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트릭의 모든 것
니타도리 케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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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어주는 신

회사 여자 화장실에서 막힌 변기가 저절로 뚫리고 바닥의 물까지 청소된 사건, 일면 기이한 현상이긴 하나 바쁜 업무를 감안하면 별일이 다 있네 라는 정도로 넘길 일인데도 종일 미스터리하다며 난리치는 로쿠탄다 여사도 은근 웃기지만 반전만큼은 익숙하면서도 친근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타입의 서술트릭이다. 유명한 모 추리소설을 오마주한 것일까? 그러고 보면 회사 이름부터가 복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갇힌 세 사람과 두 사람

별장에 침입한 무장강도 네 명에게 억류된 일본인 두 사람. 강도 세 명이 잠시 자리 비운 사이에 인질을 감시하던 강도 한 명이 살해된 사건이 일어난다. 여기는 외딴 곳이라 외부인의 침입의 흔적이 없는데다 인질들은 밧줄에 꽁꽁이라 손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 강도들은 자기들끼리 용의자로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이 험악한 분위기에 눈치 없이 떠드는 인질은 무엇이고 신경 곤두 선 강도들이라면 제지할 법도 한데라고 이상하게 받아들였다. 역시 진상은 지극히 단순한 서술트릭이겠으나 속여 넘기는 것도 재주다.



별생각 없이 산 책의 결말

주인공이 칵테일 바에서 일하던 중 사장에게 얼마 전 읽은 추리소설을 들려주고 트릭을 알아 맞춰 보라며 내 준 퀴즈. 친구와 함께 영화신작을 보러가기로 한 약속에 대하여 취소전화를 건 누군가에 이어 한 남자가 강가에서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들은 모두 알리바이가 완벽한데 여기에도 서술트릭이 들어 있다. 역시 추리소설은 시대와 세태를 반영하는 척도라고 하지 않던가? 꽤 괜찮았다.

 


그 외에도 많은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세 편만 추려 간단한 감상만 남긴다. 처음부터 완벽한 보안을 유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이고도 천연덕스럽게 서술트릭을 사용하고 있다고 털어놓는 작가의 자신감은 선전포고나 다름없겠다. 속이려는 작가와 거기에 도전한 나, 소설 속 등장인물인 벳시씨 자체도 트릭이었기에 놀랐고 그 자체로도 유머스럽고 즐거운 독서체험이었다. 특히 작가의 후기에 제대로 한 방 먹은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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