출간을 앞둔 마이클 코넬리의 <The Brass Verdict>에서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란 사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존 박의 신간에서도 마찬가지로 통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 소재해 있는 <마이애미 저널>의 기자 매슈 코워트는 주립 교도소의 한 죄수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열한 살 된 여자아이를 납치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흑인 대학생 로버트 얼 퍼거슨의 편지로 자신이 흑인이라는 인종차별적 시각과 강요된 자백에 의한 엉터리 재판에 의하여 누명을 썼다는 주장이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코워트와의 면담을 요청하는 퍼거슨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기려다 맘을 바꿔 교도소로 그를 만나러 간다.

 

퍼거슨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결백을 호소하는 그의 논리에 점점 잠식당하게 되는 코워트, 결정적으로 같은 교도소 내에 수감 중인 또 다른 사형수가 본인이 저지른 범행이었음을 실토했다는 말을 듣고 당사자를 만나 취재한 끝에 퍼거슨의 무죄와 진범을 밝혀낸다. 그것을 기사로 써서 퓰리처상까지 받게 되는 코워트. 그로 인해 정의는 실현되고 언론인으로서 성공이라는 장밋빛 미래에 취해 있을 그때, 진범의 부모가 살해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제 그동안 믿었던 진실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에 코워트는 경악하게 된다. 혼란을 바로 잡기 위하여 코워트는 태니 브라운 반장과 여형사 셰퍼와 함께 석방된 퍼거슨을 재조사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이 소설을 관통하는 큰 흐름은 진범여부와 결백을 둘러싼 진실게임을 통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끊임없는 혼선으로 흔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말을 미리 예상할 수 없는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언론은 끈질긴 취재로 무고한 목숨을 구명하고 진실을 밝혀냈다는 명예로움이 거짓과 기만에 의해 역공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경찰은 오로지 직감만 믿고 얻어낸 자백이 오류일 리가 없다는 완고함 때문에 세상에 떳떳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 피해자는 미국사회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의 폐해와 미국 형사 사법제도의 구조적 결함을 조롱하며, 결백이라는 단단한 껍질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며 세상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상반된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최소한 누군가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세상에 까발려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을 맞게 되리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듯 우리가 평소 무의식적로 신봉하는 고정관념이 진실이 될 수도, 거짓도 될 수 있고 선과 악은 처음부터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믿음에 대한 미세한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백이라는 단단한 껍질 속에 들어간 피해자를 망치로 깨어질 때까지 줄기차게 두드리는 코워트와 브라운 반장, 셰퍼 형사의 시도는 이제 창과 방패로 대변되기 시작한다. 정교한 심리묘사와 두뇌게임, 논리와 심증이 상호 충돌하는 대화를 통해 진실에 대한 공방전이 흡입력 있게 전개되면서 과연 결백이란 껍질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지 궁금증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과연 그 속은 깨끗하게 비어있을 것인가? 아니면 함정이라는 노른자가 들어 있을까? 마지막까지 가서야 진실은 공개된다.

 

하지만 과연 존 박! 이라며 감탄을 하다가도 서술에 있어서 부분적으로 엉성하고 진부한 느낌도 들고, 흡입력 있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골인지점에 가까워질수록 명쾌함 대신 논리의 비약과 감정을 앞세운 치기로 건너뛰며 성급하게 마무리되는 결말 또한 공든 탑의 한축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읽는 동안 방대한 페이지를 전혀 의식할 수 없었던 <하트의 전쟁>의 그 짜릿한 재미를 생각하면 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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