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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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주도여행 오면서 챙겨온 책들 중 하나 흐름출판의 만화 에세이,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예요.


일본 만화가 미야가와 사토시가 실제로 엄마를 잃은 슬픔을 연재한 것이 화제를 모았고


흐름출판에서 책으로 나왔더라구요.


제목이 그냥 얼핏 보면 '유골을 먹고 싶었다'.....^^;;


쩜쩜쩜..... 뭐 이런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정작 읽어 보면


부모와 자식간의 복잡미묘한 관계속에서 사랑표현을 맘껏 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은 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곧이어 감동하게 되는 에세이였습니다.

​저자가 직접 겪은 이별의 슬픔을 참 담담하고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판타지가 섞이지 않은, 그야말로 일상속에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상념들과 감정들이 있는 그대로 담겨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만화 에세이는 저도 처음인데 역시 만화라서 그런지 금방 읽혀요 ㅋㅋㅋ

올해는 책좀 읽어볼까? 하시는 분들, 이 책부터 시작해 보세요 가볍게.....

 

 


일본의 지역 사투리를 쓰는 저자의 가족임을 감안해서


번역자가 충청도 사투리로 바꾼거 같아요.


많은 사투리중에 왜 충청도 사투리였을까 궁금하긴 하네요,


부모님이 충청도에 살고 계셔서 충청도 사투리의 맛을 좀 알기에 ㅋㅋ 

 

 

 

 

그런데 왜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의 제목을 접하면 누구나 드는 질문일 거 같아요.


저자가 이 제목으로 하기로 결정했고 바꾸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작가의 말에-.


 

 

 

20대 젊은 나이에 혈액 질환으로 수술과 투병 생활을 했던 저자 곁에서

 


정성껏 간호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묵묵히 아들의 곁을 지켜줬던 엄마.

 

 

평소에 화를 안 내는 엄마가 딱 한 번 화를 냈을 때가

 


자식을 가질 수 없을 거라며 스스로 포기했던 저자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의 정액을 체취해 두자고 강하게 말했던 엄마.

 


그런 엄마가 곁에 계셔서 안정감을 얻고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생각에

 


저도 너무나 공감이 되었고 표현이 맘에 들더라구요.

 


구원.... 불경한 생각.... 이런 어휘들이 저자의 언어인지 번역자의 언어인지는

 


구분할 수 없으나 책의 격이 한결 높아 보이는 지점이 있는듯 하구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저자는 이렇게 엄마의 빈자리, 엄마가 남기고 간 것들을 돌이켜 보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경험을 묵묵히, 때로는 감정에 복받쳐가며 감당해 냅니다.

 

나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어리석은 생각,

 

"우리 엄마만큼은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

 

누구나 생각하는 것을 저자도 하고 있었고,

 

 

여느 독자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보통 사람들의 삶이 느껴져서

 


또 편안하고 친근감 가지며 읽었나 싶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에세이여서 그런지

 


국적과 문화가 다른 부분이 주는 이질감은 거의 없이 읽었어요.

  

 

​저자가 투병생활을 할 때 꼭 나을 거라는 엄마의 그 때 그 자신감이,

 

엄마의 투병생활을 보면서 저자도 똑같이 느끼는 이 지점.

 

가족에게 별 일 없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이 근거없는 자신감의 정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의 병이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100일 기도를 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일이라는 것도 너무나 공감.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지만 결국은 내 마음이 편해지는 일이라는

 

이 복잡미묘한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의 줄다리기라니~~!!!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저자 역시 위암 말기를 버텨내고 있는 엄마의 투병생활에

 


옆을 지키고 있는데 전에 없던 큰 코골이를 하기 시작하는 엄마.

 


그리고 숨 쉬는 간격이 길어지기 시작하는데......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저자가 용기를 내어 하는 말에 저도 눈물이 맺히더라구요 ㅠㅠㅠ



고마워. 고생했어요.


잘 가요.....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요.



너무 담담하고 진솔한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이 무너질지도 몰라요.

 


감정의 격함이 다를 뿐 이런 감정은 누구나 갖게 되지 않을까요.

 


부모님이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살아계시든, 이미 이별하는 경험을 하신 분들이든 간에.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의 유골까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저자 본인도 정확하게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둘 사이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있던 사랑의 가장 근원적인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엄마를 잃는 것과 반려자를 잃는 것, 어느 쪽이 더 힘들까?" 


어느 한 쪽만을 단정지을 수는 없고


관계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저는....음....어렵습니다....모르겠어요.....


사실 이걸 굳이 먼저 내 생각이 어떠하다 정해둘 이유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ㅠㅠ


저자처럼 그냥 내 소중한 가족들은 현재로서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같이 잘 살 수 있을거라는 생각.....


덧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생각하며 부정하고 싶은 마음인가 봅니다.


소중한 사람과 이별하는 경험을 하면서도


남아있는 가족들은 밥이 넘어가는 게 과연 이게 정상인가 스스로를 탓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시간은 흘러 어느새 슬픔을 추스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의 죽음이 자식을 움직이게 한다는 구절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살아가고자 힘을 내기 시작했겠지요.


엄마의 죽음과 함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제주도에서는 4.3의 아픔과 상처를 다독여주면서 전해진 말이 있대요.


제가 지금 나혼자 제주도여행 중이라 이 책을 읽으면서


며칠 전에 세화오일장 가서 발견하고 찍었던 벽화와 문구가 생각나더라구요.



"살암시믄 다 살아진다"



살고 있으면 다 살아진다 


힘들다는 건 내 욕심이 만들어낸 것이고


너무 열심히 하지도 말고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말고.


도시에서 여유로움을 잃어버리고 바쁘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울림이 있는 말이예요!!!


저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겨두려고 합니다.


2018년 1월에 나혼자 제주도여행을 처음 시작했던 것도


제 기준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스스로 힘들어했던 어리석은 저 자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때 이후로 나혼자 제주도여행의 성격은 물론 달라졌지만요.


지금은 그저 해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안식일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여행중이예요.^^


가족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동시에 점점 커집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 뒷모습은 볼 때마다 진하고 묵직하게 전해지는 감동이 있어요~~~!!

 

 

생각지 못했는데 현재 제가 머물고 있는 제주도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한 마디가


만화 에세이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와 절묘하게 겹치는


삶과 죽음을 통한 통찰을 발견합니다.


가족의 조건없는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느라 감사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 만화 에세이 읽고 나면 완전 정신 차릴듯 한데요.^^


저도 우리 시니가니에게 좀 읽어보라고 슬쩍 밀어넣어야겠어요.....


만화니까 읽어봐 ㅋㅋㅋ


읽다가 밀려오는 감동은 너희들이 감당하고....^^


결국 너희들의 삶은 너희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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