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탐험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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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에서 11권 세트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이 나왔다.

SF 소설을 개인적으로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소설에 대한 기본적인 호기심에다가

"쥘 베른"이라는 이름이 이미 증명해준 가치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한번 믿고 만나 보았다.

쥘 베른의 소설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달나라 탐험> 이라는 제목 또한 생소했지만

읽고 나니 믿고 보기로 한 나의 선택을 칭찬한다.^^

SF소설이 이런 거라면 또 읽고 싶지!

이제부터는 또 새로운 시작이다.

SF소설이 다 이렇게 흥미로운건지,

아니면 쥘 베른의 소설이기에 그랬던 것인지는

개인적으로 다시 판단의 여정을 나서야할 듯 싶다.

탐구적인 성향이 있는 나로서는


물론 즐거운 여정이 될 거라서 기대만땅이기도.^^


쥘 베른의 과학소설 클래식 중에서 내가 처음으로 만난

쥘 베른의 소설은 <달나라 탐험>.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그의 필력이 궁금했다.

청소년 도서로는 많이 나와도 성인 대상의 책을 찾기는 어려웠는데

마침 열림원에서 김석희 번역으로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이 나왔고

결론적으로 완독 후에 다른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중 세 권을 주문했다.


지구를 포함하여 다른 행성들이나 우주 공간에 대한

나의 지식 디폴트값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시작한다 ㅋㅋㅋ

그래서 적당히 나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준 덕분에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고 마지막 페이지임을 인지한 순간

끝이야~~? 하면서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혹여 이 소설이 기대이하였던 분들이 우연히 나의 소감을 보고

뭘 그렇게까지~ 라는 반응이라면

소설을 워낙 좋아한다는 것을 감안하고 존중해 주시길!

사람마다 다 취향과 기대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통찰지능은 각자 다 다른 법이니까.


남북전쟁이 끝나고 대포클럽 회원들이 달에 포탄을 보내서

연락을 취해볼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창의적이고 대담한 기질을 가진 프랑스인 미셸 아르당,

과학적 본능을 가진 미국인 바비케인

부지런하고 나름의 역량을 지닌 미국인 니콜 이렇게 세 사람이 여행자이다.

운명적으로 만난 이 세 여행자가 달나라에 종족을 번식시킬 임무를 띤

개 두 마리 다이애나와 새틀라이트까지 데리고

지구의 위성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과학 역사상 전례없는 실험을 진행한다.

같은 현상과 결과에 대한 프랑스인과 미국인의 다른 해석들,

각자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지점들과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부분,

작가가 제기하는 과학적 가설들과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내내 흥미로웠다.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는 판단에는 쥘 베른의 필력뿐만 아니라

번역의 도움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소설을 읽다 보면 관심사에 따라 좀 더 꽂히는 지점이 다른 법이다.

요즘 동물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지구의 환경과 나아가

모든 종차별주의에 반대한다는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여행자가 데리고 갔던 개 두 마리의 미래는

소설 속에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이 부분이 그저 이야기로만 읽히지는 않았다.

러시아에서 최초로 스푸트니크 2호에 개를 태워 우주로 보냈던 일이 1957년에 있었다.

그 개의 이름은 라이카였다.

당시로서는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일에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 대신 희생양으로 삼은 측면에 대해서는 비난의 여론도 없지 않았다.

실제로 우주선을 타고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고온, 고음, 고진동을 온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우주비행에 관한 기술도 지금보다는 당연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라이카는 장비 이상과 급격한 온도 상승으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서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러시아와 미국의 우주 전쟁으로 인해

우주 탐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에

라이카의 이슈를 포함해서 많은 진실들이 가려졌고

시간이 흘러 차차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1869년에 발표된 <달나라 탐험> 도 이러한 사회적 이슈나

우주 탐사에 대한 정보들을 모두 취합하여

소설 안에 녹여냈고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쥘 베른의 소설 의도를 접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모든 소설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쓴다고도 생각하지는 않기에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쥘 베른의 과학소설이 지금까지도 고전으로 남아 있는 것은

지구 너머 우주에 대한 신비의 근원과 경이로움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 욕망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고

지금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은 이렇듯 모든 인간의 삶과 통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 낸다.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하나 더..... 소설 속 주인공들의 19세기 경험들을

21세기적 마인드로 엄격하게 따지고 들자면

과학적인 사실로 접근하기가 어려워진다.

이게 가능해?? 라고 의심할 소지가 곳곳에 깔려 있는데

이것도 어느 시점에 가면 재밌기까지 하다.^^

이쯤에서 쥘 베른 소설을 읽기 전 주의할 점.....!

쥘 베른의 시대보다 우리는 지금 150년 남짓

과학적으로 매우 발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물론 쥘 베른도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소설을 썼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장르가 소설인 만큼

소설은 소설로 보자....ㅋㅋㅋ

그렇게 좀 더 관대한 마음으로 이 소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순간

소설의 바다에 풍덩~~ 빠져버리게 될 것이다.

소설이 상상력으로 쓰여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독자가 갖고 있는 과학적 사실을 버무려서

어느 순간 실제로 받아들이는 경험이 참 매력적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세 여행자는 우주 공간으로 보내진 이후로

그동안 땅을 밟고 살아왔던 지구가 참으로 낯설게 보였을 것이다.

나 중심, 지구 중심에만 매몰되어 있던 인식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나와 내 주변의 모든 것 또한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소설은 내가 잊고 있던 것, 보지 못했던 진리를 내 앞에 문득 펼쳐 보인다.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그런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 온다.

쥘 베른의 과학소설을 만나고 나니까 소설의 가치와 쓸모가 더 크게 다가온다.



포탄이 우주를 여행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대포클럽은 로키 산맥 꼭대기에 거대한 망원경도 설치한다.

세 여행자들은 97시간 남짓 여행해서

달이 보름달이 되는 날 자정에 달에 도착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까지

수없이 많은 의문들을 만난다.

달의 중력이 포탄을 끌어들일까?

포탄이 고정된 궤도에 붙잡히면 영원히 달 주위를 돌게 될까?

모험에 성공한다 해도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지구와 달의 인력이 같아지는 중립점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달에 인간이 살 수 있을까?

절대적인 진공과 어둠, 그리고 침묵이 지배하는 우주 공간에 떠 있을 때는

포탄만이 완벽한 휴식을 누리기도 하고

운석이 빠른 속도로 포탄에 접근할 때는 독자 역시 똑같이 긴장하게 된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을 마침내 보게 되는 순간에는

세 여행자의 희열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진다.

긴장과 이완 속에 소설을 읽다가

또 어느 순간 쥘 베른의 시선이 끼어들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독자를 붙잡고 소설이 끝날 때까지 놔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세 권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바다와 지구 속이 궁금해졌다.

쥘 베른이 일정 부분 나의 지적 호기심을 해소해 줄거라 믿으며.

SF소설에 대한 관심을 열어준 쥘 베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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