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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연대기 - 멸종의 비밀을 파헤친 지구 부검 프로젝트
피터 브래넌 지음, 김미선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 갔다가 만나서 반가움에 찍어봄.^^
기대하던 책이라 온전히 몇 시간이고 연속으로 집중할 수 있는 때를 노려서
펼쳐보고 싶었던 흐름출판 과학철학서 <대멸종 연대기> 를 드디어 펼칩니다.
머리가 아플것 같은 책으로 짐작은 되었지만
워낙 제가 잘 모르는 지식의 세계일터라 호기심은 충만했던? ㅎㅎ

작년 여름방학에 체험학습으로 일민미술관 전시 디어 아마존 : 인류세 2019 전을 다녀왔었어요.
이 때 처음 인류세 라는 용어를 접했었죠.^^;;
인간이 지배하는 지질시대, 지금 우리는 인류세 를 관통하며 살아가고 있고
환경이 훼손되면서 우리가 속해 있는 생태계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는 현재라는 것.
인류의 미래, 지구인들이 살고 있는 이 행성의 안녕을 위해
부단히도 행성인들은 인류의 존재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던 전시였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대멸종 연대기>를 보면서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이지만 관심을 놓지 않으니
관련된 전시와 책들을 꾸준히 만나게 되는가 봅니다.^^


앞에 나온 대멸종의 타임라인에 이어 사진과 그림들 역시
뭘 느끼게 하고자 하는 건지 책을 다 읽고 덮기 전에는 몰랐죠.
다 읽고 나서 다시 타임라인과 사진, 그림들을 보러 앞으로 되돌아갑니다.^^
<대멸종 연대기> 의 부제는 "멸종의 비밀을 파헤친 부검 프로젝트".
고생대 캄브리아기라는 오래전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현재 지구인들이 사는 이 행성에 대한 진단과 지구인들에게 보내는 경고에 이르기까지
<대멸종 연대기> 안에 담겨진 과학적 사실과 저자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로서의
철학들이 넓고도 얕지 않은데 놀라운 게 이 책이 데뷔작이라는 것.
저자 피터 브래넌은 행성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기고하는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라고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아득히 먼 시간부터 우주생물학, 고기후학, 진화생물학, 고생물학, 지질학,
지구화학, 해양생물학, 심지어 과학철학까지 총망라해서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또 어떨 때 보면 에세이 같은 느낌도 들다가, 과학 전문지에 실리는 내용이 끼어들다가 .....
전문 과학지식들과 에세이를 넘나드는 책이더라구요.^^
거기에 제가 끌렸던 지점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 땅 덩어리, 바닷속 생물들,
난폭한 포식자들 모두에게 감정이입, 생각이입해서
살아있는 것으로 느끼며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저널리스트인데 책 속에 저자의 감정과 생각이 자주 보였던 <대멸종 연대기>.
그래서 이색적으로 다가온 과학도서였어요.
가장 앞 페이지 대멸종의 타임라인에 제시되었던 시기 용어들마다
끝에 ~ 말이 붙었던 것은 이 책이 지금까지 거쳐온 5대 대멸종에 대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생대의 두번째 시기인 오르도비스기,
고생대의 네번째 시기인 데본기,
고생대의 여섯번째 시기이자 끝이었던 페름기,
중생대의 첫번째 시기인 트라이아스기,
중생대의 세번째 시기이자 끝이었던 백악기.
5대 대멸종은 이 행성이 대멸종을 경험했던 것인데요.
5대 대멸종이라고 부를만한 기준은 지구사에 동물이 갑작스럽게
거의 모두 소멸되었던 행성 규모의 절멸사건을 얘기합니다.
그런 것이 다섯번이나 있었던 것.
가장 잘 알려진 대멸종은 아무래도 중생대 백악기말에 있었던 거대한 충돌.
직경 10km 크기의 소행성이 멕시코에서 충돌했는데
생명체가 거의 다 멸종했다니....이것도 너무 놀랍고
흥미로운 서사를 갖고 있던 공룡의 최후도 이 충돌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은 더더욱
현재까지도 이야기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행성의 역사에서 육지를 가장 널리 차지한 동물집단이 공룡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죠.^^
마치 지어낸 이야기같은데 많은 것이 사실이라는 것에서 이 책을 보면서 자주 놀랍니다.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던 시간이고 일이지만 <대멸종 연대기>를 읽으면서
대멸종이라는 것이 정말 가능했던건지, 실제 모습은 어떤지 상상하게 되는데
실체를 모르겠으니 너무나 궁금해지네요.
이렇게 공룡이 최후를 맞이한 대멸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멸종이 있던 시기에는
가장 극심하게 자연적인 격감을 겪게 되었던 것.
그 원인은 한 가지로 말할 수 없지만 크게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꼽는 데에서
지금도 여전히 기후변화에 민감한 지구인들의 반응이
어찌 보면 놀라울 일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직접적으로 내 주변에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고 앞으로도 큰 가망성이 없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아무래도 부족한데
대멸종이 일어났던 원인들을 <대멸종 연대기>를 통해 접하고 보니
이제는 대륙과 해양이 갑자기 뜨거워지거나, 또는 산성화되거나 산소가 없어서 죽는 등
떼죽음이 발생하는 지점들을 발견하게 되면
대멸종의 징후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듯 싶어요.^^;;
동물들이 갑자기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왜 뉴스에 나는지,
평년 기온을 넘나드는 일이 있을 때 왜 그것이 뉴스에 나는지,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는 일이 왜 뉴스에 나는지.
이 행성에서 일어나는 자연환경의 변화들이 때로는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지라도
이제는 그러한 변화를 그냥 넘겨보진 않게 될듯 합니다.
언젠가는 그런 변화들이 지구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대멸종 연대기> 를 보니까 이젠 그런 세상의 반응들이 이해가 되요...이제서야 ㅋ
이러니 세상을 보는 눈, 개인의 세계관이 변화하는 데
책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가 보네요.^^
더이상 대멸종에 대해서 말할 때 화산폭발이나 소행성과의 충돌만 조심할 일이 아니라는 것.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모든 지구인들이 하나로 뭉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는 등
인류의 존재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가의 리더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까지 저변이 확장되어가야 한다는 것.
그야말로 기후가 발작을 일으킬 때, 그 일이 반복된다면 최후를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겠지만
당장은 그럴 가망성은 없다는 이야기를 또 한번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난 일은 아니죠.^^;;
저자 피터 브래넌이 생활하는 보스턴을 중심으로 미국, 남미 전역에 걸쳐서
이 옛날 흔적들이 보일 때면 금새 독자로 하여금 과거로 되돌아 가게 합니다.
그 당시에는, 대멸종이 있기 전에 그 행성의 지배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지금처럼 정복하고 지배당하는 구조가 아니라 그들끼리는 조화롭게 지냈을까?
먹고 먹히는 관계는 피할 수 없겠지만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등등.
과학도서인데 과학적 사실을 탐구하기 보다 왠지
대멸종을 겪었던 생명체들에 대한 연민이 앞서게 한건
전적으로 저자 책임입니다. ㅋㅋ
물론 같은 책이라도 독자에 따라 더 꽂히는 지점은 다르겠습니다만은....
저는 그래서 이 책이 좋았어요.
감정이 완전히 배제되어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책은 제게 울림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과학 저널리스트이면서 과학철학을 다루는 저자의 온기가 느껴졌고
더불어 그가 대멸종이 있었던 그 시기로 독자를 데리고 가서
당시의 생명체들과 만나게 해주었다는 느낌도 받았기에 더 그런듯 합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가 받은 느낌입니다. ^^
여러분들은 또 저와 다른 경험과 삶을 살고 있으니 이 책을 다르게 받아들이실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이 참 기묘합니다.
어떤 책이든 그 책이 전하고자 하는 사실은 물론이고
그것을 뛰어넘는 저자만의 메시지는 있을 텐데요.
이 책은 대멸종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아직 오지 않은 여섯번째 대멸종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에 과학 전문가들의 예상과 더불어
저자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여섯번째 대멸종이 가까이 온 건 아니라는 걸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지난 5번의 대멸종들이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숙고해볼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고생물학자와 지질학자를 비롯해 연구자들의 실험실을 찾아다니며
저자가 밀착 취재한 결과들이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부분도 있고
사회 전반을 통찰하며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의 미래를 조심스레 예견해 보는,
그리고 지구인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하는 책.
용어가 저로서는 너무나 생소해서 어떤 것들은 검색을 해가며 보기도 했지만
각자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한번 봐준다면 분명히
과학에 관한 지평은 넓혀주는 책이 될 거예요.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고통이 따르는 법.
따분함과 어려움을 극복해 보세요.^^
저도 노력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며 책을 덮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믿을 수 없는 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ㅋㅋ
이를테면 물고기 없는 바다가 있었다는 것도 놀랍고....
오르도비스기에 있었던 물고기들이 우리의 조상이라는 이 문장이 과연 가능한건지도.....
아마도 족제비를 닮은 작은 원시 포유류였을 우리의 조상은.....
이런 문장이나....^^;;
이걸 이해하려면 그 중간 단계를 진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겠죠? 
제 능력 안에서 확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히 그냥 패스.....
이걸 물고 늘어지면 진행이 안되요 이런 책들은 ㅋㅋ
호기심을 놓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 이 지식 조각들과 연결시켜줄 지식을 만나
몸소 경험하고 이해하게 될거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5대 대멸종이 지나왔고 인류는 그 당시를 직접 목도하진 못했어도
잔해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런 잔해들을 저자 역시 곳곳에서 힘주어 소개하고 있구요.
현대에 왔다가 다시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백악기로 넘어가느라
가끔 멀미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지만 ㅋ
고생대의 기수 삼엽충, 앵무조개류, 바다를 덮은 완족류들도
오르도비스기, 데본기에는 살아남았지만
고생대의 끝 페름기에는 죽임을 당하기도 했고
자연적 격감 이후에 잠시 미생물 층군이 화석기록에 존재한 것을 보면서
세균왕국이 패권을 쥐기도 했던 때를,
바닷 속에서 스멀스멀 기는 것들이 이 행성을 지배했던 때를,
무척추동물이 가득 채웠던 오르도비스기의 세계를,
대멸종의 잔해들을 통해 가늠해 봅니다.
결정적인 대멸종의 시기에는 사하라의 풍경에서
극심한 빙하시대의 특징과 정렬되는 순간이 있었음을,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어요.
그 극단적인 기후 변화에 이산화탄소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는 것도.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으로 빠르게 주입되서 지구 전체가
온실기후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산화탄소 수준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도 빙실기후를 만들게 되는 거라 문제는 되죠.
미래에는 이런 조망은 아무래도 어렵게 되긴 했지만요.
지금으로서는 이산화탄소가 2배로 늘어나면 행성은 섭씨 4도정도 더워질거라 예측하고 있고
환경의 변화로 인한 위기의식을 느끼며 파리협정을 맺었을 때도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해수면이 계속 올라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니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2도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에
195개국이 합의하기도 했는데요.
그 195개국이 세계온실가스 배출량 90%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인데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탈퇴하겠다고....;;
이런 편협하고 이기적인 인식, 연대의식 없는 결정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고생대 데본기 후기 대멸종 때 집단으로 죽은 해양생물이 해저로 가라앉아
풍부한 천연가스를 남겼고 그것을 그대로 제공받은 미국이었다는 게 이 시점에 떠오르네요.

오르도비스기의 끝은 빙기로 인해 행성 위의 모든 것이 죽었고
그로부터 "물고기 없는 바다"가 있던 세상은 다시 회복하는데 500만년이 걸렸다고 해요.
인간으로서 감당하기엔 너무나 까마득한 시간이라 사실 감도 잘 안오지만
이후에 있었던 대멸종에서도 탄소 순환이 심각하게 급속히 변하거나
급격히 한랭화가 오기도 하면 또 대멸종을 맞이하게 되는 패턴들.
어류의 시대 데본기에는 불모의 대륙에 숲이 만들어지고
나무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면서 날씨가 매우 추워졌다는 것도 상상만 해볼 뿐이지만
<대멸종 연대기> 를 읽으면서 즐거운 상상도 해봤습니다.
가보지 못했던 시공간을 상상하게 했던 경험은 흥미로웠어요, 충분히!!
그다지도 오만한 인간, 우리의 조상은 그 당시 우리가 군림한다고 여겼던 다른 종들과
똑같은 입장에서 공생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조상은 육지를 정복했다기 보다는 물에서 탈출한 것, 한마디로 쫓겨난 것이었구요.
싸움을 꺼리는 우리의 조상은 서로 다른 걸 먹기로 선택했다는 저자의 관점이
또한 흥미로웠고 과학철학서라고 느꼈던 지점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세계 곳곳이 언젠가는 물에 잠길 것이라고도 하고
현재 지독히 운이 좋아서 소행성과의 충돌 없이 대멸종을 겪지 않고 있지만
지금 나의 세대에는 없다 할지라도 이렇게 인류가 살아남을 확률이 과연 영원할지는 미지수......
페름기에 비하면 6대 대멸종이 일어날 수치는 1/10 도 안된다고는 하는데
생물학적인 대멸종이 도달하기 훨씬 전에
어쩌면 인류에게 문명을 통한 붕괴가 더 먼저 올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경고는
그냥 넘겨볼 수 없는 인식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인간은 결국 극도로 멸종에 잘 버틸 것이라는 예상, 종 자체가 위험에 처하는 건 아니고
단지 삶의 질이 형편 없어지는 것일 뿐이라는 게
마냥 좋아할 일인지는 각자 생각해볼 문제겠죠......
거시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연대해서 급격한 기후의 변화는
늦추려는 노력은 필요하겠다는 생각 해봐요.
가능성이 없어도 안 될것을 알면서도 맞서 싸웠던 구한말 우리 의병들의 정신이 떠오릅니다.
오히려 너무 먼 이야기 같아서 인류의 노력이 게으른 걸까요......
그게 맞다면 인간은 어리석다는 신들의 조롱을 달게 받아야 할 것이겠죠.
<대멸종 연대기> 를 읽었는데 저는 이런 생각으로 귀결되네요, 신기하게도.
"인간은 오만함을 버리고 자연의 변화에 귀기울이는 겸허함을 가질 것"
그래서 이 책이 제게는 과학철학서로 읽혔나 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