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를 풍미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어머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생을 그리는 소설,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대망]으로 바꾸긴 했지만 역시 그 남자의 이름으로 불러주는 편이 위화감도 없고, 적어도 다른 책하고 헷갈리지 않아 좋을 듯 하다.

사실 알라딘에서 검색하면 세트로 나오는데ㅡ2부로 불리는 태합기(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주인공), 3부는(안 읽어봐서 제목을 모른다. 제목은 본문에 나오는데...)사카모토 료마가 주인공이다. 즉 다른 인물을 다룬 소설가도 다른 소설들이다.

참고삼아 이야기하자면 태합기는 요시카와 에이지, 3부는 시바 료타로가 지었다.

 

옛날에 우리 국사 선생님이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만 줄창 보시길래 뭔 책인가...이랬더니만

제목을 몰라서 그냥 놔두고 있다가 이번에 세트로 나와서 구매했다.

1부도 열두권 2부도 열두권 3부도 열두권...

1부가 재미있어서 2부도 세트로 구매하려고 했으나 2부는 혹시나 싶어 1권만 구매했다가 입맛만 버리고 치웠다.

역시 소설가가 다르면 취향차가 있구나. 를 절감하면서.

요시카와 에이지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매우 인간적이고, 선량하다...(야마오카 소하치하고는 좀 다르다. 보는 관점이.)근데 전체적으로 일본인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이고 대범한것처럼 묘사해놔서 좀 웃겼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해서는 별로 웃기진 않았는데, 하여간 욱일승천기를 매달고 달리는 모양새 같아서 2부에 대한 기대는 접어버렸다.

전반적으로 묘사도 치밀한 야마오카 소하치에 떨어지는 모양새다. 물론 역사에 대한 관점이라던가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야마오카 소하치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야마오카 소하치는 전체적으로 감정적인 반면, 요시카와 에이지는 전반적인 양상에 대해서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차근차근하게 밟아나간다. 인물의 심리에 기댄 야마오카 소하치와는 다른 양상이다.

 

1부에 대해 말하자면(이제 3권째다. 아직까지는 손이 뒤로 술술 잘 넘어가는 걸 보니 12권까지는 한달이면 다 읽겠다.)야마오카 소하치는 마더 콤플렉스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1권부터 2권 후반까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모친인 오다이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오다이는 그 시대 여성으로서는 먼치킨이다. 현숙, 지혜, 다정, 온화, 참을성. 등 그 시대 안주인으로서는 최강이다. 세나히메처럼 속좁은 질투나 어리석은 변태짓은 안하니까, 상대적으로 그래 보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개 중 나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쪽의 여성들 중에 오다이만한 여성은 없다. 오다이가 없었다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없다! 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생각인지.

어린 시절, 신경질적인 마쓰다이라 히로타다에게 시집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낳고 이후 정략이혼으로 다른 남자에게 갔던 오다이.

그런 오다이는 사실 첫남편에게 첫정을 느꼈기 때문에 슬퍼하지만...

인데.

개인적으로는 소설에 묘사된 대로라면 오다이는 사실 함량미달인 남자를 사랑했던 것 같다.

이후 벌어지는 히로타다의 광태를 보면 죽어도 싸다. 라는 말이 나오니...

(실제 인물이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하긴 그렇게 광태를 부려대니 아들이 노부나가와 요시모토에게 볼모로 끌려가지...

 

 

근데 내 지론 중 하나가, 훌륭한 여인은 훌륭한 남편을 알아보고 같이 커나간다...주의라서.

오다이의 약점이 그래서 남자 보는 눈이 없었다...인가,싶다.

그런 걸 제외하면 오다이는 최강의 여인이다. 여인, 아니 여신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압도한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니 아마 4권쯤 돌아가시지 않을까 하는데, 그때가 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한 40세는 되지 않을까 싶다...(인건 아직 다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있어서 천천히, 그러면서 빨리 읽고 있다. 짬 날때마다 읽는데 이거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일을 못하겠다. 아우...)그때쯤 되면 이에야스도 오다이를 넘어서는 남자가 되지 않을까...

지금도 이에야스는 충분히 훌륭하지만, 오다이를 생각하면 아직 멀었어...라는 느낌.

이에야스도 아들이 장가갔고, 며느리도 봤지만 그래도...

하긴 3권까지 노부나가도 아직 안 죽었고, 우지자네도 살아있으니...

두고 봅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태합에 올라가고, 막부 생길 때까지 느긋하게 재미있게 따라가야지. 아, 재미있다.

(물론 한 선으로 주욱 그려나가는 요시카와 에이지에 비하여 음모론이 자주 나와서 조금...이 소설만 읽어서는 역사를 오해하는 수가 있겠다 싶긴 하다. 좋은 예로 주아미의 사망과 마에다 도시이에의 살인 같은 거...)

 

 

ps.재미있다는 점에서는 소설의 기본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다만 부하들을 계속 직명으로 부르지 않고 졸개라고 부르고, 아마 도노라고 불러야 할 부분을 대감으로 부르고 있다는 게 좀 불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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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쉽게 넘어가는 답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나의 결론을 내기 위해서 항상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건 내 좌우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빠.”

 

갑자기 나타난 6살짜리 딸애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여자친구가 많긴 했지만 한번도 실수해 본적이 없는데...아직까진 직업도 없기 때문에 애를 키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노력해본다고 1주일 있어봤는데...아닌 건 아닌거다.

애가 물론 울고 심통부리는 건 아니었지만.

애 엄마? 애를 던져놓고 뛰쳐나가버렸다.

 

“여기가 어디야?”

 

그래서 답. 고.아.원. 내지는 보. 육. 원.

그래도 애기를 내버리는 건 아니니까 싶었지만.

 

“보육원이야. 아빠 올때까지 여기 들어가야 하는...”

 

“아빠. 나 버리는 거야?”

 

...조숙하기도 하지.

그래. 바로 고아원으로 데리고 간 게 너무 순진한 방법이었다는 거 인정한다.

그럼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아빠. 놀이공원 가자.”

 

“어...어. 응.”

 

답을 애가 먼저 내놓으니 할 말도 없다. 그래. 거기가 그래도 좀 낫겠지.

보육원은 너무 쓸쓸하다. 붉은 벽돌이 곧 허물어질 것 같았다.

 

“아빠.”

 

“응?”

 

“저거 타고 싶어.”

 

이거 타고 싶다. 저거 타고 싶다. 등등.

이야기를 듣고 회전목마에서 인형로봇 있는 데, 여기저기...

순한 애인건 맞는데 욕심이 많다. 언제 버리고 튈까 했지만 시간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마감시간때까지 애 손잡고 여기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왔다갔다 해야만 했다.

 

“재미있지?”

 

내 계략이 간파당한 걸까. 나는 씁쓸한 마음에 지갑에 남은 돈을 세보았다.

만원 남았다. 돌아갈 정도의 차비...

 

“응. 아빠는 나 못 버려서 섭섭했겠다.”

 

“......”

 

이것을 조숙하다 해야 할지. 여우같다 해야 할지. 내 딸내미지만 머리가 너무 좋다. 날 안 닮아서 좋은데, 잠깐...

 

“그래도 아빤 착해. 엄마가 아빠 착하다고 했어.”

 

“......”

 

혹시나 하는 생각이 목욕탕의 거품같이 보글보글 솟아오르지만 참았다.

난 아빠지만 이 애 이름도 모른다.

 

어쩌면...

 

“집에 가자.”

 

“응.”

 

집에 가면 먹을 것도 없을 것이다. 교통비 탈탈 털어 가서 남은 돈으로 야채나 몇 개 사서 된장국 끓이면 그걸로 삼시세끼 이틀이면 끝이다.

어떻게 키울까. 보다 어떻게 먹고 살까가 먼저다.

아이를 키우기에 남자는 어쩌면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진짜 아버지를 아는 건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운한 경우, 여자도 아이의 아버지를 모를 수 있다.

 

나는 남은 돗대를 피우면서 잠자는 애를 봤다. 관상을 보아하니 지금껏 여러군데를 전전한 모양이다. 물론 데리고 올 때는 땟국물도 빼고 데려왔겠지만 그 어투, 태도 등에서 알 수 있었다. 하루면 모르지만 1주일이지 않은가.

내일이면 정확히 8일째였다.

 

나는 지갑에 남은 돈을 세어보았다. 야채사고 남은 돈 5천원.

집에서 송금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다.

집에 아이이야기를 할 순 없었다. 아니 하기도 전에 결말은 나리라.

 

심사숙고해야 한다. 남의리.

남은 건 의리밖에 없지 않은가. 남자의 의리, 형제의 의리, 애인의 의리, 그리고 아버지의 의리...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진지하게. 얼렁뚱땅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내 성격, 내 좌우명은 사실을 피하지 말라고 날 공격한다. 평소에 찾던 의리가 이렇게 날 죄어올 줄은 몰랐다.

 

아침이 되었다. 된장국을 끓이면서 물을 가늠한다. 송금 올때까지 둘이서 얼마가지고 먹을 수 있을까. 내가 먹고 쟤까지 먹일 수 있을까?

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면 난 이렇게 말하고 말리라. 그럴 바에는 지금 이야기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아빤, 울 아빠 아냐.”

 

어느새 다가왔는지 애가 뒤에서 말했다. 할렐루야! 인샬라! 나무아미타불! 만세! 하려고 하다가 뒤를 돌아봤다.

 

“어...”

 

바보같이 어 소리만 내고 있는데 애가 말했다.

 

“된장국만 먹고 살 순 없잖아. 아빠 잘 있어.”

 

야무지게 옷 입고 운동화끈을 조인 후 아이가 내게 다시 말했다.

 

“아빠. 된장국 끓어.”

 

이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아빠란 소리는 떨어지지 않는다.

 

“야! 너 어디가!”

 

“새 아빠 구하러 가.”

 

“...뭐?”

 

“새 아빠. 돈 많고 잘생긴 우리 아빠.”

 

그리고 아이는 문을 열고 나갔다.

아마 자지 않고 깨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자기를 보면서 계속 걱정하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리고...아마 애 생각으로는 자기 아빠는 잘 생기고 돈 많고, 다정한 그런 아빠이리라.

구질구질하게 혼전관계로 제 앞가림도 못하는 그런 아빠가 아니라, 그런 엄마가 아니라.

그나저나 엄마가 오기도 전에 나갔으니...

 

“내버려둬.”

 

전화상으로 들은 목소리는 차분하기만 했다.

 

“왜? 우리 애잖아.”

 

“꼭 키워야 된다는 법 있어?”

 

“그럼 너 나한테 애는 왜 데리고 왔는데?”

 

“그렇게 가난하게 사는 줄 몰랐어. 직업도 없는 줄 몰랐고.”

 

아마 그녀도 남은 돗대를 피우고 있으리라.

 

“지금까지 6명 찾아다녔어. 하나는 결혼했고, 하나는 장사하고 있고, 하나는 엘리트가 되긴 됐는데 질겁을 하더라...그래도 제일 무난했던 게 너였는데 애가 나갔다니 뭐...어쩔 수 없지. 나도 더 이상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애 아빠가 누구야!”

 

“어, 왜 그렇게 흥분해. 그게 중요해?”

 

“애가 지금 나갔어! 못 찾는다고! 경찰서에 신고하려면 애 이름이라도 알아야 할 것 아냐.”

 

“걔? 호적 없어. 주민등록도 없구. 그냥 편한대로 불러.”

 

“야!”

 

“어, 난 바빠. 그리고 인연 이걸로 끊어. 애가 찾아오면 그때 다시 연락하구...그거 말곤 너랑 엮일 일 없으니까. 끊는다.”

 

뚝.

 

애 엄마도, 애도, 나도 개념이 없다.

이름도 없는 애를 어떻게 찾으라고.

그나저나 요즘은 소아성애자도 많아져서, 잘못 되면...

끔찍한 상상이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이 기회인지도 모른다. 애가 스스로 나갔으니까.

나는 이 좁은 자취방에서 단 한번도 개나 고양이를 키워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외롭고 쓸쓸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하지만. 내 외로움을 그저 그것들에게 맡기기 위해서 그들의 생명을 책임질 순 없었다.

나 혼자서 먹고 살기도 빠듯한 마당에 개 미용비에, 개 사료에, 개털들을 책임질 순 없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했다.

그런데 이제 개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고 햄스터도 아닌 사람을 책임질 순 없었다.

나는 애 엄마의 비정한 말에 상처받았지만, 나 또한 그녀 못지 않은 사람이었다.

내 애가 아니라는 사실이 차라리 명확하게 밝혀졌다.고 내심 기뻐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내 아이라면 기를 수 있...

아니. 아니다. 결국 키울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9일째 아침까지 악몽을 꾸었다. 진통제를 먹고, 약을 먹었다.

나가야 되는 아르바이트는 없던 걸로 하고, 차가운 방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웠다.

경찰서에 신고하지도 않았고, 애 엄마한테 다시 전화하지도 않았다.

애는 제발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10일째 되는 날, 아픈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갔다.

그 어디에도 애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파서 흐린 눈을 비볐다.

 

뚝.

 

손에 작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뚝.

 

눈물.

 

아니.

 

빗물.

 

그렇게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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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형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아니, 주민등록상이나 가족관계등록부 상에는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친부에게서 받은 이름은 없었다. 그의 이름은 어머니가 지어주었다.

 

“형.”

 

며칠째 대통술을 마시고 있었다. 지윤은 형의 그 심상찮은 자작에 기가 눌리고 말았다.

자신이 했던 말 때문이리라.

자신도 신부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왔고, 신에게 헌신해 세상을 하찮게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자신을 학대할 정도로 절어 살지는 않았다. 하지만 형은 달랐다.

한 가지에 몰입하면 무서울 정도로 집착한다.

그건 지금 집에 모셔두고 있는 정체불명의 할머니때문이리라.

정의를 위해서ㅡ 라는 허울을 쓰고, 할머니를 모셔놓기는 했지만 진짜 대안은 경찰에 맡기는 것이 옳을 터였다.

처음 상태를 생각해보면 경찰에 알리지 않는게 제일 좋은 생각인것 같았다.

하지만 고농도의 약물을 주입받고 저런 상태로 놔둔다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건 검진을 하러 오는 야매의사도 인정한 사실이었다.

형은 철저하게 그 의견을 배격했다.

 

“내 집에 들인 손님을, 어떤 나쁜놈들이랑 손잡았는지 모르는 경찰에게 넘긴다고? 당장 닥쳐!”

 

하지만 야매 의사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상당했기에 이젠 결정을 내려야 할때가 온 것이었다. 근데 거기에 자신이 불을 붙이고 말았다.

어쩌다가 그 부자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상속받았다는 말에 털보가 발끈했던 것이었다. 갑자기 술에 취해서 큰 소리로 웃더니 며칠째 술을 들이붓고 있었다.

금괴니 뭐니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내가면서.

 

그건 아마 그의 어머니탓도 있으리라.

털보의 어머니도 기자였다. 털털하고 정신없는 그 시대의 직장여성.

그녀가 털보를 가지게 된 건 어느 촌 마을에서의 잔치에서였다. 그때 그의 아버지는 일본인이 숨겨놓았다는 금괴를 찾기 위해서 그 동네에 왔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와 달리 민간 전설 채록자의 뒤를 따라온 보조 기자였다. 그날 그 잔치에서 만남이 이루어졌고, 몇 달 후 그녀는 그와 헤어져 털보를 낳았다.

 

“왜 그러냐. 바보같은 동생아.”

 

“...그만 마셔요. 그러다 죽겠어요.”

 

“흥.”

 

그의 어머니로부터 들은 그 아버지의 황금금괴에 대한 이야기는 털보를 흥분시켰다.

그의 어머니는 용감한 기자였고, 지혜로운 연구자였으며, 또... 등등 여러 가지 많은 별명을 달고 다녔다. 털보는 아버지를 딱 한번 봤을 뿐이었지만, 아버지를 존경했다.

물론 그건 그의 어머니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아버지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되었다.

하지만 어쨌건 좋았다. 그는 그래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형제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을 이제 하면 어떡하냐.”

 

“......”

 

“이젠 단순한 문제가 아냐. 재산상속은 본래 누님이 하게 되어 있었던 거잖아.”

 

“.....”

 

“누님이 커피물에 데어죽었다는 말을 나보고 믿으란 말이냐.”

 

“...형.”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아버지의 금괴를 그 부자가 갖고 있을텐데. 그걸 그냥 두고 있었어?”

 

“......”

 

“좋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

 

“돈 얼마 있냐.”

 

“...본당에 연락하면...한 이백만원까지는 구할 수 있을지도요...”

 

“그럼 당장 구해와.”

 

“형...”

 

“그놈들도 이젠 포기했을 거야.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나하고 있는 한은 안전할거다. 나는 누가 뭐래도 기자야. 기자를 건드려서 좋을 것 없지...”

 

“어떡하시게요?”

 

“...어떡할거냐고? 네가 그 위치를 모르니까 내가 직접 그 부자를 이쪽으로 데려올 작정이다. 그리고 금괴도 찾을 거고.”

 

알쏭달쏭한 그 말에 지윤은 의문을 가졌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에게 반발해서 나온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그는 본당신부에게 전화했고, 본당 신부는 사람을 시켜서 그에게 5만원권 이백만원을 보내주었다. 지윤이 그것을 털보에게 전해주자 털보는 그 돈을 들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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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는 길준에게 왜 지금까지 시설에 대한 진척이 없는지를 물었다.

길준은 나른한 표정으로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도대체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겁니까?”

 

길준의 물음에 은미는 기가 막혔다. 자신이 아는 두 남자가 똑같은 태도로 나오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더더군다나 그 두 사람은 철천지 원수가 아니었던가? 어느 하나가 무기력하다면 반대편은 때를 노려 결정타를 먹여야 하는 게 그녀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둘 다 뭐에 씌이기라도 한 것처럼 물렁물렁하기만 했다.

 

“시작하신 분한테 묻지 그러면 어떤 분한테 여쭤 봐야 할까요? 전 당신 보좌역으로 왔으니...”

 

“원수가 보내준 보좌역이지."

 

길준이 차분하게 말을 잘랐다.

 

“그걸 아시면 시작을 하셔야죠.”

 

“...당신도 참 뻔뻔한 여자지.”

 

그렇게 말하고 길준은 시선을 돌려보렸다. 약간 멍한 시선이 약이라도 하는것 같다.

기존에 그에게 들었던 말이 맞다면 그는 어디서 얻은지 모르는 재산으로,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달래고 있는 것이리라. 그것이 옳은 방법인지 아닌지 신경도 쓰지 않고.

 

“정신차리세요. 언제까지 그 유령에 매달려 있으실 작정이세요. 원수가 보내준 여잔지 알면 절 어떻게든 이용해서 결정타를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럼 당신이 슬퍼지겠지.”

 

안락의자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세우면서 길준이 덧붙였다.

 

“당신은 그치를 사랑하니까.”

 

“개인전화를 도청하셨군요.”

 

그녀의 말에 길준이 살짝 입꼬리를 내렸다.

 

“당신이 아는대로죠. 나는 지금 이 상황에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준구씨만 빼고.”

 

“사랑하는 사람을 공격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도청만 해가지고는 제 마음은 모르실텐데요.”

 

은미의 말에 길준의 딱딱한 얼굴에 금이 갔다.

 

“당신 이중인격잡니까?”

 

“그럼 당신은 마약중독자구요?”

 

은미의 공격에 다시 길준의 얼굴에 무기력함이 감돌았다.

 

“그만합시다.”

 

“먼저 시작한 건 당신이에요. 함길준 이사님.”

 

“......”

 

은미는 그에게 향하던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길준이 가장 충격받을만한 말을 골랐다. 아주 신중하게.

 

“어머니 행방을 찾았어요. 돌아가신건 아닌것 같아요. 상대편에서 어머니를 애타게 찾고 있더군요. 이준구씨 말대로 상대방은 당신을 아직도 노리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마지막으로 흔적을 찾은 곳이 당신이 감금당했던 병원이었어요. 그곳에서 그 사람들이 당신 어머니를 놓친 것 같아요...이제 살아계신지 안 계신지도 모르게 되었어요. 당신이 그때 돌아가셨다고 단정만 짓지 않았다면 조금 더 빨리 찾을 수 있었을텐데...”

 

“어머니가?”

 

길준은 입에 물고 있던 마약을 태워 흡입하던 기구를 떨어뜨렸다. 그건 지금까지 몽롱하게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던 아내의 환영마저 지워버릴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이제야 제 정신을 차리셨군요. 그러니 얼른 준비하세요. 빠른 시일내로 어머니를 모셔와야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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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는 병률이 속한 u당이 압승을 하면서 병률도 의원 배지를 달게 되었다.

지윤과 그 털보형은 길준을 찾지 못했다. 대신 그 형이 잘 아는 야매 의사를 불러 겨우겨우 의식없이나마 살게는 할 수 있었다.

길준이 가만히 있는 동안 병률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안락하게 과실을 맛볼 수 있었다.

그동안 그가 저질러 온 일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과분한 일이었지만, 병률은 또 한가지 꿈을 품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시의원을 하겠다고?”

 

의장은 코웃음을 쳤다.

 

“아서라. 자네같은 애송이가 시의원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하긴 몇 년동안 경력을 쌓으면 안될 리는 없겠지만.”

 

“왜 안될거라고 하십니까?”

 

“공천을 못 받을 거야. 자넨.”

 

그 말에 병률의 잘 생긴 눈썹이 살짝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공천을 받고 안 받고가 얼마나 중요한진 알지?”

 

“.....”

 

“이 정도로 만족해. 적당히 만족하고 있으면 혹시 아나.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지.”

 

“......”

 

병률은 의장이 안 보이는 쪽의 손을 꽉 쥐었다.

 

“제가 얼마나 많이 야당 의원들을 막아드렸는데, 어떻게...”

 

“순진한 계산법이군.”

 

의장이 그의 주먹을 힐끗 보았다. 주먹을 쥐면서 병률은 겨우 웃어보였지만, 그게 통할 위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네가 겨우 이 자리 하나 가질려고 얼마나 많은 짓을 벌였는지 우리가 모른다고 생각하나.”

 

의장실에 구석에 있는 금고를 가리키면서 의장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자넨 우리가 모른다고 생각했겠지만...그리고 현행법상 도청한 자료는 법정자료로 쓰일 수 없지만 말이야...”

 

“...저를 이때껏 감시하신겁니까? 한철 달콤한 과일 하나 안겨주고.”

 

병률은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치 죽은 것 같이 파노라마가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와의 만남, 길준의 발병, 길준의 감금, 그리고 길준으로 의심되는 인물의 추격...

그리고...

 

“자네가 너무 순진했던 거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냥 시키는 일이나 고분고분하게. 수당은 던져줄테니 말이야.”

 

1년 전, 그때를 마지막으로 하은미는 그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

추격도 일시적으로 멈췄고, 그의 시계는 그때를 기준해서 멈췄다.

 

“이럴 순 없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제가 그걸 꼭 증명해드리겠습니다.”

 

병률은 그말 단 한마디를 하고 문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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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회군요...어느덧...

안되지 안되지 싶으면서도 여기까지 끌고 왔네요. 지루하고 비비꼬이고, 야비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저한테는 나름대로 애정이 가는 이야기입니다.(글쓰는 취향은 개인 취향이니, 출판되기 전에는 적어도 다양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목표하는 바는 원대합니다...ㅎㅎㅎ(사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그런 스타일로 한번 복수극을 써보자 하기도 했고, 햄릿도 좋아해서요... 유령 모티브는 햄릿, 부자 이야기는 몽테크리스토...)언제 한번 정식 작가가 되면 한 회 정도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ㅎㅎㅎ

오늘도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ps. 이 글 및  블로그에 올린 글들에 대한 저작권은 포기한 게 아닙니다. 이제사 표기하지만, 나중에 혹시라도 표절작이나 안보이는데서 돌려보는 걸 알게되면 법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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