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음악이 좋아서 음악만 듣다가 책을 못 읽었다.(근데 음악만 들으면 뇌가 운동을 안한다고...허억!))
그러다가 2달 전에 주문한 작은 도릿이 생각나서 다시 뒷부분을 펼쳐서 1권을 완독했다.전반적으로는 영문학을 전공하신 분이라.(특히나 작은 도릿 논문을 쓰신 분이라.)그에 대한 각주나 시대상을 번역하는 데 정말 대단했다!
다만 고어투를 옮기고, 디킨스 특유의 농담을 옮기시는 건 좀 어색했다. (내가 뭘 알겠냐만은, 그렇게 느껴졌다는 것이다.)이건 아마 몇백년의 시공차가 낳은 부자연이겠지. 전적으로 번역 탓은 아닐 것이다.

조금 놀랐던것은 약 4년전에 디브이디로 구입한 리틀 도릿과 세세한 부분이 차이 난다는 점이다.
설마하니 에이미 도릿과 아서 클레넘이 그 정도로 나이 차가 날 줄이야.(띠동갑보다 더하다는 스무살 차.)
아직까지 1권에서 연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아서는 에이미를 얘야라고 부른다. 얘야!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젊은 여인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호칭이다. 그건.

드라마에서 짧게 묘사된 에돌림청의 실상이 길게 묘사되고, 에돌림청과 깊은 관계가 있는 헨리 가원이 오히려 드라마에서는 에돌림청을 비난하는 부분이 나와서 약간 혼란.
에돌림청- 완곡하게 표현은 했으나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 집단에 대한 반감은 여전한 듯.
하긴 블리크 하우스에서도 사법체계의 혼란으로 인해 재산 다 털어먹은 상속자도 나오니...
그나저나 블리크 하우스 번역 축약본이 아니라 원전으로 언제 안 나오려나...(사실 작은 도릿보다는 블리크 하우스를 더 좋아한다는...)


1권에서는 신사 계급에서 부채로 인해 몰락한 도릿가문의 이야기와, 냉엄한 모친과 근 20년만에 만난 아서 클레넘의 이야기가 우선 배경으로 깔린다.
드라마에서 동업자로 나오는 도이스씨, 그리고 환상을 산산이 깨어버린 옛 연인 플로라, 도릿에게 마음을 거절당해 찢어지는 가슴을 가지게 된 간수의 아들...
이들에게도 당당한 배경과 한장이 주어지고, 특히 간수의 아들의 이야기는 사랑에 빠졌다 실연당한 사람들의 마음을 쥐었다 펼 게 틀림없다.

재미있다. 군데군데 난 잘 모르는 풍속사 이야기가 나와서 좀 혼란스러운 걸 빼면.
한국문화사에서 나온 6권?5권이던가? 완전판...
천천히 사서 읽어봐야겠다. 다음달에 2권을 구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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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찾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찾아봤다. 상대는 완전한 거물까지는 아니지만 예민하고 큰 대상이었다.

"이병률..."

경찰 네트워크를 동원한 결과, 원래 밝은 성격이고, 주로 교통근무를 자주 나갔다고 했다.
그 사건이 터진 후 형사가 되었다가, 1년이 지난 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까지는 흔한 일이었다. 정치인이랑 사이가 좋으면 그렇게 불려가는 일도 많으니까.
하지만...

"몇년 사이에 이렇게 널뛰기를 하는 사람은..."

준명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정의는 그 신음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잘못하다가는 몇년 뒤에 대통령 선거에 나올지도 모르겠는데요."

정의의 말에 준명이 딱딱한 어조로 꾸짖었다.

"우린 지금 조사를 하는 겁니다.그건 사실이랑 상관없습니다."

그의 빠른 대처법은 정치인의 귀감이라 할 만 했다. 정적관계인 사람들 사이에서 줄타기, 뇌물을 들여서 좀 더 좋은 선거구를 얻고, 경찰이었던 점을 이용해 자신의 적들을 압박하기 등등.
정치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이 정도까지 해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뇌물 외에도 정치인들에게 호감을 살만한 일을 했다는 거군요."

정의의 말에 은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준명이 은미에게 단백질 파우더를 건넸다. 퍽퍽한 식감떄문에 은미가 한번 싫다고 말했지만 준명은 막무가내였다.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쪼그라버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은미씨. 잘 생각해야 합니다."

"네?"

"나는 정치인 이병률의 변호사입니다."

"...아무래도 포기하시려고요..."

은미의 말에 준명이 살짝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난 고객이 수긍할만한 일만 할 순 없어서 이 일도 맡은 겁니다만..."

"......"

"만약 이 조사에서 병률씨가 과거에 진 죄를 다 끄집어낸다면...나는 더 이상..."

준명은 말을 잇지 않았다. 다만 단절된 상태로 내버려두었다.

"알겠습니다."

은미가 담담하게 말했다.

"언젠가 당신에게 배반당할 일이 있더라도 놀라지 않도록 하죠.하지만 우선은 법에 정통한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길준씨, 아니 이준구씨도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한겁니다. 준명씨. 그 점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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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던가, 재작년이었던가 사토리얼리스트의 사진을 토대로 묘사하기를 올린 적이 있었다.
근 몇년만에 다시 시도했는데(창작블로그에도 올렸지만.)올리고 난 뒤 하루 뒤에 보니...
세상에, 사토리얼리스트 신간이 나왔다고 광고가...하하하....
우연의 일치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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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건은 자신의 눈이 처음부터 덮혀져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어떤 소녀가 와서 먹을 것을 주었다.
마치 더러운 개를 바라보는 듯한 그 얼굴을 그는 비몽사몽간에 쳐다보았다. 힐끔힐끔.
하지만 지금은 그 소녀가 없었다. 눈은 실명되더라도 좋았다. 그 얼굴을 한번만 더...
"얼마 뒤면 완전히 실명될지도 모릅니다."

소녀 대신에 눈앞에 서 있는 것은 검은 신부복을 입은 한 남자였다.
갑자기 고마움보다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당신들 뭡니까!"

"뭐긴."

한구석에 있던 작은 노인이 중얼거렸다.

"인간쓰레기를 청소하러 온 사람들이지. 불쌍하게도."

"마지막을 도와주러 온 것 뿐입니다."

아름다운 얼굴의 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뭔 마지막."

"당신 인생에 후회되는 것은 없었습니까?"

"없어."

억지로 부정하면서 진건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 붉은 옷의 소녀는 어딘지 모르게 많이 본 얼굴이었다. 그리운 얼굴.
"왜 없겠나. 잘 생각해보라고."

남자가 비아냥거렸다.

"당신의 죄를 대신 쓰고 잡혀간 부하들."

신부가 언제 손에 들었는지 모르는 지팡이로 콘크리트 바닥을 땅땅 쳤다.

"그리고, 당신이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 끌고 갔던 여자들..."

"그런 거 생각하면 이 일 못해."

"그래요?"

신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죽지 않기 위해서 죽어도 마땅한 일을 한단 말입니까."

"...그게 일이야."

진건은 다시 눈을 떴다. 모든 것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출혈은 막았으니 피때문에 어지러운 건 아닐겁니다."

눈치를 챈 듯, 지윤이 말했다.

"아직 36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그 사이에 당신의 눈은 완전히 멀어버릴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길거리에 버려지겠죠. 그 사이에 보고 싶은 걸 주문하십시오. 그게 당신에 대한 우리의 벌입니다."

"우리...우리라니?"


"잘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깜빡거리는 진건을 거하게 걷어찬 노인과 신부는 문을 닫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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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앤 아이를 보면서 난 생각했다.

왜 이렇게 중층적으로 만들었을까?

처음에는 이브 생 로랑의 전기물인 라무르가 생각나면서 그걸 넘어서기 힘들어서 그랬구나...싶었지만.

 

다시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엔 크리스찬 디올의 환상을 빌어서 디올의 역사와 새로 들어온 질 샌더 출신의 라프 시몬스를 대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는 처음 생각이고, 두번째 든 생각은 역시 존 갈리아노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서 엄청 노력하는구나...

마지막에 라프의 눈물은 아마 디올에 강하게 뿌리내렸던 존 갈리아노의 그림자를 걷어내는데 성공해서가 아닌가 싶었다.

 

영화 내내 영화감독은 디올의 그림자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디올의 그림자는 존 갈리아노가 아니었던가...내 젊은 10년 내내 존 갈리아노는 야심찬 새내기 섹시남에서 디올을 지배하는 수장의 당당한 아저씨(신사라고 부르기에는 존 갈리아노의 외모가...;;;;;신사랑은 거리가 좀 있지 아마도...존 갈리아노를 신사로 부를 바에는 고티에를 신사로 불러주겠다...)로 거듭났다.(나도 물론 그 사이에 나이를 많이 먹었다.)

그나마 존 갈리아노는 이제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수장으로 돌아갔으니, 어느 세상이나 능력이 있으면 사는 법이겠지.

 

존 갈리아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10년간 그의 외모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다.

죽어라고 모델들이랑 같이 사진 찍고 상의탈의하는 그의 기기묘묘한 행각들...;;;;(잘 생겨서 봐준 면모도 있지만, 너무 쇼맨십이 강했다.)

결국 그 기묘한 행각이 유대인 커플에게 시비거는 걸로 끝장이 나긴 했는데...

그게 묘하게 단정한( 유럽에서는 반바지 입는 남자는 애다. 라고 결론짓는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까 반바지를 입어도 단정한 라프 시몬스와 대조적이라고 할까. 일부러 존 갈리아노 컬러가 없는 사람을 데려온 것이겠지만.(본인도 인정하다시피 미니멀...하다니까.)

 

이건 디올의 홍보영화다. 찍어주겠다는 사람이 있는 디올 브랜드의 홍보 영화.

셉템버 이슈가 보그 브랜드의 영화였지만, 중점은 안나 윈투어에게 가 있었던 것과는 반대로

디올 앤 아이는 디올과 라프 시몬스(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존 갈리아노가 없어도 너무나도 브랜드를 강하게 지배해왔던 -풋내기인 라프 시몬스는 이제야 영입되었다는 티를 팍팍 내는- 크리스찬 디올에 대한 이야기>다.

 

 

ps. 존 갈리아노가 세긴 센가 보다. 디올에 처음 영입되었을 때도 존 갈리아노가 겁먹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풋내기때부터 시작해서 쫓겨날 때까지 디올에게 갈리아노가 굽혔다는 이야기도 못 들어봤고.(하긴 샤넬의 칼 라거펠트도 그러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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