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음악수업에 조금의 반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합창을 하면 주로 알토 파트에 배정이 되곤 하는데-진짜 빼도 박도 못할 알토다.-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노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듣는 건 좋아하는데(이건 고모의 조기교육 덕이다.)노래하는 건 그저 딱 질색.
음치 박치라서 내가 노래를 부르면 다들 웃곤 했다. 덕분에 음악수업이 트라우마가 되곤 했다.
교과서에는 시대가 지난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정말 싫은 노릇이었다.
그나마 난 살려준 것이 음악사, 교향곡 청음 정도였는데...그 외에는 노래라고 하면 딱 질색.
그 중에서 가장 울렁증을 준 것이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였다.
음악 선생님은 우리에게 좋은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하셨는데...나는 그 아리아의 첫 소절부터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아리아의 제목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오, 사랑하는 아버지....로 시작되어서 내 사랑을 방해하면 저 강물에 몸을 던질 거에요...등등의 낯간지러운 가사가 계속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즉석에서 그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이탍리아 원어를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음악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만 울렁거린게 아닌 듯 다들 낄낄 웃으면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장난 반, 울렁 반...
음악 선생님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웃으면서 음악 시간을 끝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고 하면, 며칠 전 kbs라디오에서 그 곡을 틀어줬기 때문이었다.
장중하기 그지 없고, 진지할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성찰이 보이는 아름다운 곡이었다.
그 아름다운 곡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 노력했던 선생님의 마음이 그제서야 전달이 되
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한테 음반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만약에 음반을 한번 틀어주시고 애들한테 부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클래식 음반을 사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나와 그 아이들에게.
음악이란 참 멋있구나...교과서에 실려 있는 음악도 참 멋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야 학교의 음악수업이 그냥 시간 맞추는 과목이 아니라 진정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들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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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라는 여자를 혹시 알고 있나? 난 그녀를 잘 알아. 자네도 그녀를 만나보면 얻을 게 많다는 걸 알게 될거야...다만,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팔에는 은여우 목도리를 걸친 채 약간 모가 나는 얼굴을 내게 돌렸다, 그리고 내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던 선배를 향해서 상냥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미소가 사라지기 전에 선배는 허둥지둥 자리를 피했다.

어째서 이런 유한마담에게 사마귀라는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 붙었는지 난 이해할 수 없었다.
키가 여자치고는 큰 편이긴 하지만 사나워보이지도 않고, 여유있는 생활에 대한 반발심이 빚어낸 완벽한 몸매. 그리고 풍족한 식생활을 운동으로 극복한 듯한 성형자국하나 없는 날카로운 턱선.

"늘 있는 이야기죠."

그녀가 우아하게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았다.

"내 주위엔 별로 좋지 못한 이야기들이 떠다녀요. 아까 전의 그 남자분도 어디선가 떠돌던 이야기를 주워들은 걸거에요. 하지만 아쉽네요."

그녀가 눈밑의 점에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건 눈물점이에요. 내 눈에 눈물이 비치는 때 그 눈물을 만든 사람은 항상 불행을..."

그리고 살롱 밖에서 요란한 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앰뷸런스를 불러! 라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섞였다.

"내 별명은 그래서 생긴 거랍니다."

그녀는 그렇게 눙쳤다. 하지만 나라고 해서 모를 수는 없었다. 그건 단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그녀는 뮤즈들의 살롱주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 뮤즈들은 변덕스럽다. 어느 날은 이 시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가 저 음악은 듣기 싫다. 라고 말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은 반대로 말하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 중 몇명만을 추려 진정한 뮤즈라고 부르곤 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구석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규칙적인 걸 선호하곤 해서 그들의 살롱에서 나오는 것들은 딱히 특별한 구석이 있지 않은 평범한 것이 되곤 했다.


하지만 뮤즈 사마귀는 다르다고 선배는 날 이끌어주었다,
"별명이 어째서 사마귀인가요?"

내 말에 선배가 미소 하나 없는 얼굴로 대꾸했다.

"그건 그녀가 사마귀를 닮았기 떄문이지."

이 선배는 내가 아까 전에 들은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는 귀족이 늘 그래왔듯 열살차이가 나는 신랑에게 시집왔고, 재능이 출중했던 남편을 보좌해 남편이 예술가로 대성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남편은 자신의 예술이 빛나는 만큼 야위어갔다. 곧 죽은 남편은 모든 이들의 기억속에 각인되어 그녀를 남편을 잡아먹은, 사마귀 부인이라부르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불쌍한 여자잖아요."

내 말에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이 세계는 본래 그런 곳이야. 다른 곳들은 벌써 비행기다, 배다 하고 있는데, 이 세계는 과거에 붙박혀 있어. 그러니까 미망인을 남편 잡아먹은 여자라고 부르는 것도 그냥 통용되는 사회지."

그는 외부세계를 잘 알았다. 아마 귀족들만큼이나 더 잘 알 것이다.

"어쩄거나 저 부인은 자네가 맘에 든 모양이군."

"하하, 재능때문에 맘에 드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어쨌든 눈에 띄는 것도 재능이라네. 엔디미온군."

사마귀는 어떨까. 남편을 잡아먹는 사마귀는 생식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잡아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 후 살롱이 없는 날, 사마귀 부인이 날 저택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사마귀 부인은 나타나지 않고 하인이 날 그녀의 침실로 안내했다.
침실에 인도된 나는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가득한 하쉬쉬 향기가 내 머리를 어지럽혔다.

"엔디미온, 좋은 이름이에요."

그녀가 후욱하고 담뱃대를 내쪽으로 돌렸다. 그녀는 과거 다른 사회가 그랬듯 호화로운 보랏빛 기모노를 어깨에서 살짝 내려뜨려 입고 있었다.

"잠시 이리로 오겠어요?"

"사양하겠습니다."

나는 살롱에서 만났던 그녀의 옷차림을 생각했다. 검은 옷에 흑진주 장식이 된 브롯치를 단 그녀는 얼마나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배가 사고를 당한 것도 그 옷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후...
하는 소리와 함께 독한 하시시 냄새가 풍겼다.

"엔디미온씨?"

사마귀 부인이 내 이름을 불렀다.

"네?"

"내가 내 별명이 뭐라고 그랬지요?"

아까 전과는 다르게 평소의 뮤즈다운 질문이 돌아왔다.

"사마귀라고..."

"잘 아는 군요. 그럼 과학자는 아니겠지만 한번 물어보죠? 사마귀는 왜 잡아먹힐 까요?"

암사마귀에 잡혀 죽는다...는 답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절 협박하시는군요. 하지만 전 살롱엔 이제 처음 들어왔..."

"내 눈물점은."

그녀가 생긋 웃었다. 살짝이지만 그녀의 가슴골이 잠시 보였다.

"불운의 점이에요. 좋은 기운도 가지고 있지만."

그녀가 다시 담배를 빨았다. 그리고 침실에서 잠깐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그저 몸에 두른 것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기모노는 치렁하게 무릎에서 발끝으로 내려와 있었다.

"아까 전에 협박이라고 했는데."

그녀가 빙긋 웃었다.

"난 본론 이야기도 하지 않았어요. 엔디미온씨."


그렇게 본론없이 며칠동안이나 그녀는 나를 불렀다. 유혹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그녀의 태도가 그저 날 상대로 갖고 노는 것 같았다.
하여간 그러는 동안에 그녀에게서 내게 의뢰가 하나 들어왔고, 나는 애초에 살롱에 들어갈때 밝혔듯이 시와 조각쪽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잔혹함을 노래한 시와 그녀의 안면상을 조각했다. 이게 잘 풀리면 어쩌면 다른 길이 열릴지도 몰랐다. 적어도 난 그녀의 살롱에는 있고 싶지 않았다.

며칠 뒤 그녀가 다시 날 집으로 초대했다. 이때만큼은 전에 만났을 때보다는 격식있는 초대였기에 나는 마침 완성된 안면상과 시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여주인님은?"

내 질문에 하인은 전에 날 데리고 간 적이 있는 그녀의 침실쪽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 침실에서는 한 남자가 막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그리스풍의 잘 생긴 미남이었다.
옷에서 진한 하시시 냄새가 났다.

"어서오세요. 엔디미온씨."

침실의 침대에서 베일이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애초에 알고 있었던 사실이 아닌가. 그녀는 남편을 잃었기에 대신할 남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안면상과 시를 가지고 왔습니다."

"시는 됐고, 안면상을 보여주세요."

그녀는 그 시의 내용을 미처 아는 것 같이 말했다.
곧 안면상이 하인의 손으로부터 침대로 전달되었다. 먼 발치로나마 그녀의 손끝이 자신의 청동상 얼굴에 향하는 것을 알수 있었다.

"아름답군요..."

그녀가 탄식하듯 말했다.

"내 나이하고는 어울리지 않아요. 이건 당신이 날 그렇게 생각한다는 뜻이죠."

글쎄. 내가 그녀를 그렇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다르게 생각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몇번 불려다니면서 얻었던 그 황당한 느낌.
유혹당한 것도 아니고, 그저 몇번 얼굴을 봤을 뿐인데 그 감정이 안면상에 스며들었던 것일까...

"당신은 정말 특별한 남자에요."

그녀가 침대에서 걸어나왔다. 약간 흐트러진 매무새긴 했지만 살짝 복숭아빛이 도는 가운을 입은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당신은 재능이 있어요."

그녀가 내 어깨를 감쌌다.

"이 사마귀가 잠시 정신을 잃을 만큼 재능이 있어요...나와 함께 일하지 않겠어요?"

그녀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나는 얼마 전에 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살짝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사마귀라고 했지만 결국은 여자다.
그녀의 나쁜 버릇을 고쳐줘야 하리라고.
나는 살짝 그녀의 허리를 당기며 속삭였다.

"얼마든지요...하지만 약속 한가지는 해주셔야 겠습니다.."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난 그녀에게 내가 없는 동안 다른 남자들을 침실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명령했고, 그녀는 뮤즈가 아니라 내 애인인것처럼 그 명령을 받들었다.
그녀의 침실에서는 이제 하시시 향기가 풍기지 않았고, 그 침실에는 나와 그녀만이 머물렀다,
낮에는 그녀의 공방에서 조각을 하고 밤에는 그녀의 무릎을 베고 잠드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그 사건이 터졌다.

"엔디미온. 당신의 조각이 한 몇도 정도 삐뚤어진 것 같군요."

그녀가 조각상 하나를 가리키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습작중이기에 그 조각은 큰 영향력은 없을 터였다. 시청에 내놓을 달의 연인의 상은 정말 큰 조각이라서 이렇게 시험작을 해보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 진짜가 들어갈 땐 좀 다를테니까."

나는 사마귀 부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향긋한 냄새가 더 이상 하시시의 잔향을 품지 않고 전달되어 왔다.

"엔디미온. 얼굴 내려놔요. 무거우니까."
"....."

그것이 시작이었다. 나는 얼마 뒤 그녀의 침실에서 쫓겨났고, 달의 연인상이 시청에 들어가는 동안 사마귀의 얼굴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여전히 여러개의 조각상을 만들었고, 사마귀 부인의 얼굴 안면상도 다시 보냈지만 난 더 이상 살롱회원이 아니라는 차가운 대답만 들었다.
난 화가 났다. 어째서 난 이 여자에게 이렇게 농락당한단 말인가. 그녀의 애초의 약속대로 모든 살롱에서 작업의뢰가 들어오고 있었고, 수많은 사교모임의 초대가 잇달았다.
하지만 그녀의 살롱에서는 더 이상 내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다.

"사마귀 부인을 만나게 해주오."

나는 그녀의 자택에서 그런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속으로는 안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다른 사회에 이런 말이 있었다. 도깨비를 잡으러 가다가 도깨비가 되어버린다는...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난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1달을 그렇게 했을까. 1달하고 2일이 지났을때 자택에 수위가 없었다. 집 구조가 좀 복잡하긴 했지만, 그래도 몇달을 같이 살았으므로 난 그녀의 침실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하시시 향기는 풍기지 않았다.

"어서오세요.엔디미온."

그녀는 눈처럼 흰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그녀를 꽉 껴안았다.

"왜 그렇게 변덕이..."

그 말을 하고 나는 잠깐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럴 일이 아닌데...싶은 순간 그녀가 속삭였다.

"하시시는 뿌리지 않았지만 조금 독한 약을 썼어요. 당신은 좀 특별하니까..."

"어...째...서..."

"당신의 완벽한 조각을 봤을 때 난 정말 눈물이 났어요, 말했죠? 내 눈물점은... 당신이 너무 특별해서 살려주려고 일부러 만나지 않았는데...당신은 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온 나머지 이꼴을 당하는거에요. 물론 괴롭힐 생각은 없지만..."

"날 어떻게...하려고..."

"엔디미온, 당신이 조각한 그 달의 연인처럼 당신도 그렇게 만들어줄게요...물론 그 전에 당신의 내장, 뇌, 지방까지 다 긁어서 내가 먹고 당신의 남은 껍데기는 영원히 보존할 거에요..."
"자...잠깐만...그...런...."

말이 토막토막 끊겼다. 내 말에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난 당신의 아이를 가졌어요. 엔디미온. 당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정신이 흐릿해졌다.

"당신은 죽어줘야겠어요. 걱정 말아요. 시신에는 손상이 가지 않게 할게요. 당신은 정말 멋진 예술가였어요. 마지막에 실수 하지 않았다면 더욱 완벽했을텐데..."

그것이 내가 들은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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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작은 했는데 문제는 무엇을 들을까? 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에 주파수를 맞춰놓고, 혹은 라디오 콩으로 듣는 것도 뭘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다행히 클래식 프로그램들은 친절한 체계가 잡혀 있어서, 적어도 유망주의 신곡이나, 재발매된 음반이 있으면 한 며칠 정도 계속 틀어준다.
내가 1주일 전에 들었던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3일 전에도 들었으니...
그걸 듣다보면 적어도 한 한달은 기억할 수 있다.
근데 문제는 그것만 듣다보면 편식이 심해지고, 몇개 모르는데도 아는 척을 하게 된다.
문제는 항상 내가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다 아는 것 같은 순간이 제일 모르는 순간이라는 거 본인만 모르는 짓이라는 걸 몇년 전에야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클래식 프로그램을 듣지 않고 음악사만 다시 훑기 시작했다.
그래서야 진보가 있을 수 없지. 단지 말러 조금, 슈베르트 조금, 리스트 조금, 쇼스타코비치 조금...
여러 작곡가들의 다양한 곡들이 널려 있는데 난 오로지 교향악, 독일 가곡, 피아노 곡 조금만 맛본 셈이다.
더더군다나 지휘자가 그렇게 많고 버전도 많은데, 난 제대로 듣지도 않은 것이었다.
하긴 그 많은 음반을 사서 어디에 갖다놓을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지휘자도 많지만, 오페라는 오페라는 어쩔건데...
오페라에는 또 그 나름의 성악가들이 있는데 그 버전들은 다 어쩌려고...
그래서 여기서 갈등이 생긴다.
월간 객석을 챙겨보면서 모르는 지식을 하나 둘 채워나가면서 바라는 건 많아지고(하필 성악의 첫 입문이 마리아 칼라스버전이라는 것이...)듣는 양은 협소하고.
영양의 불균형이었다.


그래서 음반 칼럼니스트들의 소개나 책을 다시 훑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절망한다.
이걸 언제 다 외워...언제 다 들어...
몰라서 못 찾는 거지. 찾아보면 항상 취미의 영역에는 금단의 영역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건 만화책 100권 소장보다 더한 문제이니 말이다.
음악가 일평생의 열매들만 해도 엄청날 텐데, 그걸 음악가별로 다시 소장하고, 또 지휘자별로 선별해야 하는 그...무간 지옥이 펼쳐진다.
난 아직 초심자라 그냥 음원파일로 유료 다운로드를 받지만, 사실 전문가들은 그런 건 별로 쳐주지도 않는 모양인지라...
그래서 초심자는 항상 괴로워한다. 여긴 왜 이렇게 음반이 많은 거야!
행복한건지 괴로운건지...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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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은 공부하는 힘, 살아가는 힘이다.

원제는 50세 부터의 공부법.

내용만으로 본다면 굳이 50세를 붙여야 할 필요는 없어보이지만.

역사 소설 불씨는 행정학에서도 추천받는 소설책이다.

우에스기 가문이 우에스기 가케가쓰 때부터 빈궁한 곳으로 번을 옮겨야 했을 때 우에스기 요잔의 씨앗은 이미 나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100만석에 집착해서 얼마 되지 않아서 100만석으로 늘린 다테 가문과 비교하면 초라한 이야기다.

풍요롭던 번에서 쫓겨나 빈궁한 번으로 옮긴 후, 계속 빈궁에 찌들었다는 이야기니까.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화나게 만들었다는 [나오에장]도 실제로는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만큼 가케가쓰가 아무리 똑똑해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을 것이다.

도쿠가와 가문은 애초에 큰 덩치로 압박해올 우에스기 가문이 싫었던 게 틀림없다.

 

하여간에 그 빈궁의 씨앗에서 우에스기 요잔은 타오를 불씨를 발견한다.(이 제목을 한국판으로 단 분은 누군지 모르겠으나 굉장히 좋은 일을 하신 것이다. 국내에 잠깐이나마 이 소설이 붐이었다면 그건 소설가만큼이나 번역가, 제목 붙이신 분의 실력이라 할 것이다.)

나는 그 수업을 들을 때 잠시 이 소설을 접했다. 앞부분에는 압도당했지만 뒷부분에서는 조금 시큰둥해졌는데, 적어도 첫부분에서는 빈궁을 벗어나는 방법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뒷부분은 흔히 큰 회사가 그렇게 되듯이 배반과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인간 다루기가 나온다.

용인술은 중요한 기술이지만, 그걸 나쁜 쪽으로 쓰게 되면 한없는 마이너스가 될 뿐이다.

요잔의 총신이 그런 일을 저지르고 나서 담담히 서술하는 데 이르면 인간에 대한 불신도 생기면서 슬픈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나는 감명은 뒷부분에 받았으면서 뒷 부분을 싫어하게 되었다.

 

다시 이 계발서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그 작가의 인생계발서라고 하지만, 어찌보면 반은 자서전인 듯 하다.

글쓰는 부분에 대한 내용도 많이 나오는데, 나는 애초에 글때문에 고른 건 아니었기에

덤으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되었다.

글은 글쓴이의 천직이니 그런 것이고, 불씨에 나온 행정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가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도 적어도 백수때보다는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으니까.

적어도 삶을  경험한 만큼 소화시켜 만들어낼 거리들도 많아지는 것이겠지.

그 점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흔한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직업을 꼭 가지라는 말은 저자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50대를 타킷으로 한 계발서니까.-

다만 날것을, 살아있는 것을 가지라고 말한다.

20대도 충분히 감명받고 실행할만한 이야기라 출판사에서 제목을 바꿔단 모양이지만...

확실히 그렇다.

도몬 후유지. 불씨를 쓴 저자.(정말 대단한 사람...)

불씨와 이 책 두권 다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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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연 클래식을 좋아할 수 있을까?(3)

좋아할 수 있는 기회는 세 번 있었다. 라고는 하지만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첫 번째는 노다메 칸타빌레, 두 번째는 베토벤 바이러스, 그리고 세 번 째는 알라딘에서 처음 만난 (그것도 순수 우리나라의 클래식 콩쿠르를 다루는)만화인 콩쿠르였다.

옛날에 비해서 음악을 알게 모르게 다루는 만화가 늘어난 건 고무적인 일이다.

유시진의 그린빌에서 만나요. 에서는 플륫이 나오고, 주인공이 연주까지 한다.

그리고 역시 같은 작가의 쿨핫에서는 동경이가 재즈풍의 피아노를 친다.

하지만 이건 꼭 주된 건 아니었다. 그저 주인공들이 단지 차가운 얼음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정도였을 뿐.(내 해석은 그렇지만?)

물론 일본만화 중에서 피아노를 다룬 키스도 있다는 건 잘 알지만, 그건 딱히 클래식만을 두고 하는 건 아니니 패스.(더더군다나 의도가 다소 불순하다. 농담이지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일본에서도 다소 깊게 들어간 만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물론 일본은 우리보다 한참 전부터 시작했지만.)노다메 칸타빌레는 좀 더 적극적이었다.

피아노의 숲은...(내가 별로 안 좋아한다.)뒤로 갈수록 콩쿠르와 비슷해져서 내 손에서 떠난지 오래다.

근데 우리나라는 다소 시작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에서 좀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건 드라마였지 싶다.

내가 초기 클래식 연주를 다룬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는 크리스탈은 내가 학생때 시작했던 드라마라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보지 못했지만.

후발주자인 베토벤 바이러스에 비해 편곡이 다소 뒤지기만 할 뿐, 오히려 음향쪽은 더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다소 딱딱했기 때문에 인기도 그다지 없었고, 나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뭐랄까. 괴악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열정만큼은 충분히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내 취향이 아니어서, 훌륭하다고는 못 해주겠지만...강마에의 음악을 대하는 자세, 또 제자 강마에의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악단원들의 다양한 모습 등은 클래식이 이럴 수도 있구나,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구나...(나는 그 전까지 투쟁한다는 음악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근데 음악이 투쟁의 힘도 된다는 걸 그 드라마에서 배웠다.그래서 베토벤의 반지가 핵심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맘때쯤 느슨하게나마 다시 클래식과 만났다.

 

 

나는 지금 내일도 칸타빌레를 한다는 말에 한번 볼까 말까 망설인다.

베토벤 바이러스도 노다메 칸타빌레의 짝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굉장히 독립적이고 힘이 강한 드라마였다.(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일도 칸타빌레는 글쎄...아직 안 봐서 모르겠지만.

나는 클래식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도 다소 깊게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싶다. 니노미야 토모코는 처음부터 클래식 애호자도 아니었고, 처음 배우는 사람스럽게 시작했다.(초기에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역에 대한 착오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흔히 이야기되는 실수다.)클래식은 클래식이지만, 클래식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은 일반 사람이다.

평범하게 노래하고, 춤추고, 싸우고, 화해하는 그런 인간들이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그 강조점을 사람에 두었다. 노다메를 보면 그렇지 않은가?

지저분하고, 속이 시커멓게 치아키를 노리고, 연적인 게이와 한판 붙고, 기분이 좋으면 입을 내밀고 피아노를 친다.

그 자체로도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물론 그런 골치덩어리가 옆에 있으면 사랑스럽기 이전에 치아키처럼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그래도 아마 치아키도 귀여웠을 것이다.)

노다메만 그런 것이 아니라, 라이징 스타 멤버들도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클래식만 나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 하나하나를 보석같이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이미 라디오를 클래식에 고정해 둔 상태에서 세 번의 기회를 맞이했다.

콩쿠르는 이제 2권에 들어갔다.

1권 내용만으로는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바이올린이 어떻게 되었다. 이렇다. 저렇다. 음색이 어떻고. 그런 표현이 조금 더 잘 되었으면 싶은데 아직까지는 그냥 물흐르는 듯한 기법으로 표현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아쉽다.

2권부터는 어떨지. 네 번의 기회가 되어서 나같은 사람이 다시 생겨날 수 있으면, 그리고 내가 그때보다 좀 더 깊이 클래식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런지...

즐거운 마음으로 클래식 만화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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