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배 - 지구 끝의 남극 탐험 ㅣ 걸작 논픽션 24
줄리언 생크턴 지음, 최지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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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 서포터즈 2기로서 두 번째로 만난 <미쳐버린 배>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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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 걸작논픽션 신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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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1897년 벨지카호의 남극여정을 기반으로 한 논픽션이 맞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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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역사 속 핵심 인물들의 현재 시점을 건드려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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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구성이 마치 영화같은 픽션의 분위기도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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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에 읽었던 자연사 도둑이야기 <깃털 도둑> 의 느낌도 살짝 감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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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같은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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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극지 탐험에 꽂혔던 역사 속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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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과학기술의 역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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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저자는 잡지사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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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지카호의 남극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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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듯이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이야기를 수집해 나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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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추적하고 그를 바탕으로 이 스토리를 풀어가긴 했지만

​

진실을 밝힐 수 없는 역사적 한계에 따른 지점들은

​

실제와 허구를 저자의 선에서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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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배> 의 프롤로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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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수감중인 의사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인 탐험가가 면회를 온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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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관심이 이 곳에 모여진 이유는 오랫동안 국민을 속였던 사기꾼을

​

명성이 높은 탐험가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

왜 면회를 갔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이었다.

 

이 둘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이렇게 끄집어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니

​

안 읽어볼 수가 없잖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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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에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가 출간되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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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지카호가 1897년에 떠났던 극지 탐험의 여정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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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나온 노틸러스호가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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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얼음 바다와 빙하로 묘사된 장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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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들로 하여금 발견되지도 않고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

가상의 대륙, 남극에 대해서 환상과 신비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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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배> 에 등장하는 벨지카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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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젊은 나라 벨기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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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인 명분으로는 과학적 탐사에 대한 기대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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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는 신생 국가 벨기에에 대한 애국심에 의해 탄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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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유럽은 영토 식민지화로 인해 민족주의 바람이 불어

​

자연스럽게 탐험 열풍으로 이어진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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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정부는 남극 항해의 가치를 알리면서

​

자금 조달을 위해 과학적 탐험이라는 명분을 내세웠고 애국심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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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 영광을 안겨줄 원정대 벨지카호는

​

미지의 해안 탐사를 목표로 식물, 동물, 지질학 데이터 수집을 위해

​

1897년 8월 23일 남극 대륙으로 출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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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탐사라는 임무와 남극 탐사의 수익성을 기대한 여정이었지만

​

벨지카호 선원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고 잊을 수도 없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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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적인 업적으로 간주되었던 벨지카호의 극지 탐사는

​

인간 마음 속 깊은 곳의 욕망을 충족하는 일이었고

​

실행하는 사람과 지켜보는 사람 모두의 관심을 받는 일이었지만

​

결정적으로 벨기에의 영광에 대한 속내와 기대치는 다 달랐다.

​

벨기에인으로만 구성하려던 처음 계획과 달리

​

벨기에인 13명, 외국인 10명, 고양이 두 마리가 벨지카호에 올랐고

​

극지로 향하는 벨지카호의 시간들은

​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선원들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

인간 본성들과의 사투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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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픽션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모두 저자가 찾아낸

​

당시 벨지카호 선원들의 탐험 일지, 선실에서 주고 받은 서신과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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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당시 벨기에 신문 기사, 역사가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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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앵 드 제를라슈의 대담함과 로알 아문센의 불굴의 용기,

​

프레데릭 쿡의 상황대처능력이 있어 벨지카호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는 있었지만

​

미사여구를 넣어 기록했던 의사 쿡의 글 같은 경우는

​

자의적인 해석을 빼고 진실에 접근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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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벨지카호의 남극 여정 중에 접했던 에피소드들은 여전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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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펭귄 무리와의 만남, 예상치 못했던 얼음 속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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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없는 땅인 남극에 대한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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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하고 텅 빈 대륙에서 느끼는 인간의 모든 감정들,

​

영양불균형으로 인한 괴혈병과의 사투, 동료들의 죽음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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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극한 상황들이 흥미롭고 스릴 넘친다.

 

빅토르 위고는 우울함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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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없는 곳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나타나는 깊고 어두운 고뇌 상태" 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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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지카호 선원들은 거의 1년 가까운 시간동안 죄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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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묶어놓았던 해빙을 뚫고 이동하기 전까지

​

절망감, 우울함, 현기증, 두통, 불면증, 고립감 등등

​

온갖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들을 경험했고

​

실제로 "우리는 지금 흰 감옥(정신병원)에 있다" 고 일지 속에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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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에 중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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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아름다움과 위험만 존재했을 뿐.

​

위험한 여정인 걸 알면서도 인간은 다가올 영광을 기대하며 길을 나선다.

​

"각자의 마음 속 어딘가로 향해가는 목표의식은

​

영원히 정복해낼 수 없는 것."

​

 

​

희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던 벨지카호는 다행히도

​

얼음 속에 갇혀 지내는 일을 끝낼 수 있었고

​

폭풍을 지나 마침내 전쟁같았던 여정은 고향에 돌아오면서 끝나는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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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야채와 포유류 고기로 배를 채우는 것이 선원들의 소원이었고

​

남극의 겨울에서 살아 돌아온 벨지카호는 돌아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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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혈병 증세로 인해 허약해지고 두통과 신경성 문제가 남아 있었다.

​

영광스런 귀환인 듯 하지만 어두운 그늘은 여전했다.

​

거기에 벨지카호 여정의 후반부를 책임졌던 의사 쿡이 정말

​

북극을 정복했는지 입증할 방법이 없어 회의론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

그가 누렸던 영광은 나흘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

그렇다면 더더욱 쿡이 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지가 궁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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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은 남극여정을 통해 잠시 얻었던 영광을 석유로 재건하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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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혐의로 기소되고 오랫동안 미국 국민을 속여온 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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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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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해빙으로부터 서사적인 탈출을 이뤄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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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만 풍부한 인간이라는 비난만 받게 된 의사 프레데릭 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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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노르웨이인 탐험가가 면회를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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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구의 두 극점을 모두 최초로 정복한 사람으로 유명한 로알 아문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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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의사를 면회간 탐험가는 바로 로알 아문센이었다.

 

벨지카호 남극 여정을 함께 했던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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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쿡을 의심하지만 그래도 아문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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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겨울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쿡 덕분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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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지카호의 귀환 후 쿡과 아문센은 다른 길을 걷게 된 이야기가 또 제법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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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배> 2부가 시작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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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문센은 탐험가로서의 욕망을 이어간다.

​

노르웨이로 돌아오자마자 벨지카호 원정에서 배운 쿡의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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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원정대를 계획하고 마침내 그가 이끄는 프람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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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8월 9일 노르웨이에서 남쪽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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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남극 탐험의 라이벌이었던 로버트 팰컨 스콧과 달리

​

로알 아문센은 원주민(에스키모인) 방식을 채택한다.

​

땀과 추위에 적합하지 않았던 모피를 고집하는 유럽식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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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털을 이용해 추위를 견뎠고,

​

선원은 소수로, 대신 썰매개 52마리를 끌고 썰매와 스키로 이동하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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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문센은 개들과 지내며 정이 들긴 했지만 긴 여정을 위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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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느린 개부터 한 마리씩 주기적으로 잡아 먹음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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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개들과 본인들의 영양을 보충해서 괴혈병에 대비했다.

​

고집 센 선장 스콧은 썰매개를 죽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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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고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조랑말로 바꿨지만 결론은 오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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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산지 그 추위에서 땀 배출하는 방식이 썰매개와 말은 달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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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결국 땀을 배출하자마자 매서운 바람에 얼어붙어 죽어 나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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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짊어졌던 그 많은 짐들을 다 사람들이 이고 가야만 했던 고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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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아문센 탐험대는 1911년 12월 14일 남극점에 노르웨이의 깃발을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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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문센이 남극점에 도달할지 알리가 없던 스콧 탐험대는

​

1912년 1월 18일에 남극점에 도착했지만 펄럭이는 노르웨이의 국기를 발견하게 된다.

​

남극점까지도 힘겹게 가던 스콧 탐험대였기 때문에

​

다시 돌아오는 길에 남극의 매서운 추위를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

결국 스콧 탐험대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

남극 탐험에 대한 준비와 전략에서 아문센의 전략은 어쩌면

​

쿡의 아이디어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

탐험가들의 도전을 보면서 인간에게 생존보다 더 강력한 명분이

​

지구상에 또 존재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

살아서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람들의 상황과 비교할 수 없는 영역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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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지카호 여행의 유산은 과학적 수확에

​

극지로의 첫 국제적 원정이라는 의미는 분명히 있다.

​

프레데릭 쿡이 의사로서 생리적, 심리적 피해를 기록으로 남기며

​

극지성 빈혈증을 보고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

초기 극지 탐험의 진실에는 역사가 그렇듯

​

실제와 허구가 모두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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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남극 탐험" 에 관한 이야기에서 스릴러다운 면모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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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인데 심리 묘사가 더해져 픽션같은 착각도 들게 한다.

​

글항아리의 걸작논픽션이 <미쳐버린 배> 외에도 어떤 책들이 더 있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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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역사 - 시대를 품고 삶을 읊다 ㅣ 소소의책 역사교양서
존 캐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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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 <길가메시 서사시> 부터 시작해서

​

다양성의 무한대를 경험 중인 20세기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에 이르기까지

​

시와 시인들의 삶에 관한 뒷이야기들을

​

연대기순으로 풀어 놓은 책 <시의 역사> 를 만났다.


소소의책 역사 교양서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

이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 만나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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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역사>, <세계 종교의 역사> 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

나의 호기심은 늘 인간에게로 향하고 있고

​

철학과 종교가 바로 인간의 본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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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역사> 에서도 인간이 속해 있는 사회의 영향을 받아

​

시대마다 가치를 두는 지점과 그 반작용들이 늘 존재함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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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페이지의 벽돌책 수준인 만큼

​

서양 시의 역사는 이 한 권에 모조리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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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 명예교수이며 영문학의 거장인 존 캐리가

​

시대 속에 담긴 가장 위대한 시와 시인들의 삶을 총망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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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구절이 내포하는 의미와

​

시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가치 짚어주기 또한 놓치지 않았다.

​

시를 읽지 않은 그대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와 시인들을

​

한 권으로 소장하고 틈틈히 기억해 두고 싶다면

​

<시의 역사> 만한 책도 없지 싶다.

​

목차에서 접한 시인의 이름이 혹여 반갑다면,

​

당신은 시와 친해질 준비가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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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

고대 그리스, 로마 제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

러시아, 미국, 아일랜드, 스페인, 칠레, 멕시코까지

​

문학사적으로 시의 역사 속에 넣어도 손색없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좋지만

​

서양, 더 들어가서는 영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

시 장르에 있어서 영국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리라.

​

첫 번째로 소개하는 위대한 시 <길가메시 서사시> 는

​

전 세계의 신화와 민담에서 공통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

호메로스의 <오디세시아>와도 평행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

신들이 인간 영웅들을 총애하거나 박해했고

​

지하 세계로 내려갔다가 산 자들의 세계로 돌아오는 등

​

서양의 시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당 수 문학 작품들에게

​

모티프가 되어줬다는 분석에 수긍하며 읽어 나갔다.

​

특히 폭정을 일삼으며 오만함을 상징하는 길가메시가

​

결국은 죽음 앞에서 한낱 인간일 뿐이라는 성찰,

​

모두가 평등하다는 깨달음에 이르며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

스케일이 큰 작품들을 보면 꼭 등장하는 흐름이 아닌가.

​

리듬과 운율, 각운이 보여주는 시의 대표성이

​

길가메시에서도 엿보인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

시에서 소리와 의미, 어떤 것 하나에 방점을 찍는 일은

​

지금까지도 논쟁 거리로 남아 있다.

​

<길가메시 서사시> 는 구술이나 노래로 불려진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

시를 판단하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라는 것.

​

옳고 그름은 없고 의견만 있을 뿐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구절에서

​

시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한 듯 싶다.

​

역시 ..... 시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었다.

​



​

단테가 <신곡> 에서 스승으로 모시며 함께 여정을 떠났던 베르길리우스는

​

고대 로마의 시인으로 <아이네이스> 를 썼다.

​

기독교 시대가 시작되기 전에 로마 역사의 시작을 보여준 이 작품과 더불어

​

고대 로마의 3대 시인으로

​

<변신 이야기> 의 오비디우스, <송가> 의 호라티우스도 만날 수 있다.

​

"오늘을 붙잡으라" 는 의미의 카르페 디엠이 바로 <송가>에서 나온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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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위대한 걸작 <신곡> 은 개인적으로 깊이 읽기 하고픈 작품이다.

​

중세 유럽의 기독교적 정신이 이 작품에 영향력을 미치긴 했지만

​

인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고통과 형벌의 영원함은

​

그 어떤 작품보다 짙은 여운을 남긴다.

​

자비로운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신곡> 을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수도 없이 읽었다고 해서

​

품절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고.^^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의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

​

알고 있어도 또 알고 싶은 시인이다.

​

그의 희곡이 워낙 유명하지만 여기에서는 소네트를 좀 더 들여다보게 한다.

​

소네트의 내용이 셰익스피어의 실제 삶을 반영했는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

다른 등장인물에게 시인이 말을 걸고 비난하며 극적인 분위기로 흘러간다.

​

엘리자베스 시대의 무미건조함을 이끌어 가는 특징이 되기도 했지만

​

그래도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결국

​

자신이 믿고 싶은 바를 말해주는 시를 만났을 때

​

깊이 빠져들기 마련인가 보다.

​

추상명사들이 행위의 주체가 되어

​

진짜 행동을 하게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도.

​

<리어왕> 과 <맥베스> 의 일부가 인용되면서

​

존 캐리의 해석이 더해져 작품의 묘미를 알아가는 것이 즐겁다.


지금은 쓸 수 없는 언어들이 셰익스피어 시대에 있었지만

​

한편 셰익스피어가 새로 만들어서 지금까지 쓰여지는 언어들이 무려

​

1700개에서 3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

셰익스피어를 다루게 되면 문학과 언어에 미친 영향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

뺄 수가 없을 정도로 지금까지 살아있는 고전으로 남아 있다.





어떤 의미에서 당대의 위대한 시인으로 시간이 흘러도

​

추앙받는지 존 캐리는 곳곳에서 선명하게 밝히고 있다.

​

영국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

미국에도 최초의 시인들이 탄생하게 되었고

​

그렇게 만나게 된 시인으로 에밀리 디킨슨이 눈에 들어왔다.

​

휘트먼과 함께 과거의 낡은 틀을 벗어던진 디킨슨은

​

음울하고 아이러니한 어투로 죽음을 상상한다.

​

그 죽음이 자신의 것인지, 다른 사람의 것인지 분간할 수는 없지만

​

상상 속 죽음이 삶의 일과임을 어느 순간 깨닫게 만드는 것에서

​

그녀의 시를 읽는 독자는 충격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

그렇게 디킨슨에게 몰입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 너무나 좋아하는 오스카 와일드!!!

​

수 많은 명언과 시대적 이슈를 낳은 오스카 와일드는

​

당대의 편견에 맞서는 반항아이면서 동시에

​

고통 속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었다.

​

"사람은 각자 사랑하는 것을 죽인다."

​

이 한 문장만으로 보통 사람들은 가 닿기 어려운 자기 자신의 심연을

​

다녀갔던 예술가가 바로 오스카 와일드이다.





​

40개의 챕터로 시의 역사를 총망라하고 있는 <시의 역사> 를 만나서

​

내가 갖고 있던 시에 관한 지식의 구멍들을 하나 둘 채워본 시간이었다.

​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이 책이 품고 있는 방대한 양의 내용들을

​

나의 역량으로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

시의 역사에 관한 한 백과사전과도 같은 스케일....^^

​

시와 시인들의 삶을 통해 그 시대와 사조,

​

문학적 특징들을 두루두루 접해볼 수 있어서

​

수많은 시인들 중에서 유독 관심이 가는 시인을 만나게 된다면

​

이 책을 읽은 이유로 충분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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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탐험 ㅣ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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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에서 11권 세트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이 나왔다.

​

SF 소설을 개인적으로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

소설에 대한 기본적인 호기심에다가

​

"쥘 베른"이라는 이름이 이미 증명해준 가치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

한번 믿고 만나 보았다.

​

쥘 베른의 소설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

<달나라 탐험> 이라는 제목 또한 생소했지만

​

읽고 나니 믿고 보기로 한 나의 선택을 칭찬한다.^^

​

SF소설이 이런 거라면 또 읽고 싶지!

​

이제부터는 또 새로운 시작이다.

​

SF소설이 다 이렇게 흥미로운건지,

​

아니면 쥘 베른의 소설이기에 그랬던 것인지는

​

개인적으로 다시 판단의 여정을 나서야할 듯 싶다.

​

탐구적인 성향이 있는 나로서는


물론 즐거운 여정이 될 거라서 기대만땅이기도.^^


쥘 베른의 과학소설 클래식 중에서 내가 처음으로 만난

​

쥘 베른의 소설은 <달나라 탐험>.

​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그의 필력이 궁금했다.

​

청소년 도서로는 많이 나와도 성인 대상의 책을 찾기는 어려웠는데

​

마침 열림원에서 김석희 번역으로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이 나왔고

​

결론적으로 완독 후에 다른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중 세 권을 주문했다.


지구를 포함하여 다른 행성들이나 우주 공간에 대한

​

나의 지식 디폴트값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시작한다 ㅋㅋㅋ

​

그래서 적당히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준 덕분에

​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고 마지막 페이지임을 인지한 순간

​

끝이야~~? 하면서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

혹여 이 소설이 기대이하였던 분들이 우연히 나의 소감을 보고

​

뭘 그렇게까지~ 라는 반응이라면

​

소설을 워낙 좋아한다는 것을 감안하고 존중해 주시길!

​

사람마다 다 취향과 기대치,

​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통찰지능은 각자 다 다른 법이니까.


남북전쟁이 끝나고 대포클럽 회원들이 달에 포탄을 보내서

​

연락을 취해볼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

창의적이고 대담한 기질을 가진 프랑스인 미셸 아르당,

​

과학적 본능을 가진 미국인 바비케인과

​

부지런하고 나름의 역량을 지닌 미국인 니콜 이렇게 세 사람이 여행자이다.

​

운명적으로 만난 이 세 여행자가 달나라에 종족을 번식시킬 임무를 띤

​

개 두 마리 다이애나와 새틀라이트까지 데리고

​

지구의 위성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과학 역사상 전례없는 실험을 진행한다.

​

같은 현상과 결과에 대한 프랑스인과 미국인의 다른 해석들,

​

각자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지점들과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부분,

​

작가가 제기하는 과학적 가설들과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

적절하게 버무려져 내내 흥미로웠다.

​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는 판단에는 쥘 베른의 필력뿐만 아니라

​

번역의 도움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소설을 읽다 보면 관심사에 따라 좀 더 꽂히는 지점이 다른 법이다.

​

요즘 동물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지구의 환경과 나아가

​

모든 종차별주의에 반대한다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세 여행자가 데리고 갔던 개 두 마리의 미래는

​

소설 속에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

이 부분이 그저 이야기로만 읽히지는 않았다.

​

러시아에서 최초로 스푸트니크 2호에 개를 태워 우주로 보냈던 일이 1957년에 있었다.

​

그 개의 이름은 라이카였다.

​

당시로서는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일에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

사람 대신 희생양으로 삼은 측면에 대해서는 비난의 여론도 없지 않았다.

​

실제로 우주선을 타고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

고온, 고음, 고진동을 온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

우주비행에 관한 기술도 지금보다는 당연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

라이카는 장비 이상과 급격한 온도 상승으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서

​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하지만 당시 러시아와 미국의 우주 전쟁으로 인해

​

우주 탐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에

​

라이카의 이슈를 포함해서 많은 진실들이 가려졌고

​

시간이 흘러 차차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

1869년에 발표된 <달나라 탐험> 도 이러한 사회적 이슈나

​

우주 탐사에 대한 정보들을 모두 취합하여

​

소설 안에 녹여냈고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

아직 쥘 베른의 소설 의도를 접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

모든 소설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쓴다고도 생각하지는 않기에 단언할 수는 없다.

​

​

하지만 쥘 베른의 과학소설이 지금까지도 고전으로 남아 있는 것은

​

지구 너머 우주에 대한 신비의 근원과 경이로움을 알고자 하는

​

인간의 욕구와 욕망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고

​

지금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

소설은 이렇듯 모든 인간의 삶과 통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 낸다.

​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

​


하나 더..... 소설 속 주인공들의 19세기 경험들을

​

21세기적 마인드로 엄격하게 따지고 들자면

​

과학적인 사실로 접근하기가 어려워진다.

​

이게 가능해?? 라고 의심할 소지가 곳곳에 깔려 있는데

​

이것도 어느 시점에 가면 재밌기까지 하다.^^

​

이쯤에서 쥘 베른 소설을 읽기 전 주의할 점.....!

​

쥘 베른의 시대보다 우리는 지금 150년 남짓

​

과학적으로 매우 발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

물론 쥘 베른도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소설을 썼겠지만

​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장르가 소설인 만큼

​

소설은 소설로 보자....ㅋㅋㅋ

​

그렇게 좀 더 관대한 마음으로 이 소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순간

​

소설의 바다에 풍덩~~ 빠져버리게 될 것이다.

​

소설이 상상력으로 쓰여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

독자가 갖고 있는 과학적 사실을 버무려서

​

어느 순간 실제로 받아들이는 경험이 참 매력적이라는 것을

​

새삼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세 여행자는 우주 공간으로 보내진 이후로

​

그동안 땅을 밟고 살아왔던 지구가 참으로 낯설게 보였을 것이다.

​

나 중심, 지구 중심에만 매몰되어 있던 인식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

나와 내 주변의 모든 것 또한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

소설은 내가 잊고 있던 것, 보지 못했던 진리를 내 앞에 문득 펼쳐 보인다.

​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그런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 온다.

​

쥘 베른의 과학소설을 만나고 나니까 소설의 가치와 쓸모가 더 크게 다가온다.



​

포탄이 우주를 여행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

대포클럽은 로키 산맥 꼭대기에 거대한 망원경도 설치한다.

​

세 여행자들은 97시간 남짓 여행해서

​

달이 보름달이 되는 날 자정에 달에 도착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까지

​

수없이 많은 의문들을 만난다.

​

​

달의 중력이 포탄을 끌어들일까?

​

포탄이 고정된 궤도에 붙잡히면 영원히 달 주위를 돌게 될까?

​

모험에 성공한다 해도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

지구와 달의 인력이 같아지는 중립점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

달에 인간이 살 수 있을까?

​

​

​

절대적인 진공과 어둠, 그리고 침묵이 지배하는 우주 공간에 떠 있을 때는

​

포탄만이 완벽한 휴식을 누리기도 하고

​

운석이 빠른 속도로 포탄에 접근할 때는 독자 역시 똑같이 긴장하게 된다.

​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을 마침내 보게 되는 순간에는

​

세 여행자의 희열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진다.

​

긴장과 이완 속에 소설을 읽다가

​

또 어느 순간 쥘 베른의 시선이 끼어들기도 한다.

​

이 모든 것들이 독자를 붙잡고 소설이 끝날 때까지 놔주지 않는다.^^

​





그래서 이렇게 세 권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

바다와 지구 속이 궁금해졌다.

​

쥘 베른이 일정 부분 나의 지적 호기심을 해소해 줄거라 믿으며.​

SF소설에 대한 관심을 열어준 쥘 베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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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탐험 ㅣ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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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설 클래식이 이런 것이었구나. 지금이라도 만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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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 예찬 - 은둔과 거리를 사랑하는 어느 내향인의 소소한 기록
김지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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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3기로서 만난 두 번째 책, <내밀 예찬>.

​

6월에 신청한 도서였는데 6월 말에 출간되어 이제서야 만났다.

​

다른 책보다 기다림이 더 지루했다.

​

김지선 작가만큼이나 나 또한 "내밀함" 으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가만히, 자신이 원하는 정도와 방식으로

​

지켜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내밀함이 있다.

​

취향은 옮고 그름이 아니다.

​

팬데믹 상황에서 공간의 밀도는 낮아졌고

​

관계의 점도는 떨어졌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지만

​

여전히 함께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린 사회이다.

​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지배적인 집단주의의 관성 속에서

​

'자기 자신' 으로, 자유의지대로 사는 일은 힘겨운 미션이 되어간다.

​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유난스러워 보이는 세상이지만

​

그럼에도 그 사람만의 특질은 시대의 트렌드가 어떠하든

​

영원히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

그래서 내밀함에 대한 정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

연약함, 부적응, 예민함 이라는 관련 키워드는 동의할 수 없다.



​

어떤 일이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함을 뜻하는 "내밀함" 이라는 정의를 놓지 않으면서

​

인간의 본성, 사회적인 인간들의 양상, 소소한 일상에 대한 단상들을

​

무겁지 않으면서도 얕지 않게 풀어 간다.

​

자신을 내향인이라 칭하는 사람들 중에는

​

'점심이탈자' 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

저자의 경험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

내 얘긴가 싶은 동질감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

'점심이탈자' 는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부적응자나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

각자 개개인에게 허락된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

나 또한 '자발적 은둔' 을 즐기는 사람이어서

​

조직 생활을 했었더라면 점심이탈자가 되기를 선택했을 것이다.

​

하지만 바틀비처럼 '점심 식사를 함께 하지 않는 것을 택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기를

​

속으로만 했을 것 같다.....

​

한국의 조직 사회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

곧 원만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로 이어진다.

​

내향인에게 실로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덕목은 그래서 '용기' 가 아닐까 싶다.

​

점심시간이 되면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

객관적인 관점을 짚어주기도 하지만

​

결국은 저자가 겪었던 감정들을 가감없이 드러내어

​

독자와 내면적인 대화를 이어간다.

​

내향인의 대화 방식은 적당한 거리와 속도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

그 템포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독자일 때에 더 농밀한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



처음 보는 낯선 이들을 파악하며 친밀해 지고자 방법으로

​

사람들은 상대방을 타입으로 구분하려 한다.

​

지금은 옛 것이 되어버린 혈액형에서부터

​

지금은 MBTI 를 많이 물어보기도 하는데

​

해리포터 기숙사 테스트도 있다는 건 저자를 통해 처음 들었다.^^

​

어떤 집단 안에 개개인을 끼워 넣어서

​

나름의 판단을 해보려 하는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

인간이란 그렇게 쉽게 규정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 않은가.

​

자기 자신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

상대방의 판단에서 오는 오류가 오해를 불러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

내가 만든 틀에 상대방을 끼워 맞추기 보다는

​

타자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하는 태도에서부터

​

서로의 세계는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

김지선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상당히 많은 지점에서

​

똑같이 내향인이라는 접점을 발견하곤 한다.

​

하지만 의도적으로 누락의 말하기를 하는 이야기에서는

​

같은 내향인이지만 나와는 또 다른 면모가 엿보이기도 한다.

​

우리는 비슷하면서 동시에 다르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할 때마다

그 아름다운 '장소' 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마음과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에 숨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열에 여덣은 후자가 이기고,

결국 나라는 존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으로 기어들어간다.

그런데.....

나는 이곳의 단골손님이었던 것이다.

​

<내밀 예찬> 중에서

장소와 공간에 대한 저자의 이 단상이 인상적으로 남았던 것은

​

나의 경험과 겹쳐기 때문이기도 했다.

​

직원 눈치보지 않고 몇 시간이고 차 한 잔에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

스타벅스라는 공간은 내게 또 다른 독서의 장이다.

​

기계적인 친절함을 내내 접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

배려가 묻어나는 직원의 한 마디를 늘 기억한다.

​

주문하려고 앞에 서는데 먼저 나오는 한 마디,

​

"돌체 블랙 밀크티요?"

​

스타벅스에서 내가 주문하는 메뉴 중 8할은 돌체 블랙 밀크티.

​

그걸 아는 직원분이 나를 향해 나름의 사적인 표현을 했고

​

생각지도 못했던 상냥한 관심을 받은 나는

​

형식적으로 응대하던 모드에 '얼음 땡' 을 받은 기분이었다.^^

​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해 가는 태도가

​

무례하지 않고 세심하다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는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

환대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그 거리를 좁혀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시대를 살고 있지만

​

정서적 거리두기마저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

보이지 않게, 알게 모르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

영원히 서로를 향해 무심하게 산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

​

자유의지로 신체와 영혼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사람들.

​

홀로 있는 시간을 해독제로 여기는 사람들.

​

정신을 스트레칭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 사람들.

​

진지함을 존중하는 사람들.

​

자아와 농밀한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

​

고밀도 환경에 취약한 사람들.

​

어설픈 욕망과 거리를 두는 사람들.

​

​

​

​

​

내밀함으로 뭉쳐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지만 이런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외향인에게 이와 같은 모습이 없지는 않은 것처럼.

​

우리는 어느 정도 내향적이면서 동시에 외향적이기도 하니까.

​

이 책의 제목이 <내밀 예찬> 이긴 하지만

​

굴욕적이고 모욕적이거나 수치심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험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

참 공평하기도 하지.....;;

​

그럴 때 모두에게 적용해도 좋을 팁 하나를 이번 기회에 기억해 두려 한다.

​

세상을 향한 소심한 거부라고 해도 좋다.

​

일순간에 모든 것이 차단된 시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이 방법은

​

어쩔 수 없다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니라

​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는 능동적인 자세이다.

​

자발적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잠시 단절하는 비행기 모드 는

​

모두에게 회복하는 시간을 제공해줄 것이다.

​

매년 2월 제주도 여행갈 때마다 비행기 모드를 켰었는데

​

앞으로는 육지에서도 필요하면 좀 써먹어봐야겠다 ㅋㅋㅋ

​

이러한 내밀함이 곧 나의 힘으로 작용해서

​

매일 규칙적인 삶에 리듬감을 주기도 하고

​

나의 본성을 거슬러가며 애쓰는 일에도 동력이 되어줄거라 믿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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