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를 풍미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어머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생을 그리는 소설,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대망]으로 바꾸긴 했지만 역시 그 남자의 이름으로 불러주는 편이 위화감도 없고, 적어도 다른 책하고 헷갈리지 않아 좋을 듯 하다.
사실 알라딘에서 검색하면 세트로 나오는데ㅡ2부로 불리는 태합기(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주인공), 3부는(안 읽어봐서 제목을 모른다. 제목은 본문에 나오는데...)사카모토 료마가 주인공이다. 즉 다른 인물을 다룬 소설가도 다른 소설들이다.
참고삼아 이야기하자면 태합기는 요시카와 에이지, 3부는 시바 료타로가 지었다.
옛날에 우리 국사 선생님이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만 줄창 보시길래 뭔 책인가...이랬더니만
제목을 몰라서 그냥 놔두고 있다가 이번에 세트로 나와서 구매했다.
1부도 열두권 2부도 열두권 3부도 열두권...
1부가 재미있어서 2부도 세트로 구매하려고 했으나 2부는 혹시나 싶어 1권만 구매했다가 입맛만 버리고 치웠다.
역시 소설가가 다르면 취향차가 있구나. 를 절감하면서.
요시카와 에이지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매우 인간적이고, 선량하다...(야마오카 소하치하고는 좀 다르다. 보는 관점이.)근데 전체적으로 일본인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이고 대범한것처럼 묘사해놔서 좀 웃겼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해서는 별로 웃기진 않았는데, 하여간 욱일승천기를 매달고 달리는 모양새 같아서 2부에 대한 기대는 접어버렸다.
전반적으로 묘사도 치밀한 야마오카 소하치에 떨어지는 모양새다. 물론 역사에 대한 관점이라던가 하는 건 어떻게 보면 야마오카 소하치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야마오카 소하치는 전체적으로 감정적인 반면, 요시카와 에이지는 전반적인 양상에 대해서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차근차근하게 밟아나간다. 인물의 심리에 기댄 야마오카 소하치와는 다른 양상이다.
1부에 대해 말하자면(이제 3권째다. 아직까지는 손이 뒤로 술술 잘 넘어가는 걸 보니 12권까지는 한달이면 다 읽겠다.)야마오카 소하치는 마더 콤플렉스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1권부터 2권 후반까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모친인 오다이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오다이는 그 시대 여성으로서는 먼치킨이다. 현숙, 지혜, 다정, 온화, 참을성. 등 그 시대 안주인으로서는 최강이다. 세나히메처럼 속좁은 질투나 어리석은 변태짓은 안하니까, 상대적으로 그래 보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개 중 나오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쪽의 여성들 중에 오다이만한 여성은 없다. 오다이가 없었다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없다! 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생각인지.
어린 시절, 신경질적인 마쓰다이라 히로타다에게 시집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낳고 이후 정략이혼으로 다른 남자에게 갔던 오다이.
그런 오다이는 사실 첫남편에게 첫정을 느꼈기 때문에 슬퍼하지만...
인데.
개인적으로는 소설에 묘사된 대로라면 오다이는 사실 함량미달인 남자를 사랑했던 것 같다.
이후 벌어지는 히로타다의 광태를 보면 죽어도 싸다. 라는 말이 나오니...
(실제 인물이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하긴 그렇게 광태를 부려대니 아들이 노부나가와 요시모토에게 볼모로 끌려가지...
근데 내 지론 중 하나가, 훌륭한 여인은 훌륭한 남편을 알아보고 같이 커나간다...주의라서.
오다이의 약점이 그래서 남자 보는 눈이 없었다...인가,싶다.
그런 걸 제외하면 오다이는 최강의 여인이다. 여인, 아니 여신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압도한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니 아마 4권쯤 돌아가시지 않을까 하는데, 그때가 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한 40세는 되지 않을까 싶다...(인건 아직 다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있어서 천천히, 그러면서 빨리 읽고 있다. 짬 날때마다 읽는데 이거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일을 못하겠다. 아우...)그때쯤 되면 이에야스도 오다이를 넘어서는 남자가 되지 않을까...
지금도 이에야스는 충분히 훌륭하지만, 오다이를 생각하면 아직 멀었어...라는 느낌.
이에야스도 아들이 장가갔고, 며느리도 봤지만 그래도...
하긴 3권까지 노부나가도 아직 안 죽었고, 우지자네도 살아있으니...
두고 봅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태합에 올라가고, 막부 생길 때까지 느긋하게 재미있게 따라가야지. 아, 재미있다.
(물론 한 선으로 주욱 그려나가는 요시카와 에이지에 비하여 음모론이 자주 나와서 조금...이 소설만 읽어서는 역사를 오해하는 수가 있겠다 싶긴 하다. 좋은 예로 주아미의 사망과 마에다 도시이에의 살인 같은 거...)
ps.재미있다는 점에서는 소설의 기본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다만 부하들을 계속 직명으로 부르지 않고 졸개라고 부르고, 아마 도노라고 불러야 할 부분을 대감으로 부르고 있다는 게 좀 불만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