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건은 자신의 눈이 처음부터 덮혀져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어떤 소녀가 와서 먹을 것을 주었다.
마치 더러운 개를 바라보는 듯한 그 얼굴을 그는 비몽사몽간에 쳐다보았다. 힐끔힐끔.
하지만 지금은 그 소녀가 없었다. 눈은 실명되더라도 좋았다. 그 얼굴을 한번만 더...
"얼마 뒤면 완전히 실명될지도 모릅니다."

소녀 대신에 눈앞에 서 있는 것은 검은 신부복을 입은 한 남자였다.
갑자기 고마움보다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당신들 뭡니까!"

"뭐긴."

한구석에 있던 작은 노인이 중얼거렸다.

"인간쓰레기를 청소하러 온 사람들이지. 불쌍하게도."

"마지막을 도와주러 온 것 뿐입니다."

아름다운 얼굴의 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뭔 마지막."

"당신 인생에 후회되는 것은 없었습니까?"

"없어."

억지로 부정하면서 진건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 붉은 옷의 소녀는 어딘지 모르게 많이 본 얼굴이었다. 그리운 얼굴.
"왜 없겠나. 잘 생각해보라고."

남자가 비아냥거렸다.

"당신의 죄를 대신 쓰고 잡혀간 부하들."

신부가 언제 손에 들었는지 모르는 지팡이로 콘크리트 바닥을 땅땅 쳤다.

"그리고, 당신이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 끌고 갔던 여자들..."

"그런 거 생각하면 이 일 못해."

"그래요?"

신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죽지 않기 위해서 죽어도 마땅한 일을 한단 말입니까."

"...그게 일이야."

진건은 다시 눈을 떴다. 모든 것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출혈은 막았으니 피때문에 어지러운 건 아닐겁니다."

눈치를 챈 듯, 지윤이 말했다.

"아직 36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그 사이에 당신의 눈은 완전히 멀어버릴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길거리에 버려지겠죠. 그 사이에 보고 싶은 걸 주문하십시오. 그게 당신에 대한 우리의 벌입니다."

"우리...우리라니?"


"잘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그리고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깜빡거리는 진건을 거하게 걷어찬 노인과 신부는 문을 닫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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