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음악수업에 조금의 반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합창을 하면 주로 알토 파트에 배정이 되곤 하는데-진짜 빼도 박도 못할 알토다.-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노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듣는 건 좋아하는데(이건 고모의 조기교육 덕이다.)노래하는 건 그저 딱 질색.
음치 박치라서 내가 노래를 부르면 다들 웃곤 했다. 덕분에 음악수업이 트라우마가 되곤 했다.
교과서에는 시대가 지난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정말 싫은 노릇이었다.
그나마 난 살려준 것이 음악사, 교향곡 청음 정도였는데...그 외에는 노래라고 하면 딱 질색.
그 중에서 가장 울렁증을 준 것이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였다.
음악 선생님은 우리에게 좋은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하셨는데...나는 그 아리아의 첫 소절부터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아리아의 제목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오, 사랑하는 아버지....로 시작되어서 내 사랑을 방해하면 저 강물에 몸을 던질 거에요...등등의 낯간지러운 가사가 계속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즉석에서 그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이탍리아 원어를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음악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만 울렁거린게 아닌 듯 다들 낄낄 웃으면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장난 반, 울렁 반...
음악 선생님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웃으면서 음악 시간을 끝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고 하면, 며칠 전 kbs라디오에서 그 곡을 틀어줬기 때문이었다.
장중하기 그지 없고, 진지할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성찰이 보이는 아름다운 곡이었다.
그 아름다운 곡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 노력했던 선생님의 마음이 그제서야 전달이 되
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한테 음반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만약에 음반을 한번 틀어주시고 애들한테 부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클래식 음반을 사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나와 그 아이들에게.
음악이란 참 멋있구나...교과서에 실려 있는 음악도 참 멋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야 학교의 음악수업이 그냥 시간 맞추는 과목이 아니라 진정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들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