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연 클래식을 좋아할 수 있을까?(3)
좋아할 수 있는 기회는 세 번 있었다. 라고는 하지만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첫 번째는 노다메 칸타빌레, 두 번째는 베토벤 바이러스, 그리고 세 번 째는 알라딘에서 처음 만난 (그것도 순수 우리나라의 클래식 콩쿠르를 다루는)만화인 콩쿠르였다.
옛날에 비해서 음악을 알게 모르게 다루는 만화가 늘어난 건 고무적인 일이다.
유시진의 그린빌에서 만나요. 에서는 플륫이 나오고, 주인공이 연주까지 한다.
그리고 역시 같은 작가의 쿨핫에서는 동경이가 재즈풍의 피아노를 친다.
하지만 이건 꼭 주된 건 아니었다. 그저 주인공들이 단지 차가운 얼음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정도였을 뿐.(내 해석은 그렇지만?)
물론 일본만화 중에서 피아노를 다룬 키스도 있다는 건 잘 알지만, 그건 딱히 클래식만을 두고 하는 건 아니니 패스.(더더군다나 의도가 다소 불순하다. 농담이지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일본에서도 다소 깊게 들어간 만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물론 일본은 우리보다 한참 전부터 시작했지만.)노다메 칸타빌레는 좀 더 적극적이었다.
피아노의 숲은...(내가 별로 안 좋아한다.)뒤로 갈수록 콩쿠르와 비슷해져서 내 손에서 떠난지 오래다.
근데 우리나라는 다소 시작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에서 좀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건 드라마였지 싶다.
내가 초기 클래식 연주를 다룬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는 크리스탈은 내가 학생때 시작했던 드라마라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보지 못했지만.
후발주자인 베토벤 바이러스에 비해 편곡이 다소 뒤지기만 할 뿐, 오히려 음향쪽은 더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다소 딱딱했기 때문에 인기도 그다지 없었고, 나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뭐랄까. 괴악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열정만큼은 충분히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내 취향이 아니어서, 훌륭하다고는 못 해주겠지만...강마에의 음악을 대하는 자세, 또 제자 강마에의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악단원들의 다양한 모습 등은 클래식이 이럴 수도 있구나,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구나...(나는 그 전까지 투쟁한다는 음악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근데 음악이 투쟁의 힘도 된다는 걸 그 드라마에서 배웠다.그래서 베토벤의 반지가 핵심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맘때쯤 느슨하게나마 다시 클래식과 만났다.
나는 지금 내일도 칸타빌레를 한다는 말에 한번 볼까 말까 망설인다.
베토벤 바이러스도 노다메 칸타빌레의 짝퉁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굉장히 독립적이고 힘이 강한 드라마였다.(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일도 칸타빌레는 글쎄...아직 안 봐서 모르겠지만.
나는 클래식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도 다소 깊게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싶다. 니노미야 토모코는 처음부터 클래식 애호자도 아니었고, 처음 배우는 사람스럽게 시작했다.(초기에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역에 대한 착오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흔히 이야기되는 실수다.)클래식은 클래식이지만, 클래식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것은 일반 사람이다.
평범하게 노래하고, 춤추고, 싸우고, 화해하는 그런 인간들이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그 강조점을 사람에 두었다. 노다메를 보면 그렇지 않은가?
지저분하고, 속이 시커멓게 치아키를 노리고, 연적인 게이와 한판 붙고, 기분이 좋으면 입을 내밀고 피아노를 친다.
그 자체로도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물론 그런 골치덩어리가 옆에 있으면 사랑스럽기 이전에 치아키처럼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그래도 아마 치아키도 귀여웠을 것이다.)
노다메만 그런 것이 아니라, 라이징 스타 멤버들도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클래식만 나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 하나하나를 보석같이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이미 라디오를 클래식에 고정해 둔 상태에서 세 번의 기회를 맞이했다.
콩쿠르는 이제 2권에 들어갔다.
1권 내용만으로는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바이올린이 어떻게 되었다. 이렇다. 저렇다. 음색이 어떻고. 그런 표현이 조금 더 잘 되었으면 싶은데 아직까지는 그냥 물흐르는 듯한 기법으로 표현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아쉽다.
2권부터는 어떨지. 네 번의 기회가 되어서 나같은 사람이 다시 생겨날 수 있으면, 그리고 내가 그때보다 좀 더 깊이 클래식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런지...
즐거운 마음으로 클래식 만화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