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앤 아이를 보면서 난 생각했다.

왜 이렇게 중층적으로 만들었을까?

처음에는 이브 생 로랑의 전기물인 라무르가 생각나면서 그걸 넘어서기 힘들어서 그랬구나...싶었지만.

 

다시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엔 크리스찬 디올의 환상을 빌어서 디올의 역사와 새로 들어온 질 샌더 출신의 라프 시몬스를 대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는 처음 생각이고, 두번째 든 생각은 역시 존 갈리아노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서 엄청 노력하는구나...

마지막에 라프의 눈물은 아마 디올에 강하게 뿌리내렸던 존 갈리아노의 그림자를 걷어내는데 성공해서가 아닌가 싶었다.

 

영화 내내 영화감독은 디올의 그림자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디올의 그림자는 존 갈리아노가 아니었던가...내 젊은 10년 내내 존 갈리아노는 야심찬 새내기 섹시남에서 디올을 지배하는 수장의 당당한 아저씨(신사라고 부르기에는 존 갈리아노의 외모가...;;;;;신사랑은 거리가 좀 있지 아마도...존 갈리아노를 신사로 부를 바에는 고티에를 신사로 불러주겠다...)로 거듭났다.(나도 물론 그 사이에 나이를 많이 먹었다.)

그나마 존 갈리아노는 이제 마르틴 마르지엘라의 수장으로 돌아갔으니, 어느 세상이나 능력이 있으면 사는 법이겠지.

 

존 갈리아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10년간 그의 외모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다.

죽어라고 모델들이랑 같이 사진 찍고 상의탈의하는 그의 기기묘묘한 행각들...;;;;(잘 생겨서 봐준 면모도 있지만, 너무 쇼맨십이 강했다.)

결국 그 기묘한 행각이 유대인 커플에게 시비거는 걸로 끝장이 나긴 했는데...

그게 묘하게 단정한( 유럽에서는 반바지 입는 남자는 애다. 라고 결론짓는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까 반바지를 입어도 단정한 라프 시몬스와 대조적이라고 할까. 일부러 존 갈리아노 컬러가 없는 사람을 데려온 것이겠지만.(본인도 인정하다시피 미니멀...하다니까.)

 

이건 디올의 홍보영화다. 찍어주겠다는 사람이 있는 디올 브랜드의 홍보 영화.

셉템버 이슈가 보그 브랜드의 영화였지만, 중점은 안나 윈투어에게 가 있었던 것과는 반대로

디올 앤 아이는 디올과 라프 시몬스(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존 갈리아노가 없어도 너무나도 브랜드를 강하게 지배해왔던 -풋내기인 라프 시몬스는 이제야 영입되었다는 티를 팍팍 내는- 크리스찬 디올에 대한 이야기>다.

 

 

ps. 존 갈리아노가 세긴 센가 보다. 디올에 처음 영입되었을 때도 존 갈리아노가 겁먹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풋내기때부터 시작해서 쫓겨날 때까지 디올에게 갈리아노가 굽혔다는 이야기도 못 들어봤고.(하긴 샤넬의 칼 라거펠트도 그러하셨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