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시작은 했는데 문제는 무엇을 들을까? 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에 주파수를 맞춰놓고, 혹은 라디오 콩으로 듣는 것도 뭘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다행히 클래식 프로그램들은 친절한 체계가 잡혀 있어서, 적어도 유망주의 신곡이나, 재발매된 음반이 있으면 한 며칠 정도 계속 틀어준다.
내가 1주일 전에 들었던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3일 전에도 들었으니...
그걸 듣다보면 적어도 한 한달은 기억할 수 있다.
근데 문제는 그것만 듣다보면 편식이 심해지고, 몇개 모르는데도 아는 척을 하게 된다.
문제는 항상 내가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다 아는 것 같은 순간이 제일 모르는 순간이라는 거 본인만 모르는 짓이라는 걸 몇년 전에야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클래식 프로그램을 듣지 않고 음악사만 다시 훑기 시작했다.
그래서야 진보가 있을 수 없지. 단지 말러 조금, 슈베르트 조금, 리스트 조금, 쇼스타코비치 조금...
여러 작곡가들의 다양한 곡들이 널려 있는데 난 오로지 교향악, 독일 가곡, 피아노 곡 조금만 맛본 셈이다.
더더군다나 지휘자가 그렇게 많고 버전도 많은데, 난 제대로 듣지도 않은 것이었다.
하긴 그 많은 음반을 사서 어디에 갖다놓을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지휘자도 많지만, 오페라는 오페라는 어쩔건데...
오페라에는 또 그 나름의 성악가들이 있는데 그 버전들은 다 어쩌려고...
그래서 여기서 갈등이 생긴다.
월간 객석을 챙겨보면서 모르는 지식을 하나 둘 채워나가면서 바라는 건 많아지고(하필 성악의 첫 입문이 마리아 칼라스버전이라는 것이...)듣는 양은 협소하고.
영양의 불균형이었다.
그래서 음반 칼럼니스트들의 소개나 책을 다시 훑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 절망한다.
이걸 언제 다 외워...언제 다 들어...
몰라서 못 찾는 거지. 찾아보면 항상 취미의 영역에는 금단의 영역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건 만화책 100권 소장보다 더한 문제이니 말이다.
음악가 일평생의 열매들만 해도 엄청날 텐데, 그걸 음악가별로 다시 소장하고, 또 지휘자별로 선별해야 하는 그...무간 지옥이 펼쳐진다.
난 아직 초심자라 그냥 음원파일로 유료 다운로드를 받지만, 사실 전문가들은 그런 건 별로 쳐주지도 않는 모양인지라...
그래서 초심자는 항상 괴로워한다. 여긴 왜 이렇게 음반이 많은 거야!
행복한건지 괴로운건지...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