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없는 검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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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읽게 된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이다. 워낙 줄줄이 쏟아내는 바람에 거의 다 따라 잡았던 적도 있었는데 잠시 멀리 했더니 그새 격차가 확 벌어져버렸다. 국내 출간작은 몽땅 섭렵하겠다고 큰 소리 빵빵 치고도 무안하네. 1년에 2권 정도만 내준다면 좋겠는데 다른 작가들 책들도 좀 읽게. 그러거나 말거나 새로운 시리즈의 출현. 젖비린내가 미처 가시지 않은 신입 검찰 사무관 미하루는 발령 첫날부터 오사카 지점의 에이스 냉혈 검사 후와 슌타로에게 무참히 씹히는 장면에서부터 이 아가씨도 참 갑갑하겠다 싶었다.

 

 

원래 그런 캐릭터란 입소문은 미리 접했으나 워낙 감정을 안 드러내고 무심히 타박을 놓으니까 미하루의 성별마저 잠시 착각하기도 했다. 남자 대하듯 해서. 후와 검사는 윗선에서 압박을 넣든, 청탁을 받든, 정으로 봐달라고 호소하든, 상황불문, 상대불문 간에 포커페이스로 일관하며 원칙대로 처리하는 신념주의자이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적도 많게 마련이고 인사고과에도 불이익을 겪게 마련이라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면 참 곤란하고 피곤한 타입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실력이 뛰어 나면 지퍼 채울 수 있는 남자이기도 하니 다들 뒤에선 몰라도 앞에선 어쩌지 못한다. 대쪽 같아서 부러질 것 같아도 용케 꼿꼿하게 잘 버티고 산다.

 

 

그와는 반대로 감정이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미하루는 상반된 캐릭터라고 하겠는데 두 사람의 가치관과 상격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소소하게 충돌을 빚는다, 수시로 욱하다가도 슬기롭게 잘 견디며 보조하는 것 같아서 대견스럽기도 한 미하루는 아마도 자신 스타일에다 후와 검사만의 장점을 잘 습득하면 미래의 진로에 큰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소설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사증거물 분실 같은 대 참사에서 얻은 교훈도 컸을 테고 실제 상황이라면 이를 덮으려는 쪽과 있는 그대로 파헤치려는 후와 검사란 양쪽 입장이 이해 못 할 바가 아니었다. 다만 진실은 은폐되어서는 아니 될 터. 그게 정의가 아닐까.  

 

 

따지고 보면 나카야마 시치리 월드에는 이런 고집불통 캐릭터가 단골로 등장해서 새삼스러울 건 없는 같다.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와타세 경부 그리고 후와 검사.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한들. 셋이 모여 있으면 분위기가 참 진중하겠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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