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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의 세계 - 내 생애 전설이 될 런트립 200선
Lonely Planet 지음, 김영수 옮김 / 인간희극 / 2025년 7월
평점 :
달리기를 좋아한다.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고 멀리까지 가는 것도, 1시간 정도 목적없이 그냥 달리는 것도 좋다. 서울에서 지낼 때는 10km 달리기 대회를 신청하고, 달리기 장소인 여의도까지 한강라인을 타고 자전거를 타고 갔다. 가서 10km를 달리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30km 정도를 돌아 온 경험도 있다. 기록같은 것은 상관없었다. 달리기가 빠른 것도 아니다. 10km를 53분 정도에 뛴다. 아니 뛰었더랬다. 지금은 아마 1시간을 넘길 것이다. 뭔가 도전의식이 있는 것도, 운동으로 느끼는 뭔가의 희열 때문도 아니다. 그저 온전히 내 몸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달리기 관련 책들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달리기를 좋아하기에 관련 책들을 우연히라도 만나면 쉬이 지나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랬다. 무작정 눈길이 같고, 운 좋게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어 책을 보게 되었다. 저자가 그 유명한 여행 서적 출판사인 'lonely planet' 이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간 것 같다. 여행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세계의 곳곳에서 달려보는 로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출장으로 갔던 뉴욕에서 센트럴 파크를 뛰었던 그 느낌을 잊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여행 서적 전문 출판사답게 세계의 달리기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가는 방법과 숙소, 식당 등도 자세히는 아니지만 소개하고 있어 직접 경험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코스별로 난이도를 정해두고 있긴 해도, 나같은 초보 러너들에게는 대부분이 상급의 코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도전 욕구보다는 부러움의 감정을 더 크게 갖게 한다고나 할까. 철인3종 경기나 울트라 마라톤, 하다 못해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는 뭔가 경험에 대한 욕망이 들끓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부러움 속에서도 하나 반가웠던 것은 우리나라의 달리기 코스가 소개된다는 점이다. 나도 경험이 있는 '한강' 코스인데, 반갑고, 그리웠다. 이제는 추억 속의 장소처럼 느껴지는 그 곳을 글로 다시 만나게 되니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모든 코스들이 모두 험난한 것은 아니기에, 한강 코스를 보며 새로운 곳을 꿈꾸기도 했다. 이 책의 부제가 '내 생에 전설이 될 런트립 200선'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 곳을 달려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한강 코스의 경험을 갖고 있으니, 200곳 중에 이미 한 곳은 클리어 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조금씩 꿈을 꿔 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