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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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가 보여준 인류의 미래에 대한 통찰이 실로 무섭습니다.


"글로벌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변화보다 훨씬 더 위험한 재앙을

 

인류에게 가져올 것을 확신한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 때로는 과학 혁명이라 부를 정도로

 

 인류의 능력은 끝이 없어 보이지만 지금 지구촌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가 공식명칭으로 발표한 COVID 19 로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인류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지요.ㅠㅠ

 

2003년 사스, 2012년 메르스의 원인이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변이를 일으켜


covid 19로 인류에게 존재감을 드러낸 지금,


이런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낳은 미생물이 있는데


그것을 이 책에서는 슈퍼버그 라고 부릅니다.


예전에 있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다시 인류 앞에 나타난 covid 19 처럼

 

슈퍼버그 역시 인류의 과학기술로 인해 항생제를 개발해 낸다고 해도

 

그에 맞서서 슈퍼버그는 항생제를 분해하고 파괴할 만한 수천 가지 효소를 만들어내며

 

21세기를 사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어요.

 

유전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슈퍼버그들은 감지하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에

 

인류는 이미 슈퍼버그에 감염되어 퍼진 이후에나 알아차리게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무섭기도 합니다.


흐름출판에서 나온 자연과학서 <슈퍼버그> 는 2050년이면

 

3초에 1명의 인류가 슈퍼버그로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을 만들어낼 정도로

 

인류 보존에 있어서 위협적인 존재인

 

슈퍼버그와 그에 맞서 인류가 개발해온 항생제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요.

 

 

 

 

 

 

?<슈퍼버그> 의 저자 맷 매카시는 의학박사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합니다.


현대의학의 역사 속에 있는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 감염의 치료법에 대해서


연구해온 한 의사의 여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흐름출판에서 출간되었던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와 비슷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인류에게 닥친 이 보이지 않는 적, 슈퍼버그를 잡고자 개발한 달바


임상시험을 통과하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참여했던 임상시험 환자들의 이야기도 사실적이었어요.

 

화학요법을 쓰는 일이 자칫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환자들에게

 

안전하거나 성공적일거라는 장담도 없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결정하기까지 의사인 저자도, 환자에게도 안타까운 상황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끝없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현장에서 치열하게 슈퍼버그와 싸워온 이들은

 

 연구와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더군요.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한다고 해도

 

엄청난 자금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을 지원할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이롭다는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법 개발부터 난항을 겪게 되는 것이죠.

 

현재 covid 19도 그렇고 슈퍼버그들 역시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백신을 개발한다해도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변이를 일으키며 인류에게 보란듯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슈퍼버그.

 

?마치 살아있는 그 무엇이 인류에게 경고를 보내는 듯해서 한편 무섭기도 하네요.

 

종이 다른 동물들의 생태계가 엄연히 있는데 인류가 선을 넘어선 것부터 잘못된 것이 아닐지.....

 

인류가 개발한 살충제나 항생제들을 동물에게도 쓰면서

 

그 안에 슈퍼버그들이 적응하고 대항할 힘을 주었기 때문에

 

이 같이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영국의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의 '우연한 관찰' 덕분에

 

 20세기 의학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때 유대인을 말살하는 과정에서

 

인권은 온데 간데 없고 잔혹한 항생제 실험을 했다는 흔적들을

 

전 세계에 고발했던 뉘른베르크 재판 이야기도 다룹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건 권위와 권력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인간의 특징을 알렸던 밀그램의 실험처럼

 

나치 의사들 역시 전쟁 중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부상병들을 치료하기 위해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야만적인 실험을 했던 것.

 

이 일을 통해 임상시험에 대한 원칙과 규칙들도 정립하게 되었고

 

이후 슈퍼버그에 맞설 항생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과정과

 

그 과정에 참여하게 된 다양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전합니다. 

 

​저자 맷 매카시의 멘토 월시가 항생제 내성 감염의 치료법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하고 있구요.

​약물에 내성을 가지며 무섭게 진화하는 이 미생물과의 전투 속에

​현실적으로 항생제 개발의 어려움도 담겨 있어서

인류에게 닥친 이 어려움을 다함께 헤쳐나가기 위한 연대도 절실해 보입니다.

 

치열한 현장에서 슈퍼버그와 맞서는 한 의사의 생생한 기록, <슈퍼버그>.


핵폭탄이 아니라 질병과 감염이 인류의 적이라는 사실부터

모두가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현재 무섭게 인류에게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국민들 곁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는 의료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삶이 무너지고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분들에게

꾸준한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예요.

 

 

 

​p. 172

동물에게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쓰는 관행은 퍼버그 출현의 주요인 중 하나였다.


동물 안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약물들에 노출되면서


그것들을 피할 방법을 학습하는 까닭이다.


최근 18개 주에서 100명 이상에게 발병한 감염의 최종 원인은 예기치 않게도


강아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염된 개들 거의 전부가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린 것들이었고,


최소 한 차례 항생제를 투여 받은 이 개들 속에 살던 치명적인 슈퍼버그가


새 주인에게 옮겨간 것이었다.


​​

 시의적절한 책일거라는 기대감으로 <슈퍼버그> 를 만났고


변이하며 스스로 진화해가는, 마치 살아 움직이며 인류를 위협하는 '그들' 의 존재감에


막연한 두려움도 없지 않았습니다.


책 속에 소개하는 전문 지식들은 자연과학 관련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바로 바로 제 머리 속에 들어오진 않았어요.;;


책 내용에 몰입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일부 내용들을 골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기도 했고,


임상 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스토리가 비교적 항생제 내성 감염의 어려움과


그 치료법 개발에 대한 방향들을 읽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례로 든 인물들이 꽤 많아서 다 기억하기는 어려웠지만요.^^


눈에 보이는 적보다 보이지 않는 전염병의 위험, 슈퍼버그의 존재를


이제는 결코 등한시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류 모두가 그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시기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하며


예스24 오늘의책 이기도 한 <슈퍼버그> 는 인류가 전염병에 맞서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


공감대와 연대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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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
김란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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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바이퍼블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이라는 퍼블리에 올려진 양질의 콘텐츠를


종이책으로 출간하기 때문에 활자를 통해 종이책 접하기를 즐기는 저로서는


이 경로가 아니었더라면 퍼블리에 있는 콘텐츠들을 볼 기회가 전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몇 권의 북바이퍼블리 출간책들을 만나봤는데


그 중에서 이 책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가 가장 개인적으로 흥미로웠어요.


그건 아무래도 제 관심분야나 취향과 겹치는 지점이 많았기 때문일겁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의 저자 김란 디자이너는


건축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일하는 공간을 만드는 공간 창업 코디네이터예요.


북바이퍼블리에서 종이책이 출간되기 전에 그녀의 콘텐츠는


"직장인도 서점 차릴 수 있나요 : 공간 기반 창업 가이드" 라는 제목으로 퍼블리에


디지털 콘텐츠를 게재했었고 내용을 추가해서 이렇게 종이책으로 나온 것입니다.


공간 창업 코디네이터가 하는 일이 뭔지 몰랐던 저도 궁금하더라구요.


한 마디로 새롭게 나만의 작은 공간, 작은 가게를 기획해 주는 사람!


사업계획서 쓰기부터 시작해서 공간 기획, 공사 과정,

 

 

비즈니스 모델 개발 전 과정을 가이드 해주는 직업입니다.


나만의 공간, 내가 일하기 편한 공간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요즘 많은 것 같아요.


이 책은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업 계획부터 꼼꼼하게 하는 일이 추후에 공사비도 줄이고


 지속가능한 운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팁을 전하고 있어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를 읽으면서 제가 살아가는 삶의 관심사와


닿아있는 공간이 어렵지 않게 떠올랐습니다.


제주도여행을 좋아하고 책방투어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육지와 섬, 모든 곳에 있는 주인의 취향이 돋보이는 책방들이 바로 그것이었죠.


이 사진도 지난 주 제주도여행 중에 다녀왔던 제주 서부에 있는 책방소리소문에서


책 한권 구입하고 나서 평소에 들고 다니는 책에도 도장을 찍어오곤 하는데


마침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를 챙겨갔던터라

 

 

추억을 남기고 싶어 찍어온 것입니다.^^


육지에도 물론 책방주인만의 취향과 세계관이 보이는 공간을 만나볼 수 있지만


제주도 특유의 로컬 분위기와 함께 각자의 독립된 서점이라는 공간이 참 볼거리거든요.


물론 저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놀이터가 되는 곳이구요.


맘에 드는 책방을 만나는 날에는 한 시간 머무르는 건 일도 아니니까요. ㅎㅎㅎ


이번 2020년 겨울에는 책방소리소문 말고도 무명서점, 미래책방, 책자국,


소심한책방, 제주풀무질, 밤수지맨드라미, 언제라도북스, 만춘서점까지 찍고 왔습니다.^^


장 그르니에의 "섬" 과 "일상적인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앙주의 "공부하는 삶"


코린 펠뤼숑의 "동물주의 선언"


장영희 문학 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우화의 서사학"


출판사 다른에서 나온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


이 책들과 새롭게 인연이 닿아 제 손안에 들어왔죠.


그런 제가 바로 이 책에서 얘기하는 "공간을 경험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였더라구요.


가끔은 서점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거든요.


그곳이야말로 공간을 경험하는 비용을 받으며 공간을 운영해가고 있는 것이었어요.


이 책을 보니 현실에 있는 공간들의 운영방식이 또 눈에 들어옵니다.^^


작은 서점이 오랫동안 유지되기를 바라는 응원의 마음으로 책 한권 꼭 사들고 나오게 되는데


그런 저의 마음과 똑같은 마음이 느껴지는 문구도 보여서


결이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저자에 대해 친근감이 들기도 했어요. ㅎㅎㅎ


이번에는 동선이 맞지 않아 가보진 못했지만

 

 

표선에 있는 북살롱이마고는 이제 다음에 제주도여행 하게 되면 영순위로 탐방할 서점이예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책을 통해서 몰랐던 걸 발견했습니다.


이미 제주책방올레 리플릿을 갖고 있는데도 이걸 왜 못 봤나 모르겠어요 ㅠㅠ


혼자서 제주도여행 할 때는 주로 동부를 돌아다녔고 표선도 하루 다녀왔었는데.....


이제서야 뒷북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 역시 나만의 서점을 갖고 싶다는 소망은 가슴 한 켠에 늘 자리잡고 있는데


그걸 실현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때가 되면 움직여 보려고 합니다.^^


저처럼 서점이라는 공간이든, 자신만의 작은 가게를 열고 싶은 사람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은 하면 안되는지 꼼꼼하게,

 

 

하지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책이예요.


공간만 열면 사람들이 올 거라는,

 

 

세상은 나의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믿음을 애초에 버려야 하구요.


자기만의 콘텐츠를 갖는 것은 이젠 기본이 되어버렸고 나아가서


개인 SNS에 자기만의 콘텐츠를 구축해 나가며 반응을 살피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은 새겨들을만한 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텀블벅을 활용하는 분들도 요즘 많이 보여요.

 

공간 창업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저자도 한 때는

 

공간 창업을 도와주는 입장에서 실제로 운영하는 입장도 되어 보았다는 얘기도 전합니다.


평당 30만원을 들여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했던 과거 공간 창업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공간 창업의 외부자와 내부자로서의 경험치를 자세하게 풀어놓기도 하죠.​ 


공간 창업에서 가장 어려운 홍보와 공간 운영을 위해 무엇을 염두해 둬야 할지,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공간 창업 체크리스트까지도 자세하게 담아 두었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책이예요!


이 책은 창업을 부추기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말리는 책이라고 하지만


저자 본인의 공간 창업 코디네이터로서의 자세한 사례들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놓아서


제가 보기에는 공간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아주 든든한 책이 될 것 같아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에서 소개하는 나만의 공간,

 

 

 작은 가게는 물론 서점만 있는 건 아니구요.


공간 창업 선배들의 노하우를 들려줌으로써


어떤 아이템이 좋을지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미술관, 사진관, 서핑과 요가, 여행 루트를 제공하는 공간 등등.


저자가 소개한 공간들도 뒷 부분에 나와 있으니 직접 찾아가 보는 걸 추천합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의 실질적인 팁은 계속됩니다.


나만의 공간을 꿈꾸는 분들이 보면 좋을 뉴스레터인 토란 뉴스도 소개하고 있고


책 속에서 서점 공간을 열고자 하는 직장인 A의 서점에 대한 기대감도 남겨두었더라구요.^^


저도 이 책을 본 이상 직장인 A의 서점이 오픈하게 되면 가보고 싶어요!!


근데 스탬프 찍으면 그걸로 끝인가요? ㅋㅋㅋ


저자 김란 디자이너는 이런 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내가 창업하고 싶은 곳과 비슷한 공간을 직접 찾아보고 체크해서


공간 주인의 꿈과 취향이 그대로 보이는 좋은 공간을 만들어 보라고.


공간 창업이 녹록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소유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행복 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죠.


제주도의 곳곳에 이렇듯 나만의 작은 공간, 작은 가게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공간을 경험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로서


제주도를 향한 저의 여정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북바이퍼블리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를 통해 공간을 가꾸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구요.


나만의 작은 공간을 가꾸고 운영하는 것이지만 그분들이 펼쳐놓은 세상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보고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된다면


그또한 멋진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개인적인 일이 가장 창의적인 일이라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빌어


수상 소감을 남겼던 봉준호 감독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이제는 누군가의 말과 방식을 쫓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콘텐츠를 구축해 가는 것이


 주목받는 세상임은 분명한듯 싶습니다.^^


생각지 못한 분야의 책에서도 이렇듯 신선한 영감을 얻을 수 있어서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저로서는 아주 알찬 독서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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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양장) - 개정판 새움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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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베르 카뮈, 그리고 그의 이름을 지금까지 불리게 하는 그의 대표 작품인 소설 <이방인> 을


그동안 소장하고 있던 민음사 버전이 아닌 새움 출판사 이정서 번역으로 처음 만납니다!!!


이건 저로서는 예상치도 못한 전개였어요.


사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참 좋아하고 아주 가끔 민음사의 번역이 문제가 있는 소설의 경우에만


다른 출판사의 번역을 찾곤 했었는데 그렇게 유명한 소설 <이방인>의 민음사 버전의 번역이


이슈의 중심에 있는 소설이라는 걸 까마득히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이 제게는 꽤나 충격이었어요.


번역 하나하나 어떻게 다 꼼꼼히 따져가면서 책을 골라 보겠냐는 생각부터


피로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 역시 나름 번역을 챙겨가면서 책을 골랐었는데


<이방인> 은 그냥 무조건 민음사 버전이지라는 인식으로 의심도 없이 골라서 구입했었고


새움 출판사의 <이방인> 으로 먼저 만나지 않았더라면


번역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이 책을 만나기 전처럼


가볍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건 새움 <이방인> 을 번역한 이정서 번역가의 "직역이 아니면 안 된다"는 주장에


저도 기분좋게 설득당했고 두 번역의 차이점이 무엇일지에 대한 호기심과 약간의 의심으로


소장하고 있던 민음사 버전과 새움 버전의 <이방인> 첫 페이지를 비교하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1장이 끝날 때까지 두 버전의 번역을 비교해 가면서 읽어봤죠.


불어로 쓰인 <이방인> 은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1942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가장 정확한 번역으로 권위를 자랑하는 책으로는 미국의 번역서가 있다고 하는데


이 마저도 직역론자 이정서가 얘기하는 원문 그대로의 순서를 따르는 번역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시중에 나와있는 <이방인> 번역서 중에 가장 인지도 있는 민음사 버전을 포함하여


시공사, 열린책들의 번역들을 동시에 보면서


같은 문장인데도 미묘하게, 때로는 의미의 차이를 크게 보이는 번역들을 비교하는 부분은 흥미로웠습니다.


한편 놀라웠던 지점은 같은 문장을 이렇게 다르게 번역하게 되는 이유가


번역자들의 외국어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번역자들의 직업적 경험이나 재량(?) 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


그래서 그동안 우리가 읽은 <이방인> 은 알베르 카뮈의 것이 아니었다는,


다소 도발적인 번역에 대한 문제점을 6년전에 제기했던 이정서 번역가가


새움 출판사에서 6년만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내놓은 <이방인> 이라는 것.


번역자의 재량으로 의역을 했던 기존의 <이방인> 을 읽은 분들이라면


오랜만에 다시 알베르 카뮈의 걸작 <이방인> 을 원문 그대로 쉼표를 살리고 어순도 변함없이


원문을 직역 그대로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민음사 버전과 새움의 번역을 비교해서 본 바로는 개인적으로 저는


새움의 번역이 매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에 번역된 것이라 그럴까요....민음사 버전의 번역은 쓰인 단어 자체가 어렵고


현 시대의 언어와 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어느 것 하나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두 개를 비교해보니 그렇더라구요.


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참 애정하는 독자입니다.^^


하지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도 번역이 좋지 않은 작품이

 

 

분명히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계기는 되었어요!!


오랜 시간동안 읽혀져 온 인지도 있는 번역에 대해

 

 

의심없이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워낙 세계문학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원작자의 메시지 그대로 읽고 싶은 순수한 독자의 마음으로 번역에 대한 중요성을 새기면서


서론이 무지 길었습니다. ㅋㅋㅋ


그만큼 새움 버전의 <이방인> 은 번역에 대한 의미도

 

 

굉장히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절반으로 구분할 때 왼편이 <이방인> 소설 내용 분량이고


오른편이 역자노트와 이방인 깊이 읽기, 역자후기까지 담긴 부록이거든요.


2014년 이정서 번역가의 책이 6년만에 양장본으로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국내 번역에 대한 인식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기존 <이방인> 의 오역을 지적했던 바,


번역이 얼마나 달랐고 번역으로 소설을 이해하는데 난관이 있었다면 얼마나 차이가 있었는지


알베르 카뮈와 소설 <이방인> 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한번 더 ㅎㅎㅎ


이 소설 저도 이번에 처음 읽었지만 "이해가 안 되고 어려워서 또 읽어야겠다"가 아니라


묘하게 끌리는 알베르 카뮈의 문체 때문에 "또 읽어보고싶다" 는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었어요.


전세계 101개 국가에서 번역된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정말이지 괜히 붙은 건 아닌듯!!!


그리고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이며 각 개인의 실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 소설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독서모임의 필요성을 더더욱 느꼈던 소설입니다.


소설 <이방인> 의 유명한 첫 문장,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의역으로 인한 소설 <이방인> 의 오역을 안타까워했던 번역자 때문인지


저 역시도 번역의 차이에 따라 부분이 모여 

 

 

소설의 전체를 파악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 첫 문장에서부터 하게 됩니다.


주체, 주체의 행위, 시기. 어느 것에 힘주어 말했느냐라고 한다면

 

 

 알베르 카뮈는 "오늘" 이었더라구요.


하지만 다른 번역들은 다 조금씩 어감이 달랐고 힘주는 부분도 달랐거든요.


물론 부분을 가지고 전체 맥락을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가늠은 해볼 수 있겠다라고 한다면,


 소설 <이방인> 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얘기하게 될 때,


인간의 죽음이 불가피한 것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게 될진데


카뮈에게는 어머니의 죽음을 어찌 보면 순리로 받아들이며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바로 오늘은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오늘의 일이


앞으로 뫼르소의 인생에 어떤 부조리한 시간들을 경험하게 하는지 멀찌감치 내다볼 때


중요한 시점이며 사건이 되기에 이 첫 문장이 오랫동안 유명하게 얘기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동시에 어머니의 장례식을 대하는 뫼르소의 행동이


이 사회에서는 이방인의 모습으로 여겨지는 이 세상에서의 부조리함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는 모습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없는 아들은


우연히 태양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결국은 사형선고까지 받게 되는 이 연결고리를 과연 소설적인 허구라고만 볼 수 있을지.....


 뫼르소와 그의 어머니 사이에는 평범한 모자지간의 정이 표현되고 있지 않기에


장례식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하는 아들 뫼르소의 모습은 그리 어색하지만도 않은 듯 한데요.


문제는 이 세상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아들이라면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의례 슬퍼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그 당연할지도 모르는 생각으로부터 뫼르소는 분명히 벗어나 있기에 


'이방인' 이라고 말하자면 틀린 것 같진 않습니다.


대부분은 도덕적 지탄을 받지 않으려 타자를 의식해서 세상의 '유희' 에 편승하지만,


뫼르소는 그런 유희, 게임에 반응하지 않거든요.


이정서 번역자는 유희라는 기존의 번역을 '게임'이라고 표현하고 있기도 하는데요.


그 게임에 부응하지 않았기에 결국은 뫼르소가 사형 선고를 받는 과정이 


이 세상의 부조리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대해 대답도 간단히, 많은 얘기를 하지 않는 뫼르소는


말이 많아지다 보면 거짓말을 하게 확률도 높아지는

 

 

인간의 본성마저 꿰뚫고 뫼르소를 설정했나 싶기도 해요.


뫼르소는 말을 많이 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말을 하는 인물인 것입니다.


카뮈는 말이 아니라 듣거나 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 속에서도 응시하는 것, 바라 보는 것에 힘이 실리고 있구나 미루어 짐작하게 합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도 뫼르소에 대한 신뢰를 가지며

 

 

법정에서 그를 변호하는 말들을 하기도 하니까요.


물론 대부분의 인간 관계가 그러하듯 각자의 이유와 이해관계로 다 그러하진 않습니다만.....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장례식에서 만난 사람들은 뫼르소의 태도를 보면서 그를 재단하게 됩니다.


사회 안에서의 유희, 게임 속에서 놀아나지 않으려는, 자신의 본 모습을 유지하는 뫼르소가 이방인인건지


아니면 타자를 의식해서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가면 쓴 모습을 보이는 세상 사람들이 이방인인건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가 오히려 착각하게 되고 헷갈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어요.


무엇이 본질이고 진심인 걸까요...... 뫼르소가 이방인으로 비춰지는 이 현실 사회의 본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않고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아들이


친구와 함께 해변가에 놀러갔다가 친구 대신에 어찌하다 권총을 건네 받게 되고,


친구를 괴롭혔던 아랍인을 우연히 대면하게 되면서 뫼르소 입장에서는


뫼르소를 위협하고 칼로 눈을 찌른 아랍인을 향해 정당 방위로 권총을 꺼내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죠.


아랍인과 뫼르소는 서로를 응시하며 긴장감이 드는 순간을 마주합니다.


그 유명한 일명 "태양 살인" 이 일어나는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저 역시 읽으면서 한 줄 한 줄


뫼르소에 이입되어 떨리고 긴박한 순간이 전해지는 듯 했어요.




"내가 뒤로 돌아서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햇볕으로 이글거리는 해변 전체가 뒤에서 나를 압박했다.


나는 샘을 향해 몇 걸음 내디뎠다.


아랍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아직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


나는 기다렸다. 타는 듯한 태양이 내 뺨에 엄습했고 나는 눈썹에 땀방울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


그 뜨거움 때문에 나는 서 있을 수가 없었고, 한 걸음을 더 앞으로 나아갔다.


나도 알았다. 그것이 어리석은 짓임을, 한 걸음을 더 옮겨 봤자 햇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한 걸음을, 다만 한 걸음을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이번엔, 몸을 일으키지 않은 채, 아랍인이 칼을 뽑아서 햇볕 안에 있는 내게 겨누었다.


빛이 강철 위에서 반사되며 번쩍이는 길쭉한 칼날처럼 내 이마에 닿았다.


그 순간, 눈썹에 맺혔던 땀이 한꺼번에 눈꺼풀 위로 흘러내려 미지근하고 두꺼운 막이 되어


눈두덩을 덮었다. 내 눈은 눈물과 소금의 장막 뒤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


그 불타는 칼은 내 속눈썹을 물어뜯고 내 눈을 고통스럽게 파고들었다.


모든 것이 흔들린 것은 그때였다.


.......


내 존재 전체가 긴장했고 나는 손으로 권총을 꽉 움켜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고, 권총 손잡이의 매끈한 배가 만져졌다.


그리고 거기에서, 날카롭고 귀청이 터질 듯한 소음과 함께, 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보였던 매정한 자식의 모습,


어머니 장례식이 있던 다음 날 수영하러 갔던 해변에서 옛날에 알던 여인 마리를 만나고


그녀와 잠자리를 했던 일들이 세상 사람들이 보이게는 부도덕한 편견으로 덧입혀지고


 이 살인이 뫼르소를 정당 방위한 것이 아니라 잔혹한 살인자로 몰아가는 법정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와 기자들, 뫼르소의 재판을 지켜보는 법정의 객석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를 이방인으로 몰아가는 이 부조리한 상황에 읽는 저도 점점 힘이 빠지더라구요.


살인이 일어나고 1부가 끝, 2부 부터는 체포 되고 심문도 받으며 법정에서 재판하는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판사는 자신의 종교적 가치를 뫼르소에게 강요하면서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뫼르소에게 주기도 하는데요.


이는 법정 내에 있는 뫼르소를 위해 증언하러 온 친구들을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모습으로 확장됩니다.


친구들이 뫼르소를 위해 강하게 변호를 하는데도 오히려 법정 관계자들이 가로막거나


더 말하려는 이들을 끌어서 증인석을 벗어나게 하는 등......


법정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심리적 동기나


그의 인간성, 그의 행동을 미루어 그의 살인 행위에 대해 잔혹하게 몰아가요.


법원으로 뫼르소를 데리고 가는 호송차 내에 있는 경관들과의 대화에서도


짧지만 뫼르소라는 인물의 본 모습을 느낄 수 있던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긴장되냐는 경관의 질문에 뫼르소는 아니라고,


어떤 점에서는 소송을 보게 되어 흥미롭고, 살면서 이런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고 대답합니다.


저 상황에서 이런 대답을 한다는 것이 평범하진 않은 상황이긴 하죠....^^;;


뫼르소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거예요.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로 표현하고 딱 할 말만...


자신의 죽음을 모면하기 위해 이 세상의 유희, 게임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


뫼르소의 이 같은 대답은 한 개인에게 어쩌면 위협을 가하고 있는 법정을 향해 끄떡없는 모습이


반대로 법정의 재판을 주도하는 행위자들에게는 권위에 위협을 가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대목이었어요.


"뫼르소" 라는 한 개인이 재판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는


굉장히 큰 사람처럼 다가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밖에도 내가 줄곧 숙고했던 두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새벽과 나 자신의 항소였다.


나는 하지만 따져보았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


나는 여전히 내 생각의 방향을 돌리려고 애썼다. 나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나는 이 소리가 그렇게 긴 시간 나와 함께 동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나는 실제로 결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럼에도 이 심장박동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을 어떤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 보려 했다.


하지만 무의미한 일이었다.


새벽 또는 내 항소는 거기 있었다.


나는 마침내 가장 이성적인 것은 나를 강제하지 않는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어머니의 장례식, 살인, 재판과정 중에도 뫼르소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평정을 잃지 않았지만


역시 뫼르소도 인간인지라 죽음에 직면해 있음을 느끼는 시간에는


여러 생각들로 내면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래, 난 그러면 죽는 거지. 다른 사람보다 더 일찍, 그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삶이 괴로워하며 살아갈 가치가 잇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본질적으로, 서른 살이나 예순 살이나 죽는다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었으므로.


......


지금이든 혹은 20년 후든, 죽을 것은 언제나 나였다.


......


우리가 죽는 이상, 어떻게건 언제이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건 명백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항소의 거부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대화나 뫼르소가 묘사하는 재판과정 속 인물들의 모습들도 지루함 없이 읽혀지지만

무엇보다도 결말로 다다를수록 죽음에 직면한 진실한 인간 뫼르소의 내면의 목소리는

이 소설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내 미래의 깊은 곳으로부터, 내가 이끌어 온 이 부조리한 삶 내내,

모호한 바람이 아직 오지 않은 수년의 시간을 건너 내게 불어왔고,

그 바람은 자신의 행로 위에서, 내가 살아 있을 때보다 현실적이랄 게 없는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이 내게 강요한 모든 것들을 평탄하게 만들었다.

......

우리가 선택한 삶, 우리가 고른 운명, 단지 하나의 운명은 내 스스로 고르는 것이기에,

......

다른 사람들 역시, 어느 날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다.

그 역시,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다.

만약, 그가 살인범으로 고발되고 그의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을 당한다 한들 뭐가 문제란 말일까?

​......

그가 떠나고, 나는 냉정을 되찾았다."

부조리한 이 세상에 진실이라는 무기로 저항했던 뫼르소의 내면을 따라


소설의 막바지로 가는 과정에서 소설이 주는 재미와 깊은 인상을


<이방인> 을 통해 정말 오랜만에 찐~하게 느낀 것 같습니다.


<이방인> 의 미국판 서문을 깊이 읽기에서 언급하며 설명해 주는 내용들을 통해서도


알베르 카뮈가 소설 <이방인> 을 어떻게 생각하며 써내려갔는지 가늠해 볼 수 있었어요.


개인적이고, 외로워 보였던 뫼르소는 타자의 관점에서 보기에 이방인이기도 했으나


뫼르소 자신으로서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하거나 거짓말 하는 것을 거부했던 것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려 하거나 항소하고자 하지도 않았어요.


가식없는 완고함으로 진실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인물로 지금까지 독자들에게 남아있는


인간 뫼르소와의 만남,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진한 여운이 있습니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 놓인 인간이 어떤 운명을 만들어 갈 것이며


인간의 근본적 탐구를 위해 노력하고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실존주의 문학의 흐름에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 이 많이 거론되는데 왜 그런지 읽어보니 좀 알 것 같습니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될 때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묘사가 재밌었고


독자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모든 인간이 사형수라면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욱더 진지하게 하게 만들었던 시간이었어요!!!


어려울 거라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 을 원문만으로는

 

 

이만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지금의 이해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아요.

 

 

더 읽어봐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제게 영향을 미쳤던 그것 만큼은 잊지 않으려구요. 


클래식 클라우드의 카뮈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되었어요.


언젠가는 읽으려고 사두었던 카뮈의 에세이 <페스트> 도


기존의 삶의 가치에 대한 부정을 표현했던 <이방인> 과 반대로 긍정을 표현했다고 하니


때가 되면 읽게 되겠죠..... 이렇게 새움 출판사의 2020년 개정판 <이방인> 을 만난 것처럼요.


세상과 인간을 좀 더 넓게, 그리고 깊이 보는데 저를 변화시켜주는 좋은 소설들 중에서도


역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은 조용히 강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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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지스 할머니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저 역시 접하긴 했는데

 

 

이제서야 직접적인 연이 닿았습니다.


 '알고 싶다', '궁금하다' 는 생각을 늘 품고 지내다가


기회가 닿아 수오서재에서 나온 모지스 할머니 자전 에세이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를 만나게 되었어요.


이 책이 좀 더 특별한 건 일반 글자크기로 나온 책도 있고


모지스 할머니의 추억을 소환하는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엽서책도 있는데


제가 만난 책은 바로 큰글자책.


모지스 할머니의 삶이 완전히 새로워지게 한 것은 바로 그녀의 그림들.


큰글자책인만큼 판형도 큰 편이어서 그림을 좀 더 크게 볼 수 있다는 게 또 좋더라구요.

 

일반판에 수록된 그림 중 48점이 들어가 있는데 여기에 보너스가 또 있더라구요.


책에 실리지 않았던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70점이 새롭게 수록되어 있어서


수오서재에서 나온 모지스 할머니 자전 에세이는

 

 

그녀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녀가 그린 그림까지 감상할 수 있는, 아주 귀한 큰글자책입니다.


아직은 큰글자책을 볼 일이 없지만 언젠가는 저도 큰글자책을 찾게 될 날이 올테죠.


왜냐하면 인생 마감하는 날까지 독서하는 것이 제 소원이라서요.^^


책을 읽지 못한다는 건 제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


그래서 평소에도 큰글자책이 궁금하긴 했는데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이 그런 경험을 주었습니다.


큰글자책을 만나고픈 또 하나의 이유는

 

 

제가 먼저 읽고 부모님께 선물해 드리고 싶어서예요.


 

 

 

 

​저는 책의 가치를 깨닫게 되며 하루 하루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살게 되었는데


부모님도 과연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실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그냥 살아 있다 보니 살고 있다는 허무하고도 의욕 없는 생각으로 살고 계시다면

 

​모지스 할머니의 끝이 없는 열정과 삶에 대한 애정을 전해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모지스 할머니의 자전 에세이는 충분히 독자에게 뭉클함과

 

그녀의 삶 자체가 전하는 영향력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

 

모지스 할머니가 백년을 살아오시면서 삶 속에서 깨달으신 명언이 아닐런지요.^^

 

 

 

 

 

스코틀랜드 계 이민자의 자녀로 1860년생 모지스 할머니의 풀네임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형제자매들도 많았지만 가정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12살부터 15년간 가정부 일을 하게 되요.


그러다가 같은 집안에서 일꾼으로 일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열 명의 자녀를 출산하게 되지만, 그 중 5명만 살게 되고

 

5명은 어릴 때 한 명이 죽고 나머지 4명은 태어나자마자 사산의 아픔을 겪습니다.

 

​농장생활을 하며 생활하던 여성이었고 여느 때처럼

 

 

나이가 들어서 자수를 놓으며 살다가


관절염으로 자수마저 못하게 되면서 바늘 대신 붓을 들게 된 모지스 할머니.

 

​그때 모지스 할머니의 연세가 76세.


5년만에 첫 개인 전시회를 열게 되고 이후로

 

 

미국인이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한 분으로 손꼽히죠.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어느 축제에서 과일 통조림이나 라즈베리 잼과 함께


그림들을 전시하게 되었는데 이런 그녀의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을 알아본


어느 수집가에 의해 세상에 모지스 할머니와 그녀의 그림이 알려지게 되었고


방송에도 출연하게 되면서 입담 좋은 모지스 할머니의 인기는

 

 

더더욱 올라가게 되었다고 해요.^^

일반적으로 화가들의 그림은 보통 캔버스에 유채 작품들이 많은데


모지스 할머니 그림들을 보면 메이소나이트, 나무에 유채 작품들이 적지 않은거예요.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나무에 어떻게 그림을 그리나 싶은데


책 속에 이런 부분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준

 

 

모지스 할머니 덕분에 궁금증 해소되었습니다.^^


모지스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액자를 사고 그 틀에 맞게


목판을 자르고 그 목판에 아마씨 기름을 바른 후


흰색 무광 페인트를 세 겹 칠해주면 칙칙한 나무색도 가릴 수 있고

 

 

물감을 많이 안 써도 된다네요.


튜브 물감이 제법 값이 나가서 아껴 쓰는 방법이 되기도 했다고.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모지스 할머니의 추억 소환은 책 속에서 내내 접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결혼 후, 그리고 자녀들이 큰 후 시간순으로


모지스 할머니의 자전 에세이가 이어지는데 책 속 내용에 따라


그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 모지스 할머니의 일상들을 독자들은 상상하게 되고

 

 그림으로 다음 페이지에서 확인하게 되기도 하구요.^^

 

​시럽도 만들고 사과 버터도 만들었던 모지스 할머니의 삶을 그녀 자신도


글과 그림으로 회상하는 즐거움을 만끽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1860년생인 모지스 할머니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림을 제작한 연도를 볼 때마다 놀라게 되요.


작품 하나하나 다 놀라운데 마지막 작품 <호수> 만 해도


98세의 나이에 그리셨다는 거잖아요.


따뜻함 색감과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보여주는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스타일은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도 풍경 그림들이 하나같이 다 멋집니다.


눈 내린 겨울 풍경도 좋아하셔서 작품으로 많이 남기기도 하셨죠.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거라는 모지스 할머니.


절대로 가만히 앉아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지 못한다는 모지스 할머니.


남에게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도시 한 귀퉁이에 방을 하나 구해서


팬케이크라도 구워 팔겠다는 모지스 할머니.


지금보다는 분명 불편했을 테고 느릿느릿한 삶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좋은 시절이었다고 그리움을 표하는 모지스 할머니.


모지스 할머니의 자전 에세이를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 전반적인 흐름이 보이게 되는데요.


좋은 일, 나쁜 일..... 살다 보면 다 겪어내야 하는 일들이 앞으로도 이어질텐데


내 삶은 앞으로 어떻게 꾸려가면 좋을까 생각하게 하는 수오서재 에세이였습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삶과 그림에 대중의 인기가 높아지던 때


미국 화단과 평단은 그녀를 외면했다지요.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추상표현주의가 뒤로 밀려났다는 불만도 한몫 했다고도 하구요.


그렇게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들을 B급으로 분류하기도 했지만


정작 모지스 할머니는 큰 돈과 대중의 인기보다 그저


자기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그 바지런한 손으로 1600여 점의 그림을 그린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속 디테일들은


그녀가 전하고픈 이야기, 자연과 사람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큰글자책을

 

 

부모님에게 선물로 드리게 될 것이 기대됩니다.


평생 책을 읽지 않던 분들이지만 이 큰글자책을 만나

 

 

삶의 색다른 경험으로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들만 모아 관람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게 된다면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당장 보러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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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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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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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부터 시작된 나혼자 제주도여행, 오늘로 어느새 8일째가 저물어 가네요.


하루의 여행이 좀 고되다 싶을 때는 늦은 오후에 스타벅스에 들러서


쉬면서 책도 보고 여행 기록도 남기는데 이곳은 스타벅스 성산DT점.


주차공간이 많지 않은데 관광객은 많이 오고 가는 곳이라


들어올 수 있는 날이 복불복....^^;;


이 날은 운좋게 주차공간이 나서 작가정신 에세이를 완독하고 왔습니다.


작가정신과도 인연이 있는 박완서 작가님.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은 박완서 작가님이 낸 책들마다


서문과 발문에 남겼던 67편을 연대순으로 총망라한 에세이예요.


그야말로 인간 박완서와 작가 박완서, 두 가지의 모습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작가님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박완서 작가님이 평생 책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가


역사의 흐름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내용.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고 조선을 떠났던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일역의 외국문학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고, 그 때 일생 중 가장 많은 책을 읽었다고.

 

누구에게나 역사는 사소하게, 의도치 않게, 그리고 우연히 시작되는가 봅니다.


​박완서 작가님과 저의 제주도 여행 사이에도 은근 연결고리가 있어요.


작년 이맘때쯤에도 제주도에서 박완서 작가님의 짧은 소설 <나의 아름다운 이웃> 리뷰를 썼었는데

 

올해 제주도여행 중에도 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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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번 작가정신 에세이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에도

 

<나의 아름다운 이웃> 에 적었던 서문과 발문을 싣기도 했습니다.

 

아주 짧은 이야기 모음이라고 시작한 박완서 작가님의 발문과 서문을 보면서

 

작가님의 속마음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어요.


콩트 (짧은 소설) 를 한 동안 쓰지 않은 이유가 청탁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부러 의지력을 발휘해서 끊어 버렸던 것.


그 이유를 들어보면 인간이자 작가 박완서님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지요.


당시 문예지의 원고료는 엄청나게 쌀 때였고 반대로


당시 사보는 콩트를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높은 원고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해요.


사보에 콩트를 몇 번 내다가 문득 높은 원고료 때문에


콩트 쓰는 일에 회의적이게 되셨다고.


작가로서 자기 세계도 확립하기 전에 돈 맛부터 알게 된 자신에 싫증이 나면서


편식하던 단 음식을 끊듯이 단호하게 안 쓰기로 작정한 것.


욕망에 현혹되었던 자신의 잘못을 채찍질하는 인간 박완서의 이런 모습에


작가 박완서로서 작가 세계의 공존을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가


한번 더 박완서 작가님을 존경할 수밖에 없게 되었죠.


당시 자신은 주부일과 글쓰기를 겸업으로 삼았던 작가였고


글쓰기를 본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콩트를 해서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콩트를 폄하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며


 진솔하고 가식없고 당당함 모든 것이 느껴지는 작가님의 서문과 발문이었습니다.


이런 작가님의 인간적인 면모에 감화되는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예요.

 

얘기 시작한 김에 인상깊었던 몇 가지 박완서의 모든 책에 있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적어볼까봐요.^^

​문학앨범을 낸 후 서문에 적은 바로는 사진 정리를 가장 싫어하시는 작가님의 성정도 알 수 있었죠.

 

사진은 ​아예 안 찍거나 한꺼번에 태워버릴 궁리를 할 때 가장 편안해 진다며


자신의 성격을 메마르다 표현하실 정도로 자신을 꾸미거나 감추거나 높이는 법이 없으십니다.


문학앨범, 이 책의 서문을 큰딸 호원숙에게 떠넘기고 몰라라 했다시며


독자들이 좋아하시면 출판사의 노고 덕분이고,


그렇지 않으면 작가님 딸의 탓으로 겸허하게 책임을 함께 하시는 모습도

 

어쩜 이렇게 당당하시고 강하신지.


​<꽃을 찾아서> 라는 소설집에 대해서 제가 사진을 찍어둔 이유는

 

출판사의 이름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예요.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창작과비평사, 창비 출판사의 지난 역사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책 좋아하는 독자이자 "창작과비평" 계간지 구독자로서 이런 변화가 저 역시 무심코 넘길 수 없을텐데

 

작가님은 오죽하실까요.

 

박완서 작가님의 모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보면

 

그 작품을 남기기까지 에피소드와 삶의 소회, 시대상에 대한 고찰들 뿐만 아니라

 

언제나 책을 낸 출판사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표현과 그 노고에 대한 감사함을 항상 남기시더라구요.

 

​참 따뜻하시고 가식없으시고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이 몸에 익으신 분.

​박완서 작가님의 책으로 저는 장편소설, 산문집, 콩트집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저희집에도 자전거 도둑이라는 책이 있었더라구요.


여기서 보면서 작가님이 동화집도 내셨구나~~!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생소한 출판사 한양출판의 ​<부숭이의 땅힘> 이라는 제목으로 1994년에 처음 나왔다가

 

땅힘이라는 단어가 어려워서 계림북스쿨에서는 <부숭이는 힘이 세다> 라고 바꿔서 나왔다는데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아이들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눈을 뜨고

 

시니가니 읽어보라고 빌려줘야겠다 하고 보니

 

계림북스쿨 버전도 인터넷서점에는 절판되었네요.

 

아마도 절판된 책들은 도서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 집으로 가면 한번 찾아보려구요.

 

다행히도 웅진주니어에서 다시 <부숭이의 땅힘> 이라는 제목으로 판매는 하고 있더라구요.^^

 

주인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습관,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


사람사는 이치와 도리를 깨우치는 이야기들.

 

박완서 작가님의 동화집을 읽으면 이야기의 재미도 아이들이 더 알게 될 터이고


제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왠지 효과를 볼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옵니다!!

늘 새로운 독자와 만날 수 있는 동화책을 작가님은

 

늙을 줄 모르는 책이라고도 하셨죠.

 

순수한 마음으로 쓰여진 것들이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들과 만나지길 꿈꿨던 작가님의 뜻이 영원히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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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스타벅스 필사노트에 14페이지에 걸쳐서 필사를 하게 하는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작가정신 덕분에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꾸준히 만나볼 수 있어서

 

새삼 굉장히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좋다~ 는 생각이 들었던 요즘.^^

 

어두워서 안 보이지만 ​저~~ 앞에 성산일출봉이!!!

 

이런 멋진 곳에 자주 올 수 있는 제주도민들을 마냥 부러워 할 게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 제가 있다는 그 자체에 대해 감사해하며 하루하루 여행중입니다!!!

정통적인 문학수업, 사사한 스승, 영향을 주고 받은 문우, 피나는 습작시절.

 

보통의 작가라면 하나쯤은 있을 법한 문단의 이런 경험중에

 

박완서 작가님은 하나도 해당되지 않아서

 

어설프게 틈입자처럼 문단에 뛰어들었다는 열등감과 소외감을 항상 갖고 있었다고 해요.

 

그 나름의 외로움도 있었겠다 미루어 짐작도 해봅니다.

 

​독자들에게는 누구나 우러러 보는 대상이자 크~~게 보이는 작가이겠지만

 

당사자는 또 하나의 작고 연약하고 고독한 인간일 따름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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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뼈대가 함께 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셨던 박완서 작가님.


소설 쓰는 고통을 꾸준히 드러내시면서도


남편과 자녀들 틈에서 그것이 비로소


자신의 실존을 자각하게 했던 것 또한 부정하지 않으셨어요.


작가로서의 숙명을 받아들이셨던 강한 분.


2011년 1월 이후로 어느새 올해로 박완서 작가님 서거 9주기를 넘겼네요.


소설 쓰는 고통을 즐길만한 기운이 남아 있을 때까지 소원 성취할 날을 꿈꾸셨던 작가님이셨는데


그 꿈을 이루고 갔다 생각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독자들의 마음 속에서 살아 계실 박완서 작가님의 진심을


작가정신 에세이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에서 이 겨울에 만나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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