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을 쓰다가 막혀버려서... (요즘 자주 이래서...차라리 한동안 푸욱~ 내버려둘까 싶음. 다른 게 아니라 장편 그림자의 햄릿을 말합니다...애초에 무리였나 싶기도 하고...)

소설은 한동안 쉬기로.(읽는 것이 있어야 쓸 것도 있지 싶기도 하고...단편쪽은 연습삼아 계속 들어갈듯 합니다...질은...;;;;;;글쎄요. 슬럼프 기간이라 잘 할 수 있을지?)

요즘은 계속 읽고 듣고 하는 중입니다.

 

2. 연휴기간동안 라 트라비아타(춘희)를 두가지 버전으로 듣고 있습니다. 하나는 국내용인듯 하고, 하나는 해외에서 라 트라비아타 베스트 아리아를 넣어준 모양입니다. 얼굴만 봐서는 한국인이 여주인공인듯 한데 설명서가 없으니 알 수가 없군요.

네이버 뮤직! 각성하라! 해외판이라도 설명을 넣어달라고!!!!

설명을 모르니 알 수가 없잖아.

클래식이 망해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설명부족이 아닐까 싶은 요즘입니다.

 

3.

이건 조금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인데, 힐러리 한을 음원으로 듣다가 higdon, 차이코프스키(이것도 영어로 적혀 있었음.)이 나오길래, 아...하이든하고 차이코프스키라고? 좋겠네~

라고 틀었다가 지옥을 맛봄.

하이든이 아닌데...;;;;;;;채찍이 난무하는 이 곡이 과연 하이든이란 말인가?

듣다가 2번에서부터 질려버려서 검색엔진에 영어로 넣어봄.

제니퍼 히그돈이라는 작곡가가 힐러리 한에게 헌정한 곡이라고...(히익. 헌정을 뭐 이리 살벌한 곡으로...더더군다나...이런 곡을...)듣고 싶으시면 말리진 않습니다. 힐러리 한으로 검색하면 금방 떠요. 하지만 듣고 원망해도 늦은 겁니다.

제 취향은 확실히 아니거니와, SM 플레이를 연상케 하는 거칠고 음습하고 사나운 곡이에요...(부들부들)

이래서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하나 봅니다.(하이든은 이 영문이 아니래요...)

하여간 설명 좀 해줘요. 음반사가 안되면 파는데서라도 좀 해주면...

 

4.

읽는 건 요즘 프로이트...오늘 잡았는데 약 1/4 정도...? 생각보다는 재미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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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찌른 칼을 땅을 떨어뜨린채 그는 나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굳어진 몸으로 그는 모든 것을 거부했다.

 

“말을 해야 할 필욘 없겠지만...”

 

부당한 질문에 거부한다. 그는 그 원칙이 있건 없건 입을 다물었을 것이다.

그에겐 아내를 살인한 것이 서커스단이 문닫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니까.

그에겐 아내가 서커스단이었고, 서커스단이 아내였다.

그런 그가 어째서 아내를 죽였는가 하는 문제.

 

“의상을 챙겨 입고서...”

 

레온 카발로의 팔리아치라도 들었단 말인가.

나는 흠칫 하면서 그를 돌아보았다.

벌겋게 칠한 입술에는 아내의 상처에 입을 갖다대 피가 여기저기 번져 있었다.

그래서 그가 상처를 입고 아내를 껴안았는지, 아니면 아내의 피가 그에게 묻었는지 헷갈렸다.

 

“헛소린 그만둬요. 차라리 입을 다물지.”

 

나는 그의 등을 손으로 탁 치고는 다른 사람들을 주위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 늙은 피에로는 정녕 망녕이 든 것이란 말인가?

하긴 그랬으니 그의 아내가 다른 연인을 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젊은 시절부터 그는 유명한 서커스단원이었다. 시대가 이토록 저물지만 않았더라면, 아니 지나치게 첨단화 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는 부유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리라.

아니, 지금도 부유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그는 말그대로 장인이며 딴따라였다. 다른 길은 찾을 수도 없었고 찾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시대는 어떤가. 이젠 기계 로봇들이 아크로바틱한 모든 동작을 소화한다.

그랬으니 사람몸으로 하는 거야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 건 당연했다.

그는 침울해 했고, 젊은 아내를 사들여 그녀를 뛰어난 수입원으로 삼으려고 시도했다.

미리 말했지만 그는 돈은 많았기 때문에, 그녀가 딱히 못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장인이었다. 젊은 아내에게 혹독한 스승이었고, 그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곧 남편을 따라잡았다.

그녀는 공중그네를 탔고, 남편에게 수천가지의 마술을 전수받았다.

 

그의 서커스단도 어느정도 눈길은 끌어야 했기에 공중그네의 아내 파트너는 로봇이 맡았다.

근데 그 로봇이 말썽이었다.

이 사건을 맡기 얼마 전부터 그로부터 요청이 들어왔다. 로봇이 지나치게 아내에게 친밀하게 군다는 것이었다.

로봇은 로봇이니 내버려두라고 말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고, 얼마 뒤에는 팔아버리기까지 했다.

그게 2주전.

 

 

아내와의 말다툼은 날이 갈수록 격해졌고, 그는 공적인 자리에서 아내를 더럽고 추악한 로봇성애자년! 이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아내는 눈물을 좀 글썽이더니 이내 남편을 향해서 한숨만 쉴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말을 이었다.

 

“정말 극에서처럼 버림받은 모양새군요. 여보. 당신 로봇한테 진짜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죠? 생각대로 되어서 정말 좋겠군요. 극하고 사실을 구분도 못하는 당신이 한심하지 않아요?”

 

며칠 뒤에 있을 공중그네에서 그녀는 파트너 없이 모든 동작을 소화했고, 극을 시작한 후 얼마 안되어서 칼로 찔려서 사망했다.

극은 그 뛰어나고 음흉한 그 영감에 의해서 팔리아치의 극중 극을 각색한 내용으로 꾸며졌다. 아마 그 감정을 억누르고자 그는 엄청나게 노력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노망난 뇌는 현실과 과거, 그리고 미래를 엉크러뜨렸다.

 

 

그는 장난스레 다가오는 젋은 여인 역의 아내의 심장을 정확하게 찌른 후 이내 쓰러지는 아내의 몸을 붙잡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가슴에 입술을 댔다.

마치 피를 막으면 그녀가 살 수 있는 것처럼.

 

“그만해요.”

 

쓰러진 그녀에게서 피가 콸콸 솟아나왔다.

그녀의 연인으로서 마음이 안 좋았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광경을 이 노인에게 보여주면 더욱 충격받으리라.

 

“노인을 서로 호송하도록 해. 기자들 몰려오기 전에 노인네한테 말 너무 걸지 말라고 하고.”

 

나는 서커스 구경하겠다고 따라온 어린 순경에게 그렇게 노인을 맡기면서 말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두뇌는 컴퓨터 칩이 박혀 있는 뇌가 아니었다. 순수한 인간의 뇌.

그리고 그의 나이 올해 120세. 조그마한 충격에도 망가져버린다.

그는 헉 소리를 내고는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죽었는데요...”

 

순경은 그랬거나 어쨌거나 내 명령에 따라서 차에 노인을 실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연인이 누워있는 땅에서 연인의 찔린 상처안쪽을 만졌다.

물컹. 쪼그라든 심장을 손으로 한번 꽉 쥐고 놓았다가 다시 쥐고 놓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미지.”

 

그녀는 자신의 가슴의 갈라진 부분에 손을 갖다댔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남편은요?”

 

“......”

 

“그동안 몰랐을린 없었을 테고...미지. 그 남자는 정말 네가 로봇이라는 걸 몰랐던거야?”

 

“...저도 몰랐어요.”

 

미지의 넘버 ISRN 52-1930 형은 인간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진다. 다만 구형 의식을 선호했던 창작자에 의해서 하루에 3번 에너지 충전을 해줘야 하는데...

그 에너지 충전을 돈 아까워하는 그 노인네는 아마 직접 했을 터였다.

그렇다면 모를 리 없는 그가...

 

“너도 모른다고?”

 

“당신도 절 인간으로 대우해줬잖아요. 그리고 그는 충전을 하는 동안 제 전원을 꺼놓아서 제가 알 수도 없었구요.”

 

모든 현상이 사라진 뒤 그녀는 인간의 탈을 벗고 로봇이 된 것 같았다.

나는 벨트에 감고 있던 스카프를 풀어 그녀에게 기브스하듯 매어주었다.

 

“이젠 필요 없어요.”

 

그녀가 낙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서커스의 디바가 아니라 한낱 로봇인걸요. 이젠 아무도 절 보러오지 않을 거예요.”

 

“난 아직도 널 사랑해.”

 

“그건.”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그녀가 덧붙였다.

 

“단지 주인이 바뀐 것 뿐이겠죠. 사랑이란 묘한 것이예요. 지난 사랑이 끝나면 새로운 사랑이 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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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서커스, 오마쥬는 팔리아치...

마침 팔리아치를 듣고 있었습니다...

실화에 바탕을 둔 거라고 하죠. 서커스단에서 연극을 하다가 아내를 죽여버린 어릿광대의 이야기라는데...그걸 좀 비틀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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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길준은 한나를 부르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 꼭대기 위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한나가 신나게 발을 흔들고 있었다. 그가 겨우 구한 붉은 기 도는 분홍신을  언제 버렸는지 맨발이었다.

"한나!"

"네."

한나는 혀를 쑥 내밀고 대꾸했다.
말괄량이도 이런 말괄량이가 없었다. 길준은 이때 처음으로 한나를 풀어놓은 것이 자신의 착오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려와."

"안 내려갈래요."

"한나!!"

길준은 화를 억눌렀다. 기껏  데려온 아이에게 일순간 화가 난다고 화를 내는 건 보호자로서의 행동에 어긋났다.
더더군다나 루가가 부탁에 부탁을 했던 것 아니었던가.
진건의 일처리를 위해서라면 한나가 꼭 필요했다.

"신발은 어떻게 했니?"

"몰라요."

길준이 멋있다고 꺅꺅 거릴 땐 언제고, 텔레비전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아이돌 공연도 신나게 볼 수 있게 되자(더더군다나 길준이 특등으로 끊어주기까지 하니...)더 이상 길준은 보지도 않고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가끔은 길준이 사다준 비싼 옷이나 신발을 퇴짜놓곤 했다. 마치 길준이 그녀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는걸 아는 것처럼.

"왜 이렇게 말썽을 부리냐..."

그래서 길준도 이때만큼의 옛날의 보통 청년으로 돌아갔다. 그것도 막내동생을 보는 오빠의 심정으로.

"흥! 오빠 잘못이에요."

"뭐가."

"그게 왜 페라가모라는 거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았어요?"

"어? 그게..."

사실 그에겐 페라가모나 시장의 신발이나 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버린거라는 거냐?"

"흥!"

"그 아저씨한텐 점심 갖다줬냐?"

"아까 전에 갖다줬지만 제대로 먹지도 않던걸요? 날 계속 쳐다보던데요. 변태같으니!"

"변태? 한나! 그 이상한 말은 누가 가르쳐줬니? 응?"

길준도 이 순간만큼은 품위있는 그림자의 부호역할을 버리기로 했다. 도대체가 진지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하지만 한나를 계속 날뛰게 할 수 없는 것이 슬픈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순간, 한나는 자신의 꼭두각시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모든일을 위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순간, 자신이 푼수가 되더라도 그건 그 순간만의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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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신문에는 모 조직폭력배 두목을 살해한 혐의로 모의원의 숨겨진 아들이 체포되었다.고 나와 있었다. 전체적인 기사의 내용으로 따진다면 그 두목은 형일지도 몰랐다.
그 형이 살해되었다...웬만한 악력이나 힘으로는 상대도 안 될 그를 그 체형도 비리비리한 청년이 죽였다고?
시체가 발견이 안되었으니 아직까지는 혐의에 불과하다.
도구는 발견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형은 죽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정의는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깨물었다.
내용을 제대로 알려면 내부에 들어가야 할텐데...

삐리리리!

핸드폰이 울리자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아, 네. 은미씨...아, 그렇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는 은미와 약속을 잡고, 그녀가 있는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안녕하십니까."

좀 딱딱하게 인사하면서 그는 맞은편에 있는 테이블쪽으로 싯선을 던졌다.
거기에는 준명이 이마에 주름을 잡으면서 앉아 있었다.

"당신이..."

"아, 검사님."

"은미씨,난 이 사람 불러달라고 한 적이 없..."

말을 하려다가 준명이 입을 다물었다.

"...아?검사님은 제가 온 게..."

마음에 안 드느냐고 물었다가, 이내 그는 준명의 가슴에 달린 변호사 배지를 보았다.

"검사 그만두셨습니까?"

"쳇 ."

투덜거리면서 준명이 냉랭하게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귀하와 일을 하면서 검사들측에서 별로 안 좋은 소리가 돌더니...내 옷을 벗으라더군요. 흥."

"...아, 죄송합니다."

글쎄. 과연 준명의 말이 맞았던 것일까? 그건 준명 외에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젠 이의원의 자문 담당 변호사입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그 말에 은미의 얼굴이 흐려졌다. 그 맑은 하늘같은 얼굴이 흐려지는 것이 정의에게는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럼, 은미씨. 우리 둘을 부른 건...어떻게 보면 반대편 사람들을 부른 거나 마찬가지일텐데요..."

정의의 말에 은미가 천천히 말했다.

"두분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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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률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아내의 방이었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아내의 물품은 치우지 않았다.
도대체 이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 몇명이나 죽어갔던 것일까.
하지만 그는 도저히 셀 수도 없었고, 그것을 위해서 눈물 흘릴 수도 없었다.
이미 시작한 일이니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자신의 최대목표는 정치가들이 꿈꾸는 최고의 자리는 아니었다. 다만, 할 수 있을 정도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띠리리리리.

핸드폰이 울렸다. 병률은 건조한 목소리로 대화했다. 별 다를 거 없는 전화였다.
지역구에 문제가 생겼는데 갈 수 있는지 묻는 전화였다.


"갈테니 주민들 동향을 잘 파악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몸에 피로가 심하게 느껴졌다. 이제 와서 겁을 낸다고 하면 우습지만, 그는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은미가 완전히 돌아서고, 자신이 변호사로 지목한 준명이 만약 반대편으로 가버린다면...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의회에 있는 동안 그들이 어떻게 할 수 있을...

그 생각을 하면서 병률은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가 선잠이 드려는 찰나 부드럽게 그의 등을 덮어주는 얇은 숄의 감각을 느꼈다.
깨어났을 때 그는 그것이 예전에 길준의 처가 자주 하던 숄이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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