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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처음으로 들춰보기 시작한 <깃털도둑>.
제목에서부터 제대로 호기심 자극하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출간후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소설같은 실화 <깃털도둑> 드디어 완독.^^
세기의 자연사 도둑에 대한 저자의 집요한 탐사의 기록인데
스토리가 갖는 흡인력 만큼이나 마치 소설인듯 다음 페이지가 궁금한 책이었어요.
흐름출판을 대표하는 또 한 권의 책을 발굴한 기분!!
소설가 김중혁도 이 책을 소설에 넣어야 할지, 에세이에 넣어야 할지
무척 고민스러울 것이라는 추천사도 있었죠.
<깃털도둑> 은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장 불완전한 인간, 에드윈 리스트라는 주인공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미국의 플루티스트로 영국 왕립음악원에 다니는 재원 에드윈 리스트는
영국에 유학오기 전부터 이미 플라이 타이어로서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깊은 애정과 관심, 그리고 훌륭한 기술을 자랑하는 사람이었죠.
플라이 타이어란 플라잉 낚시꾼들이 낚시를 할 때 화려한 깃털로 미끼를 만드는 사람들이었고
그 플라이를 만드는 일은 그들에게 예술활동으로 여길 정도의 가치를 갖는 일이었어요.
그리고 그들에게 플라이 타잉을 할 때 필요한 깃털들은
화려하고 희귀할 수록 높은 가치를 지니는 아주 귀중한 재료이기도 합니다.
플라이 타잉에 어릴 때부터 심취해있던 에드윈 리스트는
그 상태 그대로 영국왕립음악원에서 플루트 연주자로 역시 열심히 학업중이었는데
우연히 영국의 자연사박물관 트링박물관의 존재를 듣게 되고
찰나에 느꼈던 인간의 탐욕이 세기의 도둑으로 변신하게끔 만들면서
깃털도둑이 세상에 출연하게 되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외지고 깊은 밀림과 계곡, 숲과 늪지 등에서
수세기에 걸쳐 수집된 새들을 모았던 영국의 박물학자이자 생물학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찰스 다윈보다 13년후에 태어난 이 사람은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를 읽고 탐험의 꿈을 꿨던 무명의 박물학자였습니다.
탐험하며 새로운 종을 발견, 수집했지만 영국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배가 불타서 그 소중한 표본들을 전부 잃기도 했던 과정까지 소개됩니다.
이 책이 펼쳐내는 이야기의 범위가 가히 광폭에 가까운.....^^
단순히 에드윈 리스트라는 범죄자에만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라
19세기 중반 아마존강 유역과 말레이군도에서 십수년의 답사를 바탕으로
종의 분포와 지리학 연구로 생물지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진화론의 발달에 크게 기여했던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라는 새로운 인물을 재조명했다는 지점도
저는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그 옛날 희귀한 물건을 갖고 싶어하는 당시 영국과 서양 사람들의 심리속에서
자연 수집품과 화려하고 희귀한 깃털들이 사회 문화를 지배했던 분위기까지도 느낄 수 있어요.
이 책의 저자는 굉장히 다양한 지점에 초점을 맞췄고
그 지점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나가는 필력도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다시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에게도 돌아가서..... ㅋㅋㅋ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자연선택에 따른 생명의 진화 원리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나온 것이 유일무이한 발견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찰스 다윈과 순서를 다툴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 있었음을 새롭게 알려주기도 하니까요.
사실 찰스 다윈이 발견해낸 자연선택에 대한 이론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주장했지만 월리스는
당시 영국의 과학계에 주류도 아니었고 한창 새들을 수집하느라
그야말로 타이밍을 잃으면서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지 못한 사람이었더군요.
그렇다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갖는 사람도 아니었다는 게 또한 놀라워요.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수년간 그렇게 집요하게 수집해 다녔고 고생하며
성취해내려고 했던 이 희귀한 야생동물들에 대한 수집의 과정이
한 순간 인간의 탐욕과 집착으로 인해 빛을 바라게 된 것이
그래서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영국, 나아가서는 인류의 자연사에 있어서 그가 생각한 이 수집의 여정이
플루티스트이자 플라이 타이어라는 한 인간의 탐욕에 의해
오랜 시간 이어져온 자연사에 대한 업적과 그 소중한 표본들이 갖는
가치들이 한 순간에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사건.
에드윈 리스트가 훔친 죽은 새들의 표본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대략 150년전 뉴기니와 말레이제도 원시림에서 온갖 악조건 속에서
독학으로 어렵게 모은 표본들이었고
에드윈 리스트는 영국의 트링박물관에 몰래 잠입해서 여행가방안에
16종 299마리를 마구 쓸어 담았어요.
플라이 타이어들에게 희소가치가 높은 화려하고 희귀한 깃털의 주인인
집까마귀 47마리 왕극락조 37말 케찰 39마리까지.
인류의 역사에 도움이 될 거라는 과학자로서의 소명의식으로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정말 어렵게 수집한 표본들을 말입니다. ㅠㅠㅠ
에드윈 리스트가 훔친 그 표본들은 이후에 바로 그것을 대체할 수도 없는 귀한 표본들이었고
저로서는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를 갖는 건
그 귀한 표본들이 인식의 차이로 인해 소중함과 가치의 관점이 전혀 다르게 표출된다는 지점이었어요!!!
바로 그 다른 관점을 접근하는 과정에 있어서
저자는 면밀하게 접근하고 있고 독자로 하여금
명쾌하게 인식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읽기에 난해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안들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사건을 마주하는 느낌마저 들죠.^^
재밌는 건 기본이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 속에 드러낸 탐욕스럽고 집착에 쩔은 인간의 민낯을 마주하게 합니다.
민낯을 마주하게 될 때 인간은 자신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겪게 되겠죠.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들 모두가 그런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면
이 책이 주는 가치는 대변된 것이라 생각해요!!!
난민구제문제에 몰두하던 때에 심신요양을 위해 플라이 낚시를 즐기다가
우연히 에드윈 리스트에 대해서 듣게 된 저자.
영국의 어느 자연사박물관에서 죽은 새를 훔친 깃털도둑에 대한 얘기를 듣고
흥미를 느끼긴 했지만 그 훔친 죽은 새의 표본들이
자연사박물관과 자연사에 어떤 가치를 갖는지 알게 된 다음부터는
경찰도, 박물관도 포기한 표본 찾기에 몰두하게 됩니다.
그 과정이 아주 흥미로워요.
에드윈 리스트가 박물관에서 새의 표본들을 훔쳤던 2009년 6월.
암컷이나 어린 새들은 두고 화려한 깃털을 가진 희귀종 수컷새들만을 훔쳤어요.
짝짓기를 성공시키기 위해 화려한 날개를 발달시켜온 수컷 새들을 통해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주장했던 자연선택, 생명 진화의 원리도 자연스레 따라오는 지점.
박물관에 있던 그 희귀한 새의 표본들이 없어진 것을
박물관 측은 34일이 지나서 알게 되었고, CCTV는 28일동안의 영상만 남아 있기 때문에
범인을 찾아내는데는 무용지물.
19세기 중반에 수집해낸 그 표본들을 이름표가 그대로 있거나
손상되지 않은 원상태 그대로 찾는 것이 중요했는데 누가 생각해도 희소식을 듣기란 어려운 현실.
에드윈 리스트가 트링 박물관을 칩입후 507일만에 체포되었어요.
경찰들의 끈질긴 수사가 있었고 그가 표본들을 팔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의해서!!!
훔친 새들의 가치는 100만달러에 달했고 밀거래 국제협약도 어긴 범죄자 에드윈 리스트는
변호사의 도움으로 아스퍼거 증후군 판정과 돈을 벌기 위한 목적도 아니었음을 인정받아
무죄로 풀려나게 됩니다.... ㅠㅠㅠ
알고 보니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내린 정신병리학자 박사는
에드윈을 2시간 만나보고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
에드윈 리스트와의 인터뷰를 위해 직접 만난 저자는
에드윈 리스트가 상당히 직관적이었고 감정이입도 잘 한다고 느꼈다고.
점점 밝혀지는 사실 속에 세기의 자연사 도둑은
혼자 했던 게 아니라 자신을 영웅시했던 또 다른 플라이 타이어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 범죄의 영역에 한 사람을 끌어들이는 치밀하고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개인으로서는 플라이 타잉에 대한 열정이라고는 하나
그 인간의 열정과 탐욕이 여러 사람들을 흙탕물에 끌어들였고
본의 아니게 범죄자를 만들기도 했던 걸 보니
그야말로 이 사람은 그냥 용서하면 안 될 사람....
자연사에서 희소가치를 갖는 그 표본들을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해 이용했다는 것이
용서받지 못할 일인거죠.
그 지점에 저자도 집요한 탐사가 이어졌던 것일수도.
탐욕과 집착으로 자연을 이렇게 범한 자들의 최후는
분명 후회와 사죄로 점철되어야 마땅한 것!!!
428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 얇지 않은 책이지만 시간 제한이 있어서
자꾸만 끊어 읽었더니 확실히 완독의 기쁨이 더 크게 다가오네요.^^
시간만 허락한다면 그 자리에서 완독하게 하는 흡인력이 있는 책이예요.
에세이가 이러기 쉽진 않죠..... ㅋㅋㅋ
소설 같은 실화!!! 기억하시고~~~

에드윈 리스트가 이 죽은 새의 표본들을 훔치고도 체포될 당시 범죄는 인정했지만
인간에게는 금지된 것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 본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가짜라는 것을 아는 순간 맥이 빠진다는 당돌한 말을 하기도 했다네요.;;
그런 인간의 본성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했다는 게 더 나빠!!!
에드윈 리스트가 상기시켜준 오리지널에 대한 집착!!!
이 책을 좀 더 읽어가면서 저는 에드윈 리스트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오래된 수집품들을 컴컴한 상자속에 넣어두기만 했던
박물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미 연구를 목적으로 그 표본들의 역할은 다 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 표본들을 박물관에서 보관하기만 할 게 아니라
이 과정이 합법적이고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희귀 깃털들을 그렇게 원하던 플라이 타이어들에게 팔았더라면
희귀생물들이 덜 희생될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저 역시 그냥 넘겨들을 수는 없었습니다.ㅠㅠ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것은 무한한데
인간은 그런 자연의 고마움은 모르고 자연의 우위에 있으려고만 하는 행태가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지요.
깃털에 깃들어 있는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역사를
<깃털도둑> 의 저자 커크 월리스 존슨과 함께 느끼며 마무리합니다.
인간은 자연에게 언제까지 빚을 지며 살아가게 될까......
겨울에 입는 패딩 한벌에도 오리와 거위 수십마리의 희생이 있다는 글에
가슴 한켠 저리게 하기도 하는 <깃털도둑>.
여기 저기 강추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