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형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아니, 주민등록상이나 가족관계등록부 상에는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친부에게서 받은 이름은 없었다. 그의 이름은 어머니가 지어주었다.

 

“형.”

 

며칠째 대통술을 마시고 있었다. 지윤은 형의 그 심상찮은 자작에 기가 눌리고 말았다.

자신이 했던 말 때문이리라.

자신도 신부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왔고, 신에게 헌신해 세상을 하찮게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자신을 학대할 정도로 절어 살지는 않았다. 하지만 형은 달랐다.

한 가지에 몰입하면 무서울 정도로 집착한다.

그건 지금 집에 모셔두고 있는 정체불명의 할머니때문이리라.

정의를 위해서ㅡ 라는 허울을 쓰고, 할머니를 모셔놓기는 했지만 진짜 대안은 경찰에 맡기는 것이 옳을 터였다.

처음 상태를 생각해보면 경찰에 알리지 않는게 제일 좋은 생각인것 같았다.

하지만 고농도의 약물을 주입받고 저런 상태로 놔둔다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건 검진을 하러 오는 야매의사도 인정한 사실이었다.

형은 철저하게 그 의견을 배격했다.

 

“내 집에 들인 손님을, 어떤 나쁜놈들이랑 손잡았는지 모르는 경찰에게 넘긴다고? 당장 닥쳐!”

 

하지만 야매 의사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상당했기에 이젠 결정을 내려야 할때가 온 것이었다. 근데 거기에 자신이 불을 붙이고 말았다.

어쩌다가 그 부자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버지의 재산을 그가 상속받았다는 말에 털보가 발끈했던 것이었다. 갑자기 술에 취해서 큰 소리로 웃더니 며칠째 술을 들이붓고 있었다.

금괴니 뭐니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내가면서.

 

그건 아마 그의 어머니탓도 있으리라.

털보의 어머니도 기자였다. 털털하고 정신없는 그 시대의 직장여성.

그녀가 털보를 가지게 된 건 어느 촌 마을에서의 잔치에서였다. 그때 그의 아버지는 일본인이 숨겨놓았다는 금괴를 찾기 위해서 그 동네에 왔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와 달리 민간 전설 채록자의 뒤를 따라온 보조 기자였다. 그날 그 잔치에서 만남이 이루어졌고, 몇 달 후 그녀는 그와 헤어져 털보를 낳았다.

 

“왜 그러냐. 바보같은 동생아.”

 

“...그만 마셔요. 그러다 죽겠어요.”

 

“흥.”

 

그의 어머니로부터 들은 그 아버지의 황금금괴에 대한 이야기는 털보를 흥분시켰다.

그의 어머니는 용감한 기자였고, 지혜로운 연구자였으며, 또... 등등 여러 가지 많은 별명을 달고 다녔다. 털보는 아버지를 딱 한번 봤을 뿐이었지만, 아버지를 존경했다.

물론 그건 그의 어머니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아버지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되었다.

하지만 어쨌건 좋았다. 그는 그래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형제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을 이제 하면 어떡하냐.”

 

“......”

 

“이젠 단순한 문제가 아냐. 재산상속은 본래 누님이 하게 되어 있었던 거잖아.”

 

“.....”

 

“누님이 커피물에 데어죽었다는 말을 나보고 믿으란 말이냐.”

 

“...형.”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아버지의 금괴를 그 부자가 갖고 있을텐데. 그걸 그냥 두고 있었어?”

 

“......”

 

“좋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

 

“돈 얼마 있냐.”

 

“...본당에 연락하면...한 이백만원까지는 구할 수 있을지도요...”

 

“그럼 당장 구해와.”

 

“형...”

 

“그놈들도 이젠 포기했을 거야.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나하고 있는 한은 안전할거다. 나는 누가 뭐래도 기자야. 기자를 건드려서 좋을 것 없지...”

 

“어떡하시게요?”

 

“...어떡할거냐고? 네가 그 위치를 모르니까 내가 직접 그 부자를 이쪽으로 데려올 작정이다. 그리고 금괴도 찾을 거고.”

 

알쏭달쏭한 그 말에 지윤은 의문을 가졌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에게 반발해서 나온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그는 본당신부에게 전화했고, 본당 신부는 사람을 시켜서 그에게 5만원권 이백만원을 보내주었다. 지윤이 그것을 털보에게 전해주자 털보는 그 돈을 들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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