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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끊기의 기술 -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거짓 통찰의 함정들 12
헤닝 벡 지음, 장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6월
평점 :

"인간의 두뇌가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기관이라고 확신한다."
독일의 뇌과학자 헤닝 벡은 와이즈베리의 교양 심리학 <생각 끊기의 기술>에서
이와 같이 밝힌 바 있다.
이미 현명하게 사고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음에도
인간에게 주어진 것을 어리석게 활용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도 제기하면서.
다른 생물과 다르게 인간이 탁월한 존재로서 구별짓게 하는 3가지 능력은
①언어나 기호를 통한 의사소통, ②협력, ③상상력이다.
현명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지식을 잘못 적용하거나 너무 많은 지식으로 인해
인간은 12가지 사고 오류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거짓 통찰의 함정들 12',
'우리는 왜 세상을 매번 잘못 해석하는 것일까?'.
중학생 아이들 1학기 기말시험도 끝나고 덩달아 여유로워진 가운데
요즘은 출근 전에 스벅에서 독서하는 것이 나의 소확행이다.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요즘 꾸준히 읽고 있는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과도 겹치는 지점들이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어 나갔다.
지금 막 떠오른 그 생각, 바로 '팝 지식'을 의심해야 하는
12가지 이유가 궁금해서 곧바로 목차로 향한다.
헤닝 벡이 정리한 12가지 사고 오류들은
인간이 본성적으로 뛰어넘기 어려운 '생각의 거짓말' 이기도 하다.
자기중심적인 사고, 인공지능으로 영생을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
독단주의로 이끌 수 있는 교육의 폐해, 미래를 상상하는 것에 취약한 인간의 본성,
확증편향의 오류, 현상유지 편향, 스포트라이트 효과, 동조편향 등등.
<신경 끊기의 기술>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강하게 와닿았던 점은
누구보다도 현명한 사고방식이 가능한 존재가 인간이면서 동시에
어리석더라도 이기적이면서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모순적인 존재라는 점이었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누구나 차별없이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신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인간 중심으로 사고의 방향이 이동했고,
나아가 과학이 이 세상을 이전에 비해 더 개선시켰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의 주관적 측면은 섬세하게 챙기지 못했다는 시대의 아쉬움이 있다.
집단의 안정적인 질서를 추구하는 한편 세상의 복잡성은 더 비대해 지고 있다.
상식이라는 공감대에 균열이 생기면서 팩트나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감정적 논쟁이나 정치적 편향성, 주관적 경험들이 소모적인 논쟁들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이다.
헤닝 벡은 이를 "포스트-과학적 사고" 라고 언급하면서
우리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지만 너무 이성적인 인간이 돼 버린 나머지,
도리어 비이성적 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과학의 역설, 즉 일종의 역트렌드를 우려한다.
진실은 쇠퇴하고 감정이 진실보다 더욱 중요해지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 본능의 한 축일 것인데
왜 이렇게 인간은 어리석고도 불안한 선택을 반복하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인간으로 하여금 통제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두려움은 비대해 진다.
누구보다도 현명하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인간은 알 수 없는 곳에서 구원만을 갈망하게 된다.
이러한 부조화를 멈추려면 뇌의 착각으로부터 벗어나서
세상을 해석할 때 저지르는 사고 오류들부터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실수와 잘못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고자 노력하는 인간의 특성에 기대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아갈 용기, 즉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자고
저자는 마지막까지 힘주어 말하고 있다.
위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인간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오류를 반복해왔던 사고방식의 틀을 바꾸는 인식 전환(reframing)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교양 심리학 <생각 끊기의 기술>을 만나 거짓 통찰의 함정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