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 흔들리는 오십을 위한 철학의 지도
바르바라 블라이슈 지음, 박제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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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의미에서 성숙이란 무엇인가"


자기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때부터 중년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계기가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한창 아이들의 육아와 교육에 집중하던 내게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각성의 시간이 있었고
이전보다 조금 더 인생 나침반을 나 중심으로 돌리게 되었다.
그 이후로 전반적인 자기 관리를 통해 
늘 또래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지만
40대 초반까지와는 다르게 요즘 들어
칭찬처럼 들려오는 걸 보면
신체에 나타나는 여러 노화의 증거들을 
현실로 슬슬 받아들이는 중인가도 싶다.

주변인들을 볼 때, 전에 없던 신체적 고통이 잦아들고 
삶의 불확실성이 비대해져 갈 때면
인생의 공허함이 유독 크게 다가오는 듯 하다.
그러다 보면 점점 삶의 즐거움도 줄어드는 것 같고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어 인생에 대한 비약도 심해진다.
그럴 때면 다시 마인드 콘트롤을 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느끼는 삶도 좋은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요즘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에서 접한 한 줄이 
내면을 고요하게 만든다.


"인간 존재는 살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살아갈 뿐... 
그저 살아갈 뿐이다"


아무리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할지라도 후회는 남는다.
인생의 디폴트값은 후회를 남기는 것이 아닐까.
완전무결한 인생은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질적인 것에 스며드는 것에서부터
성숙의 과정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한창 바빴던 시간은 흘러가고 여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이 때가
내게는 또 하나의 행복이다.
또 하나의 행복은 간헐적으로 철학 에세이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중년이 되면서 더해지는 듯 싶다.
다양한 경험과 습관들이 축적되어 가면서
여러가지가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생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찜찜함 없이 잘 매듭짓고 다음 단계로 말끔한 상태에서 나아갈 수도 없다.
어차피 불완전함과 후회, 그리고 고통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내가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 같다.
이러한 사고 방식에 의해서 철학 에세이를 찾게 되고
이번에 나에게 발견된 신간이 스위스와 독일 대중이 사랑한 
철학자이자 언론인인
바르바라 블라이슈의 책이다.

오십의 삶을 뒤흔드는 질문들
우리 모두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후회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십은 과연 인생의 정점일까
숨가쁘게 달려왔는데 무엇이 남았는가
설렘과 경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살아있기에 길을 잃는다


"중년"에 대한 다른 표현으로 "길 잃음"이 눈에 띈다.
많은 예술가들도 이미 중년에 결정적인 성격 변화를 겪으며
삶의 의문을 가졌던 시간이 있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나 문득 의구심이 생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얻게 되는 것들도 있다.
삶의 만족도에 관한 자기보고식 국제조사 데이터에서도
개인 삶의 만족도는 중년기에 최저점에 도달한 뒤
점차 상승한다고 했다.
경험, 인식, 거리두기.... 많은 일을 경험도 해봤고, 
다양한 인식의 틀을 탑재할 수 있었고
많은 일을 관망할 줄 알게 되는 시기.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
앞으로 맞이할 미래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삶의 태도를 갱신하는 시기.



이 철학 에세이에서는 각자 처한 상황에서 실존적 의문을 제기하고,
무엇이 최선인지 탐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나야말로 지금이 중년인가 보다.
작년 말부터 실존에 대한 의문이 커졌고 
심리적 독립으로 충분치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이전의 의존적인 삶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과정이 있었고
올해부터 제2의 삶, 일하는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실존적 자각을 한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이 와중에 점점 커가는 인식은 혼자서 잘 살아갈수는 없다는 것.
연대하고 공감을 주고 받으며 살아갈 때 인생이 더더욱 충만해 진다는 것.
존 롤스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 역사는 홀로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를 읽고 보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재되어 있던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채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자연이 주는 행복감을 
계속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다.
내 안의 좋은 덕목들이 잠들지 않게, 깨어있는 삶을
앞으로도 쭉 영위하고 싶다는 바램이 커져 간다.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일들이
나 혼자만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연과 행운의 결과물일 때가 많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한다.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지배했다는 3가지 열정은
지나가던 나 역시 붙들어 세우는 구절이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색
인류의 고통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연민


극단적인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내 안의 강점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세 번째 열정이 유독 나를 눈물짓게 한다.


의연하게 내 인생에서 내 갈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내가 책임지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
표현은 상투적일지 모르겠으나 내게 전해지는 
이 한 줄의 임팩트는 강렬하게 남는다.
중년에 관한 철학 에세이 속에서 성숙과 실존에 대한 궁금증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소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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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학년, 요약 잘하는 아이가 앞서갑니다 - 10세부터 시작하는 SKY 필승 플랜
이현실.남상욱 지음 / 북폴리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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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학습과 배움의 근간에는 

이해하고 생각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한창 생각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여 

그 능력을 학습으로 연계해야 할 시기가 바로 초등 3학년이다.

2022년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기존의 평가방식과 교육방식에도 변화하는 추세에 있다.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는 물론 이전에도 있어 왔지만

지역적으로 확대됨은 물론이고

문해력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읽기 교육이 시작되는 초3을 "요약력"을 연마해야 할 적기라고 말한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고 객관적, 논리적으로 글을 읽고

말로 표현하는 수업이 시작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글쓰기와 토론수업을 중심으로 한 논술 교육 전문가와

교육, 문학, 심리 분야를 아우르며 EBS 교과 관련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두 사람이 모였다.

정보의 본질을 꿰뚫고 핵심을 파악하여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요약력"의 힘을

<초등 3학년, 요약 잘하는 아이가 앞서갑니다>를 통해 설파하고 있는 중이다.

요약이란 단순히 정보를 압축하는 작업이 아니다.

중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개념화된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요약력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오류를 필터링하여 자신이 얻고자 하는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어가는 능력이 바로 요약력이다.



북폴리오의 자녀교육서 신간에는

요약의 기본개념부터 중요성, 다양한 요약 기법과 전략들을 담고 있다.

마인드맵, 그림, 도표, 다이어그램, 생각그물 등으로 시각화하는 방법,

책 읽기 전, 중간, 후 활동의 예시들,

아이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요약력 키우기 워크북까지 있어서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요즘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짧은 쇼츠나 SNS 영상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뇌의 도파민만 활성화시키는 이 개미지옥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결코 우리가 바라는 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외부 자극에 수동적으로 편승하면 편향적으로 만들 뿐이다.

쾌락의 나락에 빠져드는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는 인공지능 과학기술은

이제 그만 하고 인식과 사고의 길로 가라는 쓰디쓴 말을 해주거나 각성케하지 않는다.

유혹은 이길 수 없으니 피해야 한다고 했다.

한창 사고력을 키워나갈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도 요약력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유는

문해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어학원에서 내게 영어를 배우고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들어보면

학교에서 개조식 작성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저자들이 말하는 요약력을 충분히 담아내는 기술은 아니지만

그만큼 Summary에 대한 중요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겠다.

글이나 말 속의 지표를 바탕으로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객관적으로 정확히 찾아내는 작업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

개념어 찾기로 핵심어 찾기, 중심문장과 뒷받침 문장 찾기,

반복되는 단어나 문장에 주목하며 서술어도 핵심어임을 놓치지 않기 등등

책 내용에 대한 이해와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접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초등 3학년, 요약 잘하는 아이가 앞서갑니다>를 읽고 나서

그동안 그 중요성을 놓치고 있었던 것 2가지 팁을 발견했다.

실제로 초,중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나도 적용해 봐야겠다 싶었던 읽기 능력 팁은 

문장 구조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 핵심 서술어를 찾는 것이었다.

보통은 명사로 된 핵심어나 개념어에 집중했었는데

북폴리오의 자녀교육서 신간을 만나고 발견하게 된 것이 핵심 서술어 찾기 활동이었다.

한국어 못지 않게 영어도 물론 서술어가 굉장히 중요하다.

일명 동사!

보편적으로 주제문을 찾는 과정에서

영어 독해 지문도 보면 개념어나 핵심어를 찾아가면서 주제에 접근하는데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서술어, 영어로 말하면 동사 역시 간과하면 안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동사가 중요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영어에서는 같은 단어를 중복 사용하는 걸 기피하기 때문에

비슷한 의미의 다른 동사를 또 사용하고 있다면 

전보다 더 주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핵심 서술어를 찾았다면 다음 단계는 그 핵심 서술어와 호응을 이루는 주어를 찾는 것이다.

핵심 주어는 읽고 있는 글의 주인이자 서술어의 주체이다.

핵심어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밑줄을 긋거나

인덱스를 표시해가며 최종적으로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는 방식이다.

추가로 SWOT분석 방법을 비판적인 글쓰기와 읽기 능력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는 팁이다.

Strength / Weakness / Opportunity / Threat

강점으로 기회를 살리는 SO전략,

약점 보완으로 기회를 살리는 WO전략,

강점으로 위협을 피하는 ST전략,

약점은 보완하고 위협은 피하는 WT전략.

이런 분석을 통해 주인공이나 주요 사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

책 내용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다.

영어 교육에 있어서 내가 잘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 내용은

의미 단위로 소리내어 읽기를 해온 지점이다.

유창성에 도움이 되며 문법적, 논리적으로 의미를 고려해서

자연스럽게 끊어 읽는 방법.

영어에서는 직독직해로 표현하는 그것인데 

저자가 이렇게 하면 좋다고 하니 잘하고 있다며 칭찬을 받은 기분이다.

영단어를 암기하고 영문법을 공부하는 초,중생들도

궁극적으로는 수능 영어지문을 잘 읽어내기 위한 바탕을 다지는 과정 중이다.

단어와 문법의 힘을 직독직해 안에 잘 버무려

정확히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고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것.

나와 만나게 된 아이들에게 선한 조력자가 되는 것,

그것이 현재 내게 맡겨진 소명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팁이 될만한 요약력 향상 전략들이 더 많이 담겨 있다.

학생이라면 이제부터 집중해야 할 것을 일러두고 싶다.

저 멀리 보내뒀던 교과서를 가까이 두는 것부터 시작!

좋은 글감을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수많은 교육자들이 달라붙어서 핵심 정보만 논리적으로 서술한 것이 

바로 각 출판사들이 내놓은 교과서들이다.

각 과목의 핵심 지식을 담아둔 교과서부터 반복적으로 정독하고

요약해가는 기술을 연마해볼 수 있기를.

초등 저학년을 키우는 학부모는 물론이고

나처럼 티칭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처럼

정보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이들 모두가

자신만의 지식 도서관을 구축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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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홀리 그라마치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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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인생에서 삭제하고 싶은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내 인생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내 맘에 들 순 없으니 말이다.

이럴 때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라면

바로 내 맘대로 상상하고 이야기로 만들어 보는 것!

호주 출신 작가 홀리 그라마치오가 바로 이러한 특권을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라는 로맨스 판타지 안에 구현해낸 게 아닌가 싶다.

시간을 되돌려 나의 가까운 미래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설계해갈 수 있게 해준다고 누군가가 제안한다면...

이것은 과연 달콤한 유혹일까, 아니면 쓰디쓴 후회로 남을까?

'달콤한 유혹'이라고 한다면 역사상 이만한 작품도 없을 것이다.

성경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괴테가 남긴 희곡 <파우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팔아

얘기치 못하게 여러 고난을 겪는 파우스트 박사의 존재를 기억한다.

훌륭한 고전들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깨달음도 얻는다.

나 자신을 구원하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그럼에도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인지

이번 영미소설에서 현대적인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

중독성있고 달디단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내가 만약 끊임없이 새로운 남편을 맞이하고 그리하여

새로운 생의 시작을 거듭하는 "로렌"이라면

이 상황이 과연 내게 이로운 변화를 줄까?

'이 비현실적인 연애와 결혼이 로렌에게 궁극적으로

행복을 안겨줄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지게 하는 소설이다.


결혼을 앞둔 친구 엘레나를 위한 축하 모임에 다녀온 로렌은

술에 조금 취한 상태로 자신의 집에서 황당한 일을 마주한다.

처음 보는 남자가 남편이라며 다가온다!

다락방에서 남편이 내려오는 상황이 당연하다 여길 정도로

로렌은 그렇게 정신이 없진 않았었다.

하루 아침에 유부녀가 된 이 비현실적인 사건에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분명히 내 집인데 저 새로운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집안 곳곳에서 보이는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을 읽어 내려가는데

나도 여자라서 그럴까 이질감 하나없이 곧바로 몰입하고 있다.

지금껏 로렌은 자신이 어떤 남편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남편을 바꿔왔다. 이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

엘레나의 결혼식이 일주일 남았다.

일단 결혼식에 데려갈 괜찮은 남자를 찾는 게 먼저다.

완벽한 남편이 아닌, 결혼식 파트너로 완벽한 사람.

나머지는 나중 문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어쩌면 로렌에게 당면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괜찮은 남편감을 찾기 위해

다락방에서 내려오는 프레쉬~한 남편들을 마다하지 않고 겪어낸다.

물론.... 이 사람은 아니다 싶으면 다시 다락방으로 돌려 보내서

RESET 상황을 만들고 새로운 남편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도 하고.

내 입맛에 맞는 남편을 고를 수 있는 로렌의 상황과

다양한 남편감들의 면면을 지켜 보다 보면

책 속에 들어가 있다가도 문득 다시 책 밖으로 나와서

그동안 품고 있었던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되새겨보기도 한다.


200명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지

슬그머니 걱정도 앞선다.

인생이란 게 물론 예측불가능한 것이지만

동시에 인간은 안정성을 추구하기도 하는 본성이 있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 로렌은 지금의 생활을 돌이켜본다.

자신의 남편감으로 알맞지 않아서 다시 다락방으로 보내고

때로는 꽤 괜찮은 남편감을 만나기도 하지만

지내다 보니 또 이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회로가 작동해서 이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어떤 결정적인 만남이 있고 난 후 로렌은 각성한다.

무언가 거대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로렌은 생각에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더이상 남편들이 내려올 다락방은 없다!"


가만히 기다리며 수동적으로 남편감을 맞이하지 않고 

드디어 로렌이 직접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나의 선택이 앞으로 인생에 어떻게 작용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내가 책임지면 되지 않은가.

그것이 진정으로 자유를 누리는 삶이겠지!



일주일 동안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때로는 나의 아지트 스타벅스에서,

그리고 특별한 어떤 날에는 절벽뷰가 멋진 원주의 스톤 크릭 카페에서

북폴리오의 영미 신간소설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를 혼자 읽으며

무심코 터져 나오는 어이없음에 나도 모르게 웃게 되는,

소설이 주는 이야기의 맛을 본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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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종소리 - 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
김하나 지음 / 민음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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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부터 나혼자 노려보고 있던 김하나 작가의

신간이 독서 에세이 장르로 민음사에서 한 여름에 나왔고 이제서야 완독이다!

표지부터 뭔가 매혹적이야~~^^

내용을 들여다보니 자유롭고 쾌락적인 것, 맞다.

김하나 작가의 마음의 소리와 감탄의 언어들이 틀에 박히지 않아 좋았다.

그녀가 고른 고전 다섯 작품에 대해서 구석구석 온통

감탄만 했더라면 쉽게 질렸을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 일상의 언어가 음성지원되어 호불호가 분명하게 전해지면서

독자 또한 저자의 의도에 홀리듯 따라가기만 하는

수동적인 독서가 되지 않게 하는 데 은은한 영향력을 미쳤다.

저자처럼 독자 역시도 자유로운 독서 행위를 가능케 했다.

이 와중에 참 신기한 것은 저마다의 감탄의 언어에 있어서 표현은 달라도

그 울림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감히 짐작해 본다.

나만의 느낌적인 느낌~~



7월 말, 여름 휴가 시즌에 군산에 다녀왔었다.

그리고 여행 가는 곳마다 영순위로 검색해 보는 것이 동네책방이어서

알아보니 "마리서사"가 뜨고

숙소 바로 옆에 있으니 안 갈 이유가 없지!

갔더니 딱.... <금빛 종소리>가 책등이 아닌 책표지가 보이게 정면에 누워있다.

반가움.^^




저자는 고전 읽기를 가리켜 "세계의 교양에 접속하는 일" 이라고 했다.

단순히 다른 시대의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공간의 어떤 정신을 체험하는 일이라고.

고전이 다른 장르에 비해 독보적인 지점은

바로 오랜 시간의 검증을 거쳤다는 걸테다.

오래 전 탄생한 작품들이 지금까지도 금속성 종소리처럼

독자들에 의해 읽히고 전해져 2024년 현재까지 그 울림을 감각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금빛 종소리>라고 은유하게 되었으리라.

개인적인 경험치에 근거하여 민음사의 독서 에세이는 믿고 본다.

그 수많은 고전 중에서 이렇게 다섯 작품을 선별하기까지

저자의 신발을 신고 생각해보면 얼마나 개인적인 고뇌가 있었을지 안 봐도 짐작이 간다.

영문학도로서 추앙해 마지 않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맥베스>

카프카의 <변신>을 김하나 작가의 시선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건 내게 반가움과 동시에 행운이었다.

좋은 느낌을 깔고 직접 펼쳐 봐도 역시는 역시!

작품을 다시 찾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거기에 이미 알고 있던 이디스 워튼과 그녀의 소설 <순수의 시대>

또 다른 이의 감각을 통해 새롭게 읽혔고

잊고 있었던 인간과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해주었다.

어찌 되었건 독자도 취향이라는 것이 있는지라...

아우라와 회상록은 다음을 기약했다. ㅋㅋㅋ

어떻게 저자와 독자의 취향이 톱니바퀴처럼 다 맞을 수 있겠어....

그렇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금빛 종소리> 속에 있는 이디스 워튼의 소설은 소설에 그치지 않고

영화로까지 손을 뻗게 했다.

내가 이 영화를 언제 봤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이 참에 한 번 보자고 알아보다가 고딩 딸아이가 웨이브 구독중인 것도 알고....ㅎㅎㅎ

덕분에 1300원에 이틀 대여하여 1994년 영화를 좋은 화질로 감상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다 보니 얼핏 오래 전에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 때 본 것과 이번에 김하나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나서 보이는 건 너무나도 달랐다.

이디스 워튼의 삶과 그녀가 남긴 소설이 어김없이 중첩될 리도 없고

그럴 필요 또한 없으나 묘하게 영향력이 전해진 듯한 느낌도 받게 된다.

미국의 명성있는 가문에서 부족함없이 살았던 이디스 워튼은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을 했고 다른 남자로부터 사랑의 감정도 느꼈지만

그 상대가 진심이 아니었음을 경험했다.

이 모든 인생의 경험들을 거치고 난 후에 그녀의 소설 <순수의 시대>에 모조리 녹여낸 듯

인간의 다분히 사회적이고 모순적이며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과

당대 사회의 관습과 인간을 틀에 가두는 친화적이지 않은 사회를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캣우먼' 이미지로 너무 강하게 자리잡혀 있던

미셸 파이퍼의 엘렌 올렌스카 연기는 또 다른 배우의 모습을 겹씌워 주었다.

누구나 사랑 앞에서는 순수하고 싶지만 사교계라는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결코 용감할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순애보를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간절히 원하는 사랑이고 사람이었지만 그녀와 함께한다는 건

상처로 점철될 자신의 미래가 동시에 그려진다.

저 훤칠했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이제는 60대 후반이 되었다니....

멜로 목소리를 장착한 뉴랜드 아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말고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위노나 라이더가 연기한 메이의 저 사랑스러움은 또 어쩌면 좋을까.

공식적으로는 자신의 남자이지만 내밀하게 보면 사촌 언니에게

마음이 가 있는 남자를 어떻게 곁에 두고 볼 수 있었을까.

저마다의 입장에서 인간으로서 겪어야 할 고뇌와 고통들을

꾹꾹 참아내고 감당해내는 작중인물들의 인생이 애처롭다.

또한 개인은 결코 단독으로 생을 이어갈 수 없다.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강력함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특히 여성을 둘러싼 사회는 마치 생물인 것처럼 왠지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남녀가 같은 일을 겪어도 사회로부터 입게 되는 타격은 왜 늘 여성에게 집중되는 것일까.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한 사람은 나혜석 화가.

늘 내 마음 한 켠 애처로운 인생을 살다간 인물로 기억하는 이다.

잠들기 전 영화 한 편으로 너무 좋았고 그래서 여운도 많이 남았던 작품이다.

<순수의 시대>를 소설로 오래 전에 읽어봤고 이번에 영화까지 보니

이디스 워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듯하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던 <이선 프롬>이나 <여름>도 책 속에서 언급했으니 조만간 한 번 들여다 봐야겠다.



프란츠 카프카가 남긴 그야말로 문제작 <변신>.

작가 자신이 작품 속에 표현한 그 곤충은 그림으로 묘사할 수 없고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를 남겨두고 싶은 이유인지

표지에 그림으로 그리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편지를 보냈다 한다.

창작자가 이렇게 부탁을 했음에도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변신>이라는 소설 속 해충을 각자의 방식대로 거침없이 묘사하고 있다....;;

모르면 몰라도 이제는 알았으니

앞으로 보게 될 <변신>의 해충 그림들은

창작자의 의도와는 관계 없다는 문구를 스스로 달아가며 봐야할 듯.



외판원으로 가장처럼 가족들의 생계를 온통 책임져 왔지만

하루 아침에 거대한 해충으로 변해버리고 나니

가장 혜택을 받았던 여동생 그레타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온다.

"우리는 이것을 돌보고, 참아 내기 위해 사람으로서 할 도리는 다했어요."

그레고르 잠자는 이제 가장 이해받고 공감받아야 할 가족들에게서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 '이것'이 되어버렸다.

운명공동체에서 배제되고 버려지면, 인간은....한 개인은 무엇에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나....

존엄하고 고유한 인간의 존재가 그저 쓸모라는 가치로 매겨진다는 점이

씁쓸함을 진하게 남기는 작품이다.

오래 전 대학로에서 연극으로도 접했던 작품일 정도로

늘 관심이 가는 카프카이고 소설 <변신>을 김하나 작가의 프리즘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자신이 창작해낸 그 벌레를 절대 그림으로 묘사하지 말라는

카프카의 당부가 있긴 했지만

학원 제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서

그림이 있는 문학동네 버전으로 빌려보았다.



피날레는 역시 셰익스피어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4대 비극이지만

이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늘 <리어왕>이었다.

이순재 배우님의 연극도 보러 갈 정도로 애정하는 작품인데,

늘 고민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 바로 <맥베스>.

인간이 결코 해낼 수 없는 미래를 예언했던 세 마녀와

맥베스 부인의 존재감은 다양한 창작품들로 변주되어 왔다.

이번에 김하나 작가를 통해서 내가 얻은 것은

작품 후반에 남긴 맥베스의 독백 대사이다.

유튜브로도 접할 수 있다는 정보를 보자마자 책을 덮고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 몰입하여 감상했다



직접 내 눈으로 이 영상을 보고도

<반지의 제왕> 속 간달프 배우와의 연결은 상상도 못 했었다...ㅠ

이언 맥켈런.... 간달프 그 배우가 젊은 시절 맥베스를 연기했던 연극배우였다니!

너무 몰라봤네.... 내가 잘못했네....^^;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 압도되고 빠져들 수밖에 없다.

마치 맥베스가 이렇듯 고뇌의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상상이 머리 속에서 이내 자리잡는다.

<맥베스> 5막 5장에서 맥베스 부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하며 읊는 독백 대사인데 마치 시 같기도 하다.

소네트를 많이 남겼던 셰익스피어의 재능을 희곡에서도 만난 것처럼.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세 마녀의 예언과 맥베스 부인의 부추김에 의해

잠들어 있던 맥베스의 욕망이 고개를 들고 결국은 자기 파멸에 이르는 비극 <맥베스>.

비극은 작중 인물들의 '성격적 결함'에 의해 끝을 맞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켜 본다.

수많은 작품들 속에서 인용되는 이 맥베스의 독백 대사를

김하나 작가가 소개해준 덕분에 제대로 만나게 되었다.

인생의 덧없음과 모순적인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Life is but a walking shadow.

인생은 한낱 걸어 다니는 그림자.

너무 인상적이어서 프사 문구로 바로 업데이트다!

맥베스라면 인생의 공허함이 짙게 깔린 상태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을 테지만 나는 허무함으로만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

그 허무함을 경계하는 힘으로 내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당당하게,

염치를 아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인생에서의 다양한 가치와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

고전 작품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껴본 시간이었다.

<금빛 종소리>는 무조건 소장각!

독서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완전 강추다.



다섯 작품에 들어가기도 전에 서문에서부터 영업당하고

주문한 책은 진 리스의 <Wide Sargasso Sea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펭귄클래식 번역본까지 품절이다 보니 중고책 값에 놀라며

비평과 원서를 모은 이 책으로 결정했다.

덕분에(?) 원서로 이 소설을 접해 볼란다.

제인 에어와 사랑에 빠진 로체스터는 왜 부인 버사를 다락방에 가뒀을까?

버사는 원래 어떤 여자였을까?

아직 읽지 않아 내용을 모르지만 원작에 대한 변주를 너무 좋아하기에

이미 이 작품에 대해서도 기대만땅 ㅎㅎㅎ

틈틈히 읽어보자!



내가 소장하고 있는 <금빛 종소리> 속 원작들.

김하나 작가로부터 온 자극 덕분에

셰익스피어의 비극들이 다시금 읽고 싶어졌다.

요즘 조금씩 지쳐가는 시기였는데

비극 속 인물들을 접하고 보니 나의 힘듦은 그저 먼지로 여겨지는 효과도 있다.

비극이 현실적 고통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이렇게 현생의 고통을 견디고 버텨온 나의 극복의 역사를

셰익스피어의 비극으로 착실하게 누적시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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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 찢어진 티셔츠 한 벌만 가진 그녀는 어떻게 CEO가 되었을까
매들린 펜들턴 지음, 김미란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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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삶의 방향과 속도는

진정 자본주의 시스템과 친화적이지 않다고 느낄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속해 있는 이 세상은 자본주의의 한복판을 걷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질주하고 있는 것을.

그러니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생활 루틴이 아니라면

살아남기는 해야겠고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 맞는 일만은 없어야겠어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 했으니 공부를 안 할수가 없는 것이다.

태어났으니 살기는 해야겠고, 기왕이면 잘 살고 싶은 인간의 본질에 이끌려

울며 겨자먹기로 자본주의에 관한 책들을 가끔씩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는 편이다.

지금까지 본 책들 중에서 가장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

설득력있게 다가왔던 책으로 꼽을만한 것은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였다.

그 다음으로 와이즈베리의 경제경영 신간을 만나게 되었다.

전자는 경제경영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본주의를 바라보고 분석, 비판한 지점들을 묶었다면

매들린 펜들턴이 쓰고 출간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하여 노숙자 생활까지 전전, 녹록지 않았던 성장 과정을 겪은

한 인간의 회고록이다.

진보적이고 직원 중심적인 비즈니스 접근방식을 추구하는

LA기반 의류회사인 터널비전의 창립자이자 CEO, 그리고 틱톡 인플루언서인 저자는

현재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CEO와 직원이 동일한 임금을 받으며

모든 직원이 집을 갖도록 하는 것이 매들린 펜들턴의 목표라고도 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냉철하게 인지하기에 이르렀고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에 직면, 미래를 바꾸기 위해 철저히

자본주의 시스템을 숙지하기로 결심한다.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속에서 필요한 생존기술을 터득한 이의 기록이기도 하다.

회고록이라 읽고 자본주의 생존기술 안내서라고 쓰자!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인간의 속성을 꿰뚫어본 애덤 스미스의 말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자본주의가 마치 생물인 것처럼 인간들 사이에서

이렇게 내달리고 있고,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내가 봐도

매우 정확한 통찰이다.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인간 내면의 저 밑바닥에는

'이기적 이타심'이 언제나 꿈틀대고 있으며,

이 표현은 이기심을 숨기기 위해 이타심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인간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이라고 평소에도 늘 생각해 왔던 바이다.

그렇다고 쳐도 인간 세상이란 냉철한 머리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뜨거운 심장이 있고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자본주의라는 게임의 법칙 속에서

'돈'은 가히 절대적이고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그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터득해낸 기술들은

단지 개인만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저자의 관점이 맘에 들었다.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면서 그로 인해 터득한 실질적인 자본주의 생존 팁들을 풀어 놓았고

저자 매들린 펜들턴은 결국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기회의 공을 넘긴 셈이다.

삶의 변화를 추구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는 곳곳에 담겨 있다.

팁이란 추구하는 것을 발견하고, 채집해서 행동할 때 붙을 수 있는 말일 것.

모순 투성이의 현재 경제체제에서 저자가 삶의 경험으로 터득한

재정적 교훈들이 생생한 조언으로 들렸다.

<H마트에서 울다> 보다는 덜 뭉클한 회고록이었고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보다는 더 유연하게

자본주의 규칙을 활용할 수 있는 법칙들을 만나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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